[배임][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천재인(기소), 박순애(공판)
변호사 손제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①이 사건 3억 원은 피해자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이 피고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사업에 투자한 것이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차용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 3억 원이 차용금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② 설령, 이 사건 3억 원이 차용금이어서 대물변제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상 대물변제하기로 한 물건은 유증상속분인 대구 중구 (주소 생략)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일 뿐이고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배임 행위로 인한 피해액에서 건물의 가치 상당액은 제외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①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의 특수한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3억 원이 차용금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교부받은 금원의 액수가 적지 않다. 피고인은 이러한 금원들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내연 관계를 지속하기 위하여 주식을 투자하거나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금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각 경제력을 고려하였을 때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목적으로 피해자만 거액의 금원을 투자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피고인은 피해자가 대출받은 돈에 대한 금융이자를 장기간 부담하여 왔다고 주장하나 이는 금전 차용 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3억 원이 차용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 나아가 피고인은 수 회 피해자에게 차용증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최종적으로는 2008. 10. 24. 3억 원을 차용금으로 인정하고 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대물변제를 하기로 하는 취지의 이 사건 확인서를 스스로 작성하기까지 하였다.
○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수 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나. ②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대물변제의 대상이 된 물건은 이 사건 토지 외에 이 사건 건물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피고인과 피해자 간 대물변제와 관련한 약정 내용(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이 포함된 이 사건 확인서에는 “2008년 10월 24일 공소외 2씨로부터 일억원을 추가로 차용함에 있어 총 차용금액 삼억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에 피고인씨의 모친 공소외 3씨의 유증상속분인 대구시 중구 (주소 생략)의 물건의 권리일체를 공소외 2씨에게 양도하기로 함. 기간은 모친 사망 후 2개월 내로 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 피고인은 검찰에서는 검사가 “위 (주소 생략) 물건이라는 것에는 위 번지 내 대지와 건물 모두 포함하는 것인가요”라고 묻자 “예. 그런 의미로 작성한 것입니다.”라고 답하고, 이에 “건물은 원래부터 피의자(피고인)의 명의이지 않았는가요”라고 다시 묻자 맞다고 하면서 바로 건물을 넘기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당시에는 서로 연인관계로 지내면서 사이가 원만하여 저를 고소인이 믿고 있었기에 나중에 갚지 못하면 건물과 대지를 한꺼번에 양도하기로 한 것입니다”라고까지 답하였다. 그리고 “피의자(피고인)의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2개월 이내에 약정대로 고소인(피해자)에게 위 건물과 대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어야 하는 것은 맞는가요”라고 묻자 “예. 맞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또한 “2002년 가을 무렵 고소인이 이 사건 확인서를 보여주어 놀랐다, 그래서 당시에 제가 화가 나 그럼 건물을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시가 합계액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면 3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나 실제 시가에 대하여는 피고인은 5 ~ 6억 원 상당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될 당시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는 근저당권자 공소외 5 주식회사, 채권최고액 7,150만 원인 근저당권과 근저당권자 공소외 4, 채권최고액 1억 5천만 원인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고, 이 사건 건물에는 근저당권자 공소외 5 주식회사, 채권최고액 7,150만 원인 근저당권과 근저당권자 공소외 6, 채권최고액 1억 1천만 원인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다(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위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근저당권과 관련한 실제 채무는 5,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실제 가치 합계는 이 사건 확인서 작성 당시에는 3억 원이 채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토지만의 실제 가치는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실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누나와 매형에게 매도할 당시에도 1억 8천 만원 내지 2억 원 정도를 받고 매도하였다.
○ 피고인은 위 ②주장을 당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하기 시작하였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실제 가치가 6억 원에 이르므로 3억 원의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이 사건 토지와 건물 전부를 피해자에게 대물변제하기로 하는 약정을 할 리가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약정은 엄밀히 말하자면 ‘원래의 채무의 존속을 전제하면서 장래 그에 갈음하여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다른 급부를 할 것을 미리 약속하는 형태’로서 ‘대물변제(반환)의 예약’에 해당한다. 대물변제의 예약은 민법 제607조 , 제608조 에 의하여 그 예약 당시의 가액이 차용액 및 이에 붙인 이자의 합산액을 넘는 경우 그러한 약정은 무효라 할 것이지만 그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당사자 사이에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의 효력이 있어 채권자는 변제기간 이후에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을 처분할 수 있고 채무자는 위 처분가격에서 차용금의 원리금과 비용을 공여한 잔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1972. 11. 14. 선고 72다1693 판결 참조).
앞서 본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의 가치 합계액이 이 사건 약정 당시에 3억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3억 원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할 여지도 없으므로 위 주장과 같은 사유만으로 이 사건 약정을 피고인이 하였을 리가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토지와 건물 모두를 이 사건 약정의 목적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