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두18933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 이 정한 순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에 해당하기 위해 요구되는 인과관계의 내용 및 증명의 정도

[2] 해병대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 갑이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소위로 임관하여 보수교육을 받던 중 담관암종 진단을 받고 의병 전역 후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자 유족 을이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지방보훈지청장이 을에게 국가유공자 요건 및 유족 비해당결정을 한 사안에서, 교육훈련에서의 치료, 스트레스, 치료기회 상실 등으로 위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 상병의 악화와 망인의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서울남부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해병대통역장교에 지원해 군 입영 신체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고 2005. 3. 15. 해병대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하여 완전군장 행군, 유격훈련, IBS(고무보트) 훈련, 야간 제식훈련 등 강도 높은 14주(2005. 3. 21.부터 2005. 6. 25.까지)의 훈련을 마친 사실, 입영 후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간기능검사) 결과 ALT 수치가 48, AST 수치가 42로 정상보다 다소 높게 나타난 사실, 망인은 훈련과정에서 심한 감기몸살 증세를 겪었고 오한·고열·구토·설사·인후염증상 등으로 의무실에 입실하기도 했으며, 허리 통증 악화로 환자보고가 되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천천히 걸어서 30kg 완전군장으로 10km를 완주했고, 이어진 산악 급속 행군 시 혼절하여 동기들의 부축을 받아 내려오기도 한 사실, 훈련기간 중 환자파악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내무실에 연대책임을 묻는 등으로 아프다는 증상을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사실, 망인은 2005. 7. 1.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소위로 임관하여 보수교육을 받던 중 2005. 7. 21. 급성 간염으로 진찰받아 해군포항병원에 후송되고 국군수도병원 등으로 전원되면서 총담관 폐색 소견과 담관염을 동반한 총담관의 담석 상태, 우측 상복부 압통, 황달 증상의 진단을 받았고, 2005. 7. 23.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하여 조직검사, CT검사 등을 받아 2005. 8. 10. 담관암종(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으로 진단받은 사실, 위 진단 당시 망인의 상태는 말기에 해당하는 4기의 담관암종 및 복막전이로서 담관암의 완치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인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했던 사실, 망인은 2005. 9. 30. 의병 전역하고 항암치료를 받다가 2007. 10. 29. 만 27세의 나이로 사망한 사실, 담관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간내 담관암의 경우 선천적인 원인으로 담관기형이 동반된 경우가 있고, 후천적인 원인으로 기생충 감염, 간내 담석, 염증성 장질환에 동반된 경우 및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등이 있으며, 간외 담관암의 경우 선천적인 원인으로 총담관 췌관 연결 이상, 총담관낭 등이 있고, 후천적인 원인으로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궤양성 대장염, 기생충 감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사실, 담관암의 비특이적 증상으로는 체중감소, 피로감, 오심, 구토, 우상복부나 명치 아랫부분인 심와부에 통증이 있으며 간혹 십이지장이나 대장의 폐색(막힘)이 동반될 수 있는 사실, 담관염의 특징적인 증상은 배가 아프고(주로 우상복부에 통증), 춥고 떨리는 오한 증상과 고열이 나며, 눈과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의 간 기능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의 간 상태에 대한 추가 또는 추적 검사 등 필요한 조치가 없었던 점, 망인이 입대 후 약 2주 후부터 감기몸살 증상을 겪었고, 약 10일 정도 그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던 중 오한, 고열, 구토, 설사의 증상이 동반되었는데, 이후에도 비슷한 증상이나 복통이 간헐적으로 계속된 점, 망인은 위와 같은 증상이 계속되었음에도 훈련이나 일상생활 등에서 특별히 배려받지 못하고 충분한 수면도 취하지 못한 채 14주 기간의 강도 높은 훈련을 거의 모두 완수하였고, 훈련 도중 체력의 한계를 여러 번 느끼면서 혼절하기도 한 점, 망인에게 담관암의 선천적 발병원인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담관암(내지는 원인질환인 담관염)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훈련과정에서 나타난 망인의 증상들이 담관암의 원인질환 중 하나인 담관염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음에도 형식적인 환자파악과 점검으로 인해 훈련과정 중 진단되지 못하고, 담관염 유사증상이 발현된 때로부터 상당기간이 지난 시점에서야 망인 측의 요청에 의하여 전원된 민간병원에서 비로소 진단된 점, 당시 증상 발현 후 신속하게 진단적 검사를 받았더라면 이 사건 상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 경우 조기 진단으로 인한 이 사건 상병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의 악화 방지 및 그로 인한 예후(생존율)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건강상태에 비하여 강도 높은 훈련이 지속되었던 데다가, 소속부대에서 교육훈련 등을 이유로 망인에 대한 진단 내지 검진을 소홀히 하여 이 사건 상병의 조기발견에 실패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의 악화와 망인의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 이 정한 순직군경에서 말하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상이(공무상의 질병을 포함한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과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과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정도면 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훈련 또는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과 관련될 수도 있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습관, 각종 약제의 복용, 알콜 섭취 등 개인적 영역에 속하는 요인과도 연관되어 있어 그 부상 또는 질병이 반드시 교육훈련이나 직무수행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두6772 판결 ,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두869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담관암은 다양한 위험인자가 알려져 있기는 하나 대부분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망인의 담관암도 의학적으로 그 원인이 불분명하며 진단 당시 이미 말기였던 점 등에 비추어 입대 이전에 이미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2) 담관암은 폐쇄적 황달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담도 폐쇄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매우 어렵고 임상적으로 암이 진단될 때에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진단 당시 주변의 주요 장기로 침범하여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다른 암에 비하여 예후도 상당히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담관암의 완치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적 절제이고, 암이 담관 주위로 침윤하였거나 전이가 되어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황달을 경감시키는 보전적인 치료(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

3) 망인은 입대 전인 2004. 7. 1. 기타 및 상세불명의 복통으로, 2004. 7. 20. 간양상항(간양상항)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담도 폐쇄가 서서히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때 이미 담관암이 발생했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담관암을 의심한 진료나 진단을 받지는 아니하였다.

4) 입영 후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로는 담도계에 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고, 그 수치도 정상과 큰 차이가 없어 신속한 추가 또는 추적 검사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이 2007. 4. 4. 의무실에 입실했을 때 보인 몸살, 오한, 고열 등의 증상은 당시 있었던 인후염에 의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고, 복통은 망인 스스로도 긴장하면 신경성으로 종종 생기는 것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당시 담관염의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인 황달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담관암과는 관련이 없는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여 군의관으로부터 MRI 촬영을 제안받기도 하였으나 담관염 유사 증세를 호소하여 정밀진단을 요구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위 의무실에 입실했을 때에는 충분히 3일 동안 쉬라는 말을 들었다. 망인의 2005. 5. 7.자 수양록에는 혼절과 동기들의 부축에 관한 내용은 없고, 망인이 일시적으로 혼절했다고 하더라도 허리통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5)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은 제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대한 회신에서 ‘① 담관암은 황달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환자가 진행된 병기에서 진단되어서, 원고의 경우 4개월 빨리 진단되었다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초기 병변이었다고 추정할 의학적 근거가 없고, ② 담관암이 발병에서 말기로 진행되기까지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답변할 수 있는 의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③ 훈련에서 오는 과도한 과로가 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은 할 수 있으나 이를 입증할 의학적 근거는 없고, 급격한 환경변화, 과로,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암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 이상으로 담관암의 발병과 악화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의학적 보고나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원인이 불분명하고 통상적인 진행속도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과로 등과의 관계에 대한 의학적 보고 등이 없는 이 사건 상병이 교육훈련에서의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황달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조기발견이 어려운 담관암의 성격 등에 비추어 소속 부대의 진단, 검진 소홀로 이 사건 상병의 조기발견에 실패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망인이 근치적 수술 절제술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한 3개월 내지 4개월 진단이 지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 상병 진단 이후 2년 3개월 가까이 생존한 망인의 예후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교육훈련에서의 과로, 스트레스, 치료기회 상실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의 악화와 망인의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소속 부대에서 지속된 강도 높은 훈련과 진단·검진 소홀로 조기진단에 실패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추단하여 이 사건 상병의 악화와 망인의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무상 질병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