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3. 8. 13. 선고 93다20924 판결

[손해배상(자)][집41(2)민,301;공1993.10.1.(953),2422]

판시사항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와 귀책사유

판결요지

수사기관인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특정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피의자에게 범죄혐의가 있고 유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피의자의 구속을 품신하거나 구속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보아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당해 피의자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후일 재판과정을 통하여 그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 관하여 무죄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귀책사유가 있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수창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영인운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희종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부당한 구금을 당하고, 부당한 운전면허취소를 당함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고, 이 사건 사고 그 자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 그 자체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이유불비,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어 논지는 이유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운전하던 택시와 소외 이흥조가 운전하던 피고 영인운수 주식회사(이하 피고회사라 한다) 소속 시내버스가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 원고는 위 사고당시 안전지대를 침범 운행하다가 때마침 유턴하고자 위 안전지대가 끝나는 부분으로 들어서던 위 버스를 충돌하였다는 이유로 교통사고특례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후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원고가 위 사고 당시 안전지대를 침범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한편 서울특별시장은 원고가 위 안전지대를 침범하여 운행하다가 위 사고를 일으켰다고 보고 원고에 대하여 운전면허의 취소처분을 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잘못이 없다는 이유로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이 위법하다 하여 이를 취소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구속까지 되고 자동차운전면허도 취소됨으로써 운전면허취소처분취소소송에서 위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운전업무에 종사하지 못하여 그 기간동안 운전수로 일하여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을 얻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어 피고인으로 재판받으면서 변호인 선임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손해를 입고, 정신상의 고통도 받았으므로 피고회사는 위 버스운전자인 위 이흥조의 사용자로서 그의 운전업무집행상의 과실로 원고가 입게된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이흥조가 피고회사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에 야기한 이 사건 사고와 원고에 대한 부당구금 및 운전면허취소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자동차의 운전자는 다른 차량과의 충돌사고로 상대차량 운전자가 형사사법절차상의 과오에 의하여 부당하게 구금될 것이라거나 교통행정기관의 사고경위 오인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운전면허를 취소당할 것이라는 사정을 일반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와 원고의 부당한 구금 및 운전면허취소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또한 원고는 수사기관의 수사상의 과오로 인한 부당한 구속기소로 원고가 앞서 주장한 바와 같은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수사담당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수사기관인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특정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당해 피의자에게 범죄혐의가 있고 유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의 절차에 의하여 당해 피의자의 구속을 품신하거나 구속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보아 사법경찰관이나 검사가 당해 피의자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혐의를 가지게 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후일 재판과정을 통하여 그 범죄사실의 존재를 증명함에 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에 관하여 무죄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수사기관의 판단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비추어 도저히 그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것인바 , 이 사건 수사상 사법경찰관이나 검사에게 위와같은 명백한 과오가 있었음에 관하여 갑 제4호증의 13(교통사고원인감정소견서)의 기재와 1심에서의 원고본인신문결과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그 인용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을 담당한 사법경찰관들은 사고경위를 조사하면서 사고당사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사고현장에서 도로상황, 사고차량의 최종정차위치 및 사고차량이 남긴 스키드마크, 사고차량의 충격부위와 파손상태 등을 조사하여 이를 토대로 삼아 교통사고 실황조사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사고조사 담당경찰관들의 수사자료수집상의 오류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고, 또한 이 사건 사고장소는 4차선중 1차선의 중앙선쪽에 안전지대가 설정되어 있고 안전지대가 끝난 지점에서 추정시속 약 20킬로미터로 좌회전중이던 위 버스의 최종정차위치는 안전지대가 설정되지 아니한 위 차선의 오른쪽부분으로서 앞쪽이 중앙선쪽을 향하여 약11시 방향으로 비스듬히 서 있었고 위 버스의 충격부위 직후방으로는 안전지대안에 16미터가량의 스키드마크가 남아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어 원고가 안전지대를 침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므로 검사가 원고를 구속하여 기소한 점에 대하여도 그 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사법경찰관 및 검사에게 직무상의 불법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원심이 취사한 증거관계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어 논지도 이유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우동 김상원(주심)

심급 사건
-서울민사지방법원 1993.4.2.선고 92나4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