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반환등·부당이득반환등]〈키코 사건(세신정밀)〉[공2013하,1901]
[1] 갑이 을 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일정한 형식의 계약서를 미리 마련하여 두었으나 계약서상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을 거친 경우, 그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및 개별적인 교섭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갑이 을 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통화옵션계약의 구조 자체는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은행이 고객에게 이른바 제로 코스트(zero 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그 상품 구조 내에 포함된 옵션(option)의 이론가, 수수료 및 그로써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5] 은행이 환 헤지(hedge) 목적을 가진 기업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할 때 부담하는 고객 보호의무의 내용과 정도
[6]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 부담하는 설명의무의 내용과 범위 및 정도
[7] 갑이 을 은행과 2건의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예상 외화유입액에 대한 충분한 환 헤지(hedge) 거래를 하였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병 은행 지점장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명에 따라 추가로 병 은행과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입게 되자, 병 은행을 상대로 적합성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병 은행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한 사례
[8]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의 과실이 있는데도 예외적으로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
[1] 갑이 을 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계약의 구조는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한 것이므로 계약 체결 후 시장환율이 당초 예상과 달리 변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쌍방의 이익에 불균형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통화옵션계약이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단의 결론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이를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그 내용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특정 조항에 관하여 상대방과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된다.
[3] 갑이 을 은행 등과 체결한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인지 문제 된 사안에서, 위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다른 장외파생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을 은행 등이 고객의 필요에 따라 구조나 조건을 적절히 변경하여 사용하기 편하도록 표준화하여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일 뿐, 구조만으로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거기에 개별적 교섭에 의해서 결정된 계약금액, 행사환율 등 구체적 계약조건들이 결부됨으로써 비로소 전체 계약의 내용으로 완결되는 것이므로, 그 구조 자체는 따로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의 판매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의 판매가격에 관하여 구매자에게 그 원가나 판매이익 등 구성요소를 알려주거나 밝혀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이치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별도로 비용이나 수수료를 수취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제로 코스트(zero 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또한 은행이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상대방으로서 일정한 이익을 추구하리라는 점은 시장경제의 속성상 당연하여 누구든지 이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달리 계약 또는 법령 등에 의하여 가격구성요소의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은 고객에게 제로 코스트의 장외파생상품 구조 내에 포함된 옵션(option)의 이론가,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고객에 대한 기망행위가 된다거나 고객에게 당해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비용이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착오를 일으킨다고 볼 수도 없다.
[5] 은행은 환 헤지(hedge) 목적을 가진 기업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해당 기업의 예상 외화유입액, 자산 및 매출 규모를 포함한 재산상태, 환 헤지의 필요 여부, 거래 목적, 거래 경험, 당해 계약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의 정도, 다른 환 헤지 계약 체결 여부 등 경영상황을 미리 파악한 다음, 그에 비추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종류의 상품 또는 그러한 특성이 있는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해서는 아니 된다. 은행이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초래하는 통화옵션계약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때에는, 이러한 권유행위는 이른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은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개발된 것으로 예측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손실이 과도하게 확대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고, 다른 한편 은행은 그 인가요건, 업무범위, 지배구조 및 감독 체계 등 여러 면에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 등에 비해 더 큰 공신력을 가지고 있어 은행의 권유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은행이 위와 같이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6]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사이에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에는, 고객이 당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거래상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 이때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거래상 주요 정보에는 당해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구조와 주요 내용, 고객이 그 거래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의 구체적 내용, 특히 손실발생의 위험요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당해 장외파생상품의 상세한 금융공학적 구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와 비교하여 손익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또한 금융기관과 고객이 제로 코스트(zero 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수수료의 액수 등은 그 거래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서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특성 및 위험의 수준, 고객의 거래목적,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객이 그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한다. 특히 당해 금융상품이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에 의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환율 등 장래 예측이 어려운 변동요인에 따라 손익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고위험 구조이고, 더구나 개별 거래의 당사자인 고객의 예상 외화유입액 등에 비추어 객관적 상황이 환 헤지 목적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고객이 한층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7] 갑이 을 은행과 2건의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예상 외화유입액에 대한 충분한 환 헤지(hedge) 거래를 하였는데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는 병 은행 지점장의 적극적인 권유와 설명에 따라 추가로 병 은행과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가 환율 급등으로 손해를 입게 되자, 병 은행을 상대로 적합성 위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추가로 체결한 키코 통화옵션계약의 성격과 체결 경위, 갑의 거래 목적, 재무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병 은행 지점장은 투기거래의 목적이 없는 갑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위 계약을 환 헤지 목적의 거래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갑이 체결하게 하였고, 위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및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갑은 위 계약 자체의 구조와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을 은행과 체결한 다른 두 건의 계약 및 현물환의 예상 보유액을 함께 고려한 위험성까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병 은행 지점장이 실제로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위 계약을 헤지거래라고 설명함으로써 갑이 이를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므로, 위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병 은행은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한 사례.
[8]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가해행위가 사기, 횡령, 배임 등의 영득행위인 경우 등 과실상계를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
[2]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6950 판결 (공2008하, 1154)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공2010하, 1884) [6]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공2003하, 1699)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55699 판결 (공2010하, 2257) [8]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공2007하, 1806)
주식회사 세신정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정진규 외 2인)
원고 2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정진규 외 2인)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형 외 2인)
주식회사 신한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문일봉)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 2와 피고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2가 부담하고, 원고 주식회사 세신정밀과 피고 주식회사 신한은행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가. 민법상 불공정행위 등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은 풋옵션(put option)과 콜옵션(call option)을 맞교환하는 것인데 그 가치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고, 옵션가의 차이를 마진으로 본다 하더라도 마진율(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게 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들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즉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쌍방이 취득하는 옵션의 이론가 자체에 대한 교섭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원고들과 피고들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한 것이므로 비록 계약 체결 후 시장환율이 당초 예상과 달리 변동함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쌍방의 이익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계약 자체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이 풋옵션과 콜옵션의 상호 매매계약에 해당한다거나 각 옵션의 가격에 대한 합의가 없을 경우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볼 근거는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은 피고들이 취득한 콜옵션의 이론가와 원고들이 취득한 풋옵션의 이론가 자체에 차이가 있고 그 차액은 피고들이 수수료로 취득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수수료를 구성하는 개별 비용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적절하지 않고 달리 개별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에 관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수수료의 과다 여부는 전체 수수료의 규모를 유사한 목적과 내용을 가진 다른 금융거래와 비교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키코(KIKO) 통화옵션계약의 본질은 환전으로서, 그 구성은 풋옵션과 콜옵션의 조합으로 되어 있지만, 풋옵션의 이론가에는 녹인(Knock-in) 조건의 설정에 따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등 원고들이 얻는 경제적 효용이 모두 반영되지 못하는 반면, 수수료에 포함되는 신용위험 관리비용은 풋옵션의 이론가가 아니라 콜옵션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신용위험 노출 금액(exposure)에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을 곱하여 산출하고, 동적헤지 비용도 풋옵션의 이론가가 아닌 콜옵션 계약금액을 토대로 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로써 볼 때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마진율은 콜옵션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인데, 콜옵션 계약금액을 토대로 산정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마진율은 0.52% 내지 0.84%로서 이자율 스와프(swap) 상품이나 펀드 환전 수수료 등 다른 금융거래의 마진율에 비하여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따라 교환된 원고들의 풋옵션과 피고들의 콜옵션의 가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는 것이 원심의 판단이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유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단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적 문제 등에 관한 심리미진이나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상인 사이에 이루어진 선물환계약은 장래의 일정 기일 또는 기간 내에 일정 금액, 일정 종류의 외환을 정해진 환율에 의하여 교부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그 성질상 상법 제68조 소정의 확정기매매이고(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38593 판결 참조), 외국환은행의 업무인 환전은 즉석에서 당시의 시장환율에 따라 외환을 매매하는 것이므로, 선물환계약과 환전은 결제일과 매매대금의 기준이 되는 환율이 다를 뿐 외환의 매매라는 점에서는 그 성질이 같다. 이러한 법리를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은 단순선물환계약의 거래구조를 기본으로 하여 녹인 조건과 녹아웃(Knock-out) 조건 등이 가미된 변형선물환의 일종이고, 그 기본적인 계약조건은 옵션이 행사되면 만기 시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외화를 일정한 행사환율로써 매매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서 그 효용은 환전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콜옵션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수수료율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여 원고들과 피고들 쌍방의 기대이익을 대등하게 한 것이라는 원심의 설시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 계약의 구조가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계약당사자 쌍방의 이익에 불균형이 생기더라도 그 계약을 불공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수수료 반영 이전의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기본구조를 말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판단을 탓하는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하여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이를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그 내용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특정 조항에 관하여 상대방과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6950 판결 등 참조).
통상 개별적인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에 앞서 또는 그와 동시에 통화옵션거래 약정서 등에 의하여 당사자 사이에 기본계약이 체결되는데, 용어의 정의, 옵션거래의 이행 시기 및 방법, 채무불이행, 계약해지, 해지 시의 정산, 양도 및 담보제공 금지, 약정통화, 통화옵션거래의 체결방식 등을 포함하여 통화옵션거래 약정서 등에서 미리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는 일반적인 조항은 일반적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개별적인 교섭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어서 약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내용 중 주요 계약조건인 계약금액, 행사환율, 녹인 환율, 녹아웃 환율, 레버리지(leverage),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원고 2와 피고들 사이의 개별적 교섭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지 미리 정해놓은 계약의 내용이 아니다.
더욱이 녹인과 녹아웃 조건, 레버리지 구조,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보다 크게 하여 그 차액을 수수료로 수취하고 별도로 이를 지급받지 아니하는 구조 등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다른 장외파생상품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고들이 고객의 필요에 따라 그 구조나 조건을 적절히 변경하여 사용하기 편하도록 표준화된 구조로 미리 마련해 놓은 것일 뿐, 그 구조만으로는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아무런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거기에 개별적 교섭에 의해 결정된 계약금액, 행사환율, 녹인·녹아웃 환율, 레버리지, 계약기간 등 구체적 계약조건들이 결부됨으로써 비로소 전체 계약의 내용으로 완결되는 이상 그 구조 자체만을 따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는 약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를 약관이라고 볼 수 없는 이상 그 구조가 약관임을 전제로 한 이 부분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신의칙 위반으로 인한 무효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라는 원고들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그 부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법하다고 볼 사유는 없다.
2. 옵션의 가치 등과 관련한 기망·착오 등 주장에 관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일반적으로 재화나 용역의 판매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의 판매가격에 관하여 구매자에게 그 원가나 판매이익 등 구성요소를 알려주거나 밝혀야 할 의무는 없다. 이러한 이치는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별도로 비용이나 수수료를 수취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제로 코스트(zero cost)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또한 은행이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상대방으로서 일정한 이익을 추구하리라는 점은 시장경제의 속성상 당연하므로 누구든지 이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달리 계약 또는 법령 등에 의하여 가격구성요소의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은 고객에게 제로 코스트의 장외파생상품 구조 내에 포함된 옵션의 이론가,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하여 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고객에 대한 기망행위가 된다거나 고객에게 당해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비용이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착오를 일으킨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옵션의 가치 및 수수료, 제로 코스트의 의미 등에 관하여 기망행위가 있었거나 착오가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이를 이유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취소하고, 또 기망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 데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모두 배척하였다.
즉 ① 은행이 옵션의 이론가를 고객에게 제공하면 자연히 콜옵션 이론가와 풋옵션 이론가의 차액 상당인 수수료의 규모가 공개될 수밖에 없지만, 구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2010. 11. 17. 개정 전의 것) 제65조 제6호 (마)목의 규정을 보면 금융기관은 ‘거래원가가 아닌 대고객 거래가격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처럼 원가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한 취지는 적어도 은행이 파생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취하는 수수료의 규모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시행세칙 제65조 제6호 (다)목은 파생상품거래의 경우 ‘거래에 내재된 리스크’를 고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문언상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가 그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2009. 2.부터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1항 , 제58조 제1항 및 그 시행령 제53조 제1항 제2호 의 규정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체결 이후에 시행되었을 뿐 아니라 위 규정들에서 말하는 ‘수수료’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알선자 내지 중개자로서 제공한 용역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장외파생상품의 계약당사자로서 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금융상품을 설계·판매하는 피고들에게 대고객 가격 수준의 정보 외에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② 한편 장외파생상품 시장에서 제로 코스트라고 함은, 은행이 소요될 비용과 수취할 이익 등 수수료를 반영하여 콜옵션과 풋옵션의 각 대고객 가격을 동일하게 설계함으로써 고객이 별도로 프리미엄이나 비용 등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와 달리 콜옵션과 풋옵션의 이론가가 서로 동일한 것이 제로 코스트라고 하게 되면 은행은 아무 마진도 얻지 못하고 필요한 각종 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피고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 이상 이 사건 각 통화옵션상품의 판매를 통해 일정한 이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고 누구든지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원고 2 역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들이 아무런 비용이나 이윤을 부과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식하였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이 제로 코스트라고 하면서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거나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구조에 피고들의 이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원고 2에게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원고 2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이로 인하여 원고 2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에 따른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는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는 없다. ③ 그리고 피고들이 수수한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볼 수도 없고, 대고객 가격 조작에 의한 기망행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원고들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옵션의 가치, 수수료의 존재 및 규모, 제로 코스트의 의미, 대고객 가격 등과 관련하여 민법 제110조 의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심은 또한, 원고들의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취소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과 관련한 옵션 이론가나 수수료 존재 및 규모 등에 관한 사항은 계약의 중요 부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즉 원심은, ①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 체결 당시에는 환율의 안정적인 하락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그에 따라 스와프 포인트도 마이너스였으며, 원고 2는 2006년경 피고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이하 ‘피고 제일은행’이라고 한다)과 3건의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모두 이익을 보고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환율의 하락을 예측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키코 통화옵션상품은 별도의 프리미엄을 지급할 필요 없이 단순선물환계약에 비해 행사환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고, 시중 은행들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키코 통화옵션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던 점, ③ 원고 2는 피고들을 비롯한 은행들이 제시하는 행사환율 및 녹인·녹아웃 환율 등의 조건을 비교하고 그에 관한 교섭을 통하여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주된 관심이 있었고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의 규모 등에 관하여는 어떠한 관심을 표명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바도 없었던 점, ④ 그 밖에 수수료 없는 구조로 키코 통화옵션상품을 설계하여 판매한 은행이 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피고들이 옵션의 이론가나 수수료 부과 여부, 수수료 규모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정보가 원고 2의 키코 통화옵션상품 구매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원고 2는 여전히 여러 은행에서 제시하는 행사환율 등 계약조건의 유·불리를 비교하여 거래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옵션 이론가나 수수료 존재 및 규모 등에 관한 사항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있었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법리와 원심이 인정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체결 경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위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기망행위와 관련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들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원고들이 환율 상승으로 누릴 수 있는 기대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음에도 이를 손해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그 주장은 피고들의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기망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 원심의 판단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으로 위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부분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콜옵션 행사 통지와 관련한 주장에 대하여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다(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다카756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은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하고, 또 사기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취소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따라 지급한 돈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옵션행사 통지와 관련한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옵션행사의 통지를 하여야 하는데 그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으니 옵션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에 대하여 그러한 사유도 함께 주장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석명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석명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옵션행사 포기의 주장은 원고들이 청구원인으로 주장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 주장과 달리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를 석명의무에 관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석명하지 아니한 것이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석명권의 행사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적합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하여
가. 적합성의 원칙 등과 관련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환 헤지(hedge)거래의 목적은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현재 시점에서 장래에 적용받을 환율을 일정 환율로 고정함으로써 기초자산인 외환현물의 가격변동에 따르는 위험을 제거하려는 데 있다. 키코 통화옵션상품의 경우에도, 콜옵션 계약금액 상당의 외환현물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거나 장래에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는 고객이 그 외환현물에 대한 환 헤지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환율이 상승할 경우 당해 통화옵션계약 자체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만 외환현물에서는 그만큼의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전체적인 손익은 변화가 없게 되는 것이고, 이로써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환 헤지를 하고자 한 본래의 목적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통화옵션계약이 고객과 은행 사이에 상호 부여하는 옵션의 이론가에 차이가 있다거나 환율이 상승할 경우에는 고객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체결 이전보다 오히려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각 통화옵션상품은 그 자체로 환 헤지에 부적합하다고 하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이 환 헤지 목적에 적합한 상품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적합성의 원칙 위반이나, 기망 또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나 손해배상 등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이나 판단누락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적합성의 원칙과 관련한 피고 주식회사 신한은행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은행은 환 헤지 목적을 가진 기업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해당 기업의 예상 외화유입액, 자산 및 매출 규모를 포함한 재산상태, 환 헤지의 필요 여부, 거래 목적, 거래 경험, 당해 계약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의 정도, 다른 환 헤지 계약 체결 여부 등 경영상황을 미리 파악한 다음, 그에 비추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종류의 상품 또는 그러한 특성이 있는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해서는 아니 된다. 은행이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초래하는 통화옵션계약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때에는, 이러한 권유행위는 이른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장외파생상품은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개발된 것으로 예측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손실이 과도하게 확대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고, 다른 한편 은행은 그 인가요건, 업무범위, 지배구조 및 감독 체계 등 여러 면에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 등에 비해 더 큰 공신력을 가지고 있어 은행의 권유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은행이 위와 같이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치과의료용 핸드피스, 치과기공용 마이크로 모터 핸드피스 등을 생산, 수출하는 ‘세신정밀공업사’를 운영하던 원고 2는 수출에 의하여 수취하는 달러에 대한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고 제일은행과 2007. 8. 28. 이 사건 제1 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2007. 10. 29. 이 사건 제2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제1, 제2 계약의 콜옵션 계약금액 합계는 월 1,000,000달러이었고, 환율 상승으로 인해 2007. 11.경의 결제일부터 손실이 발생하였다.
② 피고 주식회사 신한은행(이하 ‘피고 신한은행’이라고 한다)의 소외인 지점장은 2008. 2.경 원고 2를 방문하여 키코 통화옵션상품을 설명하던 중 이미 피고 제일은행과 이 사건 제1, 제2 계약을 체결하였고, 처음 몇 개월 동안은 수익을 올렸지만 2007. 10. 이후부터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후 소외인은 다시 원고 2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원고 2로부터 피고 제일은행과 체결한 이 사건 제1, 제2 계약에서 콜옵션을 행사받고 있는데 수출대금으로 유입된 달러로 현물결제를 하는 대신 원화로 차액결제를 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달러 현물은 환율이 높은 시점에 매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환율이 연초 대비 상승하였다가 다시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예측한 바와 같이 환율이 다시 900원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확률 등을 고려하여 위 수출대금에 대해 다시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하여 헤지할 것을 권유하였다.
③ 이처럼 소외인이 원고 2에게 추가로 키코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하던 중, 환율이 2008. 3. 17. 1,029원에 달하였다가 점차 하락하자 원고 2는 피고 신한은행에 새로운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할 의사를 표명하였고, 그에 따라 2008. 4. 11. 피고 신한은행과 콜옵션 계약금액이 월 1,000,000달러인 이 사건 제3 계약을 체결하였다.
④ 원고 2가 이 사건 제3 계약 체결 직후 피고 신한은행에 제출한 서류에 의하면, 2008년도 예상수출액은 12,500,500달러였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2는 2008년도 예상수출액을 고려하여 피고 제일은행과 체결한 두 건의 통화옵션계약을 통해 이미 콜옵션 계약금액 기준으로 연 12,000,000달러의 환 헤지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소외인의 권유로 이 사건 제3 계약을 추가로 체결함으로써 환율 상승으로 녹인 조건이 성취될 경우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따른 콜옵션 계약금액을 결제할 현물환의 예상 보유액이 부족하게 되는 이른바 오버헤지(over-hedge) 상태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과 그 기초자산인 현물환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제3 계약은 투기적 성격을 지닌 거래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원고 2는 이 사건 제1, 제2 계약을 환 헤지 목적으로 체결하였고, 이 사건 제3 계약에 대해서도 소외인으로부터 헤지거래라고 권유받아 체결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 2가 투기적 목적에서 이를 체결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이 사건 제3 계약의 계약금액이 이 사건 제1, 제2 계약의 계약금액 합계와 동일한 점으로 보아 소외인은 이 사건 제1, 제2 계약의 계약금액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고, 따라서 이 사건 제1, 제2 계약 외에 추가로 이 사건 제3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에 따른 콜옵션 계약금액의 합계가 원고 2에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대금을 초과하리라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제3 계약의 성격과 체결 경위, 원고 2의 거래 목적, 재무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외인은 투기거래의 목적이 없는 원고 2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투기적 성격을 지닌 이 사건 제3 계약을 환 헤지 목적의 거래라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체결하게 한 것이니, 이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제3 계약의 체결에 관하여 피고 신한은행이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고객 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이 사건 제3 계약이 과도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인지에 관하여 심리가 미진하였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문제 삼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피고 신한은행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5.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가. 설명의무의 내용과 범위
금융기관이 일반 고객과 사이에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경우에는, 고객이 당해 장외파생상품에 대하여 이미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거래에 내재된 위험요소 및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인자 등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적합한 방법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 (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55699 판결 참조). 이때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거래상의 주요 정보에는 당해 장외파생상품 계약의 구조와 주요 내용, 고객이 그 거래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발생 가능한 손실의 구체적 내용, 특히 손실발생의 위험요소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당해 장외파생상품의 상세한 금융공학적 구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와 비교하여 손익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또한 금융기관과 고객이 제로 코스트 구조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수수료의 액수 등은 그 거래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수수료가 시장의 관행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지 아니한 이상 그 상품구조 속에 포함된 수수료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서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특성 및 위험의 수준, 고객의 거래 목적,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객이 그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1다11802 판결 등 참조). 특히 당해 금융상품이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에 의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환율 등 장래 예측이 어려운 변동요인에 따라 손익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고위험 구조이고, 더구나 개별 거래의 당사자인 고객의 예상 외화유입액 등에 비추어 객관적 상황이 환 헤지 목적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고객이 한층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설명의무와 관련한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제일은행이 이 사건 제1, 제2 계약에 관하여 제로 코스트라고만 하였을 뿐 옵션의 가격과 수수료에 관하여는 상세히 설명하지 아니함으로써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은행에게 옵션의 이론가와 수수료의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원고 2로서도 은행이 그 통화옵션상품의 판매를 통하여 일정한 이익을 얻으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제일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의 수수료율이 다른 금융거래의 그것에 비하여 현저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옵션의 가치 및 숨은 수수료, 새로 인수한 환위험 등과 관련한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피고들로부터 받은 풋옵션의 기대이익보다 훨씬 큰 기대손실을 가지는 콜옵션을 피고들에게 부여함으로써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 체결 전보다 더 높은 환위험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피고들이 설명하였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그럼에도 원심이 이 점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였음은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상호 부여하는 옵션의 이론가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할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원고들과 피고들이 상호 취득하는 각 옵션의 이론가와 그 이론가 차이에 해당하는 수수료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받은 콜옵션의 이론가가 원고들의 풋옵션의 이론가보다 크다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각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이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고 볼 수도 없어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은 어차피 배척될 것이므로, 원심이 위 주장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것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다. 이 부분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그리고 피고들이 중도해지 시 원고들이 부담할 정산금의 산정방식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에서 비로소 주장한 것일 뿐 아니라 원심에서도 주장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는 적법한 상고이유라고 할 수 없다.
다. 피고 신한은행의 설명의무 관련 상고이유에 대하여
앞에서 본 이 사건 제3 계약의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및 계약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2는 이 사건 제3 계약 자체의 구조와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사건 제1, 제2 계약 및 현물환의 예상 보유액을 함께 고려한 위험성까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소외인이 실제로는 투기적 성격을 가진 이 사건 제3 계약을 헤지거래라고 설명함으로써 원고 2로 하여금 이를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므로, 이 사건 제3 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피고 신한은행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 신한은행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설명의무 및 고객 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과실상계 관련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관하여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당연히 이를 참작하여야 하고, 가해행위가 사기, 횡령, 배임 등의 영득행위인 경우 등 과실상계를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여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 신한은행의 원고 2에 대한 적합성의 원칙 및 설명의무 위반행위는 이러한 영득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 측의 과실은 피고 신한은행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함이 상당하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와 다른 견해를 전제로, 원고 2의 착오는 피고 신한은행의 고객 보호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야기된 것이므로 원고 측의 과실을 들어 배상액을 감경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나, 위 법리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
7. 결론
그러므로 원고들과 피고 신한은행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 2와 피고 제일은행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2가 부담하고, 원고 주식회사 세신정밀과 피고 신한은행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