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이의][공2002.12.15.(168),2820]
[1] 채무자가 약속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고, 그 채무부담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 빠지거나 이미 빠져 있던 채무초과상태가 더욱 악화·심화되는 경우, 그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채권자취소권에 있어서의 피보전채권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과 그 범위
[3] 채무자의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그 어음을 발행받은 수익자가 약속어음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받는 등으로 채무명의를 얻어 강제집행에까지 나아갔으나 그 강제집행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 그 채무명의의 반환이나 인도 등에 의한 원상회복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1]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약속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채무가 새로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지만, 채무자가 약속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채무부담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 빠지거나 이미 빠져 있던 채무초과상태가 더욱 악화·심화된다면 그 약속어음의 발행은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것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2]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원금에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변론종결시까지의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채권액을 초과하여 취소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3] 채무자의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어음을 발행받은 수익자가 약속어음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받는 등으로 채무명의를 얻어 강제집행에까지 나아간 때에는, 채권자는 사해행위인 약속어음의 발행행위를 취소하고 강제집행의 결과 수익자가 얻은 환가금이나 추심금 또는 전부금의 반환이나 전부채권의 양도를 원상회복으로서 구할 수 있지만, 아직 강제집행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익자가 어음채권을 취득한 것 외에 어떤 구체적인 수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고 채무명의를 얻은 것 자체를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는 수익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그 채무명의의 반환이나 인도 등에 의한 원상회복을 청구할 여지는 없다.
[1] 민법 제406조 제1항 [2] 민법 제406조 제1항 [3] 민법 제406조 제1항
한국후지필름 주식회사 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은창용 외 1인)
주식회사 코랜드물산 (소송대리인 세방종합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강홍주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다음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주식회사 제이코(아래에서는 '소외 회사'라고 한다)는 1997. 12. 31.의 대차대조표 상 부채가 4,126,542,000원, 자산이 4,108,007,000원으로서 자본금 전액이 잠식된 상태이었고, 1998. 1. 이후에는 매월 경영 적자를 기록하는 외에, 원고 한국후지필름 주식회사에 대하여 127,476,361원, 원고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 주식회사에 대하여 34,493,400원, 원고 한국로스만스 주식회사에 대하여 49,887,500원, 원고 주식회사 우진프라임에 대하여 165,132,940원, 원고 주식회사 로켓트상사에 대하여 52,041,349원, 원고 주식회사 엘레강스월드에 대하여 21,736,185원, 원고 주식회사 태평양에 대하여 27,182,680원, 도합 477,950,415원의 물품대금채무를 지고 있는 것을 비롯하여 그 밖의 납품업체들에 대하여 약 12억 원 상당의 물품대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등으로 채무초과상태이었다.
(2) 소외 회사의 대주주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건물 임대보증금 7,800만 원 및 1997. 7. 28.부터 1998. 1. 31.까지 매월 200만 원, 그 다음날부터는 매월 금 180만 원의 비율에 의한 임료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3) 그런데 소외 회사와 피고는 1998. 3. 26. 피고가 그 소유인 부동산을 소외 회사의 물품거래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여 채권최고액 1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해 주는 대신,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액면금 10억 원의 일람출급식약속어음 1장을 발행하고 공증해 주기로 약정하였다.
(4) 이에 따라 소외 회사는 1998. 3. 31. 소외 회사 및 그 대표이사인 이재윤의 공동명의로 피고에게 액면금 10억 원의 일람출급식 약속어음 1장을 발행하고 즉시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고, 피고는 1998. 4. 6. 그 소유인 원심판결 별지목록 기재의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는 원고들 중 일부를 포함한 24개 업체, 채무자는 소외 회사, 채권최고액은 10억 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5) 당시 피고 소유의 위 각 부동산의 시가는 1,001,358,400원이었던 한편, 원심판결 별지 제1목록 기재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1,510,000,000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원심판결 별지 제2목록 기재 부동산에는 채권최고액 1억 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각 설정되어 있었다.
(6) 피고는 1998. 5. 23. 위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하여, 소외 회사의 주식회사 엘지유통 및 엘지칼텍스정유 주식회사에 대한 10억 원의 물품대금채권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은 같은 달 27. 제3채무자들에게 각 송달되었다.
(7) 그러나 위 압류 및 전부명령에 대하여는 원고들 등이 항고, 재항고하고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받는 등 하여 위 압류 및 전부명령은 아직 확정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터잡아, 채무초과상태에 빠져있던 소외 회사가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담보가치가 없는 위 각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은 것을 기화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공증까지 마쳐 줌으로써 피고가 이를 이용하여 위 압류전부를 받기로 한 일련의 행위는 소외 회사가 다른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피고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피전부채권인 물품대금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한 것에 다름 아니어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이 전액 변제되었다거나 피고가 선의이었다거나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절차가 종료되었다는 등의 피고의 항변을 모두 배척한 다음, 위 약속어음 발행행위 전부를 사해행위로서 취소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위 약속어음공정증서 정본의 인도를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 당시에 원고들이 소외 회사에 대하여 물품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채권이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변제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들은 수익자인 피고를 상대로 소외 회사가 한 사해행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해행위취소에 있어서의 당사자적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전부명령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므로{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63조 제7항 , 제564조 } 원심이 이 사건 약속어음공정증서에 기한 피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원고들 등의 항고 및 재항고에 의하여 확정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그 강제집행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였다고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전부명령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84. 9. 28.자 84그36 결정 은 이 사건과는 다른 사안에 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다.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약속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속어음의 발행으로 인하여 채무자의 채무가 새로이 증가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지만, 채무자가 약속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채무부담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 빠지거나 이미 빠져 있던 채무초과상태가 더욱 악화, 심화된다면, 그 약속어음의 발행은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것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위 약속어음 발행 당시 피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채권은 건물의 임대보증금 7,800만 원의 채권과 월 200만 원 내지 180만 원씩에 의한 약 8개월분의 임료채권, 그리고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제공함에 따라 장차 취득하게 될 구상금채권이고, 그 중 장래의 구상금채권은 그 발생 여부 및 범위가 불확실한 것이었는데도 소외 회사가 액면금 10억 원의 일람출급식으로 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하였던 것이므로 위 약속어음의 발행은 위 임대보증금 등의 기존의 채무의 지급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새로운 채무부담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소외 회사의 채무초과상태가 심화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 약속어음의 발행은 소외 회사의 소극재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해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채권자는 자신의 채권원금에 사해행위 이후 사실심변론종결시까지의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더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 채권액을 초과하여 취소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다66416 판결 참조).
그리고 채무자의 약속어음의 발행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어음을 발행받은 수익자가 약속어음에 관하여 공정증서를 작성받는 등으로 채무명의를 얻어 강제집행에까지 나아간 때에는, 채권자는 사해행위인 약속어음의 발행행위를 취소하고 강제집행의 결과 수익자가 얻은 환가금이나 추심금 또는 전부금의 반환이나 전부채권의 양도를 원상회복으로서 구할 수 있지만, 아직 강제집행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있어서는, 수익자가 어음채권을 취득한 것 외에 어떤 구체적인 수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고, 채무명의를 얻은 것 자체를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는 수익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그 채무명의의 반환이나 인도 등에 의한 원상회복을 청구할 여지는 없다 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소외 회사에 대한 채권원금액의 합계는 이 사건 약속어음의 액면금 10억 원에 미달하는 477,950,415원에 지나지 아니하고,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피고의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아직 확정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들의 채권액을 초과하는 액면금 10억 원의 이 사건 약속어음 발행행위 전부를 취소하고 그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 정본의 인도를 명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취소의 범위 및 원상회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