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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도20322 판결

[공무상표시무효][미간행]

판시사항

형법 제140조 제1항 의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요건 / 집행관이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었음을 고시하는 데 그치고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지 아니한 경우, 피신청인이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을 위반한 것만으로 공무상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위너스 담당변호사 오철석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형법 제140조 제1항 의 공무상표시무효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봉인, 동산의 압류, 부동산의 점유 등과 같은 구체적인 강제처분을 실시하였다는 표시를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집행관이 법원으로부터 피신청인에 대하여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었음을 고시하는 데 그치고 나아가 봉인 또는 물건을 자기의 점유로 옮기는 등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단순히 피신청인이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을 위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공무상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336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집행관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집행하면서 ‘채무자는 점유를 타에 이전하거나 또는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등의 집행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이 사건 부동산에 부착한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부동산을 사업장 소재지로 하는 ‘○○○○마트1호(신촌점)’(이하 ‘이 사건 마트’라 한다)의 사업자등록명의를 피고인 단독 명의에서 피고인과 공소외인의 공동 명의로 변경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마트의 사업자등록명의는 이 사건 마트의 점유명의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고시문의 기재에 반하여 사업자등록명의를 변경한 것은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용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주문은 ‘① 채무자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점유를 풀고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② 집행관은 현상을 변경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채무자에게 사용을 허가하여야 한다. ③ 채무자는 그 점유를 타에 이전하거나 점유명의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집행관은 그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처분결정의 주문 중 ①항, ②항은 집행관의 집행에 관한 부분에, ③항은 가처분결정의 부작위명령 부분에 해당한다.

나. 집행관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고시문을 이 사건 부동산에 부착함으로써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인도받고 현상을 변경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인에게 그 사용을 허가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원심이 ‘점유명의’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마트의 ‘사업자등록명의’에 대하여는 집행관의 어떠한 집행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다. 그렇다면 설령 이 사건 마트의 사업자등록명의가 점유명의에 해당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마트의 사업자등록명의를 변경한 것은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없는 가처분의 부작위명령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여 공무상 표시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고시문의 기재에 반하여 사업자등록명의를 변경한 것은 부동산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효용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적용 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업자등록명의의 변경 외에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