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6다35766 판결

[제3자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2] 법률행위에 조건이 붙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의 성질(=사실인정) 및 그 증명책임자(=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

[3] 법률행위에 정지조건이 붙어 있는지 여부를 사실인정을 통하지 아니하고 의사표시의 해석 내지 법률적 평가를 통하여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이동산수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민웅)

피고 보조참가인, 상고인

주식회사 포천그린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민웅)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생수생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원고는 1996. 1. 21.경 부도가 나서 그 공장건물과 토지가 경매되었는데, 1997. 2. 26. 피고 보조참가인이 이를 낙찰받은 사실, 원고는 1997. 3. 19. 나머지 재산인 이 사건 유체동산 등을 대금 200,000,000원에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되 이 사건 유체동산은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압류되어 있어서 원고가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하는 대신 그 사용승락서를 작성해 주기로 약정하고, 피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계약금 20,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 그 나머지 잔대금 채권은 1998. 6. 10. 원고의 채권자 김경희에게 압류, 전부된 사실, 그런데 원고의 대표이사 이용율은 2000. 6. 15.경에 이르러 이 사건 유체동산이 여전히 원고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피고 보조참가인을 상대로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하는 등으로 피고 보조참가인과 사이에 다툼이 생긴 사실, 한편 장창용은 그 무렵 피고 보조참가인의 대표이사이던 유신형으로부터 피고 보조참가인의 매각을 위임받고 있었는데, 위 사용금지가처분 등으로 매각에 지장을 받게 되자 원고의 대표이사 이용율과 협상을 시도한 끝에, 2000. 7. 11. 위 가처분신청 등을 이의 없이 취하하고 이 사건 유체동산을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한 것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된 이 사건 각서를 작성받은 사실, 장창용은 같은 날 이용율에게 정산금 중의 선급금 명목으로 5,000,000원을 지급하였고, 2000. 7. 12.에는 이용율에게 ‘유체동산 양도·양수건에 대한 잔금’으로 45,000,000원을 2000. 7. 15.까지 지급하고 이용율의 카드대금을 별도로 상환할 것을 약정한 사실, 그러나 장창용이 추진하던 피고 보조참가인의 매각은 물론, 이용율이 약속한 위 가처분신청 등의 취하나 장창용이 약속한 정산잔대금의 지급 또는 카드이용대금의 상환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보조참가인 매각의 성사를 앞두고 있던 장창용이 원고 대표이사 이용율에게 이 사건 유체동산의 양도를 포함하여 피고 보조참가인 매각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여 주는 서류를 작성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매각이 이루어지게 되면 이용율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여 주겠다는 제의를 하였고, 이용율 또한 피고 보조참가인의 매각이 되는 경우에만 기재된 내용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반대급부도 없이 원고가 이 사건 유체동산을 양도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것이므로 이 사건 각서에서 약정한 이 사건 유체동산의 양도는 피고 보조참가인의 매각이 성취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지조건이 있는 법률행위라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사소송법 제202조 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인 증거규칙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증거능력 있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고 ( 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등 참조), 조건은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에 의하여 그 법률행위와 동시에 그 법률행위의 내용으로서 부가시켜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어느 법률행위에 붙은 조건의 성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법률행위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었는지 아닌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그 조건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각서에 기재된 법률행위에 그 판시와 같은 정지조건이 있었는지 여부를 사실인정을 통하여 확정하지 아니한 채 의사표시의 해석 내지 법률적 평가를 통하여 정지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정지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서에는 단순히 원고 대표이사인 이용율이 이 사건 유체동산 등을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한 것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원고의 대표이사 이용율은 이 사건 각서를 작성, 교부하는 반대급부로 정산금 50,00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여 장창용으로부터 그 일부로 5,000,000원을 지급받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용율이 이 사건 유체동산을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양도하는 대가로 50,000,000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각서에 기재된 이 사건 유체동산의 양도가 피고 보조참가인의 매각을 정지조건으로 하는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사실인정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의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김용담 박일환 김능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