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2019노1654 업무방해
A
쌍방
강석철(기소), 문종배(공판)
법무법인(유) 화우
담당변호사 유승룡, 박정수, 이유진, 이하늘
법무법인 신지
담당변호사 임정수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정진호
2019. 11. 22.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음 각 압수물을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한다.
- 증 제1호증, 증 제2호증 및 증 제15호증 중 각 정기고사 성적통지표,C18
- 증 제3호증 및 증 제11호증 중 B, C의 각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운동과 건강생활 과목 정기고사 시험지와 같은 학년도 1학년 2학기 각 정기고사 시험지,
- 증 제5호증, 증 제14호증,
- 증 제16호증 중 B의 정기고사 시험지,
- 증 제36호증 중 B, C의 각 서술형 답안지(다만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 답안지 중에서는 운동과 건강생활 과목 답안지에 한한다),
- 증 제37호증(다만 2017학년도 1학년 1학기 OMR카드 중에서는 운동과 건강생활 과목 OMR카드에 한한다),
- 증 제38호증, 증 제39호증,
- 증 제47호증 중 B, C의 각 2018학년도 2학년 1학기 정기고사 시험지.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피고인의 두 딸 B, C은 스스로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받았을 뿐 시험 전에 답안지를 참고하는 등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학업성적관리에 관한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② 피고인은 딸들에게 F고 정기고사의 답안지를 유출한 사실이 없다. 원심은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로부터 추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원심 판시와 같은 간접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간접증거에 따른 증명과 자유심증주의
형사재판에서 심층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될 수 있으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그와 같은 증명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간접증거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도4392 판결 등 참조).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 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2567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김사가 제출한 증기 중 이 사건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증거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간접증거에 따라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문제된다. 위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아래에서 자세히 본다.
3. B, C이 미리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하여 정기고사에 응시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가. 딸들의 정기고사 성적의 급상승
1) B과 C 모두 2017년도 1학년 2학기를 기점으로 정기고사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하여 2018년도 2학년 1학기에 B이 인문계열에서, C이 자연계열에서 각 전체 1등의석 차를 차지한 사실 등에 관하여는 원심이 판결문 제16 내지 23쪽에서 상세히 설시하였다.
2)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본다.
가) 딸들이 각 전체 1등을 한 2018년도 2학년 1학기 종합성적에 관한 1등부터 10등까지의 구체적인 점수 분포는 아래 각 사진과 같다(증거기록 제127쪽)1), B은 과목별 가중치를 반영한 결과 총합에서 2등보다 55점(가중치 반영 전 총점으로는 18.81점)을 더 받았고, 주요과목(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에서 2등보다 123점을 더 받았다. 인문계열에서 가중치 반영 후 총합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33점(가중치 반영 전 총점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18.63점), 주요과목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11~262)으로 B과 2등의 점수 차이는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보다도 더 크다. C은 과목별 가중치를 반영한 결과 총합에서 2등보다 81점(가중치 반영 전 총점으로는 31.08 점)을 더 받았고, 주요과목에서 2등보다 60점을 더 받았다. 자연계열에서 가중치 반영후 총합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33점(가중치 반영 전 총점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5.82점), 주요과목 2등과 5등의 점수 차이는 61점으로 C과 2등의 점수 차이는 2등과 5 등의 점수 차이와 거의 비슷하다.
이와 같이 B과 인문계열 2등, C과 자연계열 2등의 각 점수 차이가 가중치 반영 전 총점을 기준으로 하든, 가중치 반영 후 총합을 기준으로 하든, 가중치 반영 후 주요과목 점수를 기준으로 하든지 모두 현저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딸들은 2018년도 2 학년 1학기에 F고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각자 '압도적인 전체 1등'의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도 2학년 1학기 인문계열 성적 분포 - 맨 위 1등이 B]
[2018년도 2학년 1학기 자연계열 성적 분포 - 맨 위 1등이 C]
나) 딸들의 2017년도 1학년 1학기 성적에 관하여 보면, B은 가중치 반영 결과 총합 석차가 121등, 주요과목 석차가 161등으로 평균 86.21점(가중치 반영 전 평균 87.90점)이고, C은 가중치 반영 결과 총합 석차가 59등, 주요과목 석차가 86등으로 평균 89.82점(가중치 반영 전 평균 90.70점)으로 모두 중상위권 성적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딸들의 2017년도 1학년 2학기 성적에 관하여 보면, B은 가중치 반영 결과 총합 석차가 5등, 주요과목 석차가 1등으로 평균 95.86점(가중치 반영 전 평균 94.90점)이고, C은 가중치 반영 결과 총합 석차가 2등, 주요과목 석차가 8등으로 평균 96.47점(가중치 반영 전 96.90점)이다(증거기록 제128쪽), 2017년도 1학년 1학기 성적과 2018년도 2학년 1학기 성적을 비교하면 단 1년 만에 B은 가중치 반영 평균 11.88점(가중치 반영전 평균 10점)이, C은 가중치 반영 평균 8.34점(가중치 반영 전 평균 7점)이 올랐고, 그중에서도 특히 1학년 1학기와 2학기 사이의 성적 향상이 뚜렷한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다른 학생들의 경우에도 노력으로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고, 당심에서 F고 주변의 여자고등학교를 포함하여 서울 소재 10여개 여자고등학교에 대하여 3년간 재학생(2015년도 입학생, 2016년도 입학생, 2017년도 입학생)의 성적 상승에 관한 사실조회를 신청 하였다. 그 각 사실조회 결과에 따르더라도, 딸들과 비슷한 또래의 여학생들 중 1년 내에 중상위권에서 전체 1등까지 성적이 오른 예는 전혀 없고 DB고등학교에서 전체 2등까지 오른 사례가 딱 1건 있을 뿐이어서, 딸들이 이룬 성적향상이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뒷받침하고 있다.
3) 한 학생이 단기간에 중상위권에서 전체 1등의 성적을 받는 것도 이와 같이 실례를 찾기가 힘들다. 하물며 모두 중상위권이던 쌍둥이가 동시에 함께 성적이 급상 승하여 1년 만에 각자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2등과 큰 점수 차이로 1등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실제로 딸들이 정기고사 석차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상이 뒷받침되지 아니하는 이상, 본인들이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실력 외에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합리적인 추론이다.
나. 딸들의 본 실력 - '압도적인 전체 1등'의 실력을 실제로 갖추고 있는지
1) 딸들의 모의고사 성적 및 학원 레벨 테스트의 결과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사실에 관하여는 원심이 판결문 제16 내지 23쪽에서 상세하게 설시하였다.
2)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본다.
C은 고등학교 입학 후 학교나 'AX학원'을 다닌 것 외에는 특별히 수학을 위하여 더 수강한 것은 없다. 위 학원 강사인 AK은 경찰 조사 당시 C의 수학실력에 관하여 위 학원의 자연계열 3레벨 중에서도 하위에 속하고 특히 2018. 2.경 및 같은 해 5.경의 자체평가에서는 5레벨 중간 정도의 실력에 불과한데 F고의 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수학문제가 어려워서 C의 실력으로는 90점을 넘기기도 어렵다고 평가하였다. 실제 C의 위 학원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C의 점수는 같은 3레벨 평균 점수에 한참 못 미친다(증거기록 제595-665쪽).
다. 딸들이 정기고사 준비 및 응시 과정에서 보인 이례적인 행동
1) 딸들이 정기고사 일부 문제지에 작은 글씨로 '깨알 정답'을 적은 사실, B이 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IⅡ 과목 뒤쪽 페이지에 있는 서술형 3번 문제의 정답 구문 일부를 시험지 첫 페이지에 미리 기재한 사실, C이 같은 영어Ⅱ 과목 서술형 9번 문제의 정답(문제에서 주어가 주어져 동사 이하의 부분만 정답에 해당했다)을 위 시험일자 전에 미리 주어를 생략한 정답 부분 그대로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재해 둔 사실, C이 수기 메모장에 일부 깨알 정답 및 서술형 정답을 적은 사실, 이 사건 각 정기고사에서 정답이 정정되었을 때 딸들이 정정 전 정답을 쓴 경우가 유달리 잦고 대부분 둘이 동일한 정정 전 정답을 선택한 사실, 수학 및 과학 과목 시험에서 딸들이 시험지에 중간 풀이 과정을 많이 생략한 채 정답을 맞힌 사실 등 딸들이 이 사건 각 정기고사 준비 및 응시 과정에서 보인 이례적인 행동들에 관하여는 원심이 판결문 제23 내지 36쪽에서 상세히 설시하였다.
2) C이 작성한 수기 메모장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본다.
가) C이 작성한 2018. 6. 29.자 메모장에는 정답 외에도 '물리(상), (하) 챙기 기', '문학교과서, 평가문제집 or 자습서, 기출문제 챙기기'라고 기재 되어 있고, 위 일자의 시험과목은 문학, 물리였다. 또한 2018. 7. 2.자 메모장에는 정답 외에도 '영어교 과서', '생명과학 교재', '노트 정리한 거', '올림포스 300', '기출문제'라고 기재 되어 있고, 위 일자의 시험과목은 영어II, 생명과학I 이었다. 이는 그 내용상 해당 일자 시험 과목의 준비를 위하여 기재한 것이 분명하므로 위 각 시험일자 이전에 작성되었음이 확실하다.
나) 피고인과 변호인은 위 메모장 중 준비물 기재 부분만 시험일자 이전에 작성되었고, 정답 기재 부분은 시험 이후 반장이 불러주는 모범답안을 받아 적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C은 2018. 6. 29.자 메모장에 2 학년 자연계열 문학I 과목 서술형 문제 3번 간의 답안을 "순수하개 가표를 도와주는 기표를 위한"이라고 기재하였다. 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C이 삭선을 긋고 수정한 취지에 비추어 "순수하개 가표를 도와주는" 부분이 아니라 "기표를 위한 부분이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이어야 한다. C은 답안지에 "기표를 위한"이라고 적었는데 실제 모범답안은 "순수한 마음으로 기표를 도와주는"이었고(증거기록 제5623쪽), C의 위 답안은 부족한 답안이어서 1점이 감점되었다. 따라서 C이 메모장에 기재한 "순수하게 -가표를 도와주는 기표를 위한"은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을 그대로 듣고 기재한 것이 아니다.
다) C은 정작 위 문학I 시험지에는 답안지와 달리 "순수하게 기표를 위한"이라고 모범답안에 맞게 기재하였고, 문제 번호 옆에 다른 색 필기구로 "0" 표시를 하여 자신이 위 문제를 맞혔다는 가채점을 하기도 하였다.3) 이에 비추어 볼 때, C은 메모장 기재를 보고 가채점한 것이 아니라 반장이 불러준 모범답안을 들으면서 직접 시험지에 가채점한 사실이 인정된다. 결국 "순수하게 가표를 도와주는 기표를 위한 부분을 비롯하여 이와 함께 위 메모장에 기재된 답안 부분 전부는 시험 이후에 반장이 불러주는 모범답안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 아니고, C이 시험 전에 미리 준비물 부분과 함께 기재해 둔 것으로 보인다.
3) C이 정정 전 정답을 기재한 부분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본다.
가) C은 2018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자연계열 화학I 과목 서술형 문제1번 (2)에 대하여 답안지에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기재하였다. 위 정정 전 정답은 출제 교사가 단순 착오로 잘못 기재한 것인데, 전교생 중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기재한 사람은 C 뿐이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C이 시험지에 문제풀이 중간 과정으로 1/10, 1/11을 기재하였으므로 답안을 사전에 외워서 썼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제를 푸는 중간 과정에서 '1/15'라고 쓸 것을 '1/10'으로 잘못 옮겨 적는 바람에 15:11이 아닌 10:11로 답을 기재한 것일 뿐 정정 전 정답을 참고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 이 문제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같은 질량의 화합물 (가)와 (나)에 포함된 수소 원자수 비율 (가):(나)의 정수비 값을 구하는 문제로서, (가)의 그래프에 수소 질량비 1/11이, (나)의 그래프에 수소 질량비 1/15이 문제 자체에서 주어졌다. C은 위 1/11과 1/15에 각각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를 하였고, 위 (가), (나) 그래프 사이에다가 왼쪽에 1/10, 오른쪽에 1/11이라고 기재를 해 놓았다.
C이 정기고사 시험에서 위 (가), (나) 그래프에 기재된 1/11 및 1/15에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를 하고서도 피고인 주장과 같은 단순한 이기 실수를 하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고, 왼쪽에 있는 (가) 그래프 쪽에 (나)의 수소 질량비 1/15를 착오로 1/10이라고 기재하고 오른쪽에 있는 (나) 그래프 쪽에 (가)의 수소 질량비 1/11을 기재하여 그 순서를 바꿔 기재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나아가 C은 (가) 그래프 옆에는 1/10을, (나) 그래프 옆에는 1/11을 기재하고서도 정작 (가):(나)를 간단한 정수비로 나타내라는 문제의 답에는 1/10과 1/11의 정수비인 11:10을 기재하지 아니하고 순서를 또 한 번 바꿔서 정정 전 정답인 10:11을 기재하였는데, 이는 계산상 나올 수 없는 답안이다.
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전체 1등을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학생이 비율을 묻는 문제에서 순서를 두 번이나 착오하여 바꿔 쓴다는 것은 경험칙상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는 정정 전 정답을 기재한 사유를 억지로 맞추는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의 주장에 불과하고 합리적 의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라. 소결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B과 C이 이 사건 각 정기고사에 응시하여 동시에 단 1년 만에 스스로의 실력만으로 압도적인 전체 1등의 성적을 얻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사정은 딸들이 위 성적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었다는 구체적인 정상이 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오히려 시험과정에서 보인 딸들의 행동은 그들이 이룬 성적에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단순히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고, 딸들이 사전에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하여 부정하게 정기고사에 응시함으로써 F고 교장의 학사 관리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다.
4. 피고인이 B, C에게 정기고사 답안지를 유출하였는지 여부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에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위 3,항에서 보았듯이 딸들이 사전에 정기고사 답안지를 입수하고 이를 참고하여 시험을 친 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다. 위 사실을 전제로 하여 딸들이 답안지를 어떠한 경위로 입수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설시한 근거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과 사정들을 추가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사전에 이 사건 정기고사 답안지를 유출하여 딸들에게 제공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의 출제서류 접근
1) 피고인이 F고의 교무부장으로서 모든 정기고사의 출제서류 일체에 대하여 결재하였던 사실, 결재 도중에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 Q이 수업에 들어가면 피고인 혼자 50분 동안 출제서류를 소지하였고 그와 같은 상황이 매 정기고사마다 2~3회씩 발생한 사실, 결재를 마친 출제서류 중 출제원안과 서술형 답안 작성지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는 피고인 자리 바로 뒤쪽에 있는 금고에 보관하는데 피고인이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사실, 피고인이 동료 교사 0, R의 부탁을 받고 직접 금고를 열어 그 안에 출제서류를 넣어 주기도 했던 사실 등은 원심이 판결문 제9 내지 11쪽에서 상세히 설시하였다.
2) F고의 금고 및 출제서류 관리 상황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본다.
가) 출제서류를 보관하는 금고는 2009. 4. 2.경 구입하여 그 당시 F고 교무부 장이던 가 직접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에게만 알려주었는데 는 교무부장이 금고 책임자이자 관리자라고 생각한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1744-1746쪽). I는 후임 교무부장인 AH에게 위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이후 비밀번호,가 바뀌었는데 AH은 2016. 3.경 교무부장이 된 피고인에게 인수인계를 하면서 바뀐 금고 비밀번호도 함께 알려주었다.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인 Q 역시 2017. 3.경 전임자인 BD으로부터 동일한 금고 비밀번호를 인수인계 받았는데, 이후 2018학년도 2학기가 되기 전까지 Q 또는 피고인이 위 비밀번호를 변경한 사실은 없다. F고의 '평가문제 인쇄 및 보안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금고의 비밀번호 관리는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가 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위 매뉴얼은 광주에서 시험지 유출사건이 문제되어서 피고인이 직접 2018. 7.경에서야 마련한 것이다(증거기록 제4275쪽).
나) 2011. 3.경부터 2016. 2.경까지 F고, 교무부장을 하였던 AH은 경찰 조사 당시, 자신이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때에도 교과 담당 선생들의 부탁을 받아 직접 금고를 열고 출제서류를 넣은 것이 여러 번이고, 교감이 된 이후에 출제서류에 결재를 하는 과정에서도 Q이 아니라 피고인이 직접 오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661쪽, 제1652쪽), 0은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출제서류를 맡긴 이유에 관하여, 일상적으로 늘 교무부장이 금고를 항상 관리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당심 증인 AN은 피고인 전의 최초 교무부장(I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이 금고를여는 것을 보았는데 특별한 일로 보이지는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3)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F고 교사들은 이 사건 발생 당시까지만 해도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와 교무부장이 함께 출제서류와 금고를 관리한다고 자연스럽게 인식하였고 교무부장이 출제서류나 금고에 접근하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의식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의 초과근무
1) 피고인이 2017년도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2018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작 며칠 전에 주말근무 내지 초과근무를 하였음에도 초과근무 대장에 이를 전혀 기재하지 아니한 사실은 원심이 판결문 제11 내지 16쪽에서 상세히 설시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은 교무부장이라는 직책상 초과근무를 하는 일이 잦고 초과근무를 할 때마다 초과근무대장에 일일이 기재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초과근무 신청 없이 초과근무를 한 것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초과근무는 단순히 늦게까지 근무한다고 하여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시험문제 출제, 회의, 야간 자율학습 감독 등 명백하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때에만 신청할 수 있다. 피고인이 교무부장으로서 여러 회의에 참여하고 기안을 검토할 일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F고 2017년 및 2018년 초과근무대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그러한 경우에 대부분 초과근무를 신청하였고 그 중에는 16:20부터 18:20까지 2시간만 초과근무를 한 경우에도 초과근무를 신청한 적이 있다(증거기록 제1858, 1903쪽). 나아가 피고인이 단순히 교무 업무를 보거나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경우에도 초과근무를 신청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2008쪽).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2017년도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2018년도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작 며칠 전에 초과근무 및 주말근무를 하였음에도 초과근무대장에 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은 초과근무를 신청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거나 주말에 학교에 나왔다는 것을 충분히 방증한다. 원심이 판시하였듯이 피고인이 초과근무 신청 없이 초과근무를 한 날에 달리 별다른 업무를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 또한 없다.
다. 딸들이 정기고사 답안지를 다른 경로로 입수하였을 가능성의 부재
앞서 보았듯이 딸들이 사전에 정기고사 답안지를 입수하고 이를 참고하여 시험을 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그 주장대로 딸들에게 답안지를 유출하지 아니하였다면 달리 딸들이 답안을 5회에 걸쳐 입수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정기고사 시에 피고인 외에 출제서류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은 고사평가계 총괄 교사인 Q과 교감이자 전 교무부장이었던 AH만이 남는데, Q과 AH 이 피고인과 아무런 상관없이 피고인의 딸들에게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답안지를 제공할 이유나 동기가 전혀 없다. 그밖에 딸들이 이 사건 각 답안지를 제3자로부터 제공받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입수하였을 가능성은 이 사건 각 정기고사의 횟수 및 과목수에 비추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결국 딸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각 답안지를 입수하였다고 보는 것이 논리칙 및 경험칙 상 타당하다.
4.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함께 본다.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은 무려 1년의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발생하였고, 피고인이 누구보다도 학생의 신뢰에 부응하여야 할 교사임에도 자신의 두 딸을 위하여 다른 제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한 행위는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F고의 업무가 방해된 것을 넘어 중등교육 학내 평가에 대한 국민 전반의 신뢰가 떨어짐으로써 그 피해 또한 막심하다. 피고인은 이 법원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범행을 뉘우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
다만, 피고인의 딸들이 입학할 당시 피고인이 학교 측에 교무부장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질의를 하였음에도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교사들이 같은 학교에서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는 가운데 강한 인적 결속력이 생기는 사립학교의 구조적 안일함이 그 단초가 되었고, 피고인은 비뚤어진 부정(父情)으로 인하여 금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처음 2017년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당시에는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금됨으로써 피고인의 아내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두 딸도 현재 공소가 제기되어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별도로 기각하지 아니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판시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시 증거의 요지에 "1. 당심 증인 AN의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341조 제1항, 제313조, 제30조(각 업무방해의 점, 범죄일람표 순번 제1 내지 4의 점은 각 순번별로 포괄하여),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몰수
재판장판사이관용
판사오창민
판사정승연
1) 다른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성명 부분은 표시되지 않도록 하였다.
2) 위 분포표는 총합 순위대로 1등부터 10등까지만 기재되어 있는데, 위 총합 10위 이내 학생 중에서 인문계열 주요과목 2등의 점수가 1930점, 4등의 점수가 1919점, 7등의 점수가 1904점이고 주요과목 3등내지 6등의 점수는 나타나지 아니한다.
3) C이 시험지에 제대로 정답을 기재하였음에도 왜 답안지에 옮겨 적을 때에는 "순수하게"를 삭제하고 "기표를 위한’,만 기재하였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C이 메모장에 기재한 것이 반장이 불러주는 모범답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한편, 2018년도 2학년 1학기 인문계열 문학 I 과목에도 거의 동일한 문제가 서술형으로 제출되었는데 그 문제에서는 "순수한 마음으로"라는 부분이 문제 자체에서 주어지는 바람에 모범답안이 "기표를 위한” 뿐이었고, B은 "기표룬 위한’,이라고 기재하여(C이 기재한 답과 동일하다) 위 문제를 맞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