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다3721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3.15.(54),736]

판시사항

[1] 컴퓨터통신에 게시된 게시물이 약관에 정한 삭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노조활동과 관련된 컴퓨터통신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전용게시판 서비스를 일시 중지시킨 컴퓨터통신 사업자의 행위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컴퓨터통신에 게시된 게시물의 내용이 약관에 정한 삭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게시물의 문구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그 게시물이 게재될 당시의 상황, 게재자의 지위, 게시물을 게재하게 된 동기와 목적, 게시물의 표현 방법과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대체로 타인을 비방하고 중상 모략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며 불법적인 노조활동을 선동하거나 교사하는 등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과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할 염려가 많은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을 담고 있는, 노조활동과 관련된 컴퓨터통신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그 전용게시판 서비스를 일시 중지시킨 컴퓨터통신 사업자의 행위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원고,상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노동조합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두환 외 3인)

피고,피상고인

한국피씨통신 주식회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게시물의 삭제의 점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은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의 대상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며, 제3항은 정보통신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에 대하여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시행령 제16조는 위 법 제53조 제2항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것으로 1.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범죄행위를 교사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2. 반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 3.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을 규정하고 있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와 사이에 이용계약을 체결한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한국피씨통신 정보서비스이용약관 제21조는 이용자가 게재 또는 등록하는 서비스 내의 내용물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회사가 이용자에게 사전 통지 없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1.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 모략으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내용인 경우, 2.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의 정보, 문장, 도형 등을 유포하는 내용인 경우, 3. 범죄적 행위와 결부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인 경우, 4. 다른 이용자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등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인 경우, 5. 게시 시간이 규정된 기간을 초과한 경우, 6.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내용인 경우를 들고 있는바, 위 약관 조항은 그 내용과 취지로 보아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나 위 법 제10조 제2호 소정의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급부를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게 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어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컴퓨터통신에 게시된 게시물의 내용이 위 약관이 정한 삭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게시물의 문구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그 게시물이 게재될 당시의 상황, 게재자의 지위, 게시물을 게재하게 된 동기와 목적, 게시물의 표현 방법과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운영중인 하이텔(HITEL)을 통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원고 조합과 이용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이 사건 전용게시판(기업통신서비스망)의 게시물들을 삭제할 당시는 원고 노동조합이 소외 한국전기통신공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임금 협상과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 중 각 지부별 노동조합 간부가 철야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 집단행동을 하였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수배되어 일부는 검거되고 일부는 명동성당 및 조계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때로서 위 전용게시판에는 대통령, 정부기관, 소외 회사, 소외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 등이 마치 원고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하고 있는 양 그들을 판시와 같은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으로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매도하는 내용이 상당히 포함된 게시물과 원고 노동조합원을 선동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사실, 원고 노동조합 및 원고 1이 게재하였다가 삭제된 게시물도 농성중인 노동조합 간부들을 옹호하면서 조합원들에게 투쟁에 적극 동참하고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을 선동하거나 또는 소외 회사 등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던 사실, 위 전용게시판이 폐쇄된 후 일반게시판인 플라자(PLAZA)에서 삭제된 원고 노동조합 및 원고 2의 게시물은 선동적인 원고 노동조합의 투쟁 명령이거나 피고의 삭제행위를 비난하는 내용 또는 소외 회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게시물은 대체로 타인을 비방하고 중상 모략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며 불법적인 노조활동을 선동하거나 교사하는 등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과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할 염려가 많은 상스럽고 저질스러운 표현을 담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게시물을 삭제한 행위는 위 약관 제21조에 근거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삭제행위라고 판단하였다.

기록 및 앞서 본 관계 법령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한 위법이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원리와 약관의 해석, 노동조합의 활동 방식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전용게시판의 일시 폐쇄의 점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제1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통신역무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에 체결된 기업통신서비스에 관한 계약 제18조 제2항은 피고가 계약을 중지할 수 있는 사유로서 1. 원고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내용이 공공의 이익과 상거래 관행에 현저히 위배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2. 원고 노동조합이 특별한 이유 없이 본 계약에 규정한 원고 노동조합의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고,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게재된 게시물의 내용이 타인을 비방하고 불법행위를 선동하는 것이었는데도 원고 노동조합이 위 게시물을 자진 삭제를 하지 아니하는 등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대한 관리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으며(위 계약 제16조 제2항은 원고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발생되는 제반 문제는 원고 노동조합이 책임진다고 되어 있어 원고 노동조합은 위 전용게시판에 불온통신이 게재되지 아니하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원래 이 사건 전용게시판이 원고 노동조합원뿐만 아니라 한국피씨통신정보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일반 하이텔 이용자도 자유롭게 열람하고 글을 게시할 수 있는 공개된 게시판인데 피고가 이 사건 전용게시판에 앞서 본 바와 같은 타인을 비방하는 등의 게시물이 게시되자 원고 노동조합에게 이를 자체적으로 삭제하거나 수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게시물이 삭제가 되지 않고 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계속 게재되므로 원고 노동조합에게 약관과 관계 법령에 위반된 게시물이 계속 게재될 경우 위 계약에 의하여 전용게시판 개설 계약이 해지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고, 원고 노동조합도 위 계약에 의하여 이 사건 전용게시판이 폐쇄될 수 있음을 인정하여 조합원이나 일반 이용자들에게 비방, 욕설 등의 게시물들의 자제를 당부하였으나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타인을 비방하는 등의 게시물이 여전히 게재되자 피고가 1995. 6. 6. 이 사건 전용게시판의 서비스를 일시 중지하였다가 같은 달 16. 폐쇄게시판으로 전환하여 재개한 것이라면, 이와 같은 전용게시판 서비스가 중단된 경위와 내용, 이 사건 전용게시판이 일반 이용자에게도 공개되고 거기에 게시된 정보가 다수 공중에게 직접적으로 순식간에 전파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점, 전용게시판 서비스를 중지하지 않고서는 약관이나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계속적인 불온통신에 적절히 대처하기가 곤란하다고 보이는 사정 등을 감안하여 볼 때, 피고가 원고 노동조합의 회원들만 사용하는 회원메뉴게시판을 포함하여 이 사건 전용게시판 서비스를 일시 중지 및 폐쇄를 한 것은 법령 등에 위반한 게시물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로서 적법하고 이를 필요한 한도를 넘은 과잉 조치라고 말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논지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7.10.선고 96나33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