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공1996.8.1.(15),2130]
은행이 무신용장 방식의 화환어음을 환매특약부로 매입하는 행위의 법적 성질(=매매)과 그 화환어음이 지급거절된 경우의 권리구제 방법
은행이 수출자로부터 무신용장 방식에 의한 화환어음을 매입하면서, 일정한 경우 수출자가 은행에 대하여 환매채무를 지고 수출자는 은행의 관련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매채무를 변제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수출거래약정을 한 경우, 은행은 화환어음 매입의 법적 성질이 어음의 매매라는 것과 그 화환어음의 지급과 관련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환매규정에 의하여 은행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은행이 화환어음의 매입에 의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이나 위 환매채권을 갖는 외에 별도의 대출금채권을 갖게 될 수는 없다.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창록 외 2인)
피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는 소외 주식회사 스코아상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가 1992. 6. 10. 원고와 사이에 무신용장 방식의 수출환어음 매입을 여신과목으로 한 여신거래한도약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 연대보증인이 되었는데, 원고는 위 여신거래한도약정에 따라 1993. 6. 4. 소외 회사로부터, 발행인이 소외 회사, 지급인이 필리핀의 A.R.P.I.사(이하 필리핀 회사라 한다), 만기가 선하증권의 발행일로부터 90일로 된 액면 미화 32,188.80달러인 인수도방식(이른바 D/A 방식)의 화환어음을 매입하고, 위 액면금에서 만기까지의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소외 회사에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위 화환어음의 매입으로 원고 은행은 소외 회사에게 위 미화 32,188.80달러를 대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회사의 연대보증인인 피고는 원고에게 위 대출금 미화 32,188.80달러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위 화환어음을 매입함으로써 소외 회사에게 그 어음금 상당을 대출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가.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수출자로부터 무신용장 방식에 의한 화환어음을 매입할 경우 그 수출자와 사이에 수출거래약정서(국내 은행들 사이에 그 양식이 통일된 것으로 보인다)를 작성하게 되는데, 수출거래약정서 제13조는, 제1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사유 발생만으로 당연히, 제2항 각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고의 환매청구에 의하여, 각각 수출자가 원고에 대하여 환매채무를 지게 되며, 수출자는 원고의 관련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위 환매채무를 변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는 위 수출거래약정서를 채용함으로써 화환어음 매입의 법적 성질이 어음의 매매라는 것과, 그 화환어음의 지급과 관련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위 환매규정에 의하여 원고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약정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위 화환어음의 매입에 의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이나 위 환매채권을 갖는 외에 별도의 대출금채권을 갖게 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원심은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이나 여신한도거래약정서에 기하여 이 사건 화환어음의 매입의 법적 성질을 소비대차로 본 듯하므로, 위 약관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위 수출거래약정서의 첫머리 부분에, "수출자는 제1조 각호에 정한 거래를 함에 있어서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이 적용됨을 확인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제2조는 "채무자가 발행, 배서, 인수나 보증한 어음에 의하여 여신을 받은 경우에는 은행은 어음채권과 여신채권의 어느 것에 의하여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은 은행이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는 각종 거래에 적용될 일반원칙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약관으로서, 위 제2조의 규정은 은행이 어음채권 외에 그 원인관계를 이루는 여신채권도 행사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반원칙적인 내용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화환어음 매입의 성격이 소비대차로 된다거나 은행이 대출금 반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며, 오히려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은 제8조에서 할인어음의 환매채무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어음할인의 법률관계가 소비대차가 아니라 어음의 매매임을 밝히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계속적인 화환어음 매입을 위하여 체결한 여신한도거래약정 역시 원고가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는 각종 여신거래에 대한 규정을 계속적인 거래에 수정하여 적용하기 위한 별도의 약정에 불과하므로, 위 여신한도거래약정의 여신과목이 '무신용장 방식의 수출환어음 매입'으로 되어 있는 이 사건에서는, 수출환어음 매입의 법적 성질은 수출거래약정서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3) 위 수출거래약정서, 은행여신거래 기본약관, 여신한도거래약정의 규정들을 살펴보면, 원고가 일단 소외 회사 발행의 어음을 매입하였다가 지급거절 등의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수출거래약정서에 정하여진 환매채권의 범위와는 다른 내용의 어떤 권리를 갖게 된다고 볼 만한 어떠한 규정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고는 이 사건 수출화환어음의 매입과 관련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 또는 수출거래약정서에 정하여진 환매채권만을 갖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어음 액면금 상당의 대출금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여 그 대출금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위 어음금 상당을 대출하였다고 인정하여 대출금채권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청구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화환어음 매입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