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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고법 2012. 10. 18. 선고 2011나19012 판결

[손해배상(기)] 상고[각공2012하,1248]

판시사항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갑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게시판에 을이 자신의 ID를 사용하여 익명으로 게시물을 게재하였는데, 수사기관으로부터 게시물 작성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갑 회사가 을의 ‘ID,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휴대폰 번호, 가입일자’를 제공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을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갑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게시판에 을이 자신의 ID를 사용하여 익명으로 게시물을 게재하였는데, 수사기관으로부터 게시물 작성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갑 회사가 을의 ‘ID, 이름,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휴대폰 번호, 가입일자’를 제공한 사안에서, 구 전기통신사업법(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3항 은 일반적인 수사협조 의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따라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고, 갑 회사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제공 여부 등을 적절히 심사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구체적으로는 침해되는 법익 상호 간의 이익 형량을 통한 위법성의 정도,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와 어느 범위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 갑 회사가 수사기관에 대해 을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한 행위는 을의 개인정보를 충실히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을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내지 익명표현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함으로써 을로 하여금 그 법익침해와 관련한 손해를 입도록 한 것이므로, 갑 회사는 을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박주민 외 1인)

피고, 피항소인

엔에이치엔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담당변호사 김기중)

변론종결

2012. 9. 18.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의 4분의 1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100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경찰서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인터넷에서 정보검색, 커뮤니티 주1) , 오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그 도메인 이름은 ‘www.naver.com’이고, 이하 ‘네이버’라 한다)를 운영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 주2) , 피고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네이버를 방문하는 사용자들에게 배너광고를 노출하거나 우선순위 검색 결과 도출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광고영업을 하여 그로부터 얻는 광고수익을 영업의 주된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나. 네이버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정한 양식에 따른 가입신청을 하고 약관에 동의하여 회원가입을 하여야 하는데 주3) , 피고의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 취급방침 중 개인정보보호에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1) 이용약관
제7조(개인정보 보호의무)
피고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정보의 보호 및 사용에 대해서는 관련 법 및 피고의 개인정보 취급방침이 적용됩니다.
2) 개인정보 취급방침
2.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
가. 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 이행 및 서비스 제공에 따른 요금정산
나. 회원관리
다.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광고에의 활용
3. 개인정보의 공유 및 제공
피고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2.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에서 고지한 범위 내에서 사용하며,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는 동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단, 아래의 경우에는 예외로 합니다.
- 이용자들이 사전에 공개에 동의한 경우
- 법령의 규정에 의거하거나 수사 목적으로 법령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는 경우
9. 개인정보의 기술적/관리적 보호 대책
피고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취급함에 있어 개인정보가 분실, 도난, 누출, 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안정성 확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기술적/관리적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라. 개인정보보호 전담기구의 운영
그리고 사내 개인정보보호 전담기구 등을 통하여 네이버 개인정보취급방침의 이행사항 및 담당자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여 문제가 발견될 경우 즉시 수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 이용자 본인의 부주의나 인터넷상의 문제로 ID,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발생한 문제에 대해 피고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 원고는 2004. 10. 10. 위 네이버 약관에 동의하고 회원으로 가입하여 피고와 사이에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한 이후 네이버에 개설된 “△△△△△△ Class^^”라는 카페(홈페이지 주소 생략, 이하 ‘이 사건 카페’라 한다)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는데, 이 사건 카페는 영어 학원 강사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활용 목적으로 만든 것이어서 회원 수는 1,500명 정도이나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의 대부분은 당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이었다.

라. 원고는 2010. 3. 4.경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소외 1 장관이 금메달리스트인 소외 2 선수를 환영하면서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드리자 소외 2 선수가 이를 피하는 듯한 장면을 편집한 사진(이하 ‘이 사건 게시물’이라 한다 주4) ) 이 게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이 사건 카페의 유머게시판에 ‘퍼옴’이라고 표시하여 올렸다.

마. 그 후 소외 1 장관은 2010. 3. 5. 이 사건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들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경찰서장은 2010. 3. 8. 피고에게 아래와 같이 원고 외 2명의 인적사항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이때 ○○○○경찰서장은 통신자료 제공요청서 이외에 어떠한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본문내 포함된 표
가입자 일체불상
요청사유 및 가입자와의 연관성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용의자 수사
조회의뢰사항 웹 주소: (홈페이지 주소 생략)/4133
글 게시일시: 2010. 3. 4. 19:39
(글 제목: [정치적?] 소외 2와 소외 1..)
위 대상자의 아이디와 인적사항 일체

바. 피고는 그로부터 이틀 뒤 ○○○○경찰서장에게 원고 외 2명의 ‘네이버 ID, 이름, 주민번호, 이메일, 휴대폰 번호, 네이버 가입일자’를 제공하였다.

사. 이에 따라 ○○○○경찰서장은 원고를 소환하여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하였으나, 그 뒤 2010. 4. 28. 원고에 대한 고소가 취하되어 사건이 종결되었다.

아. 한편 피고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연간 수십만 건의 해당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받고 있고, 통신비밀 전담기구로 이사 1명, 팀장급 직원 1명, 실무자 4명으로 구성된 개인정보보호팀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위 전담기구가 개별적인 통신자료 요청 건에 대해 별도의 점검회의 등을 하지는 않고 있다.

2. 관련 법령

①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취급 중에 있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종사하였던 자는 그 재직 중에 통신에 관하여 알게 된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으로부터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받은 때에 이에 응할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 또는 해지 일자

제3항 의 규정에 의한 통신자료제공의 요청은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이하 ‘자료제공요청서’라 한다)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서면으로 요청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서면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사유가 해소된 때에 지체 없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자료제공요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⑧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의 통신비밀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여야 하며, 그 전담기구의 기능 및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8항 에 따른 전담기구(이하 ‘전담기구’라 한다)는 다음 각 호의 기능을 수행한다.

1. 이용자의 통신비밀에 관한 업무의 총괄

2. 전기통신사업자의 내부 직원 또는 제3자에 의한 위법·부당한 이용자의 통신비밀 침해행위에 대한 단속

5. 이용자로부터 제기되는 통신비밀에 관한 불만이나 의견의 처리

6. 통신비밀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 대한 교육

7. 그 밖에 이용자의 통신비밀 보호에 필요한 사항

3.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은 수사관서의 장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 반면,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이용약관 등을 통하여 원고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였고 이는 약관규정과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명문화되어 있으며 원고는 이를 신뢰하여 피고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

2) 피고로서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개인정보 제공 요청이 있더라도 구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 취지와 원고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조화롭게 판단하여 수사기관에 대해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제공하였어야 함에도 피고는 원고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무를 망각하고 기계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

3) 따라서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원고에 대한 계약상 채무불이행 및 신의칙상 부담하는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원고의 피침해이익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 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이와 같이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정보주체 스스로가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주5) .

한편 헌법 제21조 제1항 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격발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의사형성 및 진리발견의 수단이 되며, 국가와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와 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 되는데,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주6) .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이 사건 카페의 게시판에 자신의 ID를 사용하여 익명으로 이 사건 게시물을 게재한 사실, 피고는 ○○○○경찰서장으로부터 위 게시물 작성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경찰서장에게 원고의 ‘네이버 ID, 이름, 주민번호, 이메일, 휴대폰 번호, 네이버 가입일자’를 제공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개인정보자기정보결정권 및 익명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처럼 원고의 법익침해가 피고의 책임 및 원고의 손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다. 피고의 보호의무 위반

1) 살피건대,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는 이용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고,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는 점, ② 전기통신사업자인 동시에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피고는 그 제공 서비스의 내용과 기능, 피고가 보유하는 개인정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개인정보의 보호와 관련한 사무처리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의 공공성을 가진다고 보이는 점 주7) , ③ 피고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수익은 네이버 이용자의 수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구조로서, 개인정보의 보호·관리와 이에 대한 신뢰는 네이버 이용자 수의 증가로 이어져 결국 피고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신뢰가 깨어질 우려가 있다고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경우라면 이용자들로서는 자신의 익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감안하여 그 이용을 꺼려할 것임은 능히 추지된다고 할 것이며 이는 피고의 사업기반을 훼손시키는 결과와 다를 바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 스스로도 그러한 신뢰의 유지와 강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일은 그 사업의 존립목적에도 당연히 부합하게 될 것인 점, ④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은 일반적인 수사협조 의무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어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따라야 할 어떠한 의무도 없을뿐더러 주8) ,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자료를 취득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수사업무처리가 원칙적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 영장주의를 천명한 헌법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필경 피고도 이를 능히 인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인 지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점, ⑤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8항 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53조 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통신비밀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면서 위 전담기구가 수행할 기능으로 ‘이용자의 통신비밀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이러한 전담기구의 활동을 통하여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하여 보다 신중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주체라고 할 것이고 그 당연한 귀결로 그러한 역량에 걸맞은 개인정보 보호관리책무도 아울러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점, ⑥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원고의 개인정보와 같은 전자정보에 있어서도 영장주의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는 주9)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개별 사안에 따라 그 제공 여부 등을 적절히 심사하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침해되는 법익 상호 간의 이익 형량을 통한 위법성의 정도,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주10) 고려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범위까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서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의 ‘개인정보 취급방침’에는 개인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원칙의 예외로 “법령의 규정에 의하거나 수사 목적으로 법령에 정해진 절차와 방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는 경우”라고 기재되어 있어 마치 엄격한 요건 하에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공개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구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여 온 점, ② ○○○○경찰서장은 피고에게 이 사건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하면서 ‘요청사유 및 가입자와의 연관성’란에 단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용의자 수사’라고만 기재하고, 그 작성자의 ‘ID와 인적사항 일체’에 대한 조회를 의뢰하였는데, 이에 대해 피고는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검토 없이 원고의 ‘네이버 ID, 이름,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 네이버 가입일자’뿐만 아니라 구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제공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원고의 ‘이메일 주소’까지 제공한 점 주11) , ③ 한편 이 사건 게시물은 공적 인물인 장관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특히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될 것인바 주12) , 이 사건 게시물의 표현 대상과 내용, 표현 방법, 원고가 위 게시물을 게재한 동기와 그 경위 등에 비추어 위 게시물이 공적 인물인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는 위 게시물을 직접 생산하거나 편집한 바 없이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것을 이 사건 카페의 유머게시판에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여 위 게시물로 인한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원고의 개인정보 보호에 따른 이익보다 훨씬 중대한 것이라거나 수사기관에게 개인정보를 급박하게 제공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 주13)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수사기관에 대해 원고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한 행위는 원고의 개인정보를 충실히 보호하여야 할 의무에 위배하여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내지 익명표현의 자유를 위법하게 침해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그 법익침해와 관련한 손해를 입도록 하였다고 볼 것이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는, 수사기관에게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용약관에 따른 것으로서 원고도 위 약관에 동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자는 약관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당연히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무도 위반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네이버 이용약관에 “구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수사기관에 제공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을 제2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러한 부분을 고지하였다거나 원고가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이 피고에게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은 이상 위 규정에 따른 행위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이 언제나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피고는,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피고가 범죄성립 및 해당 범죄와 개인정보 제공 요청 대상자와의 관련성 정도를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수사관서의 장이 법령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민간 사업자에 불과한 피고가 이를 거부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어떠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피고가 사법기관에 준하는 엄격한 심사를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전기통신사업자이자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 그 제공 역무의 성격 등으로 인해 상당한 공공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하는 점, 이 사건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익명표현의 자유를 그 본질적 요소로 하는 것이어서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대해 피고는 일반 사인과는 달리 적절한 자기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어야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적어도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침해되는 법익 상호 간의 이익 형량을 통한 위법성의 정도,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 및 어느 범위까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것인지에 관해 충분히 심사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주14) ,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피고의 손해배상의무

피고의 위와 같은 개인정보 제공행위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고, 피고로서도 그러한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피고가 수사기관에게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위와 내용, 이후의 경과, 이 사건 게시물의 내용과 성격 및 명예훼손과의 관련성 존부,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공익목적 달성과 원고의 피침해법익과의 관계,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의 내용과 피고의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의무와의 충돌 접점의 조화, 영장주의 등 적법절차 준수를 천명한 헌법원칙의 관철의 필요성 등을 포함하여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원고에 대한 위자료는 500,000원으로 정하기로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정한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심경 김태균

주1) 피고가 제공하는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등의 서비스를 말한다.

주2) 피고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부가통신사업자이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이다.

주3) 다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뉴스 기사와 다른 게시물을 검색하여 볼 수는 있다.

주4)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른바 ‘회피 ○○’ 등으로 불리며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던 내용이다.

주5) 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3헌마282, 42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주6)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25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주7) 구 전기통신사업법제1조에서 전기통신사업의 운영을 적정하게 하여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기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함을 밝히고(제1조), 제3조 제2항에서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업무처리에 있어서 공평·신속·정확을 기하도록 하며, 제21조에서 부가통신사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자로 하여금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 및 절차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도 동일한 취지라 할 것이다.

주8) 이러한 점에서 수사관서의 장이 구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하여 개인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행위는 형사소송법 제19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의수사의 일종이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마43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주9) 개정 형사소송법 제106조는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 등을 압수할 수 있다(제3항). 법원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정보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제4항).”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점을 명백히 하였다.

주10) 대법원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침해되는 인격적 법익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표현행위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경우에는 개인이 공적인 존재인지 여부, 개인정보의 공공성 및 공익성, 개인정보 수집의 목적·절차·이용형태의 상당성, 개인정보 이용의 필요성, 개인정보 이용으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비공개 이익)과 표현행위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공개 이익)을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욱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8다424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주11) 이는 피고가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아무런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추단하게 하는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기관이 피고에게 ‘용의자’라고 기재하여 해당 이용자의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기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결과가 된다.

주12)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등 참조.

주13)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특히 공적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가 문제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인 피고로서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전담기구를 통해 수사협조 여부를 한층 더 신중히 판단하고, 수사에 대한 협조보다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주14) 피고가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을 거절한다고 하여 어떠한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필요한 자료를 획득할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가급적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개인정보 제공 여부 등을 결정하면 될 것이다.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1.13.선고 2010가합72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