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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9. 22. 선고 92도1855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업무방해][공1992.11.15.(932),3047]

판시사항

가.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 등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경우

나. 쟁의행위의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

다. 노동쟁의조정법 제14조 제16조 의 냉각기간이나 사전신고에 관한 규정의 취지 및 위 각 규정이 정한 시기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쟁의행위의 형사상 죄책 유무

판결요지

가.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거나 정지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므로,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업무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날 때에는 근로자는 업무방해죄 등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나. 쟁의행위의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은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고,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하며, 또 쟁의행위의 방법과 태양이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수반하거나 기타 고도의 반사회성을 띈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다.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에 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4조 제16조 는 냉각기간과 사전신고제를 규정하고, 같은 법 제47조 제48조 는 위 각 규정위반행위에 대하여 벌칙규정까지 두고 있으나, 위 냉각기간이나 사전신고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 조정하여 쟁의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고 또 쟁의발생을 사전 예고케 하여 손해방지조치의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쟁의행위가 위 냉각기간이나 사전신고의 규정이 정한 시기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 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는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 형사상 죄책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업무방해의 점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거나 정지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노동쟁의조정법 제3조 참조),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업무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나, 이러한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날 때에는 근로자는 업무방해죄 등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편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정당성의 요건은 쟁의행위가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고,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하며, 또 쟁의행위의 방법과 태양이 폭력 또는 파괴행위를 수반하거나 기타 고도의 반사회성을 띈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쟁의행위의 시기와 절차에 관하여 노동쟁의조정법 제14조 제16조 는 냉각기간과 사전신고제를 규정하고 같은 법 제47조 제48조 는 위 각 규정위반행위에 대하여 벌칙규정까지 두고 있으나, 위 냉각기간이나 사전신고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 조정하여 쟁의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고 또 쟁의발생을 사전 예고케 하여 손해방지조치의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쟁의행위가 위 냉각기간이나 사전신고의 규정이 정한 시기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 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는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 형사상 죄책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당국에 신고없이 (1) 1990.12.21. 07:40경부터 동일 07:50경까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60의 29 소재 성화(주)의 앞 노상과 사내운동장에서 공소외 B가 위장취업을 이유로 해고하자, 노조원 20여명을 모아놓고 B의 해고를 철회하라 사장이 배짱이면 노동자는 깡다구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소란을 피우게 하여 집회를 주도함과 동시에 관리직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방해 및 작업지연으로 동 회사에 금 949,000원 상당 생산차질을 가져오게 하는 등으로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고, (2) 1991.4.24. 07:30경부터 동일 07:50경까지 동 회사 정문 앞에서 공소외 C가 위장취업을 이유로 해고되자 근로자 약 150명을 모이게 한 후 C 복직을 주장하면서 “부당해고 박살내고 91임투 승리하자” 등의 구호와 “단결투쟁가”, “동지가” 등 노동가를 선창하고, 참가자들이 후창하는 방법으로 집회를 주도함과 동시에 관리직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방해 및 작업지연으로 동 회사에 금 949,000원 상당 생산차질을 가져오는 등으로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고, 같은 달 25. 같은 달 26. 같은 달 27. 같은 달 29일에도 동일 시간대에 동일한 장소에 같은 방법으로 집회를 주도함과 동시에 관리직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방해 및 작업지연으로 동 회사에 도합 4,745,000원 상당의 생산차질을 가져오게 하여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고, (3) 동년 5.24. 07:40경부터 동일 08:00경까지와 동년 5.25. 07:40경부터 동일 08:00경까지 위 회사 앞에서 노사간 임금협상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근로자 약 200여명을 모이게 한 후 “노동탄압 박살내고 91임투 승리하자”라는 등의 구호와 노동가, 파업가 등을 선창하고 참가자들이 후창하는 방법으로 집회를 주도함과 동시에 관리직 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방해 및 작업지연으로 동 회사에 1,898,000원 상당의 생산차질을 가져오게 하여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4) 동년 5.30. 07:40경부터 동일 08:00경까지 위 회사 앞에서 부근 공단내 한국키스톤발브회사 앞까지 노사간 임금교섭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근로자 약 300여명을 규합한 뒤 “조합원이 하나되어 91임투 승리하자”라는 등의 구호와 노동가, 파업가 등을 선창하고 참가자들이 후창하는 방법으로 집회시위를 주도함과 동시에 관리직 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방해 및 작업지연으로 동 회사금 949,000원 상당의 생산차질을 가져오게 하여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인을 업무방해죄로 의율처단한 1심판결을 정당하다 하여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우선 제1심이 판시한 업무방해의 내용이 피고인이 그 판시와 같은 집회를 주도하는 외에 별도로 관리직사원과 비노조원 등의 작업을 방해하고 작업을 지연케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판시와 같은 집회를 주도함으로써 그 집회행위로 그 판시와 같은 작업방해, 작업지연 등을 초래하였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만일 전자의 경우라면, 업무방해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심거시 증거를 살펴보아도 구체적인 업무방해행위를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이와 달리 후자의 경우라면, 피고인은 위 회사의 출근시간인 08:00전에 집회를 끝냈으므로 위 회사의 업무를 저해한 바 없다고 변소하고 있고,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이유설시에 의하더라도 1990.12.21., 1991.4.24., 같은 달 25. 같은 달 26. 같은 달 27. 같은 달 29.의 6차례 집회는 07:50경까지 하였고, 1991.5.24. 같은 달 25. 같은 달 30.의 3차례 집회는 08:00경까지 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만일 위 회사의 출근시간이 08:00라면 07:50경까지 집회를 끝낸 6차례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개시 전이어서 업무방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또 08:00경까지 집회를 끝낸 3차례의 경우도 위 출근시간이 바로 작업개시시간을 의미하지 않는 한 업무방해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제1심 판결이 채용한 사법경찰관사무취급작성의 D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면 동인은 작업이 08:00에 시작하는데 피고인 등의 집회로 10분간 방해를 받았으므로 1시간당 신발생산량 400족을 기준으로 10분간의 생산량 65족 시가 949,000원 상당을 생산하지 못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동인에 대한 검사작성의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면 작업시간은 08:00부터이나 10분 전인 07:50경에 작업라인에 작업준비를 하여야 하는데 피고인 등의 집회 등 행위로 20분 간 지연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또 검사의 E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면 동인은 관리자 등은 07:30경까지 출근하여 작업준비를 하고 근로자들도 07:40경까지 출근하여 작업준비를 하고 08:00에 작업이 개시되는데 피고인 등의 집회행위로 08:00에 작업개시를 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1심증인 D의 증언에 의하면 위 회사의 출근시간은 08:00이고 근로자는 08:00까지 정문에서 출근카드를 찍으면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진술하고 또 피고인 등이 정문쪽에서 집회를 하면서도 관리직 사원들이 출근할 때에는 길을 비켜주어 출근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일반적으로 출근시간은 근무처에 도착하는 시간으로서 작업준비시간을 거쳐 작업에 착수하는 작업개시시간과 같지 않은 점과 위 D의 법정증언내용에 비추어 보면 검사의 D, E에 대한 각 진술조서 및 사법경찰관사무취급작성의 D에 대한 진술조서의 각 기재내용은 선뜻 믿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구체적으로 위 회사의 실제 작업개시시간과 피고인 등의 집회행위로 인한 작업방해 여부를 밝히고 그것이 업무방해의 형사상 책임을 물을만큼 정당성이 결여되었던 것인지를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만연히 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있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유지한 1심판시 내용과 같이 피고인이 신고없이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하고 또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시위에 참가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판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에 관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없다.

3. 결국 원심판결은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위에서 설시한 이유로 도저히 유지될 수 없는바, 원심판결은 업무방해죄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이회창 배만운 최종영

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92.6.25.선고 92노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