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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7. 30. 선고 2007헌바120 결정문 [구 병역법 제94조 등 위헌소원]

[결정문]

사건

2007헌바120 구 병역법 제94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김○범

대리인 변호사 이재욱

당해사건

인천지방법원 2005노1443 병역법위반

주문

병역법(2002. 12. 5. 법률 제6749호로 개정된 것) 제94조 제1항 중 ‘제70조 제1항(2002. 12. 5. 법률 제6749호로 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한 사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병역의무자인바, 국외여행을 하고자 할 때에는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2003. 7. 6. 제주시 용담 2동 2002 소재 제주공항에서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이용하여 일본으로 출국하였다는 이유로 병역

법위반으로 2005. 6. 10. 인천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인천지방법원 2004고단4823).

청구인은 인천지방법원에 항소(인천지방법원 2005노1443)하였으며 그 소송계속 중 병역법 제94조제70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2005초기2131호)을 하였으나, 2007. 10. 11. 위 법원이 항소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헌제청신청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2007도9118)함과 아울러 2007. 11.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병역법(2002. 12. 5. 법률 제6749호로 개정된 것) 제94조 제1항 중 ‘제70조 제1항(2002. 12. 5. 법률 제6749호로 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한 사람’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심판대상 조항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94조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 제70조 제1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한 사람,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없이 허가된 기간내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제83조 제2항 제9호의 규정에 의한 귀국명령에 위반하여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을 포함한다)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관련 조항〕

구 병역법(2002. 12. 5. 법률 제6749호로 개정되고 2005. 3. 31. 법률 제7430호

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 (국외여행의 허가 및 취소<개정 2004. 12. 31.>) ① 병역의무자로서 다음 각호외의 사람이 국외여행을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인이 서명한 귀국보증서를 첨부하여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국외이주를 하는 사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귀국보증서를 첨부하지 아니하게 할 수 있다.

1. 현역복무를 마친 사람(현역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사람을 포함한다)

2. 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사람(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사람을 포함한다)

3.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

② 병무청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외여행허가의 대상자중 정당한 사유없이 징병검사 또는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거나 기피하고 있는 사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외여행허가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가족의 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국외여행의 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기간내에 귀국하기 어려운 때에는 기간만료 15일전까지,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에 출국한 사람은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5일까지 병무청장의 국외여행 또는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귀국보증서의 첨부에 관하여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④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국외여행 또는 기간연장허가의 범위 및 절차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⑤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출국할 때에는

출국확인을 받고 귀국할 때에는 귀국신고를 하여야 한다.

⑥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보증인은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 허가기간 내에 귀국하지 아니한 때에는 귀국조치를 하는 등 보증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⑦ 제1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외여행 또는 기간연장허가를 받은 사람이 국내에서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에는 국외여행허가 또는 기간연장허가를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제145조 (국외여행허가) ① 법 제70조제2항 또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외여행허가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출국예정일 2일전까지 병무청장에게,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에 출국한 사람은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5일까지 재외공관장을 거쳐 병무청장에게 국외여행허가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국외여행허가신청서에는 다음 각호의 보증인이 연대하여 보증한 귀국보증서와 국방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다만, 국외이주를 하는 사람이나 공무상 출장을 위하여 국외여행을 하는 공무원의 경우에는 귀국보증서를 첨부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호주․부 또는 모중 1인의 보증인

2. 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납부금액 등 병무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이하 이 항에서 "기준"이라 한다)에 의하여 제170조의 규정에 의한 과태료의 납부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서 그 신원을 보증할 만한 사람중 1인(호주․부 및

모가 없거나 있어도 과태료의 납부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과태료의 납부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2인)의 보증인. 다만, 재산세 등의 납부금액이 기준에서 정하는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병무청장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증인의 수를 2인 이상으로 할 수 있다.

③ 내지 ④ (생략)

⑤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에 해외이주법의 규정에 의하여 이주한 사람 또는 국외에서 출생한 사람으로서 거주여권을 가진 사람이 일시 귀국하여 다시 출국하는 경우에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⑥ 징병검사 또는 징․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 군복무 및 공익근무요원등의 복무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외여행허가를 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1)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은 1 내지 3호의 예외를 제외한 모든 병역의무자에 대하여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 같은 조 제4항에서는 국외여행허가의 범위 및 절차에 대해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만으로는 같은 법 제94조에서 처벌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는 ‘국외여행허가’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 의해서는 국외여행허가의 범위와 절차에 관하여 전혀 파악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4항은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국외여행허가의 범위 및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

(3)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의 위임에 의하여 병역법 시행령에서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별도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자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경우를 위한 예외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자들까지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모순이 생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국외여행허가’의 의미는 문언 그대로 병역의무자가 국외로 출국하는 경우 귀국보증서를 첨부하여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서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어 일반 수범자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고, 법의 해석․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집행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므로 국외여행허가의 범위나 절차가 시행령 규정을 살펴보아야만 알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국외여행허가’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은 같은 조 제1항의 국외여행허가의 범위와 절차에 관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그 구체적인 기준을 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병역행정의 경우 사회현실의 변화나 병역수급상황, 관련법령과의 조정, 기술성, 전문성 및 다양성 등에 비추어 법률보다 더 탄력성이 있는 하위법령에 구체적인 기준을 위임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점, 병역법 규정들을 유기적, 체계적으로 관찰할 때 위 위임입법에는 국외여행허가 및 허가제한사유나 허가절차 등을 구체화한 내용

일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다만 시행령 제145조 제5항, 제149조에 해외이주법상의 이주자 등으로서 거주여권을 가진 자나 국외 영주권자 등의 경우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행정입법의 필요성, 위 규정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한을 해제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3) 병역법 제70조 제4항의 위임에 의한 시행령상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의 경우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이와 달리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의 경우도 처벌대상이 된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체계의 모순이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다. 병무청장의 의견

(1) 병역의무를 부과할 때 형평성을 유지함은 물론 정확한 병역자원의 관리와 병역면탈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도 강구하여야 한다.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허가는 이러한 병역자원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자가 국외로 출국하는 경우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다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없이 모든 병역의무자에게 예측가능성이 확보되어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라. 국방부장관의 의견

대체로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결정의 이유와 동일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연혁

(1) 민주국가에서 병역의무는 납세의무와 더불어 국가라는 정치적 공동체의 존립ㆍ유지를 위하여 국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국가방위를 도모하는 것은 국가공동체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헌법적 가치라 할 수 있는바, 우리 헌법 제5조 제2항, 제39조는 국방과 병역의무가 지닌 이러한 헌법적 가치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설정에 따라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제3조),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에 제1국민역에 편입됨으로써(제8조 제1항) 실질적인 병역의무자가 되고,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병역의무의 기피를 차단하기 위한 병역법상의 여러 가지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 된다(헌재 2004. 8. 26. 2002헌바13 , 판례집 16-2 상, 195, 202).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병역의무자에 대하여 국외여행시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하고, 허가없이 출국하면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국외여행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병역자원관리를 위한 병역법상의 규제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2)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허가제도는 1962. 10. 1 법률 제1163호로 신설되었는데, 당시에는 40세 이하 병역의무자를 대상으로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1970. 12. 31. 법률 제2259호 전문개정시 병역의무자로서 현역이나 실역복무를 마친 자 및 징병검사와 입영의무가 면제된 자는 국외여행시 관할지방병무청장에 신고를 하고, 그 이외의 병역의무자는 2인 이상의 보증서를 첨부하여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개정되었다.

1993. 12. 31. 법률 제4685호로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방위소집제도가 폐지되고 공익근무요원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외여행신고대상이 현역복무나 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사람,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신고 및 허가제도는 계속 유지되다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1999. 12. 28. 법 개정시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대한 국외여행신고제도가 폐지되었다.

그 후 2005. 3. 31. 법 개정시에는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때 보증인의 귀국보증서를 첨부하도록 하던 제도를 폐지하였다(제70조 제1항). 그리고 2006. 9. 22. 법 개정시에는 ‘25세가 되지 아니한 사람’은 자유로이 국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종전의 국외여행허가제도가 징병제하에서 병역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그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병역의무부과에 큰 지장이 없는 사람까지도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에 해당하므로 병역법상 30세까지 현역병 입영의무 등을 부과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25세가 되지 아니한 사람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국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232).

즉, 법치국가 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대하여 요구되는 것인바,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수범자가 알 수 없다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확보될 수 없게 되고, 또한 법 집행당국에 의한 자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341-342).

이와 같은 명확성의 원칙은 특히 처벌법규에 있어서 엄격히 요구되나, 그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의를 허용하지 않는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더라도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야 하므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3.

3. 11. 92헌바33 , 판례집 5-1, 29, 47-48 ; 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판례집 6-2, 15, 32-33 ; 헌재 1995. 5. 25. 93헌바23 , 판례집 7-1, 638, 647-648 ; 헌재 2000. 11. 30. 99헌바95 , 판례집 12-2, 298, 310 참조 ; 헌재 2002. 4.25. 2001헌바26 , 판례집 14-1, 301, 321-322).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자로서 현역복무 또는 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치거나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 이외에는 국외여행시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시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이 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가) 국외여행허가대상

1) 병역의무자

우리나라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18세에 제1국민역에 편입됨으로써 병역의무자가 된다(병역법 제3조 제1항, 제8조 제1항).

병역은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제1국민역과 제2국민역으로 구분되며(병역법 제5조 제1항), 병역의무자는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검사를 받아야 한다(병역법 제11조 제1항). 그 결과 신체가 건장하여 현역 또는 보충역에 복무할 수 있는 사람은 체력과 건강의 정도에 따라 1급부터 4급으로 판정하게 되며, 현역 또는 보충역 근무는 할 수 없으나 제2국민역 복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5급, 질병 또는 심신장애

로 모든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6급, 현재 질병치료 중이어서 일정기간이 지난 후 재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7급으로 판정하게 된다(병역법 제12조 제1항).

현역입영대상자 또는 보충역으로서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 1년6월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 외관상 식별이 명확한 혼혈인, 고아, 귀화자, 중학교를 졸업하지 아니한 사람은 제2국민역에 편입할 수 있다(병역법 제62조 제1항 제1호, 제65조 제1항 제3호,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130조, 제136조 제1항 제2호).

그리고 제1국민역으로서 전신기형자등 외관상 명백한 장애인(신체등위가 6급에 해당하는 사람에 한함) 또는 군사분계선이북지역에서 이주하여 온 사람에 대하여는 원에 의하여 징병검사를 하지 아니하고 병역을 면제할 수 있다(병역법 제64조 제1항).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자로서 6년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병역에 복무할 수 없으며 병적에서 제적된다(병역법 제3조 제4항). 징병검사․현역병입영 또는 공익근무요원소집의무는 31세부터 면제되며, 면제된 사람은 제2국민역에 편입한다(병역법 제71조 제1항)

한편 2004. 12. 31. 개정 전의 구 병역법 제6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조건부영주권을 얻은 사람을 제외) 또는 영주권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무기한 체류자격을 얻은 사람은 원에 의하여 징병검사를 하지 아니하고 병역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이 병역면제의 처분을 받은 사람이더라도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하거나 1년이상 국내에서 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는 병역면제의 처분과 국외여행허가를 취소하고 병역

의무를 부과할 수 있었다(구 병역법 시행령 134조 제8항).

2) 국외여행허가대상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 의하면 병역의무자 중 ①현역복무를 마친 사람(현역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사람을 포함), ②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사람(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것으로 보는 사람을 포함), ③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국외여행을 하고자 할 때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국외여행허가의 대상자 중 정당한 사유없이 징병검사 또는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거나 기피하고 있는 사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국외여행허가를 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병역의무의 기피를 차단하고자 하는 데 있고, 구 병역법은 병역의 종류, 병역의무자에 대하여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병역의무자 중 현역복무나 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사람,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과 같이 병역복무의무를 이행하였거나 이러한 복무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람을 국외여행허가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병역의무자 중 아직 현역이나 보충역 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 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 국외여행허가

국외여행은 국민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대한민국 밖의 지역으로 출국하는 것을 뜻하며, 국외여행허가는 이러한 외국으로의 출국에 대하여 허가를 받을 것을 뜻하므로 그 의미에 불명확함이 없다.

(다) 소결

그러므로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병역의무의 기피를 차단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병역의무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제1국민역과 제2국민역으로 구분되고, 현역복무나 공익근무요원복무를 마친 사람, 제2국민역에 편입된 사람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병역의무자 중 아직 현역이나 보충역 등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 될 것임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이 1 내지 3호의 예외를 제외한 모든 병역의무자에 대하여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이 조항으로부터는 국외여행허가의 범위와 절차를 파악할 수 없고,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은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국외여행허가의 범위 및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해 살펴본다.

(가) 우리 헌법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그 근거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입법에 관한 헌법 제75조는 처벌법규에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 1994. 6. 30. 93헌가15 등, 판례집 6-1, 576, 585 참조). 즉 위임입법의 대상이 형벌에 관한 사항인 경우에는 위임입법의 한계는 더욱 더 제한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헌재 2008. 4.24. 2004헌바92 , 공보 제139호 , 528, 532-532).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자가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며,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은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때 보증인이 서명한 귀국보증서를 첨부하도록 하면서 귀국보증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즉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국외여행허가신청서를 제출할 때 첨부하여야 하는 보증인의 귀국보증서에 관한 부분이며, 국외여행허가의 범위 및 절차에 관한 부분은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에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고 병역의무의 기피를 차단함으로써 병역자원을 관리하기 위하여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시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보증인의 귀국보증서는 병역의무자가 병역의무이행을 위해 귀국할 것을 담보하는 수단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은 병역의무자가 국외여행을 하더라도 귀국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을 담보할 수 있는 보증인에 의한 귀국보증서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될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현실의 변화, 병역수급상황 등에 비추어 병역의무자의 병역의무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보증인의 귀국보증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법률보다 더 탄력성 있는 하위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보증인의 귀국보증서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국외여행허가신청서를 제출할 때 첨부하여야 하는 보증인의 귀국보증서에 관한 부분이며, 국외여행허가의 범위 및 절차에 관한 부분은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에서 의하여 대통령령에 위임되고 있다.

당해사건의 제1심에서 청구인은 병역의무자로서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이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하였다는 이유로 구 병역법 제94조제70조 제1항에 의하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청구인은 자신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다투고 있는바, 그렇다면 당해사건에서의 쟁점은 청구인이 구 병역법 제70조 제1항에 의한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라 할 것이다.

따라서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에서 국외여행 또는 기간연장허가의 범위 및 절차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되는지 여부는 당해사건과 관련이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않기로 한다.

(4)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70조 제4항의 위임에 의하여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국외

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별도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자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경우를 위한 예외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자들까지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병역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제1국민역에 편입되기 전에 「해외이주법」의 규정에 의하여 이주한 사람 또는 국외에서 출생한 사람으로서 거주여권을 가진 사람이 일시 귀국하여 다시 출국하는 경우에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구 병역법 시행령 제145조 제5항). 그리고 병역의무자 또는 그 부모가 국외영주권취득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병역의무자 본인이 국내에서 영주할 목적으로 귀국할 때까지를 허가기간으로 하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구 병역법 시행령 제149조 제1항).

그런데 청구인의 주장과는 달리 이처럼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받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9. 7.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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