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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5. 2. 23. 선고 93헌바43 판례집 [형법 제35조 등 위헌소원]

[판례집7권 1집 222~23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요건인‘재판(裁判)의 전제성(前提性)’

2. 누범가중과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

3. 누범가중과 평등(平等)의 원칙

결정요지

1.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재판(裁判)의 전제(前提)라함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위헌제청신청 당시 법원에 현재 계속(係屬)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適用)되는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계속중인 당해 사건의 주문(主文)이나 결론(結論)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하나, 비록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사유(事由)를 달리하는 데 관련되어 있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法律的) 의미(意味)가 달라지는 경우이어야 한다.

2. 형법 제35조 제1항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前犯)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前犯)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는 전범(前犯)도 후범(後犯)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므로,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것이 헌법상의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위배하여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많고, 누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형벌목적에 비추어 보아, 형법 제35조가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人間)의 존엄성(尊嚴性) 존중이라는 헌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도 아니며, 누범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 더 나아가 사회의 질서유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는 것이므로 이는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이어서 헌법상의 평등(平等)의 원칙(原則)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당사자

청구인 : 오○식

대리인 변호사 조영황(국선)

관련소송사건 : 서울형사지방법원 93노1944(공갈,

공갈미수)

심판대상조문

형법(刑法) 제35조 (누범(累犯)) ① 금고(禁錮) 이상(以上)의 형(刑)을 받아 그 집행(執行)을 종료(終了)하거나 면제(免除)를 받은후(後) 3년(年) 내(內)에 금고(禁錮) 이상(以上)에 해당(該當)하는 죄(罪)를 범(犯)한 자(者)는 누범(累犯)으로 처벌(處罰)한다.

② 누범(累犯)의 형(刑)은 그 죄(罪)에 정(定)한 형(刑)의 장기(長期)의 2배(培)까지 가중(加重)한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1조 (변호인(辯護人)의 자격(資格)과 특별변호인(特別辯護人)) 변호인(辯護人)은 변호사(辯護士) 중에서 선임(選任)하여야 한다. 단(但) 대법원(大法院) 이외(以外)의 법원(法院)은 특별(特別)한 사정(事情)이 있으면 변호사(辯護士) 아닌 자(者)를 변호인(辯護人)으로 선택(選擇)함을 허가(許可)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刑事訴訟法) 제33조 (국선변호인(國選辯護人)) 다음 경우(境遇)에 변호인(辯護人)이 없는 때에는 법원(法院)은 직권(職權)으로 변호인(辯護人)을 선정(選定)하여야 한다.

1.∼4. 생략

5. 피고인(被告人)이 빈곤(貧困) 기타(其他) 사유(事由)로 변호인(辯護人)을 선임(選任)할 수 없는 때. 단(但) 피고인(被告人)의 청구(請求)가 있는 때에 한(限)한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계구(戒具)) ① 수형자(受刑者)의 도주(逃走), 폭행(暴行), 소요(騷擾) 또는 자살(自殺)의 방지(防止) 기타(其他) 필요(必要)한 경우(境遇)

에는 계구(戒具)를 사용(使用)할 수 있다.

② 계구(戒具)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포승(捕繩)

2. 수갑(手匣)

3. 연쇄

4. 방성구(防聲具)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접견(接見)과 서신(書信)의 수발(受發)) ① 수형자(受刑者)는 소장(所長)의 허가(許可)를 받아 타인(他人)과 접견(接見)하거나 서신(書信)을 수발(受發)할 수 있다.

② 친족(親族) 이외(以外)의 자(者)와의 접견(接見)과 서신(書信) 수발(受發)은 필요(必要)한 용무(用務)가 있을 때에 한(限)한다.

③ 수형자(受刑者)의 접견(接見)과 서신(書信) 수발(受發)은 교도관(矯導官)의 참여(參與) 또는 검열(檢閱)을 요(要)한다.

④ 접견(接見), 참여(參與), 서신(書信)의 검열(檢閱) 및 접견(接見)과 서신(書信)의 제한(制限)에 관(關)하여 필요(必要)한 사항(事項)은 대통령령(大統領令)으로 정(定)한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서신등(書信等)의 영치(領置)) 수형자(受刑者)에 교부(交付)된 서신(書信) 기타(其他) 문서(文書)는 본인(本人)이 열독(閱讀)한 후(後) 이를 영치(領置)한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교회(敎誨)) ① 삭제(削除)

② 수형자(受刑者)가 그가 신봉(信奉)하고 있는 종파(宗派)의 교의(敎義)에 의(依)한

특별교회(特別敎誨)를 청원(請願)할 때에는 당해소장(當該所長)은 그 종파(宗派)에 위촉(委囑)하여 교회(敎誨)를 할 수 있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 (징벌(懲罰)) ① 수형자(受刑者)가 규율(規律)을 위반(違反)한 때에는 징벌(懲罰)에 처(處)한다.

② 징벌(懲罰)의 종류(種類)는 다음과 같다.

1. 생략

2. 3월(月) 이내의 도서열독(圖書閱讀)금지

3. 청원작업(請願作業)의 정지

4. 5일(日) 이내의 운동(運動)정지

5. 생략

6. 2월(月) 이내의 작업(作業)정지

7. 2월(月) 이내의 접견(接見)·서신(書信)금지

8. 2월(月) 이내의 금치(禁置)

9. 7일(日) 이내의 감식(減食)

③ 징벌(懲罰)을 과(科)함에 있어서 필요(必要)한 기준(基準)은 법무부장관(法務部長官) 정(定)한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2조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에 대(對)한 본법(本法)의 준용(準用)) 미결수용자(未決收容者)에 대(對)하여 본법(本法) 또는 본법(本法)의 규정(規定)에 의(依)하여 발(發)하는 명령(命令)에 특별(特別)한 규정(規定)이 없는 때에는 수형자(受刑者)에 관(關)한 규정(規定)을 준용(準用)한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3조 (참관금지(參觀禁止)) 구치소(拘置所)의 미결수용실(未決收容室)은 참관(參觀)할 수 없다.

행형법(行刑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작업(作業)과 교회(敎誨) 구치소(拘置所)와 미결수용실(未決收容室)의 수용자(收容者)에 대(對)하여는 신청(申請)이 있는 경우(境遇)에 한(限)하여 작업(作業)을 과(課)하거나 교회(敎誨)를 행(行)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41조 (위헌여부심판(違憲與否審判)의 제청(提請)) ① 법률(法律)이 헌법(憲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裁判)의 전제(前提)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事件)을 담당하는 법원(法院)(군사법원(軍事法院)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職權) 또는 당사자(當事者)의 신청(申請)에 의한 결정(決定)으로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에 위헌여부(違憲與否)의 재판(裁判)을 제청(提請)한다.

②∼⑤ 생략

참조판례

1.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1993.11.25. 선고, 92헌바39 결정

3. 1994.2.24. 선고, 92헌바43 결정

주문

이 심판청구 중 형사소송법 제31조, 제33조 제5호, 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되기 전의 행형법 제62조,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8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 제31조, 제46조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항, 제63조, 제67조에 대한 청구는 각하하고,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일건 기록을 살피면, 청구인은 1990.5.4.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1991.1.29. 그 판결이 확정되어 복역하다가 출소한 후, 다시 공갈, 공갈미수의 죄로 기소되어 1993.3.17.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이 누범가중을 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하자, 이에 불복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부에 항소하여 같은 법원에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 형사소송법 제31조, 제33조 제5호, 행형법(1994.12.31. 법률 제5015호로 개정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2조,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8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 제31조, 제46조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항, 제63조, 제67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형사지방법원 93초3297 사건) 같은 법원이 1993.8.17. 이를 기각하자 같은 해 9.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누범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 변호인의 자격 및 특별변호인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조, 국선변호인에 관하여 규정한 같은 법 제33조 제5호,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발하는 명령에 관하여 행형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한 행형법 제62조 및 미결수용자에게도 적용되는 규정 중 같은 법 제14조(계구) 제1항, 제2항, 제18조(접견

과 서신의 수발)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서신 등의 영치), 제31조(교회), 제46조(징벌)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항, 같은 법 제63조(참관금지), 제67조(작업과 교회)의 각 규정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형법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2) 형사소송법 제31조(변호인의 자격과 특별변호인) 변호인은 변호사 중에서 선임하여야 한다. 단 대법원 이외의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변호사 아닌 자를 변호인으로 선임함을 허가할 수 있다.

(3) 형사소송법 제33조(국선변호인) 다음 경우에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5. 피고인이 빈곤 기타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 단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 한한다.

(4) 행형법 제62조(미결수용자에 대한 본법의 준용)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본법 또는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때에는 수형자에 관한 규정(제46조 제2항 제7호의 접견·서신금지 중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자와의 접견·서신금지를 제외한다)을 준용한다.

같은 법 제14조(계구)

① 수형자의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방지 기타 필요한 경우에는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

② 계구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포승

2. 수갑

3. 연쇄

4. 방성구

같은 법 제18조(접견과 서신의 수발)

① 수형자는 소장의 허가를 받아 타인과 접견하거나 서신을 수발할 수 있다.

② 친족 이외의 자와의 접견과 서신수발은 필요한 용무가 있을 때에 한한다.

③ 수형자의 접견과 서신수발은 교도관의 참여 또는 검열을 요한다.

④ 접견참여, 서신의 검열 및 접견과 서신의 제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같은 법 제19조(서신 등의 영치) 수형자에 교부된 서신 기타 문서는 본인이 열독한 후에 이를 영치한다.

같은 법 제31조(교회)

① 삭제(80.12.22.)

② 수형자가 그가 신봉하고 있는 종파의 교의에 의한 특별교회를 청원할 때에는 당해 소정은 그 종파에 위촉하여 교회를 할 수 있다.

제46조(징벌)

① 수형자가 규율을 위반한 때에는 징벌에 처한다.

② 징벌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2. 3월 이내의 도서열독금지

3. 청원작업의 정지

4. 5일 이내의 운동정지

6. 2월 이내의 작업정지

7. 2월 이내의 접견·서신금지

8. 2월 이내의 금치

9. 7일 이내의 감식

③ 징벌을 과함에 있어서 필요한 기준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같은 법 제63조(참관금지) 구치소의 미결수용실은 참관할 수 없다.

같은 법 제67조(작업과 교회) 구치소와 미결수용실의 수용자에 대하여는 신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작업을 과하거나 교회를 행할 수 있다.

2. 서울형사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가.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이유는 이미 형을 받은 자가 개전하지 아니하고 재범한 때에는 책임이 가중되고 행위자의 반사회적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누범가중을 한다고 하여 전에 형벌을 받은 범죄에 대하여 다시 형벌을 과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새로운 범죄에 대한 양형에 관한 것뿐이어서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 의하면 법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만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할 수 있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란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법률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된 권리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그러한 법률의 위헌 여부가 당해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장애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각 법률조항들 중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을 제외한 그외 법률조항들은

당해 사건(93노1944호 공갈 등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청구인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형법 제35조 제1항은 전범을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전범이 다시 처벌을 받는 것이 되어 헌법 제13조 제1항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되고, 또한 전과자라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형사소송법 제31조는 변호인은 변호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법 제33조 제5호는 피고인이 빈곤 기타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때에는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에 한하여 국선변호인을 인정하고 피의자에게는 허용하지 아니한 것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3) 행형법은 주로 금고형, 징역형 등이 확정되어 복역하는 기결수에게 적용되는 법률인데, 위 법률을 미결수용자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미결구금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 의견 요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하고, 재판의 전제라 함은 문제된 법률이

당해 본안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므로, 본건 헌법소원의 심판대상법률 중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것은 청구인에 대한 누범가중 근거규정인 형법 제35조뿐이고 나머지 형사소송법 제31조, 제33조 제5호행형법 제62조, 제63조, 제67조 등의 위헌 여부는 위 본안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될 수 없다.

(2) 형법 제35조 소정의 누범가중은 전범을 다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거나 면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내에 다시 재범을 하였기 때문에 후범에 대한 책임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처벌되는 범죄는 어디까지나 후범이라 할 것이어서 이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개념은 형식적·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에 기한 사리에 맞는 차별은 허용한다는 실질적·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누범가중은 피고인의 책임과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형벌목적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하여 적정한 형을 양정하는 것으로 법관이 양형의 조건을 고려하여 누범을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결코 불합리한 차별이라 할 수 없다.

다. 검찰총장의 의견 요지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다.

4. 판단

가. 이 사건 기록을 살피면, 서울형사지방법원이 청구인 신청의 같은 법원 93초3297호 위헌제청신청사건에 대하여 1993.8.17.에 기각결정을 하고 청구인이 이 결정을 언제 송달받았는지는 불명하나

청구인이 위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인 1993.8.31.에 우리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2항 소정의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나. 그러나,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68조 제2항은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그 신청을 한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문제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재판의 전제라 함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위헌제청신청 당시 법원에 현재 계속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라 함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계속중인 당해

사건의 주문이나 결론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하나, 비록 재판의 주문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된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이 결론을 이끌어내는 이유를 달리하는 데 관련되어 있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이어야 한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1993.11.25. 선고, 92헌바39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93.3.17. 선고, 92고단3487 판결에 대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부에 항소를 제기하고,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 형사소송법 제31조, 제33조 제5호, 행형법 제62조,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8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 제31조, 제46조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 항, 제63조, 제67조가 바로 위 항소심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이라 하므로 살피면, 청구인은 1990.5.4.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업무상횡령죄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1991.1.29. 그 판결이 확정되어 복역하다가 출소한 후, 다시 공갈, 공갈미수죄로 기소되어 1993.3.17.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누범가중되어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자 이 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부(93노1944)에 항소하였으므로, 위 서울형사지방법원 항소부의 재판에 있어 그 전제가 되는 법률조항은, 청구인이 주장한 법률조항들 중 누범에 관한 규정인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뿐이고, 그 외 청구인이 위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한 형사소송법 제31조, 제33조 제5호, 행형법 제62조,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8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 제31조, 제46조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

항, 제63조, 제67조는 위 재판을 함에 있어 적용되지도 아니할 뿐만 아니라, 만약 적용된다 하더라도 판결의 주문이나 이유의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 주장의 법률조항들 중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을 제외한 나머지 법률조항들에 대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만을 다음에서 살피기로 한다.

다. 누범가중의 제도는 전범(前犯)에 대한 처벌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초로 후범을 중하게 처벌하게 되어 있어 전범이 후범과 합하여져 다시 처벌되는 것처럼 보이므로 누범가중의 제도가 헌법 제13조 제1항 후단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며 전범이 있다는 사실, 즉 전과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처럼 보여져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누범가중이 헌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누범가중과 일사부재리의 원칙

형법 제35조 제1항이 규정하는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로, 같은 법조 제2항에서 누범을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가중처벌하는 취지는 범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에 의하여 주어진 기왕의 경고에 따르지 아니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잘못된 범인의 생활태도 때문에 책임이 가중되어야 하고, 범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범죄추진력이 새로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행위책임이 가중되어야 한다는 데 있으며 또한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이 배려된 바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도 전범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다. 같은 법조항의 누범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 즉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만을 누범으로 하고 있으며, 그 형도 장기만을 가중하고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므로 누범을 심판하는 법관은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그 형의 최단기형을 선고할 수도 있는 것이며, 전범이 있다는 사실은 단지 하나의 정상으로서 법관의 양형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일 뿐, 전범 자체가 심판의 대상으로 되어 다시 처벌받기 때문에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것이 헌법상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하여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2) 누범가중과 평등의 원칙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전과자도 사회적 신분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며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이 전과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위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인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4.2.24. 선고, 92헌바43 결정 참조).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많고, 누범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라는 형벌목적에 비추어 보아, 형법 제35조가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한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의 이념에 반하는 것도 아니며, 누범을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 더 나아가 사회의 질서유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적정한 수단이기도 하는 것이므로 이는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이어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5.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형사소송법 제31조, 제

33조 제5호, 행형법 제62조, 제14조 제1항, 제2항, 제18조, 제1항 내지 제4항, 제19조, 제31조, 제46조 제1항, 제2항 제2호 내지 제4호, 제6호 내지 제9호, 제3항, 제63조, 제67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어 부적법하고 형법 제35조 제1항,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5. 2.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주심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