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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도10447 판결

[강제추행][미간행]

판시사항

파기환송 판결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의 기속력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인우 담당변호사 강호정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급법원 재판에서 한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하며( 법원조직법 제8조 ),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이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심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아니하는 한 그 판단에 기속된다 ( 대법원 2005. 3. 25. 선고 2003도3976 판결 ,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병원 물리치료사인 피고인이 2011. 12. 10. 13:00경부터 30분 동안 위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피해자(여, 30세)를 상대로 수기(수기)치료를 하던 중 피해자의 가슴을 수회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1) 제1심판결은 유죄로 인정하였고, (2) 환송 전 원심은, ① 범행장소인 물리치료실이 넓지 않고 비교적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 병원 직원이나 환자 등 여러 명이 함께 있었다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을 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며, 또한 피고인의 직장 동료인 제1심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2는 물론 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인 원심 증인 공소외 3까지 이 사건 당시 위 물리치료실 안에 여러 명의 직원과 환자들이 함께 있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이 없었거나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당시 현장 상황을 진술하고 있어,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제1심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정들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② 피해자가 제1심에 이어 원심 법정에서 증인으로 진술한 내용이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진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상당히 구체적일 뿐만 아니라 전후 상황에 대한 진술과도 부합하고 진술 태도가 자연스러우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사실오인 항소이유 주장을 배척하고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환송판결은 아래와 같은 취지의 이유를 들어, 환송 전 원심판결에는 강제추행죄의 성립과 공소사실의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여 환송 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1) 피해자는 여러 명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다수인이 수시로 출입하는 개방된 공간인 물리치료실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수기치료를 받고 있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치에 즉각 항의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데에 지장을 줄 만한 객관적 장애가 전혀 없었음이 분명함을 알 수 있고, 공소사실 자체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추행을 위하여 어떤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그저 분명히 말을 하거나 처치를 거부하고 자리를 뜨는 등의 지극히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피고인의 추행을 그만두게 하거나 추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약 30분에 이르는 수기치료 시간 내내 피고인으로부터 치료와 관계없음이 분명하다고 보이는 피해자 주장과 같은 추행을 당하였다고 하면서도, 단지 예민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피고인의 처치에 순응하였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싫다는 의사조차 뚜렷하게 표시하지 아니하였으며, 병원에도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다가 이틀 후에야 비로소 고소를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한 30세의 여성이 취할 만한 태도로는 보이지 않고, 과연 피해자 진술과 같은 피고인의 추행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하여 강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2) 더욱이 환송 전 원심의 인정과 같이, 피고인의 동료인 공소외 1, 공소외 2 외에 심지어 당시 치료를 받은 환자인 공소외 3까지 모두 일치하여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통상적인 수기치료를 실시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으며,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그와 같은 여럿의 일치된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된다는 것 외에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한다. 또한 위와 같이 목격한 내용 자체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위 물리치료실 안에 피고인과 피해자 외에 직원들과 환자가 번갈아 또는 함께 있었음이 인정된다.

(3)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적 차원의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 진술 내용에서 뚜렷한 모순점이나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점을 찾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제3자의 진술과 정황이 있다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피해자의 성향이 다소 소심하거나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오직 원심이 든 것과 같이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고 전후 모순이 없으며 진술 태도가 자연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반대되는 피고인의 진술과 객관적인 여러 사정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라. 그런데 환송 후 원심은 환송판결의 위 파기이유에 기초하여 다시 심리하면서, 검사의 신청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하여 제출명령을 실시하고, 피해자에 대하여 다시 증인신문 등을 실시한 다음, 아래와 같은 취지의 이유를 들어 환송판결의 위 파기이유에 따르지 아니하고 환송 전 원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1) 피해자는 증인으로 채택되어 제1심에서 1회, 원심에서 2회 등 총 3회에 걸쳐 증언하였는데, 그 내용이 사건 초기부터 줄곧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원심 법정진술에서 확인되는 것과 같이 그 태도가 자연스럽다.

(2) 한편 피해자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관되지 아니하고 상식에 부합하지 아니하며 당시 같은 물리치료실 내에 있었던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피해자가 정신과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유를 들어 위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피고인 측의 주장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

3. 그런데 환송 후 원심이 환송판결의 위 파기이유와 달리 판단한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가. 환송 후 원심에서의 피해자의 증언 내용을 살펴보면, 환송 전까지의 진술 내용과 거의 같은 취지로서 피해자의 종전 진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환송 후 원심이 들고 있는 것과 같이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사건 초기부터 줄곧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그 태도가 자연스럽다는 사정은 이미 환송판결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된 것으로서, 이러한 사정을 유죄 판단의 직접적인 논거로 삼는 것은 환송판결의 판단에 배치된다.

나. 그리고 환송판결은,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그 진술 내용에서 뚜렷한 모순점이나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아니하는 점을 찾기 어려우며 또한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제3자의 진술과 정황이 있다는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무죄추정의 논거로 삼고 있으므로, 환송 후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환송 전 원심과는 달리 피고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제3자의 진술 및 정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들이 새로 밝혀져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이 상당 부분 일관되지 아니하고 상식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환송 후 원심 판단 부분의 이유를 살펴보면, 이는 환송판결에서 배척된 환송 전 원심의 판단 이유와 실질적으로 같은 취지로서 기록상 환송 후 원심에서 이에 관하여 새로 제출·채택된 증거들은 보이지 아니한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이 사건 당시 같은 물리치료실 내에 있었던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환송 후 원심 판단 부분의 이유를 살펴보면, 이 역시 공소외 3의 진술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새로 제출·채택된 증거 없이 환송판결에서 배척된 환송 전 원심의 판단 이유와 실질적으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소외 3의 진술과 관련하여서는, 환송 후 원심에서 검사의 신청에 따라 제출명령 등의 증거조사를 거쳤으나, 환송 후 원심은 이를 유죄 인정의 근거로 삼지 아니하였으므로 새로운 유죄 증거가 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환송 후 원심은 공소외 3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면서 그 논거의 하나로 간호기록지(증 제6호증)의 기재 내용을 들고 있으나, 이는 변호인이 무죄 증명을 위하여 제출한 자료로서 이를 바로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일 뿐 아니라, 또한 공소외 3이 2011. 12. 10. ○○○○병원에서 수기치료를 받았음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 그날 13:00경 ○○○○병원에서 퇴원명령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3이 그 무렵 위 병원의 물리치료실에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공소외 3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만을 가지고 공소외 3을 비롯한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환송판결의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겼다고 할 수 없다.

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환송판결의 파기이유와 달리 판단한 환송 후 원심판결에는 파기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하여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양형부당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