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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31453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말소][공1993.3.1.(939),700]

판시사항

확정된 형사판결의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한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증명력 유무(한정적극)

판결요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용석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주식회사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피고 1주식회사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지고 그 뒤 피고 김무웅, 김한근과 피고 박종오를 거쳐 피고 주식회사 대웅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각 마쳐진 사실, 원래 이 사건 건물은 소외 1이가 건축허가를 받아 소외 신동개발주식회사와 건축도급계약을 체결하였던바, 소외 3주식회사가 이를 하도급받아 총공정의 90퍼센트가 시공된 무렵인 1981.10.경 소외 1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그를 대신하여 일을 보던 소외 1의 아들인 원고마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구속되자 원고의 동생인 소외 2가 이 사건 건물의 하도급업자인 소외 3주식회사 대표이사 소외 4의 제의에 따라 이를 소외 3주식회사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 양도에 필요한 소외 1 명의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이에 기하여 소외 1 명의의 양도·양수가계약서, 입주경개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고서 등을 작성하여 이를 이용하여 앞서본 바와같이 피고 1주식회사( 소외 3주식회사의 변경된 이름) 앞으로의 보존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주장 즉, 소외 1은는 1981.10.경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소외 2에게 자신의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하는등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고, 실제로 그러한 위임을 하지도 않았는데, 소외 2가 소외 1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외 1의 인장을 가지고 함부로 소외 1의 인감증명서발급을 위한 위임장을 위조하고 나아가 이 사건 건물의 양도·양수가계약서, 입주경개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고서등을 위조하여 이를 이용하여 이사건 건물에 관하여 피고 1주식회사 앞으로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치고 그에 터잡아 나머지피고들 앞으로의 각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므로 피고들 앞으로의 위 각 소유권보존등기, 이전등기 등은 원인무효로서 모두 말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외 1이 위 각 서류작성 당시 의사무능력상태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들어맞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있다.

첫째, 갑 제1호증의 1, 을 제2호증의 28, 29(원심판결의 을 제28.29호증은 오기로 보임), 원심법원의 서울신사한의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소외 1은 뇌졸중 발병 당시 53세 남짓하고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그 뒤 상태가 호전되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에 입원 당시 의식이 혼미(drowsy)하였으나 1982.8.24. 퇴원 당시 의식이 회복(clear)되었으며, 다만 정신적인 흥분상태로 큰소리를 지를 때가 많았고 기억력장애와 판단능력장애 등 지남력장애가 가끔 나타났고 그 뒤 1990.5.까지 생존하였던 사실이 인정됨에 비추어 위 퇴원 후에 이루어진 인감증명발급위임 및 위 계약서 등 작성당시 사물을 변별할수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고, 둘째, 거시증거에 의하면 소외 1이 위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무렵에 소외 2와 소외 4 등의 위 소외 1의 인감증명을 발급받기 위하여 소외 1을 만나러 간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 주장과 같이 소외 1이 의사능력이 없다면 굳이 가서 만날 필요 없이 서류를 위조하면 될 터이고, 셋째, 소외 1에 대한 인감증명발급업무를 담당하였던 김영태, 최석기등의 진술에 의하면, 소외 1을 만나러 집으로 찾아갔을 때 소외 1이 인감증명발급을 위임하였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의사를 표시하였고, 넷째,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건축허가명의를 소외 3주식회사 앞으로 변경한 것이 그 당시 원고측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반드시 불리한 결정은 아니고, 다섯째 관련형사사건에서 소외 1이 의사무능력자였다는 점에 들어맞는 증거들은 원고의 진술이거나 원고측인 소외 2의 진술로서 이해관계인이라 믿기 어렵고, 소외 4나 나머지 관계인들은 직접 소외 1을 만나 의식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한 진술이 아니고, 갑 제5호증의 43(형사사건에서의 수사협조의뢰)은 원심법원의 위 사실조회결과에 비추어 믿을 수 없고, 여섯째, 원고로서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입증이 훨씬 쉬운 시기에 소송을 제기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소외 1이 사망한 후에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2.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90.12.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 1991.1.29. 선고 90다11028 판결 각 참조).

갑 제5호증의 67과,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8호증, 을 제3호증의 1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2와 소외 4는 소외 1이 뇌졸중으로 의식불명이 되자 이 사건 건물을 소외 3주식회사앞으로 보존등기하는 데 필요한 소외 1 명의의 문서를 위조할 것을 공모하여 소외 1의 인감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건물의 양도에 필요한 양도·양수계약서, 건축주명의변경신청서 등을 작성한 사실로 사문서위조·동행사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이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이유로 적시한 것을 보면, 위 둘째, 넷째, 여섯째 사유는 이 사건 민사사건에서 제출된 자료들을 기초로 하는것이 아니어서 이는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위 첫째 사유를 보건대, 원심이 들고 있는 을 제2호증의 28, 29는 위 형사사건에서 이미 조사한, 소외 1을 치료한 의사 이원철의 확인서, 진료부사본이고, 원심법원의 사실조회회보결과도 대체로 같은 내용으로서 다만 소외 1의 퇴원 당시의 의식상태가 회복(clear)되었다는 기재가 있으나 그 기재에 의하더라도 의식은 회복되어도 기억력장애와 판단능력장애가 가끔 나타났다는 것이니 이로써 의사능력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것만으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고, 다음 위 셋째 사유를 보건대, 그 거시증거들은 형사판결의 사실판단과 배치되나, 원심증인 최석기의 증언 외에는 모두 위 형사재판에서 이미 조사를 거친 것이고, 위 최석기 역시 형사사건에서 진술, 증언하였는바, 원심에서의 위 증언은 형사사건에서의 진술, 증언과 같은 내용이므로 이것도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으며 끝으로 위 다섯째 사유를 보건대, 이는 위 형사판결에서 채용한 증거들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나 이는 아무런 반대자료 없이 위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배척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려운특별한 사정이라 할 수 없다.

원심은 이와같이 확정된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없는 사유들에 의하여 그 사실판단을 채용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