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교통방해][미간행]
피고인
쌍방
권상대(기소), 이정호(공판)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세종대로를 행진하였을 당시 도로는 이미 경찰에 의하여 차단되어 있었고, 피고인은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의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4. 16. 19:00경 ~ 21:00경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광장에서 4·16 가족협의회 공소외인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4·16연대 회원, 세월호 유가족 등 10,000여명이 모여 개최된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 추모 행동’ 미신고 집회에 참석하였다.
같은 날 21:10경 집회 종료 후 집회참가자들 10,000여명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 당장 폐기하라,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피켓팅을 들고 같은 내용의 구호를 제창하면서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하기 위해 세종대로(구 태평로) 10차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미신고 행진하다가 서울 중구에 있는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경찰 차벽 등에 의해 행진이 차단되자, 집회참가자 7,000여명은 같은 날 21:35경부터 청계남로를 이용하여 광교 로터리→청계2가 로터리→청계3가 로터리→ 종로3가 로터리→종로2가 로터리 방향으로 미신고 행진하며 세종대로, 종로대로 등을 점거하였다.
피고인은 같은 날 21:27경 ~ 22:04경 위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세종대로 10차로 전 차로를 점거함으로써 위 집회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의 교통을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 및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 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185조 소정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법률의 규정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185조 소정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 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 그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
나. 이 사건에서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서울광장에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까지 이동하여 21:27경부터 22:04경까지 세종대로 양 방향(10차로)을 점거하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경찰의 질서유지선, 차벽 설치 등으로 일반교통이 전면 차단된 상태에서 세종대로를 점거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경찰의 질서유지선, 차벽 설치 및 교통 통제가 집회 참가자들의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를 주도한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 의사연락을 통해 교통방해 행위를 공모하였다거나 다른 참가자들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용인하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도로의 교통을 방해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일반교통방해죄 내지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 2015. 4. 16. 서울광장에서는 약 10,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0부터 21:00까지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세월호 1주기 범국민행동’ 추모제(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가 집회 신고 없이 개최되었다.
● 집회 참가자들은 21:10경 서울 광장에서 세종로 방면으로 경찰이 진행방향 2개 차로에 설치한 질서유지선을 따라 행진을 시작하다가 일부 참가자들이 질서유지선을 넘어섰고 21:16경 무렵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세종대로의 10차로 전 차로를 점거하기 시작하였다.
● 한편 경찰은 사전에 이 사건 집회로 인한 차벽설치 구간에 일반 차량이 갇히지 않도록 사전 통제·우회 등의 계획을 세웠고,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한 직후인 21:15경에는 코리아나호텔 앞에 전 차로를 가로지르는 플라스틱 재질의 무인 질서유지선과 유인 질서유지선을 설치하였고(수사기록 16쪽), 21:16경에는 광화문광장 남쪽 세종대로 사거리와 청계광장 동쪽 모전교에 차벽설치를 완료하였으며(수사기록 7쪽), 시위대의 선두가 깃발을 들고 서울시의회를 지나 코리아나 호텔 방향으로 뛰어가던 21:16경에는 일부 차량이 시위대 진행방향 좌측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되어 있었을 뿐 세종대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전혀 없었던 사실(피고인 제출 동영상CD)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집회가 있었던 날과 같은 목요일 21시경 같은 장소의 통상적인 교통량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는 점, 질서유지선 및 차벽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설치장소 부근을 통행하는 차량들을 우회시키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경찰에 의하여 세종대로의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
● 그 후 집회 참가자들이 21:17경 위 코리아나 호텔 앞 질서유지선을 넘어 행진을 계속하자 경찰은 21:20경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차벽을 설치하여 집회 참가자들의 이동을 제지하였다.
● 피고인은 다른 집회 참가자들을 따라 세종대로 차도를 행진하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까지 이동하여 21:27경부터 22:04경까지 위 행진을 제지하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세종대로에 머물다가 그 무렵 귀가하였다.
● 피고인은 자신이 ○○○○지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보고 이 사건 집회에 개인적으로 참가하게 되었을 뿐이어서 이 사건 집회가 신고된 집회인지 여부나, 집회 및 행진의 구체적인 일정, 진행방향 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이는 위 제3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