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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29667 판결

[약정금][공2014하,2112]

판시사항

[1]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할 때 요구되는 심리의 정도

[2] 변호사 갑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을이 임금과는 별도로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을 상대로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근로계약서는 갑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고, 근로계약서가 원본이라도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자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2] 변호사 갑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을이 임금과는 별도로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을 상대로 약정금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근로계약서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증명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근로계약서는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갑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 가치가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근로계약서에 나타난 갑의 인영이 갑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계약서가 원본이라도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문서의 제출은 원본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고, 원본이 아니고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므로,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으며, 반면에 사본을 원본으로서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독립한 서증이 되는 것이나 그 대신 이에 의하여 원본이 제출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고, 이때에는 증거에 의하여 사본과 같은 원본이 존재하고 또 그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의 증거가치는 없다. 다만 서증사본의 신청 당사자가 문서 원본을 분실하였다든가, 선의로 이를 훼손한 경우, 또는 문서제출명령에 응할 의무가 없는 제3자가 해당 문서의 원본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원본이 방대한 양의 문서인 경우 등 원본 문서의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비실제적인 상황에서는 원본의 제출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해당 서증의 신청당사자가 원본 부제출이 정당하게 되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 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 (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자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2. 원심판결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사본(갑 제1호증, 이하 ‘갑 제1호증’이라 한다)에 있는 피고 이름 다음의 인영이 피고의 인감에 의한 것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근로계약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위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2005. 11. 무렵에 원고가 피고의 인감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가 피고의 인감을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근로계약서를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오히려 ① 근로계약서에 첨부된 정산서 내용 중 원고가 사무실 운영비로 지급하였다는 부분과 피고 여직원이 작성한 금전출납부에 기재된 사무실 현금 시재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 ② 근로계약서 작성일자인 2005. 11.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원고가, 이후에는 피고가 사무실 운영비를 지급한 것으로 금전출납부에 기재되어 있는 점, ③ 피고는 2005년부터 사무실 임대료를 연체하는 등 금전적으로 사무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인정하고 이로 인해 형사처벌까지 받았으며,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사무실공사비에 대한 피고의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등 민·형사판결을 통해 근로계약서의 내용 일부가 인정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피고는 금전적으로 사무실 운영이 어렵게 되자 원고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고, 사무실 운영비를 원고로부터 차용하여 왔으며, 2005. 11. 원고와 사무실 운영에 관한 정산을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피고가 136,970,000원을 장래의 임금과는 별도로 원고에게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의 ‘사본’을 갑 제1호증으로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제1심 이래 일관되게 갑 제1호증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고 있고, 제1심법원은 2012. 2. 15. 원고에게 갑 제1호증의 원본을 제출할 것을 명하였으나 원고는 대전지방노동청 근로감독과에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며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그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2) 원고는 피고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소외인의 소개로 2003. 10.경부터 변호사인 피고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 월 급여로 25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입사하여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2007. 1.경 해고되었다.

(3) 갑 제1호증에는 2005. 4. 1. 원고가 피고의 위임장을 소지하고 대리인으로 발급받은 피고의 인감증명서 사본이 첨부되어 있는데, 원고는 위 날짜에 사용용도가 ‘통장개설용’으로 된 피고의 인감증명서 5통을 발급받았고, 2006. 5. 18.에도 피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인감증명서 2통을 발급받은 사실이 있다.

(4) 피고는 원고의 권유로 2005. 7. 11. 대전중앙신용협동조합에 피고 명의 계좌를 신규로 개설한 사실이 있는데, 같은 해 10. 25. 위 신용협동조합에 피고 명의의 계좌가 추가로 개설되었다. 피고는 위와 같이 계좌를 추가로 개설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위 신용협동조합에는 추가 계좌의 계좌개설신청서 등 관련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지 않으며, 원심 감정인의 필적감정 결과에 의하면, 작성일자가 위 추가 계좌의 개설일인 2005. 10. 25.로 되어 있는 신협 전자금융변경신청서상의 피고의 서명은 2005. 7. 11.자 조합원가입신청서상의 피고의 서명과는 필적이 다르다.

(5) 원고는 피고의 사무실에 입사하기 전부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통장의 잔고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었고, 피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안 피고의 연대보증하에 위 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대출받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갑 제1호증을 근거로 피고에게 약정금 등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2007. 4.경 실업급여를 신청하였다가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자 비로소 갑 제1호증과 동일한 근로계약서 사본을 제출하면서 피고를 대전지방노동청에 진정하고, 그로부터 2년 정도 경과한 후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6) 갑 제1호증에는 체불임금 및 차입금 등을 정산하기 위한 정산서가 첨부되어 있는데, 그 정산서의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작성된 것인지에 관한 원고의 진술은 진술 시마다 모순되거나 진술 사이에 일관성이 없으며, 위 정산서에는 피고를 ‘변’이라 호칭하거나, 피고로부터 받은 급여를 ‘수입’항목에 기재하여 이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정산금을 산출하는 등 피고와 상의하여 작성한 정산서로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류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원고는 갑 제1호증의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입증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갑 제1호증은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피고의 약정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고는 갑 제1호증의 작성일자보다 약 7개월 전에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대리로 발급받기도 하였는데, 갑 제1호증에 첨부된 인감증명서는 그와 같이 원고가 대리로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의 사본인 점, 갑 제1호증에는 견적서, 피고의 신분증, 변호사등록증서,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의 사본 등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러한 첨부서류들은 피고 사무실 직원인 원고가 손쉽게 입수할 수 있거나 작성할 수 있는 서류들인 반면, 원고는 유독 피고의 약정사실을 가장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피고의 서명은 받지 아니한 점, 갑 제1호증의 작성 주체와 작성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피고와 상의하여 작성하였다는 정산서의 내용에 만일 피고가 알았다면 쉽게 수긍하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오류나 표현들이 다수 발견되는 점, 원고가 피고 사무실에 취업할 당시부터 이 사건 소제기에 이르기까지의 원고의 경제적 상황, 원고가 피고가 운영하는 사무실에 취업한 동기와 경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이행의 최고 여부, 금전출납부 사본은 원고 스스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장부로서 그 기재와 갑 제1호증의 기재가 일부 일치한다고 하여 갑 제1호증의 증거가치가 높아진다고 할 수는 없는 점, 갑 제1호증에 기재되어 있는 채무 일부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어려운 갑 제1호증에 기재된 채무 전부를 인정할 수는 없는 점 등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에 이르기까지 제출된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만으로는 갑 제1호증에 나타난 피고의 인영이 피고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고, 오히려 원고가 피고의 인감도장을 도용하여 갑 제1호증을 작성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갑 제1호증이 원본이라 할지라도 그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이 갑 제1호증에 관한 피고의 증거항변을 배척하고 갑 제1호증의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되었다고 보아, 피고가 그 근로계약서에 의하여 약정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데에는 사본이 제출된 서증의 형식적 증거력과 실질적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고영한 김소영(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