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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13.선고 2013가합54444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합544447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10, 16.

판결선고

2015. 11. 13.

주문

1. 원고 A, B, C의 소를 각 각하한다.

2. 원고 A, B,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B, C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법무법인 D가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원고 B,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청구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1979. 3. 14.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

1) 원고 E, A, F, G과 망 H(이하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이라 한다)은 구 대한민국 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따라 발령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 조치 제9호'라 한다)1)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2) 원고 E, A, G과 망 H(이하 '유죄 원고들'이라 한다)은 구속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확정되었고, 원고 F은 구속 기소된 후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긴급조치 제9호 해제로 인한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3)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별지 3. 기재와 같고, 수사, 재판 및 구금 내용은 별지 4. 기재와 같다.

나. 재심 및 형사보상

1) 유죄 원고들(망 H의 경우에는 아들인 원고 1)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재심개시결정을 한 후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유죄 원고들(망 H의 경우에는 상속인인 원고 J, K, L, M, N, I, O, P)과 원고 F은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았다.

3) 재심판결과 형사보상결정의 내용은 별지 4. 기재와 같다.다. 원고들의 관계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의 가족들

로서, 그 가족관계는 별지 2.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12,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가지번호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가. 긴급조치 제9호는 장기집권을 공고히 하고 유신헌법의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발동된 것이고, 헌법상 영장주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위헌적 조치이므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정과 발령은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고 소속 수사기관은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하여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한 후, 공소를 제기하였다. 또한 법원은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에 대하여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 · 무효이므로,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수사 및 법관의 재판행위는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

다.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진술거 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받지 못하였고 그 가족들에 대한 통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접견권 등을 보장받지 못함은 물론 피고 소속 수사관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을 넘는 기간 동안 구금되었다.

라.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은 석방된 후에도 피고 소속 수사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찰과 감시를 받았다.

마. 위와 같은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들은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은 구금기간 동안 수입을 얻지 못하는 재산상 손해도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별지 2. 기재와 같이 원고들 고유의 손해액 또는 상속한 손해액을 배상하여야 한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소송대리권 관련 항변

1) 피고의 주장

원고들의 소송대리인은 원고들로부터 적법하게 소송위임을 받지 못하여 소송대리권이 없다.

2) 판단

원고들 소송대리인이 제출한 소송위임장에는 원고들의 이름이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이른바 '막도장'에 의한 인영이 날인되어 있다. 그런데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원고 B,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인감증명서 또는 여권 사본을 제출하였고, 원고 E, F, G은 소송대리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하여 당사자본인신문에 응하였다. 이에 따르면,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원고 B,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로부터 적법하게 소송대리권을 수여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현재까지 원고 B, C으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원고들 소송대리인은 원고 B, C의 소를 취하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본 소송위임장만으로는 원고 B, C이 원고들 소송대리인에게 소송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들 소송대리인이 소송대리권 없이 원고 B, C 명의로 제기한 소는 부적법하다.

나. 민주화보상법 관련 항변

1) 피고의 주장

원고 A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받았고, 같은 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원고 A이 동의함으로써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모든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으므로, 원고 A의 소는 부적법하다.

2) 판단

가)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10조 제1 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 · 생활지원금(이하 '보상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보상심의위원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의 보상심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A이 위 유죄 확정판결과 관련하여 보상심의위원 회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 인정 결정과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을 받은 후, 2008. 11. 12. 위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11,053,780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A이 긴급조치 제9호 위반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 A의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원고 A, B,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원고들'이라고만 한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긴급조치 제정 및 발령으로 인한 불법행위 주장에 대하여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참조).

따라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제정 및 발령행위가 그 자체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긴급조치에 의한 수사 및 재판으로 인한 불법행위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 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하여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피고인이나 그 상속인은 일정한 요건 아래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그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의 '피 고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 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이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별도로 심리하여 그에 따라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 결정의 이유, 당사자를 포함하여 사건 관련자가 재심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을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 사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유죄판결이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내용의 재심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를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

나)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원고 E의 경우

갑 6, 16, 17호증의 각 기재, 원고 E에 대한 본인신문 결과, 이 법원의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가) 재심개시결정 및 재심판결의 판단근거

원고 E이 받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의 이유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라는 것일 뿐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수사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재심절차에서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나 공소사실 기재 사실관계의 존부

① 원고 E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다음과 같다.

공소사실 가.항 전단(승용차 안에서 Q에게 유신헌법 철폐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 상황을 말함으로써 헌법 폐지 주장과 학생의 시위 행위를 공연히 전파) : 원고 E의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 공소사실 가.항 후단(승용차 안에서 Q에게 며칠 후 학생들의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헛소문을 말함으로써 유언비어 유포) : 원고 E의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 공소사실 나.항(R에게 학생들의 위 시위 사실이 일본신문에 보도가 되었으니 확인하러 가자고 하여 S언론 서울지국에서 위 보도내용을 확인함으로써 헌법 폐지 주장과 학생의 시위 행위를 공연히 전파) : 원고 E의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공동피고인 R의 일부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② 원고 E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재판을 받으면서 제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 다만, 원고 E은 위 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당일 승용차 안이 아니라 이틀 후 T의 집에서 말하였고, 위 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R에게 학생들의 시위 사실이 일본 신문에 보도되었다고 말하고 S언론 서울지국에서 함께 확인한 사실은 있으나 R에게 확인하러 가자고 권유한 사실은 없다면서, 그 시기 장소와 경위에 공소사실과 일부 차이가 있다고 다투었을 뿐이다(이 법원의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결과 24, 25면), 또한 원고 E의 변호인도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채 위과 의 공소사실은 공연성이 없어 죄가 되지 않고, 위 의 공소사실은 헌법상 알 권리의 행사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60면), 원고 E은 제1심 판결에 항소하면서 그의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과 의 공소사실은 하지 않았다고 다투었으나(갑 17호증), 이는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와 같은 원고 E의 제1심 법정진술이 허위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없다.

③ 원고 E은 경찰에서 2차 조사를 받을 당시 R에게 학생 시위 예정 사실을 알렸다는 혐의사실에 관하여 유언비어나 유포에 해당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었다(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283, 284면), 또한 원고 E은 당시 위 의 공소사실도 부인하였는데, 경찰로부터 Q가 작성한 확인서를 제시받자 Q에게 누를 끼칠까 두려워 부인하였다면서 위 공소사실을 시인하였다(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285면). 그리고 원고 E은 검찰 조사 당시 R에게 학생 시위 예정 사실을 알렸다는 혐의사실은 부인하였고(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342면) 이에 따라 위 혐의사실은 기소되지 않았다. 반면 원고 E은 검찰 조사 당시 위 ①, ㉡, ㉢의 혐의는 모두 인정하였다(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342, 344면). 이와 같은 진술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 E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E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 긴급조치 제9호 위반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은 당시 시행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② 위 ①, Ⓒ의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원고 E은 운전수 U이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앉아 뒷자리에 있는 Q에게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이어서(위 문서송부촉탁 결과 39면), Q 외의 다른 사람도 원고 E의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말이 전파될 수도 있었다.

③ 위 ㉢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원고 E은 V정당 인권사무국장으로 재직하는 R에게 학생들의 시위 사실이 일본신문에 게재되었다고 말한 후 이를 함께 확인한 것이어서, 시위 사실이 전파될 수 있었고, 실제로 R은 같은 날 V정당 국제국장에게 이를 전파하였다.

④ 따라서 원고 E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당시 시행되던 긴급조치 제9호 의 헌법 폐지 주장과 학생의 시위 행위를 공연히 전파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2) 원고 A, F, G과 망 H의 경우

갑 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원고 F, G에 대한 각 본인신문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가 재심개시결정 및 재심 판결의 판단근거

원고 A, G과 망 H이 받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의 이유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것일 뿐 수사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수사과정에서 고문,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재심절차에서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나 공소사실 기재 사실관계의 존부

① 원고 A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원고 A의 법정진술, 검찰관 및 군사법 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압수된 벽보 5매의 현존' 등이다. 원고 A은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벽보 게재 행위 등의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였다. 공소사실 기재 벽보가 압수되었고, 그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② 원고 F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원고 F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W, X의 법정증언' 등이다. 갑 1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 F으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들었다는 W, X가 한 증언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부정하기에 부족하다.

원고 G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원고 G의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발언의 상대방에 대한 사법경찰관 작성 진술조서의 진술기재'이다. 원고 G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재판을 받으면서 제1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

망 H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망 H의 일부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표현물 배포 상대방인 공동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과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압수된 증제1호(Y)의 현존' 등이다. 망 H은 제1심 법정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다투었고, 항소이유에서도 공소사실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다투었는데, 이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망 H과 공동피고인은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고, 공소사실 기재 표현물(Y)이 압수되었으며, 그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A, F, G과 망 H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대 긴급조치 제9호 위반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원고 A, F, G과 망 H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과 표현물은 당시 시행되던 긴급조치 제9호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다. 체포·구금·수사·재판 과정과 수감 중에 발생한 개별적 불법행위 주장에 대하여 1) 살피건대, 설령 위 2.다.항의 원고들 주장과 같은 개별적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금전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의하여 불법 행위일로부터 5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이 위 개별적 위법행위 이후 석방된 1977년경 내지 1979년 경으로부터 33년 이상이 경과한 2013. 9. 17. 제기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따른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3756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할 만한 언동을 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도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상당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또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또는 변호인 및 가족들의 접견금지 등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이므로, 원고들로서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에 대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부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심절차를 거쳐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들은 위와 같은 불법행위 사실을 그 무렵부터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구금상태가 종료된 지 33년 이상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결국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석방 이후의 사찰 및 감시로 인한 불법행위 주장에 대하여 설령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 또는 그 가족들에 대한 사찰과 감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다. 항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사찰과 감시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시효로 소멸하였다. 결국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A, B, C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윤강열

판사박지연

판사서경민

주석

1) 긴급조치 관련 원고들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의 각 조항은 다음과 같다.

① 다음 각 호의 행위를 금한다.

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나.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 ·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 · 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다. 학교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

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라.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제1에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

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한다.

⑦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에는 10

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다.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 구금 ·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