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대금][미간행]
[1] 고의에 의한 채무불이행으로서 채무자가 채권자의 착오를 이용하거나 이에 적극 편승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채권자의 과실에 기한 과실상계가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2] 군표준차량에 대한 업체자체 개발계획 승인조건에 의하여 군표준차량의 성능개선에 따른 연구개발비를 매입가격에 포함시킬 수 없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착오에 편승하여 그 연구개발비를 매입가격에 포함시켜 국가와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얻은 납품업체가 위와 같은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잘못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공2007하, 1806)
기아자동차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성민외 3인)
대한민국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1. 원고의 상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1999. 2.경 및 1999. 4.경 피고에게 군표준차량에 대한 성능개선의 필요성을 이유로 군표준차량의 업체자체 개발계획승인을 요청하자, 피고는 군표준차량에 대한 성능개선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차기 정책방향을 고려하면 군표준차량의 성능개선사업은 그 우선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개발계획승인을 유보하는 결정을 내린 사실, 원고는 2000. 6. 5. 터키공화국의 자동차회사인 HEMA사와 사이에 터키공화국의 군용차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군용차 판매 및 이에 따른 기술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다음, 2000. 6. 30. 피고에게 위 양해각서의 체결에 따라 군표준차량의 수출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수출차량의 판매가격에 개발비를 포함하면 그 개발비이전효과로 인하여 성능이 개선된 군표준차량을 2000년도 가격수준으로 납품할 수 있음을 이유로 군표준차량에 대한 업체자체 개발계획승인을 재차 요청한 사실, 이에 피고는 2000. 8. 22. 원고에 대하여 개발비용 및 단가상승 부분은 수출용 차량에 이연상각하여 반영하는 것을 조건(이하 ‘이 사건 승인조건’이라 한다)으로 군표준차량에 대한 업체자체 개발계획을 승인한 사실, 피고 산하 국방부는 군수물자 조달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조달절차를 군수물자의 소요제기 및 결정, 획득방안결정, 개발계획의 승인, 시험평가, 군사용가 판정 및 기종결정, 조달 등의 절차로 나누어 각기 다른 업무부서에서 그 각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는 사실, 군표준차량의 물품납품계약에 있어 매입가격은 납품업자인 원고가 군표준차량의 원가산출자료 일체를 제출하면 피고측의 실사를 통하여 결정되는데, 이에 따라 피고측은 원고와 사이에 2003년분 군표준차량의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승인조건을 제외한 군표준차량의 원가산출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2002. 10.경부터 2003. 6.경까지 이를 검토한 후, 2003. 6. 26. 연구개발비를 군표준차량의 매입가격에 반영하기로 결정한 사실, 위 결정에 따라 피고 소속 납품계약 담당자가 원고와 사이에 군표준차량에 대하여 2003년분 및 2004년분 각 물품납품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 등에 의하면, 이 사건 승인조건에 의하여 군표준차량의 성능개발에 따른 연구개발비를 원가에 포함시킬 수 없음에도, 군수물자의 조달업무의 엄격한 분장과 그 업무부서간 원활한 업무협조의 부족 등으로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 등이 이 사건 승인조건이 있음을 알지 못한 채 통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산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5년간의 총 생산물량에 나누어 매입가격에 반영하여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군표준차량의 연구개발비를 매입가격에 포함시켜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 할 것이고, 이는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의 내용에 편입된 물품구매계약 특수조건(이하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의 착오로 국고에 손실을 끼친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며, 원고는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 등의 위와 같은 착오로 인하여 이 사건 승인조건에 의하여 원래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2003년 및 2004년 군표준차량의 매입가격에 반영된 연구개발비 이연상각액 합계 금 22억 11,590,645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한 후, 나아가 이 사건 승인조건이 묵시적으로 철회되었거나 그 전제조건의 불성취로 효력을 상실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가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승인조건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단지 위와 같은 매입가격으로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철회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HEMA사로부터 터키공화국의 경제사정 등으로 수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음으로써 향후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피고와 이 사건 승인조건과 관련하여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아니한 채 군표준차량에 대한 성능개발을 계속 진행하였고, 이 사건 승인조건은 원고가 개선된 군표준차량을 터키공화국 등에 수출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할 것인데 위와 같은 군표준차량의 수출에 대하여는 피고가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변경만으로 이 사건 승인조건의 효력이 상실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및 제5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은 계약 체결 후 원가계산자료 및 계산의 착오로 인한 예정가격 또는 계약금액의 부당한 결정으로 원고가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발견되거나 기타 공무원의 착오로 국고에 손실을 끼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원고는 지체 없이 부당이득금을 피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원고는 피고의 원가계산자료 등 가격 증빙자료의 제출 또는 열람요구에 응하여야 하며,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불응하거나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할 때에는 피고는 적정하다고 판단한 부당이득금과 그 상당의 가산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에 있어서 피고가 원고에게 정당한 가격을 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불이행시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한다는 취지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계약금액 환수청구권(이하 ‘이 사건 환수청구권’이라 한다)은 일종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서 과실상계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19959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396조 는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에게도 채무불이행에 관한 과실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채무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할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고의에 의한 채무불이행으로서 채무자가 계약 체결 당시 채권자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하여 착오에 빠진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거나 이에 적극 편승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그 결과 채무자가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 등과 같이 채무자로 하여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과실에 터 잡은 채무자의 과실상계 주장을 허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원심은,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 등도 이 사건 승인조건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 사건 환수청구권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피고측의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에서 규정한 환수청구권의 성질을 부당이득반환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실상계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설사 그렇지 않고 이 사건 환수청구권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가 최초 군표준차량의 개선사업에 대한 업체자체 개발계획승인을 유보하였다가 불과 2달 이후에 개발계획을 승인한 것은 원고가 개발계획승인을 재차 요청하면서 위 개선사업에 따른 연구개발비 등을 수출차량에만 반영되게 함으로써 개선된 군표준차량을 종전의 가격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점, ② 원고는 위 개선사업을 진행하던 중 HEMA사로부터 터키공화국의 경제사정 등으로 수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음으로써 향후 수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피고와 이 사건 승인조건과 관련하여 어떠한 협의도 진행하지 아니한 채 성능개발을 계속 진행한 점, ③ 이 사건 승인조건은 원고가 개선된 군표준차량을 터키공화국 등에 수출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차량의 수출에 대하여는 피고가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점, ④ 원고가 제출한 군표준차량에 대한 원가산출자료에는 연구개발비 항목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어 원고가 연구개발비를 타비용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였다고는 할 수 없으나, 원고는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 등이 착오에 빠져 이 사건 승인조건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위와 같은 착오에 편승하여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⑤ 원고가 2005. 3. 30.경 피고에 대하여 2003년 및 2004년 군표준차량의 매입가격에 반영된 연구개발비 이연상각액에 대한 피고의 환수조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원고로부터 2003년 및 2004년 군표준차량의 매입가격에 반영된 연구개발비 이연상각액 합계 금 22억 11,590,645원을 전액 환수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 판시의 위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 등이 이 사건 승인조건을 인식하지 못한 나머지 착오에 빠져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위와 같은 착오에 편승하여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결과 원고는 이 사건 승인조건에 의하여 군표준차량의 매입가격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연구개발비 이연상각액 합계 22억 11,590,645원의 이익을 취득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비록 이 사건 승인조건은 피고 스스로 원고에게 부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물품납품계약에 있어서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에게 이 사건 승인조건의 존재를 알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피고의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착오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납품계약 담당공무원의 잘못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주장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 사건 환수청구권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으로 보지 않고 부당이득반환채권으로 보아 과실상계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조치는 그 결론에 있어 옳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3659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다. 상고이유 제3점 및 제4점에 대하여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주장에 모순된 점이 있거나 불완전ㆍ불명료한 점이 있을 때에 이를 지적하여 정정ㆍ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쟁 사실에 대한 증거의 제출을 촉구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아니한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독립된 공격방어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석명권 행사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2236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승인조건을 검토하지 아니한 중과실이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할 수 없고 피고에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칙과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이 사건 환수청구권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임을 전제로 과실상계를 주장하였을 뿐, 원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이 약관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 제7조 제1호 , 제2호 , 제11조 에 위반되어 무효라거나 피고의 이 사건 환수청구권은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인데 원고가 그 취소의 상대방으로서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으로써 피고의 이 사건 환수청구권과 상계한다는 주장을 한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26조 제1항이 약관인지 여부나 원고가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의 상대방으로서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가지는지 여부 등에 대한 주장ㆍ입증을 촉구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심의 그러한 조치에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피고가 제출한 상고장에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또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피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는 법정기간 경과 후인 2008. 1. 28. 접수되었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각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 각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