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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4.13.선고 2009다7719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자)

사건

2009다77198(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09다77204(반소) 손해배상(자)

원고(반소피고)상고인

인겸피상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피상고인

겸상고인

B

원심판결

판결

판결선고

2012. 4. 13.

주문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적 · 의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므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과 경험칙에 비추어 어떠한 사실이 어떠한 결과의 발생을 초래하였다고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면 인정되는 것이고, 그 증명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또 그것으로 족하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6714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우측 경추부 및 요추부 염좌, 상배부 과긴장, 우측 족관절 염좌 등으로 외과의원에 입원하여 약물치료를 받고 퇴원하였으나 통증어 심해져 그 후 여러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었던 사실, 또한 피고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우측 상하지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복합부위통증증후군 I형)으로 진단을 받고, 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성상신경절 차단술 등을 시행 받았으나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아 척수자극기 영구적 삽입술까지 시행받은 사실, 원심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그 신체감정의는 피고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사고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인과관계를 긍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위와 같은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 점 등 피고의 증상의 발현시기와 이 사건 사고시기의 근접성, 피고의 치료 내역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사고와 피고의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은 없다.

나. 노동능력상실률이 과다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 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1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 및 기능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직종이나 타직 종에의 전업 가능성과 그 확률, 기타 사회적, 경제적 조건 등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법관의 자의가 배제된 합리적이고 객관성 있는 것임을 요한다(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331 판결, 대법원 1987. 7. 21. 선고 87다카229 판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피고에게 복합부위통증증후군 I형의 장해가 남았고, 이는 맥브라이드의 후유장해에 대한 종합평가표상 척추손상 항목의 VI-C-b항(만성 류마티스성 또는 퇴행성질환 부분적 강직 흉추부)의 43%와 VI-C-c항(요추부)의 54%에 해당되어 73%의 노동능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고의 일실수입 손해액을 산정하였다. 위 노동능력상실률은 원심법원의 신체감정촉탁 및 사실조회에 기하여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피고를 진료한 의사가 원심법원에 제출한 신체감정서 등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은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환으로서 그 진단에 사용되는 기준은, 수정된 국제통증학회(IASP) 기준,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신체장해평가지침(이하 'A.M.A. 지침'이라 한다) 제5판 기준, 제6판 기준 등 여러 기준이 있고, 의료계 내에서도 어떤 기준을 사용할지에 관하여 의견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② 맥브라이드표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물론 통증에 대한 항목 자체가 전혀 없는 반면 A.M.A. 지침 제5판 및 제6판은 복합부위통증증 후군의 판정기준과 신체장애율을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③ 원심법원의 한국배상의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서는, '맥브라이드 방식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영구장애 판정기준이나 항목이 없으므로 맥브라이드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피고의 경우 A.M.A. 지침 제5판 기준으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아니지만, 이질통, 발한장애, 피부온도 변화 등으로 보아 A.M.A. 지침 제6판 기준으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A.M.A. 지침 제6판 방식으로 판정할 경우 노동능력상실률은 약 13% 정도이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에도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장애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는 상태이며, 피고의 장애는 약 5년간의 한시장애로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사실, ④ 피고는 통증으로 인해 자가운전 및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으나, 식사, 옷입기, 씻기 등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질환인데, 현대의학상 통증의 존부 및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점 등을 고려하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또는 그와 유사한 통증장해에 대해서, 따로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아무런 내용이 없어 기존의 항목 중 어떤 항목을 어느 정도로 유추적용하는지에 따라

판정 결과에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는 맥브라이드표를 사용하여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의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오로지 맥브라이드표만을 유추적용하여 복합부위통 증증후군에 의한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한 신체감정결과를 그대로 채택함으로써 피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을 73%라고 단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책임제한비율이 과다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 · 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 사항에 속한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12270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07다316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복합부위통증증후 군의 경우 환자들이 호소하는 극심한 자각적 증상에 비하여 경미한 외상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고, 그 발생빈도는 외상환자의 0.05%~1.5% 정도에 불과하며, 골절환자의 경우에도 전체 환자 중 1~2%에 불과하다는 연구보고가 있는 등 희귀하면서도 그 위험도나 결과의 중한 정도는 대단히 높은 질환이라는 점, 이 사건 사고도 피해차량의 수리비가 465,300원 정도에 불과한 경미한 사고로서 피해자측의 요인에 의해 통상의 경우보다 손해가 확대되었다고 보여지는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책임제한 비율을 과다하게 정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나. 교통비 상당 손해 주장에 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621일간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1일당 5,000원씩 계산한 합계 3,105,000원을 기왕치료비 손해로 구하였으나, 기록상 피고가 실제로 교통비를 지출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피고가 이미 교통비로 지출한 금액 상당의 손해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교통비를 지출하였다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법원이 석명하거나 직권으로 심리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교통비 상당 손해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석명의무위반 등의 위 법은 없다.

다. 개호비 상당 손해 주장에 관하여 인신사고의 피해자가 치료종결 후에도 개호가 필요한지 여부 및 그 정도에 관한 판단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밝혀진 후유장해의 내용에 터잡아 피해자의 연령, 정신상태,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경험칙과 논리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행하는 평가이다. 의사의 감정결과에 개호의 요부 및 정도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법원이 반드시 그 의견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다4674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피고가 수면, 식사, 위생관리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활동에는 문제가 없고, 통증으로 인해 대중교통 이동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점만으로는 개호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개호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라. 위자료 주장에 관하여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의 연령, 직업, 가족관계, 이 사건 사고의 경위,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치료기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판시와 같은 위자료 액수를 확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안대희

대법관김능환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