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확인등][하집2002-2,257]
정당법에 의하여 정당가입이 가능한 직원에 대하여 정당가입사실 그 자체를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한 공법인의 인사규정의 효력(무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의 직원으로서, 원자력법 제122조 에 의하여 형법 기타 법률에 의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가 정당법 제6조 제1호 의 공무원이 아님은 명백하나, 동조 제3호 에 규정된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로 볼 수 있는가가 문제되는바, 정당법 제6조 의 취지와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강조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벌칙 적용에 있어서만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는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결국 정당법에 의하여 정당가입이 가능한 직원에 대하여 정당가입사실 그 자체를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한 공법인의 인사규정은 정당법 제6조 에 저촉되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1] 원자력법 제122조 , 정당법 제6조 , 근로기준법 제99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동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충식)
1.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02. 5. 14.자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금 27,755,000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및 피고는 원고에게 2002. 5. 14.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 매월 금 5,244,127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기초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제4호증의 1 내지 6, 제8, 1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원고는 1990. 10. 1.경 피고에 입사하여 그 소속의 안전평가부 규제정책실의 책임기술원으로 근무하여 오면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지부(이하, '노조지부'라 한다)의 조합원인 자이고, 피고는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기관으로서 원자력의 생산 및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이다.
나.원고는 2002. 3. 21. 한나라당에 가입하고, 같은 달 25. 한나라당 대덕구청장 후보로 선출되었는데, 피고는 2002. 5. 4. 원고가 소속한 위 노조지부에게 원고의 정당가입은 피고의 인사규정 제41조의 당연면직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면직처분에 대한 인사위원회 개최일정(2002. 5. 7. 11:00)과 장소(소회의실)를 통보하였다.
다.이에 노조지부는 2002. 5. 4. 피고에게 위 인사규정 제41조가 정당법 제6조와 서로 상충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공식 입장을 회신해 달라는 취지의 문서를 송부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해 2002. 5. 6. 노조지부에게 원고가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여 처리될 것임과 이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일정을 2002. 5. 6. 17:30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통보하였다가, 같은 날 다시 위 일정이 연기되었다는 취지의 문서를 통보하였다.
라.그 후 피고는 2002. 5. 14. 원고에게 그의 정당가입을 이유로 일자를 원고의 정당가입일인 2002. 3. 21.자로 소급한 당연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을 하고, 이를 원고와 위 노조지부에 각 통보하였다.
마.한편,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피고의 인사규정(1998. 10. 12. 개정된 것)은 그 직원의 정당가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제14조(결격사유)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
……(중략)……
5. 정당에 가입한 자
제41조(당연면직)직원으로서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될 때에는 당연히 면직된다.
1. 제14조의 각 호의 1에 해당될 때
……(이하, 생략)……
바.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 이후 피고의 인사규정 제14조 제5호가 부당하므로 변경하라는 대전지방노동청장의 요청에 따라, 2002. 7.경 위 인사규정 제14조 제5호를 삭제하고, 같은 규정 제34조(징계)의 "직무를 태만히 하였을 때"의 뒤에 "또는 정당, 정치활동으로 인하여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누설하였을 때"를 추가함으로써 이 사건 면직처분의 근거가 되는 해당조항을 삭제하였다.
2.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절차적 정당성 여부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절차상의 하자와 관련하여, 피고의 징계절차에 관한 규정인 징계요령과 피고와 노조지부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를 징계해고함에 있어서는 인사위원회의 출석 통보 및 변명기회를 부여해야 하고 노조지부와 이를 협의하여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있어서 당연면직처분을 하면서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는 당연면직사유가 실질적으로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참조).
살피건대, 피고의 징계요령 제6조 제1항에는 "위원회에서 징계사항을 심의할 경우에는 해당 징계혐의자를 출석하게 하여 진술을 들어야 하며, 위원회 심의 7일 전까지 [별표 2]에 의한 출석통지서를 징계혐의자에게 송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단체협약 제11조 제2항은 "사용자는 조합원의 징계의 경우에는 조합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피고의 인사규정 제41조 및 제14조에서 정당가입을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그 처분에 대하여는 징계처분과는 달리 아무런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비록 당연면직처분이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당연면직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처분에 있어서와 같이 원고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거나 조합과 협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지므로(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누11880 판결 , 1995. 7. 14. 선고, 95다1767 판결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실체적 정당성 여부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의 실체상의 하자와 관련하여, 피고의 이 사건 면직처분의 근거가 되는 위 인사규정 제41조 및 제14조 제5호는 공무원이 아닌 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정당법 제6조 에 위반하는 무효의 취업규칙에 해당하여 이에 근거한 피고의 위 처분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인사규정의 효력
피고의 인사규정은 취업규칙으로서, 취업규칙은 법령 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반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9조 제1항 ), 법령 등에 반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취업규칙은 무효라 할 것이다.
정당법 제6조 (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에는 "국회의원선거권이 있는 자는 공무원 기타 그 신분을 이유로 정당가입 기타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같은 조 제1호 에는 "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 에 규정된 공무원. 다만,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국회의원의 보좌관·비서관·비서 및 국회 교섭단체의 정책연구위원과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 및 제2항 의 규정에 의한 총장·학장·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인 교원을 제외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같은 조 제3호는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위 정당법 제6조 의 취지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와 복수정당제의 기본 전제로서 모든 국민에 대한 정당가입의 자유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일정 공무원의 정당설립 및 가입을 금지함으로써 공무원 직무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법률에서 말하는 공무원이란 적어도 법률에 의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 보장된 자로 한정하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고의 경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인 피고의 직원으로서, 원자력법 제122조 에 의하여 형법 기타 법률에 의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라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이 벌칙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가 정당법 제6조 제1호 의 공무원이 아님은 명백하나, 동조 제3호 에 규정된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로 볼 수 있는가가 문제되는바, 정당법 제6조 의 취지와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강조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같이 벌칙 적용에 있어서만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자는 "기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결국, 정당법에 의하여 정당가입이 가능한 직원에 대하여 정당가입사실 그 자체를 당연면직사유로 규정한 피고의 인사규정은 정당법 제6조 에 저촉되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이에 근거한 피고의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 할 것이다.
(3) 해고처분으로서 당연면직처분의 정당성 유무
피고의 위 취업규칙(인사규정)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당연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로 볼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면직처분도 성질상 근로기준법 제30조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처분이라 할 것이므로 그 당연면직처분이 유효하려면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인바, 이러한 관점에서 정당가입사실을 당연면직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41조 및 제14조 제5호는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정당가입을 통해 사용자에 대한 성실의무나 충실의무에 반함으로써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적용하여 당연면직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위 기초 사실에서 인정한 피고의 업무특성과 원고가 맡은 직무내용에 비추어 정당가입 자체만으로 적정한 업무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가 정당에 가입함으로써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피고에 대한 성실의무나 충실의무에 반하여 사회통념상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한 피고의 주장·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정당에 가입했다는 사유만으로 행하여진 피고의 당연면직처분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라 할 것이다.
3.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면직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는 여전히 존속하고,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위 면직처분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2002. 5. 14. 이후 현재까지 원고의 근로제공을 거부하여 오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따르면 위 면직처분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에 따른 원고의 근로제공의무는 피고의 수령지체로 말미암아 이행할 수 없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그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은 원고의 월 평균임금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원고의 월 평균임금액이 4,550,000원인 사실에 대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임금상당액을 계산해 보면, 이 사건 면직처분일인 2002. 5. 14.부터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2. 10. 16.까지의 임금 상당액은 합계 27,755,000원(4,550,000원×5개월+4,550,000원×3/30개월)이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면직처분무효확인 청구부분은 이유 있고, 임금 청구부분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일부 이유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