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국)][미간행]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외 1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성영)
2019. 9. 10.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15,972,9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5. 21.부터 이 사건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
원고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다음과 같이 추가 지급을 구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732,900원과 이에 대하여 2015. 5. 21.부터 2019. 4. 2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
피고 항소취지: 주문 제1항과 같다.
1. 기초사실
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판결이유는 나항에서 고쳐 쓰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나. 고쳐 쓰는 부분
1) 제1심판결 2쪽 10행의 ‘2011. 2. 11.’을 ‘2011. 2. 16.’로 고친다.
2) 제1심판결 3쪽 3행의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식품제조등)’을 ‘식품위생법위반’으로 고친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경찰은 이 사건 압수물을 환부하거나 그 대가를 보관하지 않고 폐기하였고 원고에 대한 허위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1) 원고를 수사한 경찰은 영장에 의하여 적법하게 이 사건 압수물을 압수하였다가 그 보관이 곤란하여 원고로부터 소유권포기서 및 압수물폐기동의서를 제출받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 이를 폐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폐기처분은 적법하다. 또한 경찰의 이 사건 공표행위는 원고의 인적 사항이나 업체명 등으로 원고를 특정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진실한 내용으로 공익적인 보도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2) 설령 이 사건 폐기처분과 공표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형사사건의 소추 및 그 결과와 상관없이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폐기처분 및 공표행위가 이루어진 2013. 3. 25.부터 3년 또는 5년이 경과하여 이미 그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3. 이 사건 공표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정당한 목적 하에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유죄를 속단하게 하거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방법에 대하여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49692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를 수사한 경찰이 이 사건 공표행위를 한 뒤, 검찰은 원고의 무신고 오징어 가공행위에 대하여만 기소하였으나 그 부분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기초사실과 갑 제1, 5, 6호증, 을 제5, 8, 9, 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공표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는 2004. 12. 2.경 식품위생법령에 따라 영업신고를 마치고 수산물처리동결 영업을 하던 중, 관할관청의 지도·단속과 법령상의 시설기준에 적합한 장비를 갖출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2011. 3. 9. 위 영업에 대한 폐업신고를 한 뒤 수산물처리동결 영업을 계속하였다. 원고는 대신 2011. 2. 16.경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수산물처리동결이 아닌 수산물원형동결 영업에 대한 등록만 마친 상태였다. 이후 원고는 ○○시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수산물처리동결 영업에 대하여 식품위생법령에 따른 영업신고를 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받기도 하였으나 그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다가 형사사건 제1심의 유죄판결 이후인 2013. 11.경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추가로 수산물처리동결 영업에 대한 등록을 마쳤다. 비록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수산물가공업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식품가공업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수산물품질관리법령에 수산물가공업의 내용으로 수산물원형동결과 수산물처리동결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지만, 적어도 형식상으로 볼 때 원고가 실제로 영위하던 수산물처리동결 영업에 대하여 아무런 신고나 등록을 마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원고도 경찰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에는 식품위생법에 따른 신고 없이 오징어채 등을 만든 행위가 위법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기하여 검찰은 원고를 무신고 오징어 가공행위로 기소하였고, 제1심 및 환송 전 항소심 법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경찰이 이 사건 공표행위를 통하여 원고를 ‘무허가 오징어 제조, 유통업체’로 지칭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표현이었더라도 공표행위 당시에는 객관적으로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2) 원고는 수사 당시 냉동오징어 가공 과정에서 인산염을 사용한 사실을 부인하였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압수된 오징어를 감정한 결과, 염소이온의 함량이 나트륨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았고, 인산이온의 경우 정상적인 해산물에 비하여 최소 20배, 많게는 100배 가까이 검출되었는데, 이는 오징어 가공시 인산염의 사용 사실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인산염은 어육 제품의 결착력을 향상시키므로 냉동오징어를 인산염을 희석한 물에 담가두면 오징어가 물을 보다 많이 머금게 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오징어 가공시 인산염을 사용하였다면 그 목적은 오징어 중량을 부풀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달리 오징어의 가공에 인산염이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인산염은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량 섭취하면 혈압강하, 혼수상태, 쇼크,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원고의 인산염 사용을 기소하지 못한 것은 식품위생법 등에 인산염의 사용량에 관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 원고의 인산염 사용이 증명되지 않거나 인산염 사용이 인체에 해롭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원고가 판매한 오징어채가 이미 상당량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 사건 공표행위를 통하여 오징어채 판매업자인 원고가 오징어 가공시 인산염을 사용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오징어채 등 먹거리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그 내용도 대체로 진실에 부합하였다.
3) 이 사건 공표행위에서 원고는 ‘○○시에서 오징어채 제조,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ㄱ”씨’ 로 표현되었을 뿐, 그 외 원고의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되지 아니하였다. 일부 언론사에서 원고를 ‘△모(68)씨’로 특정한 것은 해당 언론사의 취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뿐이다. 다른 언론사의 경우 원고를 ‘A씨’라고만 지칭하거나 나이를 60세로 잘못 보도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정보만으로 “ㄱ”씨가 원고임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원고와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서 이 사건 공표행위 이전에 이미 원고가 오징어채 가공 등에 관한 혐의사실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이는 이 사건 수사 자체로 인한 것이지, 이 사건 공표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폐기처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에 규정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불법행위 종료일부터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 제1항 에 정한 5년의 기간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 경우 시효기간은 민법 제166조 제1항 에 따라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하는데,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92784 판결 등 참조).
나.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국가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그 불법행위 종료일부터 늦어도 5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2013. 3. 25. 이후 5년이 지난 2018. 5. 16.에야 제기되었다. 그 소제기 이전에 원고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기소된 무신고 오징어 가공행위의 인정 여부에 따라 이 사건 폐기처분의 위법성 여부에 관한판단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은 설령 성립하였더라도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 취지에 따른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5. 5. 21.에야 현실화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폐기처분으로 인한 손해는 폐기처분이 이루어진 2013. 3. 25. 이미 현실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원고에게 손해가 없었다거나 무죄판결의 확정으로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폐기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