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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65643 판결

[부당이득금][공2006.7.1.(253),1141]

판시사항

제시은행에 추심을 의뢰하여 예입한 약속어음이 지급은행에 개설된 발행인 계좌의 예금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추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음교환업무규약 등에 정해진 시각까지 부도어음통보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어음이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처럼 결제자금이 입금·처리되고 추심을 의뢰한 어음소지인이 이를 인출하여 간 경우, 어음소지인이 지급은행에 대하여 위 인출금 상당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예금계약에 적용되는 예금거래기본약관 제7조의 규정은 다른 은행이나 점포에서 지급될 어음 등 증권으로 입금하는 경우에는 이를 교환에 돌려 지급은행에서 그 증권이 정상적으로 추심되었는지 또는 부도처리되어 추심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추심을 의뢰한 은행이나 점포에 위 부도반환시한까지 부도통보가 없으면 무조건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소지인이 제시은행에 추심을 의뢰, 예입한 약속어음이 지급은행에 개설된 발행인의 당좌계좌의 예금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추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음교환일 당일 어음교환업무규약 등에 정해진 시각까지 미결제어음통보 혹은 부도어음통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급은행이 어음교환소에서 대차결제된 결제자금을 제시은행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어음이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처럼 입금·처리되고 소지인이 이를 인출하여 간 경우, 소지인이 얻은 위 인출금 상당액은 원칙적으로 지급은행의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로 인한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발생한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자하연 담당변호사 남성렬)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푸른상호저축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빛 담당변호사 성민섭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2004. 3. 15.자 준비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소외 주식회사가 원고 은행 삼천동지점과 당좌거래약정을 체결하고 위 지점을 지급장소로 하여 발행한 약속어음 중 각 지급기일을 2001. 7. 5.로 하는 판시 이 사건 어음 4장의 소지인이 된 피고는 2001. 6. 4. 위 어음의 추심을 의뢰하면서 주식회사 외환은행 신사동지점에 개설한 보관추심어음계좌에 추심위임배서 후 이를 보관시켰다.

위 보관추심어음약관 제3조 제1항, 제7조에는 보관추심어음통장에 기재된 어음은 추심결제 후 의뢰인이 지정한 계좌로 지급하고, 추심대전의 지급 또는 어음의 반환으로 추심위임은 종료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외환은행은 2001. 7. 4. 이 사건 어음을 서울어음교환소(이하 ‘어음교환소’라고 한다)에 제출하여 그 다음날 어음교환소를 통하여 상호교환의 방식으로 원고 은행 삼천동지점에 지급제시하였다. 원고 은행은 소외 주식회사의 당좌계좌에 예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은행 마감시각 전까지 어음금을 입금시킬 것이니 부도어음통보를 유예하여 달라’는 소외 주식회사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어음 전부에 대하여 부도어음통보시각이 지나도록 부도어음통보를 하지 않았고, 그 중 2장의 어음에 대하여는 그에 앞서 하도록 되어 있는 미결제어음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외환은행은 부도어음통보시각이 지나도록 원고 은행으로부터 부도어음통보가 없자 피고가 이 사건 어음 추심금의 입금계좌로 미리 설정해 둔 판시 기업자유예금계좌에 이 사건 어음 액면금 합계 1억 6,000만 원을 입금하는 한편, 소외 주식회사가 약정대로 위 어음 결제금을 입금하지 아니하자 뒤늦게 이 사건 어음에 부도표시를 한 후 같은 날 22:00경 위 어음을 반환하고자 하는 원고 은행의 요청을 적법한 부도어음통보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은행은 어음교환소에 이 사건 어음을 예금부족으로 인한 부도어음으로 신고하였다. 원고 은행과 외환은행을 포함한 어음교환소의 참가은행들 사이의 사적 자치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어음교환업무규약 및 그 시행세칙(이하 ‘규약 등’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각 참가은행이 입금된 어음 등 교환 가능한 증서를 교환일(결제일) 전날 영업종료 5시간 30분 후까지 어음교환소에 제출하면 어음교환소에서 교환일 13:30까지 참가은행별 상계처리 및 대차결제 등의 절차를 취하고, 지급은행은 교환일 영업개시 2시간 30분 전까지 지급어음을 수취하여 그 중 미결제어음에 대하여 당일 영업종료 2시간 전(14시 30분, 이를 ‘미결제어음통보시각’이라고 한다)까지 제시은행에 통보하며, 그 중에서 어음금이 입금되지 않은 부도어음에 대해서는 당일 영업종료시각(16시 30분, 이를 ‘부도어음통보시각’이라고 한다)까지 부도어음통보를 하여야 하고(미결제통보를 하지 않은 어음에 대하여는 부도어음통보를 할 수 없다), 지급은행은 부도어음통보된 어음에 대하여 소정의 부도확인번호를 표시한 다음 교환일 다음날의 어음교환을 통하여 제시은행에 반환하고 부도어음대금을 회수한다. 한편,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약관’에 의하면 은행은 당좌예금의 지급자금을 초과하는 어음금은 지급하지 않고(제9조 제1항), ‘예금거래기본약관’에 의하면 거래처(예금주)가 어음 등 증권으로 입금한 경우에는 은행이 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반환시한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한 때에 예금이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제7조).

2. 예금계약에 적용되는 예금거래기본약관 제7조의 규정은 다른 은행이나 점포(이하 ‘지급은행’이라고 한다)에서 지급될 어음 등 증권으로 입금하는 경우에는 이를 교환에 돌려 지급은행에서 그 증권이 정상적으로 추심되었는지 또는 부도처리되어 추심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추심을 의뢰한 은행이나 점포(이하 ‘제시은행’이라고 한다)에 위 부도반환시한까지 부도통보가 없으면 무조건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소지인이 제시은행에 추심을 의뢰, 예입한 약속어음이 지급은행에 개설된 발행인의 당좌계좌의 예금부족으로 현실적으로 추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음교환일 당일 위 규약 등에 정해진 시각까지 미결제어음통보 혹은 부도어음통보(이하 묶어서 ‘부도어음통보’라고 한다)가 이루어지지 않아 지급은행이 어음교환소에서 대차결제된 결제자금을 제시은행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그 어음이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처럼 입금·처리되고 소지인이 이를 인출하여 간 경우, 소지인이 얻은 위 인출금 상당액은 원칙적으로 지급은행의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로 인한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발생하고 ( 대법원 1995. 6. 16. 선고 95다9754, 9761 판결 , 1996. 9. 20. 선고 96다1610 판결 , 1997. 11. 28. 선고 96다21751 판결 , 1999. 2. 5. 선고 97다3482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 사건처럼 약속어음 액면금 상당의 예금에 앞서 그 어음을 제시은행 보관추심어음계좌에 넣어 추심을 의뢰한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어음이 현실적으로 추심되지 않았음에도 지급은행인 원고 은행이 정해진 시각까지 부도어음통보를 하지 않는 바람에 어음교환소에서 대차결제된 결제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어 그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그로 인하여 피고가 동액 상당을 제시은행인 외환은행의 예금계좌에 입금받게 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 은행으로서는 부도어음통보를 하지 아니할 경우 결제자금 미입금에도 불구하고 제시은행에게 부도어음반환을 할 수 없게 되는 관계로 위 대차결제된 결제자금 상당의 손해를 입을 위험을 감수하고서 적시에 부도어음통보를 하지 아니한 이상, 이 사건 어음의 정당한 소지인인 피고가 위 규약 등에 정한 대로 어음금을 지급받은 것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아래의 이유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급은행이 규약 등에서 정한 부도어음통보시각을 어긴 것이 단순히 사무착오나 전산 기타 기술상의 오류 등 지급은행의 구체적 인식 없이 야기된 것인지 아니면 이 사건의 경우처럼 은행 마감시각까지 결제자금을 입금할 것을 조건으로 부도어음통보의 일시 유예를 요청한 데에 따른 의식적인 조치인지 여부는 실제에 있어서 그 구분이 반드시 쉽지 아니하고 오히려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일반적이라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사정으로 부도어음통보를 일시 유예하여 준 조치만으로 지급은행에게 어음금 대위지급의 부담을 감수할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는 것은 지급은행과 발행인 사이의 일반적 관계 및 당좌예금거래의 실제, 위 대위지급관계를 인정할 경우 지급은행 담당 임직원들이 받게 될 민·형사적 책임 등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의사해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어음교환소를 통한 어음결제제도는 어음의 지급과 관련한 개별적, 실체적 권리관계의 확정 내지 안정과는 상관없이 어음교환소 및 참가은행들 사이의 업무처리방법을 획일화함으로써 대규모 어음교환결제의 신속, 원활 및 편의 도모를 주목적으로 ‘선이행(결제) 후분쟁’을 원칙으로 하는 참가은행들 사이의 다자간 상계결제 시스템으로서, 규약 등에서 정한 어음의 교환결제에 수반되는 법률적 분쟁에 대하여는 해당 은행들 사이의 개별적 해결절차를 유보하고 있으므로(부도가 확실시되는 사고어음을 발견한 경우에도 일단 지급은행이 이를 수취, 결제한 후 추후 대금을 청산하도록 하고, 교환된 어음의 부도, 금액의 오인 또는 교환 착오 등으로 인한 분쟁은 해당 참가은행들 사이에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위 규약 제25조 제1항 및 그 시행세칙 제85조 제1항 등의 규정이 그러하다.), 이에 비추어 부도어음통보시각을 어긴 지급은행의 의사는 제시은행에게 부도어음을 반환할 수 있는 기회의 상실 등 위 규약 등에서 정한 절차적 불이익의 감수는 별론으로 하고, 관련 이해당사자에 대한 실체적 권리관계의 포기까지 용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어음 소지인의 입장에서도 어음의 현실적인 결제가 없었음에도 지급은행의 출연으로 추심금 상당액을 수령하게 된 것은 부도어음통보시각의 경과 이후 위 규약 등의 절차상 교환어음의 상계 및 대차결제가 이루어진 데에 따른 반사적 효과에 불과할 뿐, 부도어음통보시각이 경과하였다 하여 어음의 현실적인 결제 여부와 상관없이 그 어음의 추심금을 청구할 법률상 권리가 존재한다거나 그에 관한 법률상 보호되어야 할 정당한 기대권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급은행인 원고 은행이 이 사건 부도어음통보시각을 어긴 것이 일시적이나마 발행인인 소외 주식회사를 위하여 대위지급하여 줄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어음 소지인이 제시은행 및 어음교환소를 거치지 않고 원고 은행에 직접 어음을 제시하였더라도 어음금을 지급하여 주었을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단순히 어음교환일 당일의 은행 마감시각까지 결제자금을 입금하겠다는 발행인의 약속을 믿고 부도어음통보시각을 넘긴 사정만으로는 위 결제자금 미입금에 따른 대위지급의 손해까지 감수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이는 공평에 반하는 재산상의 가치이동이 행하여진 경우에 수익자의 이득을 손실자에게 되돌려 재산상태의 조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당이득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해석하여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의 조치는 잘못이라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은, 가사 피고가 부당이득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 은행의 귀책에 기하여 이 사건 어음금이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으로 신뢰한 피고에 대하여 그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칙 위반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로 인한 원고 은행의 뒤늦은 반환청구가 피고에 대하여 현저히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게 됨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단지 부도어음통보시각의 경과 이후 위 규약 등에서 정한 절차의 진행에 따라 부도어음이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반환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이 점에 관한 원심의 조치도 잘못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부에 관하여 살펴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부당이득의 성립에 관한 원고 은행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부도어음의 교환결제에 따른 부당이득 및 신의칙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손지열 박시환(주심)

심급 사건
-대전지방법원 2002.10.17.선고 2001가합9339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