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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9. 7. 30. 선고 2008헌가16 결정문 [의료법 제91조 제1항 위헌제청]

[결정문]

사건

2008헌가16 의료법 제91조 제1항 위헌제청

제청법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당해사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8고정37 의료법위반

주문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91조 제1항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 사건의 피고인 의료법인 ○○병원은 보건의료에 관한 연구개발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인바, “2007. 8. 22. 14:00경 위 병원의 건강검진센터 사무실에서 위 병원 건강관리과 직원인 상피고인 김○하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릉시 소재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 외 19명에 대하여 구강검진을 실시하고 학생구강검진 기록지의 종합소견란에 ‘양호’, ‘우식치료’, ‘대체로

양호’ 등을 기록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위 김○하와 함께 의료법위반으로 기소되어 2008. 5. 2.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게 되자 같은 법원에 이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위 법원 2008고정37).

(2) 담당재판부는 위 소송계속 중 2008. 6. 23. 직권으로 의료법 제91조 제1항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에 따른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이 책임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며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제청법원은 의료법 제91조 제1항 중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에 따른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하였으나, 벌칙 조항인 의료법 제87조에 규정된 위반행위의 범위는 당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인 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부분, 즉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91조 제1항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아래 밑줄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91조(양벌규정) ①법인의대표자,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부터 제90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하면그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제87조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생략

2. 제12조 제2항, 제18조 제3항, 제23조 제3항,제27조 제1항, 제33조 제2항(제82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

〔관련조항〕

제2조 (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다만, 2008. 2. 29. 법률 제8852호 개정으로 ‘보건복지부령’ 부분이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변경, 이하 같음).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 면허) ①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1.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치의학사 또는 한의학사 학위를 받은 자

2.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석사학위 또는

박사학위를 받은 자

3.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나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면허를 받은 자로서 제9조에 따른 예비시험에 합격한 자

② 의학·치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6개월 이내에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을 것으로 예정된 자는 제1항 제1호 및 제2호의 자격을 가진 자로 본다. 다만, 그 졸업예정시기에 졸업하고 해당 학위를 받아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제27조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1.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로서 일정 기간 국내에 체류하는 자

2.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과대학, 종합병원 또는 외국 의료원조기관의 의료봉사 또는 연구 및 시범사업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하는 자(다만, 2009. 1. 30. 법률 제9386호 개정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추가됨)

3.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의료법 제91조 제1항은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하 ‘종업원등’

이라 한다)이 의료법 제87조에 따른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영업주인 법인이 종업원등의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실질적으로 공모·가담하거나, 최소한 이를 묵인, 조장, 방조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영업주인 법인을 종업원등과 함께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이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영업주인 법인 자신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하고 법인을 처벌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업원등의 범죄행위가 ‘영업주의 업무와 관련’될 것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업무관련성을 규정하고 있는 다른 양벌규정과 달리 그만큼 영업주에 대한 처벌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보다 엄격히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나.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장의 의견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그 위반행위가 이익의 귀속주체인 법인의 묵인 또는 방치로 인하여 발생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영업주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범으로서의 입증가능성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민건강과 보건이라는 중대한 법익에 위험을 초래할 행위에 대한 예방 및 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한 것으로, 이는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양벌규정에 대하여 일관되게 영업주의 종업원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을 근거로 영업주의 책임을 묻고 있으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의료법상의 양벌규정은 1951. 9. 25. 법률 제221호로 제정된 국민의료법 제65조에서 유래하는데, 1973. 2. 16. 법률 제2533호 전부개정시 의료법으로 법명되면서 ‘처벌을 강화한다’는 목적 하에 기존의 내용 중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라는 부분이 삭제된 이래 실질적인 내용의 변동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한 무면허 의료행위의 금지 및 이에 대한 처벌조항도 국민의료법 제정시부터 존재해왔는데, 그 내용은 1962. 3. 20 법률 제1035호 의료법 전문개정시 변경된 이후 현재까지 거의 변함이 없으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의 법정형이 1994. 1. 7 법률 제4732호 개정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상향되었고, 무면허의료행위 금지조항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개정으로 제25조에서 제27조로 조문의 위치가 변경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등이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 즉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종업원등을 고용한 법인에게도 종업원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종업원등의 행위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등의 일정한 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등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을 종업원등과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형벌에 대한 책임주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 즉 행위반가치(行爲反價値)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의 발생, 즉 결과반가치(結果反價値)라고 말할 수 있으나, 여기서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적 징표이자 형벌을 통해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행위에 나아간 것’, 즉 행위반가치에 있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물론 결과의 제거와 원상회복을 위해 그 결과 발생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민사적 또는 행정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형벌의 본질은 비난가능성인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한 비난이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스스로의 책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다(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 판례집 19-2, 520, 527).

라. 법인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과 책임주의

(1) 법인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

전통적으로 범죄행위의 주체는 인간으로 인식되어 왔으므로 그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도 자연인만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오늘날 사회가 복잡·다양화됨에 따라 자연인과 별개로 법인이라는 존재가 별도의 조직과 기관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실재하며 활동하고 있고 이러한 법인의 사회적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법인에 의한 반사회적 법익침해행위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법인의 반사회적 법익침해행위에 대하여 그 직접적 행위자인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법인 자체에 대하여도 사회적 비난이 가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으로 법인 자체에 대한 법적인 제재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그 제재수단의 선택이나 적용요건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 법인에 의한 반사회적 법익침해에 대하여 법인 자체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입법자는, 위와 같이 현대 사회에 새로운 범죄의 주체로 등장한 법인의 반사회적 법익침해활동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책적 필요에 따라, 일정한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법인에 대하여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사처벌을 과할 수 있도록 하였는바, 그 중 하나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해당 종업원등을 형사처벌함과 아울러 영업주인 법인에 대하여도 형사적 처벌인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2)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과 책임주의

일반적으로 형사상 책임은 ‘행위자가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행동하였다고하는 의사형성에 대한 윤리적 비난’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전통적 책임개념은 자연인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의 원칙이단지 법적으로 인격이 부여된 법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적 책임은 순수한 윤리적 비난이 아니라 국가적 규범의 침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므로 자연인에 대한 위와 같은 책임개념을 법인의 책임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법인의 행위는 이를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나아가 형벌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므로 형벌권을 중요한 사회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여야 하는바, 입법자가 일단 법인의 일정한 반사회적 활동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을 선택한 이상, 그 적용에 있어서는 형벌에 관한 헌법상 원칙, 즉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결국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벌규정으로서, 종업원등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등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

고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에게 종업원등과 같이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위 법률조항은 법인인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등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은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법인에게 비난받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가령 종업원등의 범죄행위를 지시하였거나 이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였거나 도움을 주었는지 여부, 아니면 영업주의 업무에 관한 종업원등의 행위를 지도하고 감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종업원등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영업주인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영업주가 종업원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 기타 영업주의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책임주의에 합치되도록 합헌적 법률해석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합헌적 법률해석은 어디까지나 법률조항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해석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문언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해석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7. 11. 29. 2005헌가10 결정, 판례집 19-2, 520).

그 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법인이 종업원등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될 수 밖에 없게 된다.

(2)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등이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

바, 이는 아무런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다른 사람의 범죄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으로서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 소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결정한다.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 위헌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위헌의견 및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이공현의 별개 위헌의견

가. 형벌에 관한 책임원칙

형벌에 관한 형사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원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하나는 형벌의 부과 자체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 즉 책임이 인정되어야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고(‘책임 없는 형벌 없다’), 다른 하나는 책임의 정도를 초과하는 형벌을 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

따라서 일정한 범죄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법률조항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범죄에 대한 귀책사유를 의미하는 책임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 법정형 또한 책임

의 정도에 비례하도록 규정되어야 한다.

귀책사유로서의 책임이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것이고,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나. 책임없는 자에 대한 처벌로서 위헌인지 여부

(1) 산업화와 더불어 법인이 공업․운송․상업 영역에서 주도적인 경제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영역에서의 활동에 내재되어 있는 공중의 보건, 안전 등의 공익을 해할 수 있는 위험이 법인에 의하여 실현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법인의 경제적 영향력이 실로 막강해 지면서 법인의 범법행위가 제대로 규제되지 않는 경우 사회에 막대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하여 책임을 반사회적 법익침해행위에 대한 사회적․법적 비난으로 본다면 공공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거나 부당한 경제력 행사에 의하여 사회에 막대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법인의 행위에 대하여 당해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법인의 행위를 형사처벌하려는 움직임은 종래 법인은 비난가능성이 없다(societas delinquere non potest)는 원칙에 입각하여 법인의 형사책임을 인정하지 않던 서유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 회원국으로 하여금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하여 법인을 형사처벌하는 법체계를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선 유럽평의회는 1998년 채택된 형사법에 의한 환경보호협약(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through Criminal Law)에서 유해물질을 대기, 토양 및 수중에 불법배출하고 그러한 물질을 불법적으로 제조, 운송 및 저장하는 법인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이를 본받아 유럽연합 이사회(EU Council)가 유해물질을 불법적으로 배출, 생산, 저장, 운송하는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는 결의를 채택한 바 있다. 또한 유럽평의회는 1999년 채택된 부패에 관한 형사법협약(Criminal Law Convention on Corruption)에서 법인의 적극적 뇌물수수,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의한 거래 및 돈세탁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는 경쟁법위반에 대하여 형사벌에 상응할 정도의 강력한 행정적 제재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회원국들 중 일부 국가가 법인의 경쟁법 위반에 대하여 형사벌을 부과하는 체제를 도입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위 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법인의 사기행위, 적극적 부패행위 내지 돈세탁행위를 회원국으로 하여금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권고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즉 범유럽적인 차원에서 공업활동에 내재된 환경오염에 기하여 유럽인들의 건강에 해악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고, 부당한 경제력 행사에 의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하거나 유럽의 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인의 행위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적극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에서 법인의 형사책임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체제를 입법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법인은 법적으로 구성된 가상의 실체로서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종업원을 통하여 행위하므로, 공공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거나 부당

한 경제력 행사에 의하여 사회에 막대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려면 문제되는 종업원의 행위를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없는 종업원의 행위에 대하여서까지 그 법인의 관여나 선임감독상의 과실 등과 같은 잘못이 없음에도 그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킨다면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되어 책임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의 위계구조상 어떤 지위에 있는 종업원의 행위까지 법인의 행위로 볼 것인지 문제되는데,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 그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그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종업원 중 법인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의 행위에 대하여 법인이 형사책임을 지는 제도는 비교법적으로도 확인된다. 영국에서는 DPP v. Kent and Sussex Contractors{[1944] KB 146} 사건에서 법인 고위직 임원의 행위 및 고의․과실을 그 법인 자체의 행위 및 고의․과실과 동일시할 수 있다는 이른바 동일원칙(the doctrine of identification)이 형사법에 수용된 이후 실무상 이 원칙에 의하여 법인의 형사처벌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재 이 원칙은 확립된 법리가 되었다. 이러한 동일원칙은 미국의 모범형법전(Model Penal Code)에 수용되어 위 형법전에서는 “당해 범죄가 이사회나 직무 내지 업무 범위 내에서 법인을 위하여 행위한 고위관리직원에 의하여 수권, 요구, 명령, 수행된 것이거나 부주의로 용인된 경우 그 법인의 책임이 인정된다”라고 규정하고[제2.07조 (1) (c)], 고위관리직원을 “그의 행위가 법인의 정책을 대변하는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의 직책을 갖는 임원이나 기타

직원”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07조 (4) (c)] . 또한 프랑스 형법 제121-2조 제1항은 “국가를 제외한 법인은 법률 또는 명령이 규정하고 있는 경우 제121-4조 내지 제121-7조(정범, 미수, 공범처벌, 공범의 규정)의 구별에 따라 법인의 기관 또는 대표가 법인을 위하여 행한 범죄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서 “기관”이란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통하여 행위하는 주주들과 같이 프랑스 회사법상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법인 내의 조직을 말하며, “대표”는 고위직 임원이나 임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이나 직원을 의미한다.

한편 이상의 비교법적 관찰을 통하여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자로서는 반드시 등기부에 기재된 대표자 뿐만 아니라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살피건대 의료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인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의료기술 이상의 "인체(人體)전반에 관한 이론적 뒷받침"과 "인간의 신체 및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 점에 관한 국가의 검증을 거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아니한 방법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1996. 10. 31. 94헌가7 , 판례집 8-2, 408, 418). 따라서 무면허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인에게 사회적․법적 비난으로서의 형사책임을 귀속시킨다 하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대외적으로 법인의 의사를 표명하고 대내적으로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므로, 그의 행위는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더라도 책임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중 앞에서 설시한 지위에 있는 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반면에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그 이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다수의 위헌의견이 판단한 바와 같이 그와 같은 자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법인의 관여나 선임감독상의 과실 등과 같은 책임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그러한 자의 일정한 범죄행위가 인정되면 그를 처벌하는 동시에 자동적으로 법인도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어서 책임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 여부

법인의 대표자 등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는 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범법행위를 하여 법인이 처벌될 경우 혹은 법인이 종업원 등과 공모하거나 그 위반행위를 조장, 묵인하는 행위를 하여 공동범의 법리에 따라 처벌될 경우에는 그 행위자와 그 법인에 대한 법정형이 동일하더라도 책임과 형벌의 비례성원칙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결과를 발생시킨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태양에 따라서는 보

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그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과 과실에 의한 것 사이에는 비례의 원칙상 그에 따른 책임의 정도를 다르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설령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중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및 그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을 제외한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을 그러한 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있는 법인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보더라도 과실밖에 없는 법인을 고의의 본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각자의 책임에 비례하는 형벌의 부과라고 보기 어렵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중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및 그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그 이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6.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위헌의견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자신의 행동을 규율하고 책임지는 자율적 활동주체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 존엄과 가치를 가지는 자율적 활동주체로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질 뿐 타인의 행위로 인하여 처벌받지 않으며, 자기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처벌받지 아니한다(책임주의의 원칙).

법인은 사람의 활동을 통하여 활동하지만, 법인 자체의 목적과 업무지침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조직을 갖추고 구성원의 의사와 구별되는 법인 자체의 목적과 의

사(업무지침 등)에 따라 활동하기 때문에, 법인도 구성원과 구별되는 독자적 주체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활동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법인의 업무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임원․직원>은 개인적인 의사가 아니라 법인의 목적을 위하여 법인의 의사(업무지침)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므로, 임원․직원의 법인업무활동은 규범적으로 사용자인 법인의 업무활동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한 법인업무활동의 효과도 적법행위이든 위법행위든 불문하고 모두 업무의 주체인 법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

이처럼 법인도 구성원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주체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고 법인도 법질서를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법인도 자율적 활동주체로서 법인의 업무활동에 대하여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법인은 다수인의 능력을 조직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 활동 영역과 규모와 영향력이 개인활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그로 인하여 현대사회에서 법인의 활동영역이 모든 영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도 빈발하게 되고 그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법인을 처벌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법인의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법인의 의사(업무지침)에 기한 것이면 법인 자체를 위법행위자로 보아 처벌할 필요가 있고, 임원․직원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법인의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법인의 의사(업무지침)에 따라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러한 업무상 위법행위는 규범적으로 법인 자체가 저지른 위법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법인 자체를 범죄행위자로 보아 형사처벌하여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임원․직원의 활동

을 사용하여 자기의 목적을 이루는 법인은 그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법인의 업무를 위하여 일하는 임원․직원이 그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위법행위를 한 본인 외에 그 법인에게도 임원․직원의 업무상 활동에 관한 지휘․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업무에 관한 위법행위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이와 같이 법인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따라 법인 처벌의 요건과 형벌(법인해산, 무기한 업무폐지, 유기한 업무금지, 벌금 등)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임원․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그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것은 임원․직원의 업무상 활동을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거나 법인에게 임원․직원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법인의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은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이므로, 법인의 임원․직원이 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위법행위에 관하여 법인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료법 제91조 제1항, 제87조 제1항 제2호, 제27조 제1항)은 의료법인의 임원․직원이 의료인이 아니면서 의료행위를 하여 법률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의료법인도 행위자와 함께 형사처벌하게 하면서, 임원․직원의 위법행위가 의료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행해진 것이든 의료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든 묻지 않고 있다. 의료법인의 임원․직원이 의료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의료법인이 임원․직원의 행위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하였

거나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임원․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의료법인을 함께 처벌하더라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임원․직원이 의료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의료법인에게 임원․직원에 대한 지휘․감독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경우에도 의료법인을 임원․직원과 함께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의료법인의 임원․직원이 의료법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7.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산업사회가 고도로 조직화되면서 법인의 활동과 사회적 영향이 증대되고 그로 인한 반사회적 법익침해가 증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제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실제 위반행위자인 법인의 종업원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범죄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종업원의 위반행위로 인한 이익의 귀속주체인 법인에 대하여 사회적인 비난이 직접 가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는 위반행위자인 종업원 외에 법인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수단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위반행위가 종업원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함이거나 그 종업원 개인의 윤리성의 결여에 기인하기 보다는, 대개의 경우 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지

거나 실제로는 법인의 기관 또는 중간관리자의 무언의 지시나 묵인·방치 또는 해당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임에도, 법인의 복잡하고 분산된 업무구조의 특성상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기 어렵고, 나아가 넓게는 그러한 위반행위 방지를 감독하기에 부족한 법인의 운영체계 내지 의사결정구조의 하자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법인도 직접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법인범죄의 특수성 및 법인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최근에는 행위자와 무관하게 법인에 대한 독자적인 형사책임을 인정하거나 벌금형 외에 법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다양하게 마련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기업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① 법인의 소속 직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위반행위가 있고 ② 그 위반행위가 업무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 ③ 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진 경우에, 그것만으로 법인에게 소위 대위책임(respondeat superior)을 인정하여 법인에 대하여 직접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 주류적 판례의 입장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종업원 이외에 그 종업원이 속한 법인을 종업원에 대한 해당조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종업원의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이익의 귀속주체인 법인의 내부기관의 묵인·방치 내지 넓게는 그러한 위반행위의 방지를 감독하기에 부족한 법인의 운영체계의 하자 등으로 인하여 발생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법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높음에도 법인의 조직 및 업무구조의 특성상 그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민의 보건이라는 중대한 법익에 위험을 초래할 행위에 대한 예방 및 처

벌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한 것으로, 이는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위와 같은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등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려는 입법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대법원은 법인 또는 개인 영업주 양벌규정과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하여, “종업원 등의 행정법규위반행위에 대하여 양벌규정으로 영업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종업원 등에 대한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과실책임을 근거로 하는 것이며......”(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1213 판결), “양벌규정에 의한 영업주의 처벌은 금지위반행위자인 종업원의 처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여 그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로 인하여 처벌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7673 판결 참조), 또는 “......사업주가 개인인 때에는, 그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의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 그 사업주에게 그 행위자의 선임, 감독 기타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그 사업주는 이러한 주의를 다 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그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777 판결 참조), “......이는 법인에게 무과실책임은 아니라 하더라도 입증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업무주체에 대한 과실의 추정을 강하게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1도5595 판결 참조)라고 각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이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 또는 개인 영업주의 처벌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종합하여 보면, 대법원은 일관되게 영업주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즉 과실책임을 근거로 영업주의 책임을 묻되 다만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한 영업주의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추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우리와 동일하게 특별행정형법에 영업주 처벌을 위한 양벌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에서도 법인 사업주에 대한 양벌규정에 관하여 “그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인 사업주로서 행위자의 선임, 감독 기타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으로 법인 사업주로서 위와 같은 주의를 다하였다는 증명이 없는 한 법인도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통설과 최고재판소의 입장이다.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제87조 제1항 제2호 중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반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것으로 일반적인 양벌규정과 달리 ‘업무에 관하여’라는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업무에 관하여’라는 요건이 문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법인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의 ‘위반행위’, 즉 무면허 의료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도 ‘영업주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라는 것이 법인의 ‘업무’와 종업원의 ‘위반행위’를 연결해 주는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서 추단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는 문언상 명시되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해석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

기타 귀책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라 허용된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2009. 7.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