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처분무효확인][미간행]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영철)
부산일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지성 담당변호사 이상근)
2013. 11. 13.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2. 4. 18.자 대기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제8면 제15행의 ‘2012. 10. 18.’을 2012. 10. 19.‘로 고치고, 인정근거로 을 제16 내지 21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를 추가하는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1항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피고의 본안전 항변
가.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은 후 6개월이 지나도록 보직을 받지 못하였고, 피고 사규 제63조, 포상징계규정 제13조 제6호에 의해 2012. 10. 19. 자동해임되었으므로, 위 해임의 효력은 다투지 않고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만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피고의 포상징계규정 제13조 제6호에 의하면 피고의 사원이 대기처분을 받은 뒤 6개월을 경과하여도 보직을 부여받지 못한 경우 자동해임되도록 규정되어 있고, 갑 제48조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피고의 포상징계규정 제13조 제6호의 대기처분 기간 만료에 따라 보직을 받지 못해 2012. 10. 19. 00:00시를 기해 자동 해임을 확정. 피고는 2012. 10. 19. 00:00시를 기해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해지함’이라는 내용의 통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자동해임은 대기처분 상태가 일정기간 존속하는 경우 그 대기처분 상태가 일정기간 존속한다는 사실에 대한 효과로서 당연히 발생하는 것에 불과하고 자동해임이라는 독립된 별개의 법률행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대기처분이 무효로 되면 자동해임의 효과는 당연히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을 근거로 한 자동해임을 이유로 원고의 근로제공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이상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속한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하여 이 사건 소로써 자동해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따로 자동해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989. 10. 27. 선고 89다카3943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원고의 주장
가. 절차상 하자
1)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약 제52조에 따라 피고와 노동조합이 각각 3명씩 추천한 6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에 따라 회사 측 징계위원 9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되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
가) 피고의 단체협약 제52조에 의하면 징계위원회를 노사동수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는 회사 측 징계위원 9명으로 구성하도록 정하고 있어 단체협약 제52조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원고에게는 단체협약 제52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나) 피고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가 설치되어 있고, 위 노동조합에 피고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기자) 과반수가 가입되어 있으므로, 부산일보의 다른 동종의 근로자인 원고에게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에 따라 당연히 단체협약 제52조가 적용되어야 한다.
다) 피고는 비조합원에 대한 징계 시에도 단체협약 제52조에 따라 징계를 하여 왔으므로, 비조합원에게도 단체협약 제52조를 적용하는 묵시적 합의 내지 노동관행이 있었다.
2) 단체협약에서 정한 편집권의 독립에 관한 제23, 26, 27조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안과 같이 편집국장이 일정한 방향으로 편집권을 행사한 경우 곧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 제27조 제3호에 따라 노동조합에 새 국장후보의 추천을 요구하고, 이를 노동조합이 거부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한 경우 비로소 징계절차에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나. 실체상 하자
설령 원고에게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절차상 하자에 관한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첫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가)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가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피고 단체협약’이라 하고, 그 주요 내용은 별지 피고 단체협약과 같다) 제52조(징계위원회의 구성)에 의하면, 징계위원회를 피고와 피고 조합이 각각 3명씩 추천한 6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별도로 둔다(제52조)고 정하고 있다. 반면,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에 의하면, 징계위원은 임원 및 국장, 실장으로 하고 위원장과 간사는 사장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어 위 포상징계규정이 피고 단체협약보다 일응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에 따라 회사 측 징계위원 9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되었다.
나) 먼저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에 위반하여 무효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에 의하면,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하고,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 또는 위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 단체협약 제6조 제1호는 관리직책 종사자(부장급 이상인 자)는 조합원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고, 편집국장인 원고는 부장급 이상인 자로서 조합원의 자격이 없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피고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경우 피고 포상징계규정 제16조가 피고 단체협약 제52조보다 불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다) 다음으로 원고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에 따라 피고 단체협약 제52조가 당연히 적용되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 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에 따라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동종의 근로자라 함은 당해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여 그 협약의 적용이 예상되는 자를 가리키며, 한편 단체협약 등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자는 단체협약의 적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없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동종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 2005. 4. 14. 선고 2004도110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조합원의 자격이 없음은 위에서 살핀 것과 같으므로, 원고는 단체협약의 적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없어, 피고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는 피고 단체협약 제52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라) 마지막으로, 비조합원에게도 피고 단체협약 제52조를 적용하는 묵시적 합의 내지 노동관행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갑 제37, 3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당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그러한 묵시적 합의나 노동관행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따라서 원고에게는 피고의 소속 근로자로서 취업규칙의 일종인 포상징계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이 사건 징계처분이 포상징계규정 제16조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두 번째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별지 피고 단체협약 제23, 26, 27조와 같이 피고 단체협약은 피고가 편집제작진의 편집권을 존중하기로 선언하고, 편집국장 선임 및 임기 등에 관하여 정하면서, 편집국장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피고가 피고 조합 측에 새로운 편집국장 후보 추천을 요구하는 것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규정만으로 편집국장의 임명권자인 피고가 편집국장에 대한 징계 이전에 반드시 피고 조합 측에 새로운 편집국장 후보를 추천할 것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실체상 하자에 관한 판단
1)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징계사유 제2항(상사의 명령 복종의무 위반, 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 거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에 관한 판단
을 제1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신문의 편집인이란 신문의 편집 또는 인터넷신문의 공표에 관하여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하는데(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호 ), 부산일보의 지면에 발행, 편집, 인쇄인으로 피고 대표이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점,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출판의 자유는 신문사와 같은 법인에게도 인정되는 점, 헌법재판소는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2005. 1. 27. 법률 제7369호로 전문 개정된 것) 이 신문사업자로 하여금 동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현행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도 신문사업자는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같은 취지이다), 이 조항이 편집인 또는 기자들에게 독점적으로 ‘편집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였다거나 신문편집의 주체가 편집인 또는 기자들이라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조항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도 없어 이 조항은 기본적으로 선언적인 규정에 불과하다는 견해인 점[ 헌법재판소 2006. 6. 29. 선고 2005헌마165, 314, 555, 807, 2006헌가3(병합) ] 등 을 종합할 때, 원칙적으로 피고가 발행하는 신문의 편집권은 최종적으로 발행인인 대표이사에게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제1항의 인정사실과 각 증거에 의하면, ① 2011. 11. 18.자 신문 1면과 관련하여 당시 피고 대표이사인 소외 3이 원고에게 이 사건 기사를 빼거나 연기하라고 지시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고, 소외 3이 다시 기사의 제목을 ‘노사 사장선임권 갈등’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 또한 원고가 거부한 사실, ② 결국 소외 3은 회사의 입장 부분을 빼고 당초의 기사대로 게재하되 대신 2011. 11. 21.자 신문의 ‘사고’란에 회사의 입장을 표명하는 기사를 게재할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위 글의 사고 게재를 거부한 사실, ③ 피고가 2012. 1. 19. 대표이사와 임원을 새로 선임하였는데, 원고는 소외 4가 행한 인사 사령을 부산일보에 게재하지 않고, 2012. 1. 20.부터 2012. 1. 26.까지 신임 대표이사 소외 4를 부산일보 발행인란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의 위 행위는 편집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 피고 대표이사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한 것에 해당하므로, 사규 제53조 제4호(상사의 명령 복종의무)에 위반한 행위이고, 포상징계규정 제14조 제1항 제11호(상사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한 때)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나) 나머지 징계사유(징계사유 제1, 3, 4, 5항)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제27면 제2~3행을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을 불이행하여 법원으로부터 간접강제금 지급 결정을 받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으로 바꾸고, 제27면 제17~19행을 ’원고는 법원의 간접강제금 지급 결정 직후인 2012. 5. 4.에야 비로소 위 결정에 따른 반론보도를 하였다. 그렇다면, 원고는 편집국장으로서의 원고의 직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의 포상징계규정 제14조 제1항 제2호(직무상 의무를 위반)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로 바꾸는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5의 가, 다, 라, 마항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 중 ① 지령게재 관련 잘못, ② 2011. 11. 18.자 신문 제작 시 발행인의 요구 거부, 2011. 11. 21. 발행인의 사고 게재 요구 거부, 2012. 1. 19. 인사 사령 게재 거부 관련 잘못, ③ 지면 사유화, 발행인의 사고 게재 결정권 침해, 발행인 누락,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 불이행으로 인한 법원의 간접강제 지급 결정 관련 잘못만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2) 징계재량권의 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징계처분의 법적 성질
대기처분인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의 사규 제63조(포상 및 징계에 관한 규정)와 포상징계규정 제13조(징계의 종류)에 따라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징벌적 제재인 징계를 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피고가 정하고 있는 징계의 종류(견책, 감봉, 상여금 감액, 강급, 정직, 대기, 면직) 중에서 면직 다음으로 중한 징계에 속한다.
이러한 면에서 통상 잠정적인 조치로서 하는 보직의 해제(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를 뜻하는 대기발령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
그런데 피고의 포상징계규정 제13조 제6호에 의하면, 근로자가 대기처분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보직을 받지 못하는 경우 자동해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피고의 대기처분에 이은 자동해임을 일체로서 관찰하면 이는 결국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가깝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는 해고에 준하여 판단해야 한다.
나) 판단
제1항의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
(1)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것 중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원고가 2011. 11. 18.자 신문 제작 시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한 발행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그 이후 2012. 2. 10.경까지 총 25회에 걸쳐 정수장학회가 피고의 경영과 부산일보의 편집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등의 보도를 함으로써 편집에 관한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였다는 데 있다. 그 외의 다른 사유들은 여기서 파생되었거나 상대적으로 경미한 과오이다. 이에 우선 원고의 편집에 관한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였다는 데 대한 징계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타당한지에 관하여 살핀다.
(2)(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편집권이 최종적으로 발행인에게 귀속되고,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출판의 자유는 신문사와 같은 법인에게도 보장되는 자유이기는 하다.
그러나 ① 언론·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서 없어서는 아니 될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 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 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 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필요조건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 가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1998. 4. 30. 선고 95헌가16 참조). ②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신문 및 인터넷신문의 편집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 신문사업자 및 인터넷신문사업자는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여야 한다( 제4조 제1항 , 제2항 ). 신문사업자는 편집 또는 제작의 기본방침이 독자의 이익에 충실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6조 제1항 ). ③ 피고 단체협약에 의하면, 피고가 편집제작진의 편집권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제23조 ),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추천하는 3명의 후보 중에서 피고가 임명하며( 제27조 제1호 ), 편집국장 제직기간 중 피고 측의 편집국장에 대한 일방적 인사조치를 배제하기 위해 편집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 제27조 제2호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신문사의 발행인이 가지는 편집권은, 비록 신문사가 주식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영리성과 효율성에 입각한 기업의 의사결정과 달리, 신문사 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할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나) 그런데 갑 제41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각 가지번호 포함)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당시 피고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소외 3이 개별 기사 내용에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개입하는 사례가 많았고, 그 지시 내용도 특정 정당에 편향되어 있어 편집제작진의 편집권을 존중하며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정의를 위해 올바르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단체협약의 취지가 몰각된 상황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편집국장인 원고로서는 소외 3의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한 지시 및 그에 이은 일련의 사고 게재 요구, 반론보도, 정수장학회 관련 보도와 관련한 지시에 대하여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문제는 원고나 피고 노동조합 측에서 새로 부각시키거나 만들어낸 의제가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고, 이 사건 기사 게재 당시는 대통령 선거를 약 1년 앞둔 시점으로 정수장학회의 전 이사장이었던 박근혜 후보가 대선 유력주자로서 모든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원고를 포함한 편집국에서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사항을 심층적으로 보도하였다고 하여 사용자 측을 궁지에 빠뜨렸다거나 피고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기사의 게재와 관련하여 간부회의와 임원회의에서 피고의 이사진에게 사전 보고하였고, 소외 3과 협의를 거치는 등 이 사건 기사의 게재와 관련하여 발행인의 편집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사를 게재하는 것과 그 이후의 일련의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는 원고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편집국의 제작회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을 제23호증의 1의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편집국 제작회의, 간부회의, 임원회의의 순서로 회의를 거친 후 신문을 발행하는데, 간부회의 이전에 열리는 편집국 제작회의를 위하여 배포된 메모에는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한 내용이 빠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갑 제2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편집국 제작회의 이후에 진행된 실국장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와 임원회의에는 이 사건 기사와 관련된 사항이 보고되었다).
(마) 따라서 원고와 발행인이 이 사건 기사 게재 및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일련의 기사 게재 과정에서 보인 대립은 결국 언론의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가 원고의 편집권 부당행사를 내세워 해고에 준하는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보인다.
(3) 이 사건과 같이 사회적으로 관심이 있는 의제에 관한 편집 방향에 관하여 편집국과 발행인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경우, 피고는 피고 단체협약 제26조가 정한 공정보도위원회를 구성하고, 담당임원이 그 회의에 참석하여(제26조 제2항 제1호는 담당임원이 공정보도위원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논의하거나, 피고 단체협약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 노동조합 측에 새 편집국장 후보 추천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대립을 해소하여야 하는데, 당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만으로 피고가 그런 노력을 진지하게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 외 이 사건 징계처분과 관련한 징계사유에는 다음과 같이 참작할만한 점이 있다.
(가) 원고가 2011. 11. 21. 발행인의 사고 게재 요구를 거부한 잘못과 관련하여서는, 피고 측이 작성한 사고의 초안이 당일 신문 발행일정에 비추어 너무 늦은 시간인 09:50에 도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분량도 많아 이를 당일자 신문에 싣기에 어려웠던 점이 있다(갑 제11호증의 1, 2의 기재, 당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
(나) 또한 원고가 언론중재위원회의 반론보도결정을 거부하여 법원으로부터 간접강제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서는 원고가 법원의 간접강제결정을 받은 후 2012. 5. 4. 반론보도문을 게재하여 실제 피고가 간접강제금을 지급하지는 않았다.
(다) 그 외 지령 게재 잘못은 경미한 과오에 불과하다.
(라) 원고의 잘못에 대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보다 더 가벼운 징계를 내리더라도 원고가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고, 원고와 피고 모두 공통의 과제 즉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지방언론사의 영업환경을 개선하는데 다함께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 이후에도 대기처분을 무시하고 출근하는 등 자성하지 않아 결국 원고에게 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당심 증인 소외 2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보인 피고 측의 입장은, 원고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보도를 자제할 것을 약속하면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을 철회한다거나, 원고가 편집국장 임기 이전에 편집국장 직에서 사퇴하고 다른 보직을 맡는 것 등이었는데, 결국 편집국의 공정보도의지를 꺾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평생 기자로 살아 온 원고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무조건 대기처분을 무시하고 자성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외 을 제22호증, 을 제25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영상을 보태어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6) 원고는 1988년 입사한 이후 20여 년 동안 피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아니하고 성실하게 근무하여 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