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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596 판결

[범인도피][공1997.10.15.(44),3207]

판시사항

수사기관에서의 참고인의 허위진술과 범인도피죄의 성부

판결요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참고인이 실제의 범인이 누군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에서 실제의 범인이 아닌 어떤 사람을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에는 참고인의 허위 진술에 의하여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구속기소됨으로써 실제의 범인이 용이하게 도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그 참고인에게 적극적으로 실제의 범인을 도피시켜 국가의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그 참고인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 공동피고인은 1995. 9. 하순 일자불상 오후경 전북 완주군 용진면 간중리 두억마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사귀어보자면서 추근거리다가 같은 해 10. 중순 일자불상 02:00경 피고인의 집 담을 넘어 창문을 통해 피고인의 방에 침입하여 알몸으로 자던 피고인을 덮쳐 누르고 간음하던 중 인기척에 놀라 달아난 후, 같은 해 10. 하순 일자불상 02:00경 다시 피고인의 방에 침입하여 알몸으로 자고 있던 피고인을 1회 간음한 것을 기화로 그 후 수시로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교제하자고 요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거부하였고, 또한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1996. 6. 13. 02:30경 피고인의 집 담을 넘어 거실 뒷문 및 피고인의 방문을 통하여 피고인의 방에 침입하여 침대에서 자고 있는 피고인을 간음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몸부림치면서 저항하는 바람에 함께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자 주먹으로 피고인의 머리 및 목 부위를 수회 때리던 중 피고인이 "엄마"하고 비명을 지르자 창문을 넘어 도주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으나 이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약 2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후경부과긴장 및 염좌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피고인은, 사실은 1995.에 자신을 간음한 자가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며 그의 용모와 체격 및 그가 자신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 1년 선배이고 같은 간중리에 살며, 집에서 오골계를 사육하고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다닌다는 것까지 알고 그와 만나는 것을 꺼려 피해다녔으나 마을버스 정류장 등에서 몇 번 마주쳤으며, 1996. 6. 13. 이 사건 당일에도 자신을 강간하려다가 도주한 자가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를 강간범으로 지목할 경우 자신의 수치스런 과거가 마을에 알려져 자신의 명예가 훼손될 것만을 염려한 나머지 같은 날 07:00경 위 원심 공동피고인이 절취하여 가지고 있던 공소외 1 소유의 핸드폰을 급히 도주하느라 범행현장에 남겨 놓았는데 피고인의 언니인 공소외 2이 이것을 가지고 완주경찰서 용진지서에 피해 신고하여, 완주경찰서에서 위 핸드폰 소유자를 추적, 공소외 1를 용의자로 체포한 후 1996. 6. 13. 09:00경 위 경찰서 수사과 사무실에서 범인식별실에 위 공소외 1를 입실시켜 피고인에게 위 공소외 1를 보여준 다음, 형사 나동규가 피고인에게 "저 사람이 범인이냐?"고 질문하자 이 사건과 무관한 위 공소외 1를 가리켜 "얼굴 윤곽이나 뒷모습을 보니 저 사람이 범인이 분명합니다."라고 대답하고, 위 나동규가 "우리 눈치 보지말고 잘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해라."고 하였음에도 다시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남이 맞다고 하라고 하여 맞다고 하겠는가요, 그 때 가로등 불빛을 통하여 범인의 얼굴윤곽 및 뒷모습을 확실히 보고 기억하였고 지금 그를 보니 범인이 분명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입니다."라고 진술하며 나아가 위 공소외 1를 엄히 처벌해 달라고 요구한 다음 경찰서 및 검찰청에서 수차에 걸쳐 사법경찰관 및 검사 앞에서 피해자 진술을 함에 있어서 " 공소외 1가 범인임이 명백하니 엄벌에 처해달라."고 허위진술로 일관하여 위 공소외 1로 하여금 전주지방법원에 강간치상 등의 죄로 구속 기소되게 하여 진범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도주를 용이하게 하여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제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로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증인 이호봉, 이도원의 제1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위 원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검사 작성의 피고인, 공소외 1, 이도원, 이호봉에 대한 각 진술조서,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작성의 피고인, 김종균, 신남범, 오기만, 오태현, 안인수, 김윤식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각 진술기재, 위 원심 공동피고인 작성의 자수서, 진술서, 피고인, 박연옥, 공소외 1 작성의 각 진술서,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및 압수조서 중 각 기재를 들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도 증거로 제1심판결의 증거를 인용하는 외에 피고인과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원심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을 추가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로 진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기만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범인의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범인도피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도1441 판결 참조).

그리고 참고인이 실제의 범인이 누군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수사기관에서 실제의 범인이 아닌 어떤 사람을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에는 참고인의 허위 진술에 의하여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구속기소됨으로써 실제의 범인이 용이하게 도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그 참고인에게 적극적으로 실제의 범인을 도피시켜 국가의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그 참고인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나. 원심 및 제1심이 들고 있는 증거 중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강간미수 범행의 범인이 공소외 원심 공동피고인임을 알면서도 경찰서에서 공소외 공소외 1가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서는,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 법정에서의 진술과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일부 진술이 있는데, 위 각 진술은 아래 보는 사정에 의하면 그 신빙성이 극히 의심스럽다.

(1)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

기록에 의하면, 원심 공동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 제1회 조사받을 당시에는 1996. 6. 13. 자신이 피고인을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고 범행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만을 하다가, 검찰에서 제2회 조사받은 때부터는 종전의 자백을 부인하면서 1995. 9.부터 피고인을 사귀기 시작하여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바 있는데,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이 피고인의 집에 오라는 승낙을 받고 피고인의 집에 가서 성관계를 가지려고 하다가 인기척에 놀라 창문을 통하여 도망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면서도, 이 사건 발생 이전에 피고인과 성관계를 갖게 된 시점, 장소 및 횟수에 관하여뿐만 아니라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반항하였는지, 피고인을 구타하였는지에 관하여도 진술시마다 변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간치상죄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던 위 원심 공동피고인으로서는 어떻게 하여서든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일관되지 아니하는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여부의 점을 고려하여 자유심증으로 자백이 신빙할 수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3. 1. 12. 선고 92도2656 판결 , 1995. 1. 24. 선고 94도1476 판결 참조).

이 사건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자백의 주된 내용은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한 강간미수피고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당시에 공소외 1가 범인이 아니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원심 공동피고인이 진범이라고 진술하면 원심 공동피고인에 의하여 95년도에 강간당할 뻔한 사실이 밝혀지게 되어 피고인의 명예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허위로 공소외 1가 범인이라고 진술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자백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경찰에서 2회, 검찰에서 1996. 8. 20. 연속하여 3회, 같은 달 21. 연속하여 2회에 걸처 각 참고인의 지위에서 조사받을 때까지는 이 사건 강간미수의 범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인 줄을 몰랐다는 취지로 일관하여 진술하다가, 같은 날 갑자기 검찰에서 처음으로 피의자로서 조사받으면서 종전의 진술을 변경하여 자백한 것으로, 이후 제2, 3회 피의자신문시에는 다시 제1회 피의자신문시의 자백을 번복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이러한 일회적 자백은 피고인의 자백 전후의 일관된 진술 내용 및 그 태도에 비추어 석연치 아니하여 이는 수차에 걸친 수사기관에서의 조사에 지친 피고인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검사가 유도하는 바에 따라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 진술을 하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며 그 자백의 내용 또한 아래 다.항에서 보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3) 그리하여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과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용할 수 없다면, 원심이 들고 있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5. 10. 13.경 피고인의 집 담을 넘어 피고인의 방으로 침입한 원심 공동피고인에 의하여 강간을 당할 뻔하였는데, 피고인이 반항하자 위 원심 공동피고인은 창문을 넘어 달아났고, 그 후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의 집 문패에 쓰여있는 피고인의 아버지의 이름을 전화번호부 책에서 찾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집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수차례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구애를 하였는데, 그 때마다 원심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명백하게 밝히지 아니한 채 거짓 이름을 대면서 사귀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또는 어떤 때는 피고인이 전화를 받으면 아무런 대답 없이 전화를 끊기도 한 사실(신빙성 없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1995. 10. 하순에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을 간음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위 원심 공동피고인은 1996. 6. 13. 새벽에 원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의 집으로 가다가 근처에 세워진 공소외 1 소유의 프라이드 승용차에서 절취한 휴대폰을 소지하고 피고인의 집 담을 넘어가 피고인의 방에 침입하여 피고인을 강간하려다가 피고인의 반항으로 미수에 그치고 위 절취한 휴대폰은 피고인의 방에 놓아둔 채로 도망간 사실, 시력이 우안 0.08, 좌안 0.06인 피고인으로서는, 당시 안경을 벗은 채로 잠이 들어 있었고, 방안의 불은 꺼져 있었으며, 다만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정도였으므로, 갑자기 달려 드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던 사실,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범행이 1995년도에 피고인의 방에 침입한 이래 수차례 피고인에게 교제를 요구하여 온 원심 공동피고인의 수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지만(다만 그 때까지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의 본명과 주소 등 자세한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임), 위 휴대폰의 소유자가 원심 공동피고인 아닌 공소외 1로 판명됨에 따라 공소외 1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찰서에서 공소외 1가 범인이냐는 형사들의 질문에 대하여 잘모르겠다고 대답하였는데, 형사들이 그렇게 대답하면 안되고 확실하게 대답하라고 다그치자, 이에 피고인이 공소외 1를 단정적으로 범인이라고 진술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이 원심 공동피고인이라고 알면서도 수사기관에서는 원심 공동피고인의 발견 및 체포를 곤란하게 할 의도로 이 사건 범인이 공소외 1라고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라.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내용과 위 원심 공동피고인의 검찰 및 법정에서의 진술내용이 신빙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아니하고 쉽게 위 자백과 진술에 의존하여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주심) 정귀호 이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