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1] 민법 제760조 제3항 에서 정한 ‘방조’의 의미 및 과실에 의한 방조가 가능한지 여부(적극)
[2] 갑이 을에게 가장납입할 주금을 대여한 후 회사 설립 즉시 자신이 통장과 도장 등을 보관하던 을 명의 계좌로 이체하여 이를 회수하려 하였으나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주금납입은행 직원 병이 위 계좌에 예약이체 설정이 되어 있는지 조사·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을이 위 계좌에 이체된 돈을 예약이체의 방법으로 편취하는 것을 방조하였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병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과실에 의한 방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760조 제3항 [2] 민법 제760조 제3항
[1]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공1999상, 222)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공2007하, 1045)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서무송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은행원인 피고는 원고가 소외 1에게 주금 가장납입을 위한 자금을 대여한 후 법인 설립 즉시 주금을 인출하여 대여금을 회수하려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에 응하여 주금 입출금 및 주금납입증명서 발급업무를 처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소외 1 대신 주금을 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등 원고로 하여금 주금을 확실하게 인출할 수 있을 것으로 신뢰하게 하였고, 원고 측의 요청에 따라 이미 인터넷뱅킹 가입여부를 한 차례 확인하여 준 바 있어 소외 1이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약이체 설정 등으로 이 사건 계좌에 이체된 돈을 인출할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명의자 아닌 자인 원고에게 금융거래정보를 알려 줄 의무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유가증권청약증거금계좌에서 이 사건 계좌로 2억 원을 이체하기 전에 이 사건 계좌에 대하여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약이체 설정이 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계좌이체 예약이 되어 있는 경우 이 사건 계좌로의 입금절차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외 1이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약이체 설정의 방법으로 원고의 돈을 편취하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소외 1의 편취행위를 용이하게 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는 과실에 의하여 소외 1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소외 1의 사기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민법 제760조 제3항 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교사자나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데,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작위의무 있는 자가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제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불법행위자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고,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한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고,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방조행위와 피방조자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다31264 판결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783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유가증권청약증거금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사람은 설립법인(주식회사 원일)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이고, 주금을 납입받은 은행으로서는 설립법인의 대표이사가 법인설립이 되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하면서 주금의 인출을 요구하는 경우 그에 응하여야 하는데, 은행 직원인 피고는 설립법인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이 원고의 처인 소외 2와 함께 와 법인이 설립되었다는 서류를 제출하면서 주금납입을 위하여 개설된 소외 1 명의의 이 사건 계좌에 그 주금을 이체하여 줄 것을 요구하므로 은행 내규에 따라 이 사건 계좌에 그 주금을 이체한 것인 점, 비록 원고가 법인설립 후 이 사건 계좌에 이체된 돈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소외 1에게 대여한 돈을 회수하려고 하였고 그를 위하여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계좌의 통장과 도장 및 출금전표를 미리 교부받아 놓은 상태라는 사정을 피고가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설립법인의 대표이사가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이 사건 유가증권청약증거금계좌에 입금된 주금을 이 사건 계좌로 이체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 이를 거부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본문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는 명의인의 서면상의 요구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그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이하 ‘거래정보 등’이라 한다)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 등에 비추어 설령 이 사건 계좌의 예금주도 아닌 원고의 처 소외 2가 피고에게 ‘홈뱅킹이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그와 같은 요구에 따라 이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당시 피고는 이 사건 유가증권청약증거금계좌에 입금된 주금 2억 원이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주금납입금 명목으로 편취한 돈이라거나 그 돈이 이 사건 계좌로 이체되자마자 다른 계좌로 이체가 되도록 예약이체가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 아니하고, 피고에게 그러한 사실을 조사, 확인하여 원고가 소외 1로부터 대여금을 원만히 회수할 수 있도록 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유가증권청약증거금계좌에서 이 사건 계좌로 2억 원을 이체하기 전에 이 사건 계좌에 대하여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약이체 설정이 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계좌이체 예약이 되어 있는 경우 이 사건 계좌로의 입금절차를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소외 1이 인터넷뱅킹을 통한 예약이체 설정의 방법으로 원고의 돈을 편취하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에게 그와 같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동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에 의한 방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