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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43651 판결

[건물명도][미간행]

판시사항

[1]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이 묵시적인 방식에 의하여도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그 인정 요건

[2]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

[3] 변론재개신청의 기각과 그 위법 여부

[4] 석명권 행사의 범위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스파트리빌리조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김만오외 3인)

피고, 상고인

장원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상대방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면 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명시적인 방식에 의해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인 방식에 의하여도 가능하겠으나, 그와 같이 묵시적인 방식에 의한 승인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시효의 완성으로 이익을 받을 채무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가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상대방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1과 대표이사인 소외 2가 사회복지법인 세웅실버(이하 ‘세웅실버’라 한다)의 임시이사 또는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세웅실버의 운영에 관여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세웅실버가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으며, 이는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다른 사정들을 더하여 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나.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지만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세웅실버가 시효완성 전에 공사대금 채권에 관한 피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세웅실버가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승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심이 그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을 뿐 아니라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나. 당사자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므로, 당사자가 항변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다가 변론종결 후 그 항변 및 입증을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에 법원이 그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이라 할 수 없다 ( 대법원 1987. 12. 8. 선고 86다카123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다툴 기회가 있었고 실제로 이를 충분히 다툰 것으로 보이므로, 변론종결 후 원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추가로 제출하기 위한 피고의 변론재개신청을 원심이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더구나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위반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이어서 법원이 직권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피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34333 판결 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2333 판결 은 그 취지를 달리하는 것들로서 이 사건에 적절한 선례라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법원의 석명권 행사는 당사자의 진술에 모순, 흠결이 있거나 애매하여 그 진술의 취지를 알 수 없을 때 이를 보완하여 명료하게 하거나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입증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당사자가 주장하지도 않은 법률효과에 관한 요건사실이나 공격방어의 방법을 시사하여 그 제출을 권유함과 같은 행위는 변론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2. 5. 10. 선고 99다24256 판결 등 참조).

피고 대표이사인 소외 2가 세웅실버의 운영에 관여한 것은 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중 하나인 묵시적 승인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소외 2가 세웅실버의 운영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묵시적 승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소외 2가 어떠한 방식으로 세웅실버를 운영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에 대한 채무를 승인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거나 세웅실버의 채무승인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더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고현철 김지형 전수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