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대금] 항소[각공2004.1.10.(5),14]
[1]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나)목 단서가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는 경우
[2] 기업구조조정을 위하여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그 기업이 보유한 정리채권자 회사의 주식소각에 동의한 경우, 주식소각 및 정리절차개시 이전에 정리채권자 회사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약속어음금 채권으로 주식소각대금지급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에 의하여 금지되거나 상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1]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나)목 단서가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는 정리채권자 등이 지급정지 등의 위기상태를 알기 전에 갖고 있던 상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 단서 (나)목 의 "정리채권자가 지급정지가 있는 것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해당하는 채무부담이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란 총 채권자의 공평이라는 관점에서도 상계권 행사가 허용되어야 할 정도로 구체적인 상계에 대한 기대를 발생시킬 정도의 직접적인 것이어야 하고, 단지 상계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기업구조조정을 위하여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그 기업이 보유한 정리채권자 회사의 주식소각에 동의한 경우, 주식소각 및 회사정리절차개시 이전에 정리채권자 회사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약속어음금 채권으로 주식소각대금지급채무와 상계하는 것은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에 의하여 금지되거나 상계권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1]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나)목 [2]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 민법 제2조 , 제492조
정리회사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관리인 이종대의 소송수계인 정리회사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의 관리인 김유식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임장호)
주식회사 필코리아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균제 외 2인)
2003. 10. 23.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14,299,528,935원 및 이에 대하여 2000. 11. 28.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과 같다.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이하 '대우자동차'라고 한다)는 인천지방법원 2000회1호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여 2000. 11. 30.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면서 이종대가 그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가 이 사건 소송이 계속중이던 2003. 6. 16. 관리인 이종대가 사임하고, 김유식과 이상일이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되었는데, 이상일은 정리회사의 해외 자회사의 매각, 청산 등 해외업무를, 김유식은 해외업무를 제외한 업무를 각 담당하게 됨에 따라 관리인 김유식(이하 '원고'라고 한다)이 새로운 관리인으로서 이 사건 소송절차를 수계하였다.
나. 피고(2000. 10. 26. 이전 상호 : 대우개발 주식회사)는 2000. 10. 26. 대우자동차를 비롯하여 11,709,502주의 주주들(Pacific International : 7,107,470주, 소외 1 : 822,905주, 대우자동차 : 1,922,755주, 대우전자 주식회사 : 1,836,194주, 쌍용자동차 주식회사 : 20,178주)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발행주식총수 12,369,502주의 94.7%에 해당하는 위 출석주주 전원 찬성으로, 대우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1,922,755주(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를 소각하여 발행주식수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감자를 하되 대우자동차에게 주당 금 7,437원의 주식소각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유상감자결의를 하고,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7. 채권자의 이의기간을 같은 해 11. 27.까지로 공고하는 등의 채권자보호절차를 거쳤으나, 피고의 채권자들 중 위 이의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한 채권자는 없었다.
2.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유상감자결의에 의한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소각은 위 이의기간 만료일 다음날인 2000. 11. 28. 그 효력이 발생하였으므로( 상법 제343조 제2항 , 제441조 ), 피고는 이 사건 주식의 주주인 대우자동차에게 주식소각대금 14,299,528,935원(1,922,755주×7,437주)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상계항변 주장 및 그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피고는, 피고의 대우자동차에 대한 액면금 129억 원의 약속어음 원리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대우자동차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주식 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그 대등액인 금 13,871,210,958원의 범위에서 상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주식 소각대금채권은 금 428,317,977원(14,299,528,935원 - 13,871,210,958원)만이 남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먼저 피고의 위와 같은 상계의 수동채권인 이 사건 주식소각 대금채권은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의 "정리채권자가 지급정지 또는 파산·화의개시·정리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었음을 알고 회사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 해당하여 그 상계가 금지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다음으로 피고의 위 상계권행사가 위 상계금지 조항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상계권 행사는 신의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나. 판 단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3 내지 24, 을 1 내지 10, 14(일부)의 각 기재(가지번호 붙은 호증 포함), 증인 소외 2의 일부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어긋나는 을 14의 일부기재, 증인 소외 2의 일부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을 11 내지 13(가지번호 붙은 호증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김우중과 대우그룹 9개 계열사들의 담보제공 및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들에 대한 워크아웃
① 1998.경 소외 김우중이 총수로 있는 소외 주식회사 대우 등 이른바 대우그룹의 계열회사(이하 '계열사'라 한다)들이 무리한 사업확장과 차입경영 및 IMF 사태의 발발로 인하여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소외 주식회사 제일은행 등 채권금융기관들은 1998. 12.경 '대우계열 채권금융기관 운영협의회'(5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하 '금융기관협의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대우그룹과 사이에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 계열사 분리·매각·합병 등을 통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였다.
② 그러나 대우그룹이 점점 더 심화되는 유동성 위기로 말미암아 초단기여신의 상환에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자, 금융기관협의회는 1999. 7. 19. 대우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하여 약 7조 원 상당의 초단기여신의 기한을 6개월 정도 연장해 줌과 아울러 위 계열사들에게 약 4조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약 1조 3천억 원 상당의 김우중 개인 재산을 포함한 대우그룹의 계열사들로부터 10조 원 상당의 주식 및 부동산을 위 기한연장 여신 및 신규지원여신에 대한 공동담보로 제공받기로 협의하였다.
③ 이에 따라 금융기관협의회는 김우중 및 대우그룹의 계열사들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한편, 1999. 7. 25. 김우중과 9개 계열사(주식회사 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주식회사, 대우전자 주식회사, 오리온전기 주식회사,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 주식회사 다이너스클럽코리아, 피고, 대우통신 주식회사) 사이에, 위 기한연장여신 및 신규지원여신을 피담보채무로 하고, 채권최고액을 17조 원으로 하여 김우중 소유의 계열사 발행 주식(여기에는 피고 회사 발행주식 3,779,127주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가 이 사건 주식이다) 및 9개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여기에는 주식회사 대우가 담보로 제공한 피고 회사 발행주식 7,923,515주가 포함되어 있다)에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한편 김우중은 위 약정에 따라 동인 소유의 피고 회사 발행주식 3,779,127주를 금융기관협의회에 인도하면서,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담보로 제공된 위 주식을 처분하여 계열사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며 이러한 금융기관협의회의 조치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위임장을 작성하여 줌으로써 위 주식에 대한 처분권한을 위임하였다.
④ 그러나 위와 같은 담보 제공을 통한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은 계속되는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9. 8. 26. 대우그룹 계열사 중 12개 계열사들(대우자동차도 포함되어 있었다)은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일명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선정되어 각 개열사 별로 워크아웃계획을 작성하여 워크아웃약정을 체결하는 등의 워크아웃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하였고, 한편 대우자동차는 2000. 11. 9. 워크아웃이 중단되면서 최종부도처리되었고, 그 다음날인 11. 10.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나) 피고의 김우중 소유주식 및 대우 소유주식에 대한 유상소각 요청 및 대우 소유주식의 유상소각실시
① 피고는 피고 소유인 서울힐튼호텔의 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김우중으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위 피고 회사 발행주식 3,779,127주(발행주식 총수의 39.05%) 및 소외 주식회사 대우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위 피고 회사 발행주식 7,923,515주(발행주식 총수의 18.62%)를 소각하여 감자하되 소각되는 주식 1주당 7,437원을 지급하기로 주식유상소각 계획을 세우고, 2000. 3. 31. 금융기관협의회(명의는 주채권은행 주식회사 제일은행)에게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과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특별약정을 이행하고 이에 의하여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된 피고 발행의 주식에 대하여 담보해지 방법으로 유상감자를 실시하되, 김우중 명의의 주식은 주식회사 대우에 증여된 후 감자실시하고자 하니, 금융기관협의회의 동의절차를 진행하여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하였다.
② 이에 금융기관협의회는 같은 해 4. 6. 피고의 위와 같은 유상감자를 승인하되, 주식소각대금이 제일은행에 개설된 김우중과 주식회사 대우 명의의 예금계좌에 전액 입금되면 주식 실물을 담보제공자들에게 교부하여 담보를 해지하기로 하고, 유상감자 대금은 배분기준에 따라 추후 채권금융기관에 배분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한 다음, 같은 달 11. 피고에게 '유상감자와 감자주식에 대한 담보 해지를 승인하며, 주식소각대금을 지급받을 주식회사 대우 명의의 제일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를 개설하였다.'는 취지로 통지하였다.
③ 이에 따라 피고는 같은 해 5.경 주식회사 대우가 담보제공한 피고 발행의 주식 위 7,923,515주를 소각하고 주식소각대금을 지급하였다.
(다) 대우자동차의 이 사건 주식 취득 경위
① 금융기관협의회는 2000. 6. 16. 그 구성원을 38개 채권금융기관으로 축소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김우중 및 대우그룹 계열사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은 주식과 부동산 등 공동담보물의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기한연장 대상 여신을 제외한 기업개선작업을 위한 3조 9,464억 원의 신규대출채무로 변경하고, 채무자를 종전의 담보설정계약에 불구하고 신규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자동차를 비롯한 6개 계열사(주식회사 대우, 대우중공업 주식회사, 대우자동차, 대우통신 주식회사, 대우전자 주식회사, 쌍용자동차 주식회사)로 변경하되, 계열사가 제공한 담보물은 당해 계열사의 채무만을 담보하는 것으로 하고, 김우중이 제공한 담보물은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주식회사, 주식회사 쌍용자동차(이하 '수증회사들'이라고 한다)의 공동담보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② 피고는 금융기관협의회가 김우중 명의의 위 주식 3,779,127주를 수증회사들이 김우중으로부터 각 증여받는 것으로 하여 채권금융기관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것으로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같은 해 7. 18. 금융기관협의회에게 김우중 명의의 주식이 수증회사들에게 증여된 후에 유상감자를 실시코자 하니 위 각 회사별로 보유하게 될 주식 수를 확인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협의회는 같은 달 22. '수증회사들의 공동담보로 제공된 김우중의 주식의 처분대금 배분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김우중 명의의 주식 3,779,127주를 채권비율에 따라 대우자동차에게 1,922,755주, 대우전자 주식회사에게 1,836,194주,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에게 20,178주로 나누어 각 증여한 후 피고의 유상감자를 승인한다.'는 취지의 결의를 하고, 2000. 8. 2. 금융기관협의회의 주채권은행인 주식회사 제일은행 명의로 피고에게 피고의 유상감자 승인 요청이 가결되었다면서 "증여받은 회사의 입금 지정계좌 개설 및 해당금액 입금 후, 붙임 근질권설정계약 완료시에 해지하게 되오니 유상감자 일정 등을 당행과 협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③ 금융기관협의회의 위 결의에 따라, 김우중은 같은 해 9. 21. 수증회사들과 사이에 수증회사들이 증여받은 주식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재무구조개선 계획에 따라 사용한다는 조건 아래, 위 주식 3,779,127주를 대우자동차에게 1,922,755주(이 사건 주식), 대우전자 주식회사에게 1,836,194주,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에게 20,178주를 각 증여하고 이에 상응하는 주권반환청구권을 각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금융기관협의회에 주권반환청구권의 양도사실을 통지하였으며,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 주식을 비롯한 위 주식 3,779,127주의 주주명의를 수증회사들 명의로 각 명의개서를 하였다.
④ 그 후 금융기관협의회는 같은 해 9. 27. 한국자산관리공사에게 '금융기관 부실자산 등의 효율적인 처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설립에 관한 법률' 제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채권금융기관들의 대우자동차에 대한 기업어음채권 7,185억 원과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주식에 채권자 채권금융기관들, 채무자 겸 질권설정자 대우자동차로 하여 설정된 약식근질권을 양도하고, 이 사건 주식의 주권을 인도하였으며, 위 채권금융기관들은 그 무렵 피고에게 위 채권 및 질권의 양도사실을 통지하였다.
(라)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의 발생과 피고의 상계의사표시
① 피고는 2000. 10. 26.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사건 주식을 포함한 위 주식 3,779,127주에 대한 유상소각 결의를 하였고, 그 결의는 채권자 이의제출기간이 만료된 같은 해. 11. 28. 효력이 발생되었다.
② 한편, 피고는 대우자동차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후 처음에는 원고의 이 사건 주식의 소각대금지급청구에 대하여 단지 그 지급기한의 연기만을 요청하였을 뿐, 상계권행사에 관한 의사 내지 의향을 전혀 표명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정리채권 신고기간 만료 전인 2000. 12. 27.에 이르러 원고에게 소외 대우증권 주식회사로부터 1999. 8. 18. 배서양도받아 소지하고 있던 대우자동차 발행의 약속어음의 원금 129억 원과 위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일(만기일)인 1999. 8. 27.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이자 지급채권을 자동채권으로, 대우자동차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주식 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통지를 하였고, 위 상계의 의사표시가 같은 달 28. 원고에게 도달되었다.
(2) 피고의 이 사건 상계권행사가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의 상계금지 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가) 먼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우자동차가 2000. 11. 9. 최종부도처리된 것은 지급정지에 해당하고, 피고가 수동채권으로 삼은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무는 그 이후인 같은 달 28. 발생하였으며, 위 채무 발생 당시에 피고는 대우자동차의 지급정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상계권 행사는 정리채권자인 피고가 대우자동차의 지급정지사실을 알고 대우자동차에 대하여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 채무를 부담한 때에 해당하여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에 의하여 금지된다고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무는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인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대우자동차의 지급정지일인 위 2000. 11. 9. 이전인 2000. 10. 26.자로 이루어져서, 피고의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무는 피고가 대우자동차의 지급정지가 있은 것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기하여 발생된 것이므로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단서 (나)목 의 예외적 상계허용조항에 해당하여 이 사건 상계권행사는 적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회사정리법 제163조 제2호 (나)목 단서가 예외적으로 상계를 허용하는 취지는 정리채권자 등이 지급정지 등의 위기상태를 알기 전에 갖고 있던 상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위 단서 (나)목 의 "정리채권자가 지급정지가 있는 것을 알기 전에 생긴 원인"에 해당하는 채무부담이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란 총 채권자의 공평이라는 관점에서도 상계권 행사가 허용되어야 할 정도로 구체적인 상계에 대한 기대를 발생시킬 정도의 직접적인 것이어야 하고, 단지 상계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데, 위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의 유상소각이 피고의 요청과 그 소각대금을 채권금융기관들에게 배분·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금융기관협의회의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피고가 회사정리절차개시 후에도 처음에는 원고의 이 사건 주식의 소각대금지급청구에 대하여 단지 그 지급유예를 요청하였다면 피고로서는 위 2000. 10. 26.자 임시주주총회 당시에 이 사건 상계권행사를 허용해야 할 정도로 구체적인 상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임시주주총회에서의 이 사건 주식소각에 관한 결의가 비록 대우자동차의 지급정지 이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위 단서 (나)목 의 예외적 상계허용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의 상계권행사의 남용 여부에 대한 가정적 판단
(가) 설령 피고의 이 사건 상계권 행사가 위 단서 (나)목 의 예외적 상계허용조항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계권의 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나) 먼저, 상계권자의 지위가 법률상 보호를 받는 것은 원래 상계제도가 서로 대립하는 채권·채무를 간이한 방법에 의하여 결제함으로써 양자의 채권채무관계를 원활하고 공평하게 처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상계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자에 대하여는 수동채권의 존재가 사실상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어서 그 담보적 기능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음에 근거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개별적 사정에 비추어,상계권 행사가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참조).
(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먼저 위 증거들 및 갑 26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① 김우중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계열사들의 차입금 등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기존채무를 변제하고 신규자금지원을 받아 계열사의 재무구조개선 및 기업회생에 사용하도록 할 목적으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발행의 주식을 금융기관협의회에게 담보로 제공하면서, 금융기관협의회가 이들 주식을 처분하여 채무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협의회가 김우중 명의의 주식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가지게 된 사실, ② 피고는 금융기관협의회와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특별약정을 이행하기 위하여 서울힐튼호텔의 매각대금을 금융기관협의회에 지급하고자 먼저 금융기관협의회에 김우중 및 대우 소유의 주식을 유상소각할 것을 제안하였고, 또한 이를 통하여 당시 피고 발행 주식의 32.28%를 소유하고 있던 외국인 주주인 Pacific International은 피고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의도였으므로, 당시 피고의 의사는 주식소각대금이 실질적 처분권자인 금융기관협의회에게 교부되도록 하여 금융기관협의회가 이를 계열사 차입금상환 등 계열사 재무구조개선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사이었던 사실, ③ 금융기관협의회의는 피고로부터 받을 주식소각대금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차입금 상환 등 계열사 재무구조개선 용도에 사용할 의사로, 주식소각대금이 제일은행에 개설된 주식회사 대우 명의의 계좌(김우중 명의의 주식은 주식회사 대우에 증여된 후에 소각하기로 하였으므로 그 주식소각대금도 주식회사 대우 명의의 계좌에 입금되어야 한다.)에 입금되는 것을 조건으로 주식소각에 대한 동의를 한 사실, ④ 그 후 계열사의 구조조정 및 기업회생의 필요에 따라 김우중 명의의 주식이 수증회사들에게 증여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주식이 대우자동차의 채권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되었으나, 당시 금융기관협의회에 의하여 대우자동차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되었던 관계로 이들 주식에 관한 실질적인 처분권은 여전히 금융기관협의회에게 있었던 까닭에, 피고가 주식소각에 대한 동의를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대우자동차에게 요청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협의회에게 요청하게 된 사실, ⑤ 이에 금융기관협의회는 피고에게 위 2000. 8. 2.자 통지를 하여 주식소각에 대한 동의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금융기관협의회가 제일은행에 주식소각대금이 입금될 계좌를 수증회사들 명의로 개설할 것이니, 피고가 이 계좌로 주식소각대금을 입금하여야 하고, 금융기관협의회가 이 계좌에 입금된 주식소각대금 상당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받아 이에 대한 처분권을 확보한 후에 피고에게 소각된 주식의 주권을 교부하여 주겠다는 취지이며, 이러한 통지내용이 이행될 것을 전제로 하여 금융기관협의회가 이 사건 주식의 명목상의 주주인 대우자동차로 하여금 위 임시주주총회에서 감자에 대한 찬성을 하도록 하였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금융기관협의회 사이에서는 이 사건 주식의 실질적인 처분권자인 금융기관협의회가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을 사실상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합의를 하였던 것으로 추인된다.
그리고 피고와 금융기관협의회 사이에 이러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점 외에도, 금융기관협의회로서는 피고가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할 것을 예상하였더라면 이 사건 주식소각에 대하여 동의를 할 이유가 없었던 점, 반면, 대우자동차의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조정을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을 대우자동차 명의로 이전하기로 하는 금융기관협의회의 결의가 없었더라면, 피고가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여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동채권인 주식소각대금채권은 실질적 처분권자인 금융기관협의회(또는 대우자동차의 채권금융기관들)의 주식소각에 대한 동의가 없었더라면 발생조차 할 수 없었고 이들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주식소각 결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비로소 발생한 것인 점, 따라서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권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주식소각대금채권은 자동채권인 위 약속어음금 채권에 대하여 담보적 작용을 할 여지도 없었고, 피고로서도 이를 수동채권으로 한 상계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가지고 있지 아니하였던 점, 그런데 금융기관협의회로부터 약식질권을 양수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청구 소송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패소하였고, 2002. 9. 30. 이 법원의 정리계획변경계획안의 인가로 인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담보권이 소멸하여 결국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은 그 주주인 원고가 지급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발생한 점 등 피고의 상계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원·피고와 채권금융기관들 사이의 이해관계, 이 사건 주식이 담보로 제공된 경위와 목적, 피고가 이 사건 주식을 소각하게 된 동기와 경위, 이에 대하여 금융기관협의회가 동의를 하게 된 경위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하지 않기로 한다는 신뢰를 주었고, 객관적으로 보아 금융기관협의회나 원고도 그러한 신뢰를 가진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렀다 할 것이니, 피고가 이와 같은 신뢰에 반하여 이 사건 주식소각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권을 행사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의 상계항변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주식소각대금 14,299,528,935원 및 이에 대하여 위 소각결의 효력발생일인 2000. 11. 28.부터 2003. 5. 31.까지는 민법 소정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