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7다11316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2]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비채변제의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상실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국제종합기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노영보외 7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제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화외 5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1, 2, 3점에 대한 판단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동국제강 주식회사가 원고 회사를 인수함에 있어서 이 사건 채권단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약정상의 지원조건은, 우선 원고에 대한 기존 일반자금대출채무 중 금 220억 원 부분을 면제하여 주는 한편, 그 나머지 채무에 대하여도 원금은 20년 거치 후 변제받기로 하되, 그 거치기간 중 처음 4년 6개월간의 이자는 면제하고 그로부터 5년간의 이자는 후취하기로 하여 매년 말에 대출원금에 가산하며, 9년 6개월 후 10년 6개월간의 이자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그 이자율에 대하여는 피고와 같은 지방은행의 경우에는 일단 연 11%로 정하는 한편, 금리의 변동이 있을 경우에는 그에 따라 이율이 변경되며 이때 적용되는 이율은 ‘우대금리’로 하기로 약정한 것인데, ① 이 사건 약정에서 지방은행인 피고에 대한 약정금리로 정해진 연 11%는 당시 한국은행이 결정·고시한 ‘대출기간 1년 초과’의 기타 대출에 대한 최고율 연 10% 내지 연 12%(지방은행의 경우 연 11% 내지 연 13%)의 범위 내에서 최저대출금리에 해당하는 점, ② 이 사건 약정 당시 우대금리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경영상태나 재무구조가 우수하여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우대대출금리라는 의미로 사용한 점, ③ 이 사건 약정 등은 여신에 대한 금융조건의 완화 및 신규금융의 지원 등을 통하여 부실화된 원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개선하여 경영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체결된 것인 점, ④ 이 사건 약정 당시부터 1999. 3.경까지는 국내은행이 개별적으로 고시·적용한 프라임레이트 내지 우대금리가 실질적으로도 신용도가 우수한 거래처에 대한 우대대출금리의 기능을 담당하였으나, 금융통화위원회가 종전의 규제를 폐지함과 아울러 금리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1999. 4.경부터는 프라임레이트를 금융기관 자체적으로는 우대금리라고 부른다고 할지라도 그 금리가 시장 평균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 결과가 되어 실질적으로는 더 이상 우대금리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우대금리’라 함은 이 사건 대출금이 속한 대출과목인 일반기업자금의 대출에 관하여 당시 실시되고 있던 최고율의 규제하에서 최저이율과 같은 수준의 이율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피고를 비롯한 이 사건 채권단이 경영상태나 재무구조가 우수하며 신용도가 높은 기업 등에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뜻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금융통화위원회의 대출금리에 대한 규제가 폐지된 1999. 4. 이후에는 비록 국내은행이 형식적으로는 종전의 프라임레이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외관을 취하였다고 할지라도 그 프라임레이트를 금융시장의 현실에 따라 수시로 조정하지 아니한 채 일정한 이율로 고정시켜 버린 이상 이러한 프라임레이트를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우대금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기간은 피고가 실시한 대기업 일반자금대출의 월별 최저금리를 이 사건 약정상의 우대금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취사, 사실인정 및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각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반 내지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 약정해석, 우대금리, 프라임레이트 제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이 사건 약정 당시 잔여 결손금 220억 원을 보전해 줄 수 있는 이자감면 혜택을 주기 위하여 이자 연 11%가 책정된 것이므로 우대금리 역시 이와 같은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는 취지 및 프라임레이트 제도 시행에 즈음하여 이 사건 약정에서의 우대금리를 프라임레이트 제도에 따라 산정된 금리로 전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피고의 각 상고이유는 상고심에 이르러 새로이 하는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록에 비추어 살펴 보면 이 사건 약정에서의 이자가 위 주장과 같이 책정되었다거나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약정 후에 위 주장과 같이 이자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4점에 대한 판단

민법 제742조 소정의 비채변제는 지급자가 채무 없음을 알면서도 임의로 지급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채무 없음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변제를 강제 당한 경우나 변제거절로 인한 사실상의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변제하게 된 경우 등 그 변제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지급자가 그 반환청구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다54633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2001. 12. 8. 및 2002. 4. 4. 피고를 포함한 이 사건 채권단에게 이 사건 산업화 여신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인하하여 줄 것을 요청한 사실, 원고는 당시 신용등급이 낮아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금을 변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을 뿐 아니라 피고에 대한 이자의 지급을 거절할 경우 피고로부터 연체이자가 징수되거나 대출원금을 회수 당할 우려가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따로 이 사건 대출금을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에 대한 이자지급을 거절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위 차액 상당의 이자를 지급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자지급이 임의에 의한 비채변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증거취사,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비채변제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