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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손해배상(기)][공2008하,1345]

판시사항

[1] 대표이사가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 그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및 대규모 회사에서 공동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한다고 하여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대규모 상장기업에서 일부 임직원의 전횡이 방치되고 있거나 중요한 재무정보에 대한 감사의 접근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경우, 감사의 주의의무의 정도

판결요지

[1]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으므로,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그로 말미암아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러한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바,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공동대표이사와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고, 그러한 경우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의 이사들에게 주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 이사들의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알지 못한 경우라면,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고, 위와 같은 지속적이거나 조직적인 감시 소홀의 결과로 발생한 다른 이사나 직원의 위법한 업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감사는 상법 기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권한과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이행하여야 하고, 악의 또는 중과실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바, 이러한 감사의 구체적인 주의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회사의 종류나 규모, 업종,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시스템, 재정상태, 법령상 규제의 정도, 감사 개개인의 능력과 경력, 근무 여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감사가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회계감사를 비롯하여 이사의 업무집행 전반을 감사할 권한을 갖는 등 상법 기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규모 상장기업에서 일부 임직원의 전횡이 방치되고 있거나 중요한 재무정보에 대한 감사의 접근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사의 주의의무는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격히 가중된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한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푸른 담당변호사 전창우)

피고, 상고인

김우중외 10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순성외 4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등의 주장에 대하여

가. 기업체의 재무제표 및 이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결과를 기재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체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서 증권거래소 등을 통하여 일반에 공시되고 기업체의 신용도와 상환능력 등의 기초자료로서 그 기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의 신용등급평가와 금융기관의 여신제공 여부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그 결과 해당 기업체의 자기자본 규모와 비교하여 회계처리기준에 위반되는 분식회계의 규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면서도 외견상의 분식회계 내용 및 그에 기초한 회사채 또는 기업어음의 신용등급평가에 기하여 대규모의 여신을 제공하거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과 같은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면, 주식회사 대우(이하 ‘대우’라고 한다)의 1997 사업연도 재무상태가 실제로는 자산은 24조 3,416억 원, 부채는 34조 4,152억 원, 자기자본은 (-)10조 736억 원임에도 자산 합계 10조 1,193억 원 및 부채 합계 22조 9,444억 원을 각 허위로 감소시키고, 자기자본 합계 12조 8,251억 원을 허위로 증가시킴으로써 마치 자산이 14조 2,223억 원, 부채가 11조 4,708억 원, 자기자본이 2조 7,515억 원으로서 부채비율이 416%에 불과한 것처럼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상황이었고, 이러한 사정을 이 사건 회사채 매입 당시 원고가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회사채 매입 당시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에서 재무구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위 재무제표상의 분식회계로 인하여 원고나 신용평가기관의 회사채 발행 및 매입 등을 위한 평가가 크게 영향을 받았고, 위 잘못된 신용평가에 기초하여 이 사건 회사채의 매입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우의 실제 재무상황이나 분식의 규모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그 사실이 일반에 알려질 경우 대우는 회사채 발행은 커녕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대우의 회사채를 매입할 당시 그와 같은 사정을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이를 매입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신용평가기관이 신용평가를 함에 있어 재무제표 이외에 평가 당시의 기업현황, 향후 기업의 발전가능성 등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여 신용등급을 결정하였고, 원고가 대우의 재무상태 이외에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여 이 사건 회사채 매입을 결정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분식회계와 원고의 회사채 매입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그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내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 등이 없다.

나. 이 사건 회사채는 그 어떠한 보증이나 담보도 제공되지 아니한 무보증 회사채로서 대우의 부도로 일응 손해는 이미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후 기업개선협약에 의한 금융기관과 대우 계열사 사이의 사적정리의 일환으로 회사분할을 거쳐 신설된 주식회사 대우건설 및 주식회사 대우인터내셔널에게는 극히 일부분의 채무만 승계되고 나머지는 대우가 그대로 부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위 두 회사로부터 출자전환 등의 방법으로 회수한 부분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위 신설된 두 회사에 승계되지 아니한 금액에 관하여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그 외 이 부분 원심 판단과 관련하여 피고들이 주장하는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피고 5, 피고 8, 피고 9, 피고 11의 귀책사유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 5의 주장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 제1항 에 규정된 주식회사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로서의 업무 일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가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044 판결 ,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1880 판결 등 참조), 설령 피고 5가 그 주장처럼 형식상 또는 예우상의 대표이사에 불과하여 대우의 업무에 일체 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분식회계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어서, 피고 5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 판단에 상법 제401조 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없다.

나. 피고 5, 피고 8의 주장에 대하여

상법 제401조 는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래 이사는 회사의 위임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수임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질 뿐 제3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위 의무에 위반하여 손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손해배상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사회에 있어서의 중요한 지위에 있는 주식회사의 활동이 그 기관인 이사의 직무집행에 의존하는 것을 고려하여 제3자를 보호하고자 이사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의무에 위반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위 이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제3자의 손해에 대하여 그 이사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 위 법조의 취지이고( 대법원 1985. 11. 12. 선고 84다카2490 판결 등 참조), 한편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역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 상법 제389조 제3항 , 제209조 제1항 )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무담당이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감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으므로, 다른 대표이사나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위와 같은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바, 대우와 같이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공동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고, 그러한 경우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의 이사들에게 주어진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 이사들의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알지 못한 경우라면,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고, 위와 같은 지속적이거나 조직적인 감시 소홀의 결과로 발생한 다른 이사나 직원의 위법한 업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위 피고들의 주장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대우는 무역부문과 건설부문이라는 두 업무 영역이 조직상 뚜렷이 구분되어 운영되었고 회계도 마찬가지였으나, 당시 회사의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의하면 회사 전체의 회계자료 통합 및 결산재무제표 작성 업무는 무역·관리부문 부사장인 피고 10의 소관으로서 무역·관리부문의 회계본부장인 피고 7의 지휘·감독하에 무역·관리부문의 회계조직이 수행하였던 점, 이 사건 회계분식은 1998. 1.경 대우의 자기자본이 완전히 잠식되어 부채비율을 산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여 배당조차 할 수 없게 되는 등 재무구조 및 경영성과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난 자체 결산보고를 받은 피고 김우중이 무역·관리부문 사장인 피고 4, 피고 10에게 대우의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조작하고, 배당률을 2%로 맞추되, 단기차입금을 1996년도의 실제 금액 수준으로 줄이라고 지시하자 피고 4, 피고 10은 피고 7에게 그대로 지시하고, 피고 7은 다시 건설부문 재무관리실장인 소외 1에게는 건설부문에서, 무역회계팀장 소외 2에게는 무역·관리부문에서 각자 최대한 재무제표를 조작하여 위 지시에 맞추도록 지시함에 따라 이루어졌고, 대우의 공동대표이사로서 직제상 건설부문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피고 8이나 공동대표이사이자 이사회의 의장인 피고 5가 이 사건 회계분식을 공식적으로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지는 아니한 점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 대우는 내부적으로 임직원들의 회계분식 시도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어떠한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도 갖추지 못하였고 실제로 피고 김우중의 지시에 따라 불과 한 두 달 내에 그가 제시한 목표 수치에 맞추어 회사의 모든 영업부문에 걸쳐 전사적인 회계분식이 결행되었으며, 피고 5와 피고 8 등 분식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대우의 이사들은 대부분 사무분장에 의하여 맡은 소관 업무를 처리하였을 뿐, 분식회계의 가능성에 대비한 그 어떠한 주의도 기울인 바 없었으며, 따라서 분식 과정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들은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그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아니하였던 점, 그 무렵을 전후하여 대우에서는 실제로 이사회를 개최하지 아니하고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에서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한 다음 이사회 사무국에서 보관하고 있던 임원들의 인장을 날인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 실제로는 이 사건 재무제표의 승인을 위한 이사회가 개최되지도 아니하였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할 때, 피고 5와 피고 8은 대우의 대표이사로서 다른 대표이사 및 업무집행이사들의 전횡과 위법한 직무수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소홀히 하였고, 당시 대우의 이사회가 실제로는 거의 개최되지도 아니한 점이나 위 피고들 주장과 같이 심지어 대표이사들마저도 회계의 적정성에 관하여 관심을 갖는 것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였으며, 앞서 본 바와 같은 대규모의 회계분식이 아무런 견제나 저항도 받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회계분식은 사무분장이라는 명목하에 구조적·조직적으로 특정 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이나 전횡이 의도적으로 장기간 방치된 당연한 결과로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업무분장이 내부적으로 구분되어 있다거나 이 사건 회계분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하여 피고 5, 피고 8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임무해태행위 및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할 수는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며, 그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 등이 없다.

다. 피고 9, 피고 11의 주장에 대하여

주식회사의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고,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를 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하며, 이사가 주주총회에 제출할 의안 및 서류를 조사하여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하게 부당한 사항이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주주총회에 그 의견을 진술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위와 같은 의무를 적정하게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우 이사에 대하여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 조사를 방해받거나 요구를 거부당한 때에는 그 뜻과 이유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하고, 이사의 위법한 행위로 인하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유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등의 권한도 있으므로( 상법 제412조 제1항 , 제391조의2 제2항 , 제413조 , 제412조 제2항 , 제447조의4 제2항 제11호 , 제402조 ), 감사는 상법상의 위와 같은 권한 또는 의무와 기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권한과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이행하여야 하고, 악의 또는 중과실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위반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로 인하여 제3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6다59687 판결 참조).

위 피고들의 주장의 요지는, 원심의 인정과는 달리 실제로 두 사람이 회계감사를 실시하였지만, 회계분식이 교묘하게 이루어졌고, 일부 이사의 전횡이 용인되어 있던 과거 실무관행상 회사의 중요한 정보에 대한 감사의 접근이 제한된 데다가 이 사건 회계분식이 다른 임직원들에 의하여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데 불과하며, 재무제표 및 부속서류의 검토만으로 이 사건 회계분식을 발견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다는 취지이나, 위에서 본 감사의 구체적인 주의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회사의 종류나 규모, 업종,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시스템, 재정상태, 법령상 규제의 정도, 감사 개개인의 능력과 경력, 근무 여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 감사가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으로서 회계감사를 비롯하여 이사의 업무집행 전반을 감사할 권한을 갖는 등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상법상의 권한 또는 의무와 기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피고들이 감사로 재직하였던 대우와 같은 대규모 상장기업에서 일부 임직원의 전횡이 방치되고 있었다거나 중요한 재무정보에 대한 감사의 접근이 조직적·지속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감사의 주의의무는 위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격히 가중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우의 경우 당시 회계분식 시도를 견제하기 위한 정보 및 보고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되지 아니하였고 이사회도 형해화되어 감시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 위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일부 임직원의 전횡이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구조적·조직적으로 장기간 방치되어 온 점, 원심이 인정한 피고 9, 피고 11의 경력에 비추어 대우의 당시 지배구조와 재무상황 및 잠재적 분식 요인에 관하여 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그 밖에 이 사건에 나타난 대우의 규모와 재정상태, 영업상황, 회계업무 처리 관행 등에 비추어 볼 때, 1997 회계연도 당시 대우의 상근 감사로 재직중이던 피고 9, 피고 11에게 주어진 직무상 주의의무는 단지 최종적인 결산 재무제표 및 그 부속서류의 검토에 국한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재무제표의 작성과정에 의도적·조직적인 분식 시도가 개입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상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함에도, 위 피고들이 사무분장상 각 본부에 대한 내부감사에만 종사하였다거나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지속적으로 게을리하고 필요한 회계감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한 이상, 그 자체로 악의 혹은 중대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이고, 사정이 위와 같다면 구체적인 회계분식의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9의 경우는 감사로 근무하기 이전에 1997. 2. 20.경까지 대우의 회계본부장으로 근무하였고( 피고 7의 전임자이다), 피고 11은 당시까지 4년 동안이나 대우의 감사로 재직중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들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면 이 사건 회계분식의 상당 부분을 감지하고 방지할 수 있었으리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인과관계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들이 중대한 과실로 감사로서의 임무를 해태하였다고 보아 그 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없다.

3. 소멸시효기간에 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가. 상법 제401조 제414조 에 따른 제3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인정하는 특수한 책임이므로, 일반 불법행위책임의 단기소멸시효를 규정한 민법 제766조 제1항 은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달리 별도로 시효를 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 제162조 제1항 에 따라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4다63354 판결 , 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5다6557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같은 이유로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한 조치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그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소멸시효기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없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0735 판결 참조).

원심은, 대우를 포함한 대우그룹 전체 계열사에 대하여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이 개시되어 대우그룹 계열사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실사 결과에 따른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된 시점 또는 그 실사 결과가 보도된 것이 1999. 11. 5.경으로서 그 무렵에는 원고로서도 분식회계가 이루어진 대우의 1997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신뢰한 결과로 이루어진 이 사건 회사채 매입으로 인하여 그 매입대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은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구체적으로 누가 위 분식회계에 관여한 것인지, 즉 이 사건 불법행위자가 누구인지까지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항변을 배척하였는바,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그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으며,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의 인정을 탓하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여 원심의 법리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게 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주심) 안대희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7.1.선고 2002가합8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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