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미간행]
피고인
쌍방
김성현(기소), 곽영환(공판)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 변호사 최종길 외 1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공소외 1 명의로 신한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신한생명’이라고 한다)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교보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교보생명’이라고 한다), 흥국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흥국생명’이라고 한다)와 공소외 1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공소외 1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를 일으켜 위 각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공소외 2와 공모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의 쟁점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에 나타나듯이 공소외 2가 공소외 1이 사망한 후 신한생명 등 3곳의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금 청구를 하면서 공소외 1 명의로 체결된 계약에 법률상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모하여 보험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는 것이 아니다) 마치 유효한 보험계약에 기해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것인 양 위 각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8억 원을 편취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모하였는지 여부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신한생명 외에 교보생명, 흥국생명과도 공소외 1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먼저 살펴 보고, 그 다음으로 공소외 2와 공모하여 본건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나. 피고인이 신한생명 외에 교보생명, 흥국생명과도 공소외 1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당심 증인 공소외 3, 4의 증언을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공소외 1 명의로 신한생명 외에도 교보생명, 흥국생명과도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1) 신한생명의 보험설계사 공소외 3은 2003. 3. 12. 공소외 2로부터 보험상품에 대하여 문의하는 전화를 받고 같은 날 피고인과 공소외 2를 만난 자리에서 피보험자를 공소외 1로 하는 종신보험인 주보험(보험금 1억 원) 외에 재해사망 시 사망보험금으로 3억 원을 수령할 수 있는 특약을 설정한 보험청약서를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작성받았는데, 실제로 신한생명의 보험계약 청약서(수사기록 제111-112쪽) 보험료 이체신청 란의 2회 이후 보험료 자동이체 신청 부분에 공소외 2의 국민은행 계좌 및 주민등록번호가, 계약자와의 관계 란에 ‘배우자’라고 각 기재되어 있어 피고인과 공소외 2는 부부행세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교보생명의 보험설계사 공소외 5는 2003. 4. 2. 사무실에서 보험가입의사를 밝히는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강서구청 앞에서 피고인을 만나 보험설계를 해주었고, 재해사망보험금 2억 원을 넣어주고, 수익자를 ‘배우자(신한생명 보험청약서에는 수익자가 배우자가 아닌 상속인이었다)’로 하여 달라는 피고인의 요청을 받고 당일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이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하여, ①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먼저 전화해서 보험가입의사를 밝히는 경우는 드물고, 더 나아가 보험가입의사를 밝힌 당일 보험계약이 체결되기도 힘든데, 피고인의 경우 당일 전화를 받고 그날 바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② 기혼여성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수익자를 ‘상속인 또는 자녀’로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피고인은 보험수익자를 ‘배우자’로 해달라고 요청하였고, 그래서 공소외 5가 피고인에게 남편을 많이 사랑하시는 거 같다고 말하였고, ③ 피고인이 사는 곳이 동두천이었는데, 주1) 강서구 에까지 와서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하여 물으니 피고인이 ‘강서구에 사는 언니가 출타중이어서 조카들을 챙겨주려고 온 김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언니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고, 이후 그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여 피고인에게 보험증권을 교부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는 등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있다. 또한 교보생명에 대한 보험계약 청약서(수사기록 제203쪽) 상의 ‘공소외 1’이라는 서명 부분은 피고인이 공소외 1 명의로 직접 서명한 신한생명과의 보험계약 청약서 및 2002. 8. 31. 교보생명과 피보험자를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6으로 하여 체결한 보험계약 청약서 상의 서명과 상당히 유사할 뿐 아니라,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단계에서 그 서명이 자신의 서명이라고 인정하였다(수사기록 제775쪽).
3) 흥국생명 보험설계사 공소외 4는 당심에서 2003. 4. 3. 공소외 1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피고인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어떤 여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보험계약을 하게 된 것이었고, 절에서 세 명의 아이를 키운다면서 자신이 잘못되면 그 사망보험금을 가지고 자녀를 키운다는 설명을 듣고 보험료가 저렴하니 재해사망 쪽도 넣으라고 권유를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1회 보험료를 보험계약 청약서를 작성하면서 교부받았고, 보험증권을 전달하기 위해서 보험계약 청약서에 기재된 (휴대폰번호 생략)(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 무렵 휴대전화번호이다)로 전화를 하여 절로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절에 비가 와서 물난리가 났으니 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경찰로부터 수사를 받을 당시 자신이 계약 당시 기록한 메모(수사기록 제28쪽)를 경찰에게 제출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메모에는 공소외 2의 계좌번호 및 휴대전화번호,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점, 공소외 4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보험상담자를 만난 장소 역시 피고인의 당시 거주지인 화곡역 부근 커피숍(당심에서의 공소외 4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제8쪽)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공소외 4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모하여 본건 범행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대하여
1) 상법 제731조 제1항 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마련된 강행규정인바, 제3자가 타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타인을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한 생명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한다. 한편, 상법 제731조 제1항 에 의하면 타인의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는 시점은 ‘보험계약 체결시까지’이고,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한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타인의 생명보험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가 된 보험계약을 추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계약은 유효로 될 수 없다( 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다56677 판결 등).
2) 기망행위를 수단으로 한 권리행사의 경우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와 그 수단에 속하는 기망행위를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정도라면 그 권리행사에 속하는 행위는 사기죄를 구성하고(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2도6410 판결 등 참조),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공모의 점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 한편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3483 판결 등 참조).
3) 앞서 나.항에서 본 피고인의 보험계약 체결 당시 및 체결 이후 보험모집인에 대한 언행 및 태도에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관계, 피고인의 인식 내용과 정도, 보험계약 해지를 위해 피고인이 노력한 정도 등에 관한 다음의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공소외 1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그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점, 보험사고(공소외 1의 질병, 상해, 사망 등)가 발생하는 경우 공소외 2가 이와 같은 무효인 계약에 근거하여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비록 피고인이 공소외 2의 보험회사에 대한 보험금 청구 및 그 수령에 관여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그런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공동정범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1999년부터 공소외 2가 주지승으로 있는 (사찰명칭 생략)에 신도로서 출입하다가 2002. 2.경부터 내연관계로 주2) 발전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526, 772쪽), 피고인은 2002. 2.경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소외 2가 교제하기 전 피고인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였고, 공소외 1의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오히려 공소외 2와 가까워졌다고 진술(수사기록 제781쪽)하고 있는 점, 2002. 5. 4.부터 2002. 5. 11.까지 공소외 2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도 있는 점(수사기록 제162, 166쪽), 피고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공소외 2와 성관계를 가졌었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제772쪽), 또한 공소외 1의 사망 이전의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부부관계에 대하여 ‘공소외 2인지 아니면 공소외 1인지 모르지만 바람을 피운 문제로 자주 싸웠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만한 부부관계는 아니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던 점(수사기록 제544쪽), 실제로 공소외 1은 공소외 2의 여자관계를 의심하여 피고인을 비롯한 여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메모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2는 단순히 주지승과 신도의 관계를 넘어선 내연관계였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앞서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신한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과의 보험계약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위 각 보험계약 체결로 인하여 보험수익자(공소외 1의 상속인 또는 공소외 1의 배우자)가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공소외 1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 발생시 받게 될 보험금의 액수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또한 피고인은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하는 도중 주위로부터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으면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공소외 2에게 보험을 취소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774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공소외 1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수령할 지위에 있는 공소외 2에게 단순히 보험계약의 취소만 요청하였을 뿐, 보험회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위 각 보험계약이 하자 있는 보험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라) 피고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공소외 1 본인이 가입하면 되는 것을 피고인이 마치 공소외 1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가입하는 것은 보험회사를 속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로 보험사고(다치거나 질병이 생기거나 사고로 죽으면)가 발생하였을 경우 보험회사가 공소외 1 본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생각하고 보험이 지급될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라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제782, 783쪽) 공소외 1을 가장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향후 보험금을 수령함에 있어 보험회사를 속이는 것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본건 사기범행에 가담은 하였지만 공소외 2가 수령한 보험금을 나누어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할 것이나, 피고인이 자신과 내연관계에 있는 공소외 2의 부탁으로 신한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3곳의 보험회사와 공소외 1의 행세를 하면서 보험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공소외 2의 향후 보험금 청구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점, 피고인이 체결한 보험계약의 보험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였고, 그 보험사고 발생에 있어 공소외 2의 책임을 규명하는 재판이 진행중이었는데도 공소외 2의 부탁에 따라 마치 잘 아는 듯이 공소외 8과 공소외 1이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하였을 뿐, 위 3곳의 보험회사에 대하여 보험계약의 하자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방치하였던 점,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계약의 보험사고가 공소외 1의 사망, 상해 등 공소외 1에게는 상당히 불행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공소외 2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본건 범행과 같이 3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점, 이 사건 사기 범행의 편취액이 8억 원에 달하는데도 그 피해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본건 범행의 관여사실을 부인하면서 진심으로 뉘우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기타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피고인은 2003. 2. 26.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소 1 생략)으로 이사를 하였다(수사기록 제171쪽).
주2) 피고인은 2002. 2.부터 공소외 2와 내연관계로 발전하였다고 기억하는 이유에 대하여 그 무렵 아들인 공소외 7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이 있었던 때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제5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