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처분취소]〈변리사법 시행령 사건〉[집54(2)특,311;공2006.12.15.(264),2085]
[다수의견]
(가)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바, 이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의 인원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으로 변리사 제1, 2차 시험을 종전의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2002. 3. 25. 개정 전 구 변리사법 시행령(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시행령’이라 한다)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 목적과 그 경위, 이전 수년간 상대평가제에 의하여 시행된 제1차 시험의 합격점수, 개정 전 시행령의 공포 후 유예기간, 그 후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환원하는 내용의 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변리사법 시행령(이하 ‘개정 시행령’이라 한다)의 입법예고와 개정·공포 및 그에 따른 시험공고 등에 관한 일련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에 기하여 절대평가제가 요구하는 합격기준에 맞추어 시험준비를 한 수험생들은 제1차 시험 실시를 불과 2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합격기준이 변경됨으로 인하여 시험준비에 막대한 차질을 입게 되어 위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고, 특히 절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매 과목 40점 및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고도 불합격처분을 받은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은 그 침해된 정도가 극심하며, 그 반면 개정 시행령에 의하여 상대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공익적 목적은 개정 시행령을 즉시 시행하여 바로 임박해 있는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에 적용하면서까지 이를 실현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 침해는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 나아가 개정 시행령에 따른 시험준비 방법과 기간의 조정이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에 응한 수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또한 수험생들이 개정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공고된 2002년의 제1차 시험에 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그것만으로는 개정 전 시행령의 존속에 대한 일체의 신뢰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변리사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을 2002년의 제1차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개정 시행령 부칙 중 제4조 제1항 을 즉시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그 시행시기를 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다) 새로운 법령에 의한 신뢰이익의 침해는 새로운 법령이 과거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소급적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문제되는 것은 아니고, 과거에 발생하였지만 완성되지 않고 진행중인 사실 또는 법률관계 등을 새로운 법령이 규율함으로써 종전에 시행되던 법령의 존속에 대한 신뢰이익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에도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대법관 김용담, 김황식, 안대희의 반대의견]
(가)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제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변경으로 인하여 합격자 수가 반드시 증가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또한 그 변경이 합격자 수의 증가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변리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의 인원 확대라는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 취지는 궁극적으로 변리사 제2차 시험 합격자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제1차 시험은 제2차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하는 전 단계의 시험에 불과한 만큼,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의 제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시키는 틀이 유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한 제1차 시험 합격자의 결정방법은 특허청장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에게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실시되고 시험난이도 수준도 종전의 수준으로 유지되리라는 기대 내지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수험생들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상의 것에 불과할 뿐 법적 정당성을 지닌 합리적인 것으로서 특허청장이 반드시 이를 보호하여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나) 변리사와 같은 전문자격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의 합격기준 및 합격자 결정방법은 입법정책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변리사시험은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전환되었다가 개정 전 시행령에 의하여 다시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거쳐 온 점에 비추어 보면 2002년의 변리사 제1차 시험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실시되리라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신뢰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이 가지는, 시험운영관리의 적정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용담의 보충의견]
(가) 헌법재판소가 위헌재판을 함에 있어 모든 법률문제를 헌법문제로 귀착시켜 한 없이 헌법재판권을 넓혀가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대법원으로서도 명령, 규칙의 위헌·위법심사를 함에 있어서 그 명령, 규칙의 위헌성이 문제되는 헌법재판인지, 위법성을 문제삼는 사법권의 행사인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연히 법단계설에 서서 모든 법률문제는 결국 헌법문제로 치환될 수 있다는 사고를 한다면 이는 적어도 우리 헌법과는 들어맞지 않으며, 결국 사법권의 독립을 부정하는 위험한 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 그 자체에 대한 기대 또는 신뢰가 헌법상의 기대 또는 신뢰로서 보호되려면, 그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가 헌법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기대되고 신뢰되어야 하고, 헌법 이외의 법령에 의하여 비로소 마련된 제도라면 그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문제도 원칙적으로 그 법령상의 문제이다. 따라서 법률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여 그 시행을 위임받은 명령·규칙·조례가 그 시행방법을 변경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법률의 문제로 다루어야 하고 헌법의 문제로 다룰 것은 아니다. 개정 시행령 부칙의 효력 여부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의 범위 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로서 헌법문제가 아니라 법률문제이다.
(나) 개정법령의 시행시점을 정하는 권한은 법령개정권자에게 있다. 개정법령의 시행시점을 정하는 법령개정권자의 권한은 개정법령의 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권한과 표리를 이루는 것이며 입법권( 헌법 제40조 )과 명령·규칙제정권( 헌법 제75조 , 제95조 )의 당연한 내용이다. 입법예고( 국회법 제82조의2 ), 행정예고( 행정절차법 제46조 ) 등의 절차를 거친 법령의 시행시기를 정하는 것은 국회나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진 사항으로서, 법령의 시행시점에 관한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령의 시행시기와 관련한 사법권 간섭의 여지는 그만큼 축소되어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되며 법령개정권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만 사법심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
행정절차법 제4조 제2항 , 변리사법 제4조의2 , 구 변리사법 시행령(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 제4조 , 변리사법 시행령 제2조 , 제4조 , 부칙(2002. 3. 25.), 헌법 제13조 , 제40조 , 제75조 , 제95조 , 제101조 제1항 , 제111조 제1항
헌법재판소 2002. 11. 28. 선고 2002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헌공75, 1080)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일 담당변호사 설경수)
특허청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외 2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신뢰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우리 헌법이 기본원리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는 단순히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기본권보장의 헌법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것이고, 이러한 실질적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는 국가작용이 법률에 근거하여 행하여져야 한다는 것 못지 않게 그 과정에 있어서 법적 안정성 또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실질적 법치주의의 원리는 형벌법규의 소급효 금지, 일사부재리 내지 이중처벌의 금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3조 가 전형적으로 이를 구현하고 있는바, 이러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기존 법질서에 대하여 국민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이를 적절한 범위에서 보호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신뢰보호의 원칙 역시 같은 이유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즉, 어떤 법령이 장래에도 그대로 존속할 것이라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그 법령에 상응하는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 일정한 법적 지위나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음에도 국가가 이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현재의 행위에 대한 장래의 법적 효과를 예견할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이 크게 저해된다 할 것이므로, 입법자는 법령을 개정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신뢰를 적절하게 보호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 원리가 요청하는 바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신뢰보호는 절대적이거나 어느 생활영역에서나 균일한 것은 아니고 개개의 사안마다 관련된 자유나 권리, 이익 등에 따라 보호의 정도와 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새로운 법령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우월한 때에는 이를 고려하여 제한될 수 있다.
그러므로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뢰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할 것이다 ( 헌법재판소 2002. 11. 28. 선고 2002헌바4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①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개정된 변리사법 시행령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의 인원을 확대하기 위하여 그 선발시험을 자격검증시험제도로 전환하도록 함에 따라, 피고가 실시하는 변리사시험 제1, 2차 시험을 종전의 ‘상대평가제’에서 매 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게 되었고( 제4조 ), 다만 그 시행준비를 위해 1년 반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02. 1. 1.부터 시행하기로 한( 부칙 제1항 단서) 사실, ② 피고는 2002. 1. 10. 특허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에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실시될 첫 시험인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이라 한다)을 같은 해 3. 31.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사실, ③ 그러나 피고는 이틀만인 같은 해 1. 12. 위 발표문을 삭제하였고, 한편 같은 해 1. 17. ‘효율적인 시험관리를 위하여’라는 이유를 들어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환원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시행령 중 개정령(안) 입법예고가 관보에 게재되었으며, 같은 해 3. 25. 변리사법 시행령 제4조 등이 위 입법예고와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공포되었는데(대통령령 제17551호, 이하 이를 ‘개정 시행령’이라고 하고 그 개정 전의 시행령을 ‘개정 전 시행령’이라 한다), 개정 시행령은 그 부칙에서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한 사실, ④ 피고는 개정 시행령 공포 다음날인 같은 해 3. 26.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한 다음, 같은 해 5. 26. 이 사건 시험을 실시한 사실, ⑤ 피고는 같은 해 7. 25.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1,047명을 발표하면서, 원고들의 득점이 상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평균 득점 66.88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이 사건 시험의 불합격자로 처리한 사실, ⑥ 위와 같이 절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매 과목 40점 및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고도 이 사건 시험에서 불합격처리된 응시자는 원고들을 포함하여 모두 689명인 사실, ⑦ 한편, 이 사건 시험 이전 수년간 상대평가제에 의하여 시행된 제1차 시험의 합격선은 70점에서 82점 사이에서 결정된 사실, ⑧ 변리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시간은 수험생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나 전체적으로 3년 내지 4년 정도 소요되고,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기본적인 준비기간만 1년 이상 소요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개정 전 시행령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 목적과 그 경위, 이 사건 시험 이전 수년간 상대평가제에 의하여 시행된 제1차 시험의 합격점수, 개정 전 시행령의 공포 후 유예기간, 개정 시행령의 입법예고와 공포 및 그에 따른 시험공고 등에 관한 일련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제1차 시험을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에 의할 경우에는 종전의 상대평가제에 의할 경우보다 합격자 수가 훨씬 많아지리라 함은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 취지인 동시에 입법자인 피고 스스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의 보편적인 기대이었고 개정 전 시행령은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면서 1년 반여의 상당한 유예기간까지 두어 2002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던 만큼 변리사시험의 수험생들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2002년의 이 사건 시험이 실시되리라는 신뢰 아래 그간의 시험난이도 수준을 전제로 그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또한 그 수험생들로서는 비록 제1차 시험의 절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전 시행령 제4조 그 자체의 개정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시험실시가 임박한 시기에 개정 전 시행령에 의한 절대평가제를 한 번도 시행하지 않은 채 다시 이를 상대평가제로 환원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여 즉시 시행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에 기하여 절대평가제가 요구하는 합격기준에 맞추어 시험준비를 한 수험생들은 제1차 시험 실시를 불과 2개월밖에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합격기준이 변경됨으로 인하여 시험준비에 막대한 차질을 입게 되어 위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고, 특히 절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매 과목 40점 및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고도 불합격처분을 받은 원고들의 신뢰이익은 그 침해된 정도가 극심하다 할 것이며, 그 반면 개정 시행령에 의하여 상대평가제를 도입함으로써 거둘 수 있는 공익목적은 제1차 시험 합격자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됨으로 인한 제2차 시험 운영관리의 어려움을 회피한다는 것과 제1차 시험의 합격선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을 확보한다는 정도인데,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실시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정 전 시행령의 공포 당시 이미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고, 경과규정에 의해 1년 반여의 시행준비기간까지 허용되어 있은 데다가 다른 방법에 의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도 보이지 않는 이상 그와 같은 공익적 목적은 개정 시행령을 즉시 시행하여 바로 임박해 있는 이 사건 시험에 적용하면서까지 이를 실현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원고들의 신뢰이익 침해는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개정 시행령에 따른 시험준비 방법과 기간의 조정이 이 사건 시험에 응한 수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었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신뢰이익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또한 원고들이 개정 시행령의 내용에 따라 공고된 이 사건 시험에 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그것만으로는 개정 전 시행령의 존속에 대한 일체의 신뢰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을 2002년의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개정 시행령 부칙 중 제4조 제1항 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그 시행시기를 정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이유는 다르지만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을 이 사건 시험에 즉시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칙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논리칙 및 경험칙 위반, 심리미진, 이유모순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신뢰보호 원칙의 적용 범위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새로운 법령에 의한 신뢰이익의 침해는 새로운 법령이 과거의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소급적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문제되는 것은 아니고, 과거에 발생하였지만 완성되지 않고 진행중인 사실 또는 법률관계 등을 새로운 법령이 규율함으로써 종전에 시행되던 법령의 존속에 대한 신뢰이익을 침해하게 되는 경우에도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개정 시행령의 시행일로 정해진 날 후에 이 사건 시험이 실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개정 전 시행령의 신뢰에 기한 원고들의 시험준비행위는 그 이전부터 계속된 것이므로 원심이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원고들의 신뢰이익 침해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뢰보호의 원칙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없다.
3.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의 적용 여부와 관련된 상고이유에 대하여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3조 는 대통령령 등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 시행령에는 그 특별한 규정으로 공포한 날을 시행일로 정한 부칙 규정이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부칙 규정 중 제4조 제1항 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한 부분이 위헌무효로서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하더라도 위 부칙 규정이 존재하는 한 개정 시행령에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3조 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위 법률 규정이 개정 시행령에 적용됨을 전제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이유모순,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대법관 김용담,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안대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대법관 김용담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용담,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안대희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변리사시험의 수험생들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이 사건 시험이 실시되리라는 신뢰 아래 그간의 시험난이도 수준을 전제로 그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라 할 것이고, 나아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 침해는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 할 것이어서, 변리사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규정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는 것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개정 시행령 부칙 중 제4조 제1항 을 즉시 이 사건 시험에 대하여 시행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나. 먼저, 다수의견이 말하는 신뢰 및 그 신뢰의 행사가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다수의견은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 의할 경우에는 상대평가제에 의할 경우보다 합격자 수가 훨씬 많아지리라 함은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 취지인 동시에 입법자인 피고 스스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의 보편적인 기대이었던 만큼 수험생들이 절대평가제에 의하여 시험이 실시되리라는 신뢰 아래 그간의 시험난이도 수준을 전제로 그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제1차 시험의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제로 변경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법적·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그와 같은 변경으로 인하여 합격자 수가 반드시 증가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또한, 그 변경이 합격자 수의 증가를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시험난이도의 수준이 반드시 종전과 같이 유지되어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만큼 시험난이도 수준의 조정에 따라 합격자 수가 얼마든지 달라질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하면 절대평가제가 상대평가제보다 다수의 합격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는 아닌 것이다.
변리사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의 인원 확대라는 개정 전 시행령의 입법 취지는 궁극적으로 변리사 제2차 시험 합격자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제1차 시험은 제2차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하는 전 단계의 시험에 불과한 만큼,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의 제1차 시험 합격자를 배출시키는 틀이 유지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한 제1차 시험 합격자의 결정방법은 피고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들에게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이 사건 시험이 실시되고 시험난이도 수준도 종전의 수준으로 유지되리라는 기대 내지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들의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사실상의 것에 불과할 뿐 법적 정당성을 지닌 합리적인 것으로서 피고가 반드시 이를 보호하여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간의 시험난이도 수준을 전제로 그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즉 제1차 시험에 최선을 다하지 아니하고 그저 합격만 할 정도로 준비하는 시험전략 내지 요령까지도 정당한 것으로 보아 이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라고 할 수는 없다.
아울러 피고가 절대평가에 의하여도 시험의 난이도를 조절하여 제1차 시험에 합격시킬 적당한 인원수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만큼 피고가 절대평가 또는 상대평가 중에서 어떠한 평가방식을 택하더라도 결국, 시험의 당락은 수험생들의 개별적인 시험과목에 대한 숙지도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미 예정된 시험과목에 대한 수험준비를 해 온 수험생들로서는 그러한 과목의 급작스런 변경이 없는 한 평가방법의 변경만으로 시험에서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없어 시험의 상대평가에 의한 실시 자체가 수험생들의 기대이익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상대평가로 알고서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의 결과 절대평가에 의하면 합격되었을 수 있는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험에 따른 사실적인 결과일 뿐이지 이로 인해 그러한 수험생들의 기대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적절치 아니하다고 할 것이다.
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말하는 신뢰 및 그 신뢰의 행사가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변리사와 같은 전문자격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의 합격기준 및 합격자 결정방법은 입법정책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변리사시험은 절대평가제에서 상대평가제로 전환되었다가 개정 전 시행령에 의하여 다시 절대평가제로 전환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거쳐 온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험이 개정 전 시행령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실시되리라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신뢰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 사건 시험과목이 네 과목으로서 종전에 비해 큰 변화는 없고 입법예고시로부터 시험시행시까지 4개월 이상의 시험 준비기간을 허용하였고, 비록 상대평가제로 실시되고 있는 시험이기는 하나 최종합격자 대비 제1차 시험 합격자의 수가 사법시험의 경우 2.4배, 공인회계사시험의 경우 2배, 행정고시의 경우 4~5배인 것과 비교할 때 피고가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수를 최종합격자 수의 5배가 넘는 1,047명을 합격시킴으로써 수험생들에 대한 신뢰이익의 침해정도를 필요최소한도에 그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으로 인한 수험생들의 신뢰이익의 침해가 개정 시행령의 즉시 시행이 가지는, 시험운영관리의 적정성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을 이 사건 시험에 시행하도록 규정한 부칙 부분이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무효라고 보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6. 대법관 김용담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이 이 사건을 헌법재판의 문제로 보는 점에 대하여
(1) 우리 헌법은 제101조 제1항 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하고, 제111조 제1항 에서 “헌법재판소는 다음의 사항을 관장한다.”고 규정한 다음 관장사항을 열거함으로써, 헌법재판소 관장사항들을 사법권에서 분리하는 2원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에 열거된 5가지 헌법재판소의 관장사항들은 각각 고유의 기능을 달리하며, 그에 따른 심판절차도 상이하여, 하나의 통일적인 헌법재판개념으로 포괄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헌법상 사법권과 헌법재판소의 재판권이 서로 분리·독립되어 있는 이상, 후자의 범위와 한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양자의 경계를 긋는 것이고 그 경계가 무너지면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이 상호 침범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헌법상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탐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통상 헌법재판을 ‘헌법문제에 대한 독립된 재판’ 또는 ‘헌법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사법작용’이라고 일컫거니와, 여기에서 말하는 헌법문제 또는 헌법사항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기본권조항을 비롯한 헌법의 각 조항 또는 헌법의 주요원리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헌법은 위헌법령심사에 대한 헌법재판권과 관련하여 다시 이를 세분하여 위헌법률의 심사는 헌법재판소가 담당하게 하고( 헌법 제107조 제1항 , 제111조 제1항 제1호 ), 위헌명령·규칙의 심사권은 대법원에 귀속시켰으나( 헌법 제107조 제2항 ), 헌법재판소가 위헌재판을 함에 있어 모든 법률문제를 헌법문제로 귀착시켜 한 없이 헌법재판권을 넓혀가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대법원으로서도 명령, 규칙의 위헌·위법심사를 함에 있어서 그 명령, 규칙의 위헌성이 문제되는 헌법재판인지, 위법성을 문제삼는 사법권의 행사인지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연히 법단계설에 서서 모든 법률문제는 결국 헌법문제로 치환될 수 있다는 사고를 한다면 이는 적어도 우리 헌법과는 들어맞지 않으며, 결국 사법권의 독립을 부정하는 위험한 사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2) 어떤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 그 자체에 대한 기대 또는 신뢰가 헌법상의 기대 또는 신뢰로서 보호되려면, 그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가 헌법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기대되고 신뢰되어야 할 것이고, 헌법 이외의 법령에 의하여 비로소 마련된 제도라면 그 제도의 창설이나 유지·변경 또는 폐지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문제도 원칙적으로 그 법령상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법률에 의하여 마련된 제도에 관하여 법률에 의하여 그 시행을 위임받은 명령·규칙·조례가 그 시행방법을 변경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법률의 문제로 다루어야 하고 헌법의 문제로 다룰 것은 아니다.
다수의견은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 할 수 없다면,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경과규정을 두는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새 법령을 그대로 시행하거나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는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그 당사자의 신뢰의 연원이 헌법으로부터 유래한 것인지를 묻지 않고, 법률이나 명령·규칙 심지어 조례에서 유래한 것일지라도 모두 헌법위반의 문제로 치환해 버리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법권과 헌법재판소의 재판권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것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종래에도 명령·규칙상의 신뢰보호의 문제는 법률문제로 다루어져 왔을 뿐이며, 이를 헌법문제로 다루려는 시도는 사법권침해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해 두고 싶다.
(3) 특히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개정 시행령 부칙의 시행시기만을 문제 삼고 있는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3조의2 에 의하면 “국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와 직접 관련되는 법률·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은 긴급히 시행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포일로부터 적어도 30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개정 시행령 부칙의 효력 여부는 이 법률의 범위 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로서 헌법문제가 아니라 법률문제인 것이다.
나. 이 사건에서 개정 시행령의 시행시기에 관하여 사법이 간여하는 점에 대하여
(1) 다수의견은 “합격기준에 적합한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의 행사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하여 신뢰보호의 대상을 ‘합격기준에 적합한 시험준비행위’로 보고 있다. ‘합격기준에 적합한 시험준비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 않으나, 다수의견의 전후문맥을 통틀어 요약하면 요컨대, ‘쉽게 합격할 수 있다고 (1차)시험 준비를 덜 하게 해 놓고서 갑자기 합격이 어려운 제도로 변경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예고절차를 이행하고, 법령상의 시험 공고기간이 준수되었는데, 이를 두고 “갑자기”라고, 다수의견의 표현대로라면 “즉시 시행하리라고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다.”라고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고, 시험준비를 하지 않거나 덜 하는 행위를 가리켜 그 행위가 법률적으로, 아니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신뢰보호의 대상이라는 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2) 개정법령의 시행시점을 정하는 권한은 법령개정권자에게 있다. 개정법령의 시행시점을 정하는 법령개정권자의 권한은 개정법령의 범위와 내용을 정하는 권한과 표리를 이루는 것이며 입법권( 헌법 제40조 )과 명령·규칙제정권( 헌법 제75조 , 제95조 )의 당연한 내용이다.
특히 법령의 내용이 아닌 시행시기는, 각 법령의 부칙에 의하여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고, 국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와 직접 관련되는 법률·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공포일로부터 적어도 30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 시행시기를 정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법률이나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은 공포한 날로부터 20일을 경과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헌법 제53조 제7항 ,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제13조 , 제13조의2 ). 뿐만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는 이에 덧붙여 법령의 제·개정시에 예측하지 못한 피해의 방지를 위하여 입법예고( 국회법 제82조의2 ), 행정예고( 행정절차법 제46조 )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입법예고는 국회규칙으로 정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행정예고기간은 예고내용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각 그 절차를 이천하도록 함으로써, 나름대로 법령의 시행이 빨라지거나 늦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를 거친 법령의 시행시기를 정하는 것은 국회나 행정부의 재량에 맡겨진 사항으로서, 법령의 시행시점에 관한 사법심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령의 시행시기와 관련한 사법권 간섭의 여지는 그만큼 축소되어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되며 법령개정권의 한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만 사법심사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요즘 들어 사법적극주의가 법원이 지향하여야 할 하나의 이념인 것처럼 회자되는 경우가 있으나, 권력이 분립되어 있고 법령문언의 의미 내용이 비교적 명료한 성문법국가에서는 사법적극주의가 오히려 명백한 법령의 문언을 애매하게 희석시켜 법치를 해치고 다른 권력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사법권의 행사는 이러한 측면까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행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