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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4. 7. 28. 선고 2003나62998 판결

[부인의소][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원고 정리회사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김건흥외 2인)

피고, 항소인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박현욱외 1인)

변론종결

2004. 6. 30.

주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664,043,779원 및 그 중 금 967,468,439원에 대하여는 1998. 3. 4.부터, 금 91,643,835원에 대하여는 1998. 3. 13.부터, 금 203,835,616원에 대하여는 1998. 4. 13.부터, 금 197,260,273원에 대하여는 1998. 5. 13.부터, 금 203,835,616원에 대하여는 1998. 6. 13.부터, 각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각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1994. 10. 13. 주식회사 인켈(1996. 11. 1. 해태전자 주식회사에 합병되었다)의 회사채상환채무 100억원을 보증기간을 1997. 10. 19.까지로 하여 지급보증하였다.

나. 해태전자 주식회사(2001. 1. 1. 주식회사 이트로닉스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해태전자’라 한다)는 외부차입금에 의존한 성장위주의 경영과 구조조정의 지연 등의 원인으로 1997년 후반기에 들어 심각한 유동성부족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어 위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위 지급보증계약에 따라 1997. 10. 20. 해태전자를 대신하여 위 회사채 100억원을 상환하였고, 1997. 10. 30. 해태전자로부터 구상금채무의 원리금 지급담보 명목으로 액면 100억원 당좌수표 1장과 액면 26,027,397원 당좌수표 1장을 교부받았다.

다. 해태전자는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결국 피고에게 각 당좌수표를 발행한 다음날인 1997. 11. 1. 인천지방법원에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었고, 1997. 11. 3. 조흥은행으로부터, 1997. 11. 4. 서울어음교환소로부터, 1997. 11. 6. 인천어음교환소로부터 각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았다. 피고는 해태전자가 조흥은행으로부터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다음날인 1997. 11. 4. 해태전자로부터 교부받은 당좌수표 2장을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되었고, 그 무렵 해태전자의 대표이사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고발되었다.

라. 그 후 해태전자는 채권금융기관들로 결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의 협의 끝에 채권단으로부터 변제기를 유예받고 추가자금을 지원받는 등의 기업구조개선작업을 통해 회사갱생을 도모하기로 하고, 1997. 11. 29. 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취하하였다.

마. 피고는 1998. 3. 4. 위 당좌수표발행인인 해태전자의 대표이사에 대한 처벌불원의사표시를 내용으로 한 확인서를 서초경찰서에 제출하였고, 같은 날 해태전자와 사이에 피고의 위 구상금채권을 1998년 내에 매월 분할변제하기로 약정하였다.

바. 해태전자는 위 약정에 따라 피고에게 약정당일인 1998. 3. 4. 금 967,468,439원, 1998. 3. 13. 금 91,643,835원, 1998. 4. 13. 금 203,835,616원, 1998. 5. 13. 금 197,260,273원, 1998. 6. 13. 금 203,835,616원 등 총 금 1,664,043,779원을 변제하였다.

사. 그러나 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의 취하 이후에도 해태전자에 대한 채권자들 사이에서 해태전자 처리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해태전자는 1998. 6. 18. 금융감독위원회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되었고, 그 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금융감독원 산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였음에도 중재에 나선 위 위원회에서조차도 합의점을 끌어내지 못하자 위 위원회가 결정한 조정에 따르기로 하고 위 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여 이 위원회의 조정의견에 따라 법적 절차에 의한 처리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하여, 결국 해태전자는 1999. 11. 30. 인천지방법원에 다시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00. 2. 10. 해태전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하였다. 한편 해태전자에 대하여 1997. 11. 4. 당좌거래정지처분이 있은 후 2000. 2. 10.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이 있기까지 그 정지처분이 해제된 바는 없다.

아. 위와 같은 해태전자의 당좌거래정지처분, 해태전자와 채권금융기관 간의 협의과정과 협의실패로 인하여 퇴출선정기업으로 선정된 사실 등은 그 무렵 중앙일간지, 방송 등을 통해 보도되었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2호증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해태전자가 정리채권자 중 피고에게만 구상금채무를 변제한 것은 다른 정리채권자를 해하는 편파행위에 해당하고 당시 해태전자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변제한 것이므로 이는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1호 에서 규정한 “회사가 정리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고 한 행위”에 해당하는바, 원고는 위 규정에 따라 피고에 대한 위 변제행위를 부인하여 그 원상회복으로서 변제금 1,664,043,779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⑴ 해태전자의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의 존부에 관한 판단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1호 는 “회사가 정리채권자 등을 해할 것을 알고 한 행위”는 이를 부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회사가 위 규정상 부인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해행위가 있을 것”과 “회사가 사해의사를 가질 것” 이라는 일반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바, 사해행위란 회사의 일반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정리채권자와의 공평에 반하는 편파적인 변제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며, 회사의 사해의사는 회사가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할 당시에 그 행위로 인하여 정리채권자를 위한 공동담보인 책임재산이 감소하거나 정리채권자들 사이에 불공평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돌이켜, 해태전자의 이 사건 변제가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해태전자에게 당시 사해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해태전자가 1997년 후반기에 들어 심각한 유동성부족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어 1997. 10. 19.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1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자 피고가 이를 대신 상환하였고, 해태전자는 1997. 11. 1.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었으며, 1997. 11. 3.부터 6. 사이에 서울어음교환소 등에서 3회에 걸쳐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았고 그 정지처분이 해제되지 않은 사실, 이러한 당좌거래정지처분으로 인하여 해태전자의 대표이사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고발되었고 1998. 3. 4. 피고가 대표이사에 대한 처벌불원의사표시를 함과 동시에 해태전자가 피고에게 이 사건 변제약속을 한 사실,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이후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을 취하한 이후에도 채권금융기관의 자금지원 및 구조조정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결국 1998. 6. 18.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어음 등을 발행한 후 은행이나 어음교환소로부터 거래정지처분을 받은 때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지급정지상태(채무자가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함)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후 당좌거래정지처분이 해제되었다거나 달리 변제자력이 회복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해태전자는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피고에게 이 사건 변제를 할 당시인 1998. 3.부터 6.경까지 계속 지급정지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해태전자는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재정상태가 극히 악화되어 실질적으로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변제기가 도래한 정리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지급정지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피고에게 받기 위하여 특정채권자인 피고에게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변제행위는 다른 정리채권자를 해하는 편파행위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해태전자의 사해의사도 충분히 추인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원고 이외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도 채무 원리금을 일반적으로 변제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변제행위는 편파행위로서의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 살피건대, 갑 16호증의 1 내지 5, 갑 17, 18호증, 갑 30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와 당원의 케이티비네트워크 주식회사,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 항도종합금융 주식회사, 한길종합금융 주식회사, 고려종합금융 주식회사, 대한종합금융 주식회사, 주식회사 썬캐피탈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인 1998. 3.부터 1998. 6.경까지 사이에 신안신용금고에게 융통어음의 원리금으로 1,117,973,026원을, 1998. 4. 14. 뉴라인여신금융에게 융통어음의 원리금으로 401,329,452원을, 1998. 4. 30.부터 1999. 11. 30. 사이에 서울보증보험주식회사에게 구상금채무 9,929,698,620원을 각 변제하였고, 1998. 1. 23.부터 2000. 12. 20.까지 사이에 케이티비네트워크 주식회사(구 한국종합기술금융 주식회사)에게 정보화촉진기금차입금채무의 원리금으로 약 38억원을 변제한 사실, 그리고 1998. 1. 6.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차입금의 원금 100억원을 변제하였고, 1998. 11. 2.부터 1999. 4. 20.까지 사이에 항도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차입금의 담보조로 제3자 발행의 어음(소위 타수어음)을 제공하여 위 어음의 만기에 그 어음금과 차입금이 상계가 되게 하는 방법으로 합계 1,841,709,598원을 변제하였고, 1998. 9.경 울산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합계 2,827,000,000원을, 1998. 9. 2.부터 1998. 7. 3.까지 한길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와 같은 방법 등으로 합계 393,897,186원을 각 변제하였으며, 1998. 2. 16. 고려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차입금의 원금 중 60억원을 변제하였고, 1998. 1. 5.부터 1998. 2. 25.까지 사이에 대한종합금융 주식회사에 대하여 할인어음의 원리금으로 670,412,295원을 변제하였으며, 1998. 5. 11.부터 1998. 12. 28.까지 사이에 주식회사 썬캐피탈에 대하여 합계 134,432,001원을 변제하는 등 피고 이외의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에게도 채무를 변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런 사실만으로는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원고 이외에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에게 일반적으로 채무 원리금을 변제하여 왔다고 보기 어렵고, 을 12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1999. 11. 30. 해태전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신청될 당시 해태전자의 채무초과액이 9,952억 6,400만원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채무초과액과 해태전자가 피고를 포함한 위에서 본 다른 특정채권자들에게 변제한 금액의 합계인 387억 8,049만여원을 비교하여 볼 때, 그 비율에 있어서만 보아도 해태전자가 피고를 포함한 모든 금융채권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채무 원리금을 변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는 해태전자가 원고에게 변제한 이 사건 변제금은 모두 원고가 해태전자를 대신하여 지급한 회사채 원금에 대한 이자 또는 지연이자인데, 해태전자는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 직전까지 정리담보권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이자 또는 지연이자를 변제하여 왔으므로 이 사건 변제행위는 편파행위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하나, 을 1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 이후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 직전까지 정리담보권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이자 또는 지연이자를 변제하여 왔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⑵ 피고의 부당성 결여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변제행위는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볼 때 해태전자의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고 특별히 피고에게만 변제를 하고 다른 정리채권자를 해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니므로 행위의 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회사정리법상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정리채권자에게 유해하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당해 행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였다거나 불가피하였다고 인정되어 일반 정리채권자가 정리회사 재산의 감소나 불공평을 감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부당성을 결여하였는지 여부는 행위 당시 회사의 재산 및 영업 상태, 행위의 목적·의도와 동기 등 회사의 주관적 상태를 고려함은 물론, 변제행위에 있어서는 변제자금의 원천, 회사와 채권자와의 관계, 채권자가 회사와 통모하거나 회사에게 변제를 강요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신의칙과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는, 이 사건 변제는 당시 해태전자에 대한 금융업계의 추가지원결의가 있었고,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서 행하여 진 것이므로 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을 21호증의 기재와 앞서 채용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1997. 11. 4. 해태전자가 발행한 당좌수표 2장을 지급제시하여 지급거절되어 해태전자로서는 대표이사의 구속 등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기 위하여 수표소지자인 피고로부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받을 필요가 있었으므로 1998. 3. 4.경 피고에게 이 사건 변제약속을 하면서 대표이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이에 피고도 해태전자의 대표이사가 신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피고의 채무변제에 노력하고 그때까지의 연체금액 중 일부라도 변제받는 것이 피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위 요청을 수용하기로 하여, 1998. 3. 4.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해 주고 이 사건 변제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변제의 경위와 동기, 목적 등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해태전자는 대표이사의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지급정지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변제를 하기에 이르렀고, 피고로서는 해태전자의 위와 같은 동기에 편승하여 자신의 채권 중 일부를 다른 채권자들보다 먼저 회수하기 위하여 해태전자와 협의하여 이 사건 변제를 수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변제가 사회적으로 상당하였다고 인정되거나 다른 정리채권자가 불공평을 감수할 정도로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에 비추어 부당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⑶ 피고가 사해행위를 알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자신은 해태전자로부터 변제를 받을 당시 구체적인 해태전자의 채권자의 신원 및 채무액 등 자세한 채권내역을 알 수 없었고, 해태전자는 1997. 11. 1. 정리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가 1달여만에 개시신청을 취하하였고 신문기사를 통해 해태전자가 소속된 해태그룹에 대한 금융권의 추가지원 등 정상화대책이 보도되었으며, 해태전자가 당좌거래정지처분을 받은 후에도 기존의 거래처 등과 계속하여 거래를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변제당시 피고는 다른 채권자를 해할 것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변제를 받을 당시 해태전자가 지급정지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갑 8호증(가지번호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해태전자의 당좌수표가 부도가 난 1997. 11. 4.을 전후하여 해태그룹의 주요 계열회사들은 자금사정 악화로 인하여 각기 화의신청,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등의 절차를 밟았다가 그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지원을 약속받고 각기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 등을 철회하였고, 해태그룹의 채권자인 종합금융회사들과 은행들은 당좌거래정지처분이 내려진 1997. 11. 6. 이후 해태그룹이 적절한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여 해태그룹에게 합계 금 2,000억원 정도의 자금지원을 하고 1998. 말까지 해태그룹에 대한 여신 회수를 자제키로 하는 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채권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해태그룹의 자금상황과 자구계획 내용이 회생을 확신할 만한 내용으로서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자금지원의 결의를 연기하였고, 이와 같은 해태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의 협조융자에 관한 사항과 그 결의 가 지연되어 결국 1998. 6. 18. 금융감독위원회와 채권금융기관은 해태전자를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하였으며, 이러한 사실들은 언론을 통하여 수시로 보도가 된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이 사건 변제를 받을 당시 해태전자에 대한 구체적인 채권내역을 알지 못했었고 1997. 11. 29. 회사정리절차개시신청이 취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개시신청 취하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해태전자가 자력의 결핍으로 인하여 변제기가 도래한 다른 정리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일반적,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지급정지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로서는 해태전자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는다면 다른 정리채권자들을 해한다는 사실을 이 사건 변제당시 충분히 인식 또는 의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피고는, 원고가 부인권의 제척기간 완성일인 2002. 2. 10.의 직전인 2002. 2. 9. 피고에 대하여 부인권을 행사하였고, 해태전자의 부도이후 회사정리절차 개시전까지 대부분의 이자(원금의 일부를 포함)를 변제해 온 다른 채권자들에 대하여는 부인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피고를 비롯한 일부의 채권자들(씨티리스 주식회사,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에 대하여만 부인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고, 부인권의 남용이므로 받아들여져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소가 제척기간 내에 제기된 이상 제척기간 바로 전날 소를 제기하였다고 하여 이를 신의칙 위반이나 부인권의 남용이라 할 수는 없고, 원고가 해태전자로부터 변제를 받은 채권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만 부인권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그 사유만으로 이를 신의칙 위반이나 부인권의 남용이라 할 수도 없다 할 것이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해태전자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변제행위는 회사정리법 제78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인권의 행사대상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인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변제금 1,664,043,779원 및 그 중 금 967,468,439원에 대하여는 1998. 3. 4.부터, 금 91,643,835원에 대하여는 1998. 3. 13.부터, 금 203,835,616원에 대하여는 1998. 4. 13.부터, 금 197,260,273원에 대하여는 1998. 5. 13.부터, 금 203,835,616원에 대하여는 1998. 6. 13.부터, 각 2003. 5. 31.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는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헌법재판소에서 2003. 4. 24. 구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함에 따라 구 법률에 기한 연 25%의 법정이율은 적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개정 법률에 따라 2003. 6. 1.부터 연 20%의 법정이율이 적용된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유원규(재판장) 오재성 곽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