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불승인처분취소] 상고[공보불게재]
전기기기 및 전기전자 부품조립회사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회사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가 추락하여 두개골 골절 등의 상병을 입은 사안에서, 위 근로자의 피신행위는 그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전기기기 및 전기전자 부품조립회사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국인이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회사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가 추락하여 두개골 골절 등의 상병을 입은 사안에서, 위 근로자의 피신행위는 불법체류자로 단속될 경우 자신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근로자 개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차례에 걸친 모집광고에도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였던 사업주가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방편이기도 한 점[뿐만 아니라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출입국관리법 제94조 5호의 2 , 제18조 3항 ), 이는 사업주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에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하여 직접 위 근로자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하여 도주하도록 지시하였고, 위 근로자는 사업주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피신하는 과정에서 위 재해를 입게 된 점 등에 비추어, 위 근로자의 피신행위는 그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정한)
근로복지공단
2008. 5. 23.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6. 6. 13.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전기기기 및 전기전자 부품조립업체인 화성전자의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06. 5. 2. 15:30경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화성전자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내려가다가 8m 아래 1층 시멘트바닥에 추락하였고(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이로 인하여 두개골 골절, 급성 뇌경막하 혈종,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중증 뇌좌상 등의 상병을 입게 되자, 같은 해 5. 8. 피고에 대하여 위 상병에 대한 요양승인을 신청하였다.
나. 그러나 피고는 2006. 6. 13.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재해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상병에 대한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재해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와 같다.
다. 인정 사실
다음 사실은 앞서 든 각 증거에 갑 제1, 7, 8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5, 을 제3, 5, 7, 8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12,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9, 10호증의 각 1, 2, 3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의 각 증언을 더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중국인으로서, 2005. 3. 5.경 유학비자로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경주시 소재 서라벌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다가, 2006. 2.경 위 대학을 무단이탈하여 같은 달 6.경부터 화성전자의 근로자로 근무해 왔다.
(2) 그런데 2006. 5. 2. 15:30경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하여 화성전자에 오게 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화성전자의 관리부장인 소외 3은 당시 외근을 하고 있던 화성전자의 사업주인 소외 1에게 이를 보고하고, 소외 1이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피신시키라고 지시하자, 원고로 하여금 다른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화성전자 2층 사무실로 피신하도록 지시하였다.
(3) 이에 원고는 소외 3의 지시에 따라 다른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위 2층 사무실로 피신하였지만, 때마침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이 불법체류자를 수색하기 위하여 위 2층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였고, 이러한 광경을 본 화성전자 소속 성명불상의 내국인 근로자가 원고 등에게 수신호로 이를 알려주자, 원고는 다른 불법체류자 2명과 함께 2층 사무실 창문을 통해 외벽의 에어컨 배관을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였는데, 원고가 에어컨 외벽을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도중 에어컨 배관을 고정한 핀이 탈락하는 바람에 1층 시멘트바닥으로 추락하는 이 사건 재해를 당하게 되었다.
(4) 한편 소외 1은 화성전자를 운영하면서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하여 수차에 걸쳐 모집광고를 하였다가 여의치 못하자 결국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을 근로자로 고용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 재해 당시 화성전자 전체 근로자 30여 명 중 불법체류자는 모두 4명이었다.
라. 판단
(1)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재해를 입은 경우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내지는 정리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이거나, 사업주의 지시나 주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행사 또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기타 관행에 의하여 개최되는 행사에 참가하는 행위 등 그 행위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누3314 판결 ,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누14633 판결 , 대법원 1999. 4. 9. 선고 99두189 판결 등 참조).
(2)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재해를 입게 되었는데, 원고의 이러한 피신행위는 불법체류자로 단속될 경우 원고 개인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한 원고 개인을 위한 행위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차례에 걸친 모집광고에도 불구하고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였던 화성전자의 사업주가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방편이기도 한 점[뿐만 아니라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출입국관리법 제94조 5호의 2 , 제18조 3항 ), 이는 사업주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에 화성전자의 사업주는 관리부장을 통하여 직접 원고를 비롯한 불법체류자들에게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을 피하여 도주하도록 지시하였고, 원고는 사업주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피신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재해를 입게 된 점, 원고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모두 원고가 화성전자 내에서 작업하는 도중에 이루어진 것이고, 만약 원고가 이 사건 재해를 입지 않고 단속반에 의해 단속되지도 않았다면 단속행위로 일시 중단되었던 피신 직전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기타 이 사건 변론 과정에 나타난 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의 단속과정이나 그 과정에 나타난 화성전자 소속 근로자들의 행동이나 화성전자 내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러한 피신행위는 그 행위과정이 화성전자의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경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