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말소등][공2001.9.1.(137),1854]
채무담보를 위하여 자기소유의 부동산을 수탁자에게 수탁하고 그 수익권을 채권자에게 부여한 신탁자에 대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채권자가 가지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수익권이 정리계획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소극)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하므로, 신탁자가 어음거래약정상의 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자기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수탁자와 담보신탁용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자에게 신탁원본 우선수익권을 부여하고서,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면, 위탁자의 신탁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신탁자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경우 채권자가 가지는 신탁부동산에 대한 수익권은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정리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해당하여 정리계획이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가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리계획에 변제의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로써 실권되는 권리는 채권자가 신탁자에 대하여 가지는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에 한하고, 수탁자에 대하여 가지는 신탁부동산에 관한 수익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정리회사 신원종합개발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상록 담당변호사 박수근 외 4인)
엘지투자증권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 담당변호사 이승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는 처분문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문언대로 해석하여야 함이 원칙이고, 다만 그 근저당권설정계약서가 금융기관 등에서 일률적으로 일반거래약관의 형태로 부동문자로 인쇄하여 두고 사용하는 계약서인 경우에 그 계약 조항에서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기존의 채무나 장래에 부담하게 될 모든 채무를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기재한 경우에, 당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 경위나 거래 관행, 각 채무액과 그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의 관계, 다른 채무액에 대한 별도의 담보 확보 여부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인쇄된 계약 문언대로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해석하면 오히려 일반적인 거래 관례에 어긋난다고 보이고 당사자의 의사는 특정한 계속적 거래나 일정한 종류의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채무만을 그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로 약정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때에는, 그 계약서의 포괄적 기재는 부동문자로 인쇄된 일반거래약관의 예문에 불과하므로 그에 구속되지 말고 구체적인 당사자의 의사를 밝혀 그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확정하여야 함은 물론이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다2494 판결, 1997. 5. 28. 선고 96다950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 백마건설 주식회사(이하 '원고 백마건설'이라고 한다) 소유의 원심 판시 각 아파트에 대하여 채무자, 신원종합개발 주식회사(이하 '신원종합개발'이라고 한다), 채권최고액 9억 5,000만 원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 위하여, 원고 백마건설과 피고 엘지투자증권 주식회사(이하 '피고 엘지투자증권'이라고 한다) 사이에 작성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을 제3호증)에는,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어음대출·어음할인·지급보증 기타의 거래로 인해 부담하는 채무·보증채무·수표채무 기타 어음상의 채무·채권자가 체당 가지급한 채무자 또는 설정자의 부담할 모든 비용·보험료·채무자의 채권자에게 지급할 이자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금·기타 여러 가지의 원인으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현재 부담하고 또는 장래 부담하게 될 모든 채무를 공통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한다."고 기재되어 있음은 사실이나, 한편 원고 백마건설은 당시 신원종합개발에 대하여 아파트 공사대금 채무 3,576,278,684원을 부담하고 있었고, 그 무렵 신원종합개발은 피고 엘지투자증권에 대하여 29억 원은 주채무자로서, 45억 원은 소외 주식회사 신원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외환위기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출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피고 엘지투자증권이 담보제공을 요구하고 이에 신원종합개발은 원고 백마건설에게 위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결국 위와 같은 근저당권이 설정되게 되었다는 것인바, 이와 같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설정 당시 신원종합개발이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부담하고 있던 채무액, 그리고 원고 백마건설이 위 아파트를 신원종합개발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게 된 경위와 위 백마건설이 신원종합개발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공사대금 채무액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의 의사는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는 그 당시 신원종합개발이 주채무자로서 부담하고 있던 채무뿐만 아니라 주식회사 신원을 위한 연대보증인으로서 부담하고 있던 채무도 그 피담보채무에 포함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설사 신원종합개발의 주채무자로서의 채무가 피고 엘지투자증권의 상계로 인하여 전부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채무가 아직 남아 있는 이상 피담보채무는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채무는 피담보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근저당권의 말소를 명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예문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담긴 의사표시의 해석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 의하면, "정리계획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가 회사의 보증인 기타 회사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 대하여 가진 권리와 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소외 신원종합개발은 피고 엘지투자증권과 체결한 어음거래약정상의 채무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1998년 1월 초순경 신원종합개발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피고 한국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이하 '피고 한국부동산신탁'이라고 한다)와의 사이에 담보신탁용 부동산관리·처분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엘지투자증권에게 수익권리금 9억 5,000만 원의 신탁원본 우선수익권을 부여하고, 1998. 1. 13. 피고 한국부동산신탁 앞으로 원심 판시 부동산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그 후 위 신원종합개발은 1998. 12. 16.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1999. 7. 21. 정리계획이 인가되었으며, 피고 엘지투자증권은 정리채권 신고기간에 신원종합개발에 대한 채권을 신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리계획에 변제의 대상으로 규정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하므로, 위탁자인 신원종합개발의 신탁에 의하여 이 사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피고 한국부동산신탁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 엘지투자증권이 그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수익권을 가지게 된 원인이 비록 소외 신원종합개발의 신탁행위로 말미암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수익권은 회사정리법 제240조 제2항에서 말하는 '정리회사 이외의 자가 정리채권자 또는 정리담보권자를 위하여 제공한 담보'에 해당하여 정리계획이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엘지투자증권이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정리계획에 변제의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로써 실권되는 권리는 피고 엘지투자증권이 정리회사인 소외 신원종합개발에 대하여 가지는 정리채권 또는 정리담보권에 한하고, 피고 한국부동산신탁에 대하여 가지는 위 신탁부동산에 관한 수익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엘지투자증권이 가지는 수익권은 신탁자인 신원종합개발이 제공한 담보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이를 가리켜 피고 한국부동산신탁이 제공한 담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신탁법상의 신탁의 경우 신탁재산의 귀속에 관한 법리 내지는 정리계획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권리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