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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다241403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미간행]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인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와 판단 방법 / 사용자책임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다’는 것의 의미

[2] 갑 외국은행의 직원인 을 등과 갑 은행이 국내에서 금융투자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병 증권회사의 직원인 정의 시세조종행위로 피해를 본 무 등이 갑 은행과 병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을 구한 사안에서, 무 등이 금융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발표, 검찰의 기소, 언론보도 등이 이루어질 무렵에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나 사용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9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형우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AG)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하 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사용자와 피용관계에 있는 자가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발생하고, 이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다는 것은 피해자가 사용자 및 그 사용자와 불법행위자 사이에 사용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외에 일반인이 그 불법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실까지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다카32500 판결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들은 적어도 금융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피고들의 직원들이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하였다고 알려진 2011. 2. 23. 내지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된 2011. 5. 31.경에는 위법한 시세조종행위의 존재, 위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식하였고, 사용자책임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 1. 26.에 접수되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들의 항변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1. 2. 23. ‘피고 도이치은행의 계열사 직원들이 시세조종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검찰 고발과 제재조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였고, 2011. 5. 31.경에는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었다. 나아가 검찰은 2011. 8. 19. 피고들의 직원과 피고 도이치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혐의로 기소하였다고 발표하였으며, 언론보도와 국내 금융기관, 보험회사,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졌으나, 전문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인 원고들이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비교적 풍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에서 알고 있었던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피고들은 금융감독원 등의 조사결과, 검찰의 기소 발표와 언론보도 후에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다투었고, 피고 도이치은행의 홍콩지점 직원들은 국외로 도주하여 소외인과 피고 도이치증권에 대해서만 4년 이상이 지난 2016. 1. 25. 제1심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3) 이 사건 시세조종행위의 위법성 판단을 위해서는 코스피200과 지수차액거래와 지수변동행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위법한 시세조종행위의 존부에 대한 다툼이 있었으며, 위 형사판결문의 본문만 82면에 달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위 형사판결 선고 이전에 위법한 시세조종행위의 존재, 위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피고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유무에 관하여도 다투었고, 4년 이상이 지난 2015. 11. 26.경에야 피고들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기 시작하였다.

5) 피고 도이치은행의 경우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제재 대상과 검찰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으므로, 전문 금융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인 원고들이 위 민사 제1심판결 선고 이전에 피고 도이치은행의 홍콩지점 직원들과 피고 도이치은행과의 사용관계나 사무집행 관련성을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더욱 무리가 있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금융위원회 등의 조사결과 발표, 검찰의 기소, 언론보도 등이 이루어진 2011. 2. 23. 내지 2011. 8. 19. 무렵에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나 사용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반하는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