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공2002.12.1.(167),2695]
[1] 보험약관상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에 있어서 상해와 사망사이의 인과관계의 의미
[2]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기왕증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보험금을 감액한다는 약관이 있는 경우, 보험자가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기왕증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보험금을 감액한다는 약관이 있는 경우, 그 약관의 취지 및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에의 적용 여부(적극)
[1]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 보험약관상의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의 의미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
[3] 상해보험의 보통약관에 "피보험자가 약관 소정의 상해를 입고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약관 소정의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보험자는 그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경우, 그 취지는 보험사고인 상해가 발생하였더라도 보험사고 외의 원인이 부가됨에 따라 본래의 보험사고에 상당하는 상해 이상으로 그 정도가 증가한 경우 보험사고 외의 원인에 의하여 생긴 부분을 공제하려는 것이고, 따라서 여기의 '약관 소정의 상해가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중하게 된 경우'에서 '중하게 된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1] 상법 제737조 [2] 상법 제737조 [3] 상법 제737조 ,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5조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우성종합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양동석)
엘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한각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인정 및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기초사실
(1) 소외인(법정상속인인 원고 1의 남편이자 원고 2의 아버지)은 1999. 7. 7. 보험자인 피고와의 사이에 운전자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보험기간 : 1999. 7. 7. 16:00부터 2004. 7. 7. 16:00까지
-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한 보장내용
① 보상하는 손해 :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운행중의 교통승용구에 탑승하고 있을 때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180일 내에 사망하였을 경우 수익자(법정상속인)에게 사망보험금 지급
② 사망보험금 : 매년 2,500,000원씩 20년간 지급, 또는 수익자가 원하는 경우 연 7%의 비율로 할인한 일시금 지급
(2) 소외인은 2000. 2. 14. 19:10경 (차량등록번호 1 생략)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은평구 (주소 생략) 앞 노상에서 신호대기하고 있던 중 뒤에서 시속 40 ∼ 50㎞의 속도로 진행하여 오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화물차에 추돌당하여 가슴과 배 부위를 운전대에 부딪혔다.
(3) 당시 소외인은 신체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여 위 화물차 운전자와의 사이에 위 사고를 종합보험으로 처리하기로 하고 그대로 귀가하였다. 그런데 같은 날 20:00경 소외인이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고 팔이 뒤틀리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 원고들이 소외인의 몸을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를 하여 일단 진정시켰는데, 같은 날 22:30경 다시 같은 증세를 나타내자 원고들이 소외인을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소외인은 같은 날 23:25경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였다.
(4) 한편, 부검결과 소외인은 심장에 고도의 관상동맥경화, 심비대 및 심근 비후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 보험금 지급의무 발생 여부에 대한 판단
(1)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은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하는 심장을 비롯한 혈관계통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외부적인 자극이 주어졌을 때에 잘 발병하는데, 이러한 자극으로는 외력에 의한 손상, 과로, 운동, 중노동, 과음, 과식 등 육체적인 자극이나, 흥분, 기쁨, 슬픔, 분노, 경악 등 정신적인 자극 등 신체에 어떤 방법으로든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러한 자극은 일시적으로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혈압을 상승시켜 심혈관계, 특히 심장과 뇌혈관의 질환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따라서 이러한 자극이 주어졌을 경우 심장의 기질적 질환, 특히 심관상동맥질환 및 고혈압성 질환 등을 가진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될 가능성은 정상인보다 월등히 높다.
(2) 위 교통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의 요배부 근육 사이에 출혈이 있었고, 우측 후복막강의 신장 부위에서 비교적 많은 출혈이 있었으며, 대동맥의 외막, 종격 등 폐문부, 쇄골하부에서 극소적인 출혈이 있었다. 이러한 출혈은 소외인의 신체상태로 보아 심장에 무리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교통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이 입은 출혈 등의 상해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소외인의 지병인 동맥경화와 겹쳐 사망을 촉진시켰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소외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다. 피고의 기왕증 기여도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보험의 보통약관 제29조 제1항에는 "피보험자가 제3조에서 정한 상해(보통약관 제3조에는 피고가 보상하는 상해를 열거하고 있다.)를 입은 경우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또는 제3조에서 정한 상해를 입은 후에 그 원인이 된 사고와 관계없이 새로이 발생한 상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제3조에서 정한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회사는 그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피고는 망인의 기왕증인 심관상동맥경화로 인한 허혈성심장질환이 위 사망을 촉진시켰고 차사고로 인한 손상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관여도는 30%에 불과하므로 피고는 위 약관에 따라 원고에게 위 보험계약에 기한 사망보험금 중 30%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 주장과 같이 차사고 손상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관여도가 30%란 점에 관하여 이에 부합하는 듯한 을 제5호증의 1, 2의 각 기재는 이를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당심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그 기여도를 수치로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위 보통약관 제29조 제1항은 위 보통약관 제3조에서 정한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한편 을 제3호증(운전자상해보험 특별약관)의 기재에 의하면, 보통약관 제3조에서 정한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 180일 이내에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일정금액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27조에서 정하는 정액보험의 일종인 생명보험으로서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인 피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그 선행원인인 기왕증 기여부분을 구분하여 이를 참작할 필요 없이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인과관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민사분쟁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바, 보험약관상의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의 의미도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67147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관계 증거를 살펴보면, 소외인이 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다고 본 원심의 인정 및 판단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나. 기왕증과 약관해석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 (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40763, 40770 판결 , 2002. 3. 29. 선고 2000다1875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히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상해보험의 보통약관 제29조 제1항에 피보험자가 약관 소정의 상해를 입고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약관 소정의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피고는 그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그 취지는 보험사고인 상해가 발생하였더라도 보험사고 외의 원인이 부가됨에 따라 본래의 보험사고에 상당하는 상해 이상으로 그 정도가 증가한 경우 보험사고 외의 원인에 의하여 생긴 부분을 공제하려는 것이고, 따라서 여기의 '약관 소정의 상해가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중하게 된 경우'에서 '중하게 된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보험자가 약관 소정의 상해를 입었는데 이미 존재하던 기왕증인 심관상동맥경화와 약관 소정의 상해가 겹쳐 사망을 촉진시켰다고 보는 한 위 약관규정이 적용되어 피고로서는 기왕증의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만을 보험금으로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인지의 여부는 위 약관규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이 기왕증의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을 심리·확정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증명이 불충분할 경우 법원은 그 이유만으로 그 부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금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에는 약관의 해석을 그르친 나머지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새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