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3권 91~123] [전원재판부]
1. 법률(法律)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에 있어서 청구기간(請求其間)과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의 의미(意味)
2. 법률(法律)에 대한 헌법소원(憲法訴願)에 있어서 자기성(自己性), 현재성(現在性)이 인정(認定)되는 사례(事例)
3. 정당(政黨)의 기본권주체성(基本權主體性)이 인정(認定)되어 청구인(請求人) 적격(適格)을 인정한 사례(事例)
4.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제36조 제1항의 "시(市)·도의회의원(道議會議員) 후보자(候補者)는 700만(萬)원의 기탁금(寄託金)" 부분(部分)의 위헌여부(違憲與否)
5. 헌법불합치결정(憲法不合致決定)과 입법촉구결정(立法促求決定)의 의미(意味)
1. 가. 법률(法律)에 대한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의 청구(請求)에 있어서 법률시행후(法律施行後) 그 법률(法律)에 해당되는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하여 비로소 기본권(基本權)의 침해(侵害)를 받게 된 경우는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 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제기(提起)하여야 한다.
나. 위 "사유(事由)가 발생(發生)한 날"은 당해 법률(法律)이 청구인(請求人)의 기본권(基本權)을 명백(明白)히 구체적(具體的)으로 현실(現實) 침해(侵害)하였거나 그 침해(侵害)가 확실히 예상(豫想)되는 등 실체적(實體的) 제요건(諸要件)이 성숙(成熟)하여 헌법재판(憲法裁判)에 적합(適合)하게
된 때를 말한다.
2. 서울특별시의회(特別市議會)에 진출하려는 청구인들은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과 밀접한 이해관계(利害關係)가 인정되므로 자기성(自己性)이 인정되고, 위 법(法) 제36조 제1항이 그 법률조항(法律條項) 자체에서 지방의회의원(地方議會議員)(선거(選擧))의 후보요건(候補要件)을 제한하고 있고, 같은 조항(條項) 소정의 기탁금(寄託金)을 기탁(寄託)하지 아니하는 자(者)에 대한 후보등록거부행위(候補登錄拒否行爲)라는 당연히 예상되는 별도의 집행행위(執行行爲)를 매개(媒介)로 할 것도 없으므로 기본권침해(基本權侵害)의 직접성(直接性)이 인정되고, 지방자치법(地方自治法) 부칙(附則) 제2조가 동법(同法)에 의한 최초의 지방의회의원선거(地方議會議員選擧)를 1991.6.30. 이내에 실시(實施)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정부(政府)도 상반기내(上半期內)에 실시(實施)할 것을 공약(公約)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수개월내(數個月內)에 실시(實施)할 것이 명백(明白)하므로 현재성(現在性) 역시 인정된다.
3. 시(市)·도의회의원선거(道議會議員選擧)에서 정당(政黨)이 후보자(候補者)의 추천과 후보자(候補者)를 지원하는 선거운동(選擧運動)을 통하여 소기의 목적(目的)을 추구(追求)하는 경우, 평등권(平等權) 및 평등선거원칙(平等選擧原則)으로부터 나오는 (선거(選擧)에 있어서의) 기회균등(機會均等)의 원칙(原則)은 후보자(候補者)는 물론 정당(政黨)에 대해서도 보장(保障)되는 것이므로 정당(政黨)추천의 후보자(候補者)가 선거(選擧)에서 차등대우(差等待遇)를 받는 것은 정당(政黨)이 선거(選擧)에서 차등대우(差等待遇)를 받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4.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제36조 제1항의 "시(市)·도의회의원(道議會議員) 후보자(候補者)는 700만(萬)원의 기탁금(寄託金)" 부분(部分)은 너무 과다하여, 자연인(自然人)의 경우는 헌법(憲法) 제11조의 평등권(平等權), 제24조의 선거권(選擧權), 제25조의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 등을 침해(侵害)하는 것이고, 정당(政黨)의 경우는 선거(選擧)에 있어서 기회균등(機會均等)의 보장(保障)을 받을 수 있는 헌법적(憲法的) 권리(權利)를 침해(侵害)한 것이다.
5. 이 사건(事件)의 주문(主文)에 헌법(憲法)에 합치(合致)하지 아니한다고 선고(宣告)하면서 일정(一定) 기간(其間)까지 그 법률(法律)의 효력(效力)을 지키도록 하는 이유는 기
탁금제도(寄託金制度) 자체(自體)는 헌법상(憲法上) 일응 합헌(合憲)이어서 기탁금액(寄託金額) 전부(全部)에 대하여 위헌무효(違憲無效)를 선고(宣告)하기가 어렵고 그 구체적(具體的)인 한도액(限度額)은 국회(國會)가 정(定)하는 것이 바람직한 반면 헌법불합치상태(憲法不合致狀態)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시행후(施行後) 최초로 실시되는 시(市)·도의회의원선거(道議會議員選擧) 공고일(公告日)까지는 개정(改正)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反對意見)
1.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제36조 제1항의 "구(區)·시(市)·군의회의원(郡議會議員) 후보자(候補者)는 200만(萬)원의 기탁금(寄託金)" 부분(部分)도 본안판단(本案判斷)하여야 한다.
2. 헌법결정(憲法決定)은 선고일(宣告日)로부터 즉시(卽時) 그 효력(效力)을 발생(發生)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가 임의로 그 효력(效力)을 변경(邊境)하거나 효력발생(效力發生)을 유보(留保)시킬 수는 없으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라는 주문(主文)도 선고일(宣告日)로부터 즉시(卽時) 법률(法律)의 효력(效力)을 상실(喪失)시키는 것이다.
청구인 유 ○ 석
민 중 당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박 용 일
헌법재판소법(憲法裁判所法) 제69조 (청구기간(請求其間)) ① 제68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의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日)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日)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法律)에 의한 구제절차(救濟節次)를 거친 헌법소원(憲法訴願)의 심판(審判)은 그 최후결정(最後決定)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日) 이내에 청구(請求)하여야 한다.
② 생략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제36조 (기탁금(寄託金)) ① 후보자(候補者)가 되려고 하는 자(者)는 등록신청시(登錄申請時)에 대통령령(大統領令)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市).도의회의원후보자(道議會議員候補者)는 700만(萬)원, 구(區)·시(市)·군의회의원후보자(郡議會議員候補者)는 200만(萬)원의 기탁금(寄託金)을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管轄選擧區選擧管理委員會)에 기탁(寄託)하여야 한다.
② 생략
지방의회의원선거법(地方議會議員選擧法) 부칙(附則) 제2조 (공무원(公務員) 등의 입후보)
이 법(法) 시행(施行)후 최초로 실시하는 지방의회의원선거(地方議會議員選擧)에 있어서는 제35조 제1항 각호(各號)의 1에 해당하는 자(者)로서 후보자(候補者)가 되고자 하는 자(者)는 선거일(選擧日) 공고일(公告日)로부터 5일(日) 이내에 그 직(職)에서 해임(解任)되어야 한다.
1.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지방의회의원선거법(1990.12.31. 법률 제4311호) 제36조 제1항의 "구·시·군의회의원 후보자는 200만원의 기탁금" 부분을 각하한다.
2. 같은 법률 제36조 제1항의 "시·도의회의원 후보자는 700만원의 기탁금" 부분을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3. 위 제2항의 법률조항부분을 위 법률시행 후 최초로 실시하는 시·도의회의원 선거일 공고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그 효력을 지속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유○석은 민중당 서울 성동구 병지구당 위원장으로 1991. 상반기 중 실시 예정인 서울특별시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가 되고자 준비중인 자, 같은 민중당은 헌법 및 정당법상의 정당으로서 위 선거에 소속당원을 후보자로 추천하고자 하는 자인 바, 지방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는 시·
도의회의원 후보자의 경우는 700만원, 구·시·군의회의원 후보자의 경우는 200만원의 기탁금을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위헌규정이라고 주장하면서 1991.2.4.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를 한 것이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는 등록신청시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의회의원 후보자는 700만원, 구·시·군의회의원 후보자는 200만원의 기탁금을 관할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이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위 규정이 경제적 기초가 넉넉하지 아니한 서민계층 또는 젊은 세대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 입후보의 포기를 강제하고, 서민대중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민중당의 공직선거의 후보자 추천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하는 규정으로서 헌법상의 평등권, 참정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 규정이다.
나. 법무부장관 의견
(1)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개별적·구체적 상황에 대응한 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조치적 법률인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인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은 일반적·추상적인 법규정이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며, 또한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선거일정도 확정되지 아니하고 청구인들이 입후보등록을 하지 아니한 상태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인들에 대한 권리침해의 현재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의 경우에는 그 자신 지방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격이 없고, 다만 구성원인 당원들의 권리침해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서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1988.5.1.부터 시행되어 그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도 도과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2) 그렇지 않더라고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의 기탁금 규정은 입후보자의 무절제한 난립으로 공정한 선거의 실시를 위한 선거관리가 불가능하게 되는 사태를 예방하고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제한인 것이고 그 액수도 국민의 참정권행사를 봉쇄할 만큼 고액은 아니며, 헌법 제116조에 의한 선거공영제 하에서 공영선거비용은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은 민주적 공영선거제도라는 사회질서의 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청구는 그 이유없이 기각되어야 한다.
다. 내무부장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의견
법무부장관 의견 중 (2)항과 대체로 같은 의견임
3. 판단
가. 본안전 판단
(1)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여기의 공권력에는 입법권도 당연히 포함된다 할 것이므로 입법부의 공
권력행사 가운데 가장 주된 형태인 입법권 행사, 즉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도 가능함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해석상 당연하다. 다만, 모든 법률이 다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청구인 스스로가 당해 법률규정과 법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당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직접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현재 침해당하고 있는 경우, 즉 자기성·직접성·현재성이 구비된 경우에 한정됨을 원칙으로 한다(헌법재판소 1989.3.17. 선고, 89헌마1 결정 및 1989.7.21. 선고, 89헌마12 결정 참조). 그리고 그러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은 원칙적으로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다고 할 것이므로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할 것(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이나,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된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유가 발생한 날"이라는 것은 당해 법률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명백히 구체적으로 현실침해하였거나 그 침해가 확실히 예상되는 등 실체적 제요건이 성숙하여 헌법판단에 적합하게 된 때를 말한다고 할 것인 바(헌법재판소 1990.6.25. 선고, 89헌마220 결정 및 동년 10.8. 선고, 89헌마89 결정 참조), 현행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1988.5.1. 제정되어 그 법률 제29조에 이미 현행 기탁금제도와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두었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시행되지 않았고, 여당과 야당의 합의하에 시·도의회의원선거를 후술과 같이 불원 실시하기로
하고 동 법률이 1990.12.31. 전문 개정·공포되었으므로 그때를 "사유가 발생한 날"로 봐야할 것이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1991.2.4. 청구되었으므로 절차상 청구기간을 도과하지 않았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서울특별시의회에 진출하려는 청구인 유○석이나 민중당은 후술하는 범위내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과 밀접한 이해관계가 인정되므로 자기(관련)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직접성의 점은 이 사건 지방의회의원서거법 제36조 제1항이 그 법률조항 자체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의 후보요건을 제한하고 있고, 같은 조항 소정의 기탁금을 기탁하지 아니하는 자에 대한 후보등록거부행위라는 당연히 예상되는 별도의 집행행위를 매개로 할 것도 없는 점에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고, 지방자치법 부칙 제2조가 동법에 의한 최초의 지방의회의원선거를 1991. 6. 30. 이내에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고, 정부도 상반기내에 실시할 것을 공약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수개월내에 실시할 것이 명백하므로 현재성 역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2) 청구인 유○석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여부
이 사건 청구인 유○석은 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이 규정한 기탁금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동인은 서울특별시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이므로 시·도의회의원 후보자의 기탁금(700만원)을 규정한 부분에 대하여서만 자기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서는 자기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어 그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청구인 민중당(정당)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여부
이 사건 청구인 중 민중당의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 적
격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현행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제31조에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인정하고, 제41조에서 정당의 선거운동을 인정하고 있으며, 제45조에서는 정당의 선거사무장 등의 선임 및 해임을 규정하는 등 정당의 선거관여를 허용하고 있는데 민중당은 헌법상의 정당이므로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정당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동법은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적어도 후보자의 기탁금문제에 관한한 정당이 그와 관련된 법률상의 권리나 이해관계가 있음을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 중 구·시·군의 의회의원후보자에게 요구되는 200만원의 기탁금 부분은 정당인 청구인 민중당이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의 침해를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역시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나. 본안 판단
(1) 입헌민주국가의 실현과 지방자치제도의 중요성
지방자치제도라 함은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그 지방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재산관리에 관한 사무·기타 법령이 정하는 사무(헌법 제117조 제1항)를 그들 자신의 책임하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직접 처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하고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과 아울러 국가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
이다.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내에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지방시정(시정)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발전될 수 있다는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업화·도시화·국제화의 추세가 가속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국토도 협소하고 언어·풍속·문화·생활양식 등도 지방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없는 단일민족국가에서는 오히려 중앙집권의 강화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없지 않지만 지방자치제도는 현대 입헌민주국가의 통치원리인 권력분립 및 통제·법치주의·기본권보장 등의 제원리를 주민의 직접적인 관심과 참여속에서 구현시킬 수 있어 바로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부합되는 것이므로 국민(주민)의 자치의식과 참여의식만 제고된다면 권력분립원리의 지방차원에서의 실현을 가져다 줄 수 있을 뿐 아니라(지방분권) 지방의 개성 및 특징과 다양성을 국가전체의 발전으로 승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선거권·공무담임권(피선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의 신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정치의 요체이며 현대의 다원적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협조로 지역내의 행정관리·주민복지·재산관리·산업진흥·지역개발·문화진흥· 지역민방위 등(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9조 참조) 그 지방의 공동관심사를 자율적으로 처결해 나간다면, 국가의 과제도 그만큼 감축되는 것이고, 주민의 자치역량도 아울러 배양되어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구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형성 및 그 행사에 있어서 그 근거를 국민적 합의에 두는 것이므로 지방자치가 진실로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지방의회의 구성이 당해 지역주민 각계각층의 의견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수렴된 유루(遺漏)없는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우리나라의 기탁금제도
원래 기탁금제도는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로 하여금 일정금액을 기탁하게 하고 후보자가 선거에서 일정수준의 특표를 하지 못할 때 기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고귀속시킴으로써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그러므로서 당선자에게 가급적 다수표를 몰아주어 정국의 안정도 기하고 아울러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생겨난 것이며, 세계 여러나라의 기탁금제도는 이러한 의미의 기탁금제도이다(이하 "순수한 의미의 기탁금제도"라 표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선거법(베26조 제1항), 국회의원선거법(제33조 제1항), 지방의회의원선거법(제36조 제1항) 등에 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그 중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기탁금에 대하여서는 그 금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89.9.8. 선고, 88헌가6 결정 참조).
기탁금제도 그 자체는 헌법 제25조 및 제37조 제2항의 규정이 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므로 그 금액이 과다하지 않는 한 이를 위헌적인 제도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
라에서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관한 경비중 선전벽보의 작성·첩부·철거비용 등 공영선거운동비용(이하 공영비용으로 표시한다)을 후보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데(지방의회 의원선거법 제37조 제1항) 공용비용을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근거는 헌법 제116조 제2항의 규정에서 찾는다고 할지라도 동 규정의 취지가(선거에 관한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여야 한다는) 선거공영제도의 천명에 있는 만큼 부담금의 범위나 금액은 성질상 당사자부담이 수긍되는 범위내에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공영비용(즉, 선전벽보, 선거공보, 합동연설회, 선거인명부사본, 투·개표참관인수당 등에 관련된 비용) 범위의 적정성과 그 전액을 사전기탁(즉, 예납)하게 하는 것이 합당한지의 여부는 논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우리나라의 기탁금제도에는 공영비용(에 대한 보증금)예납의 의미와 후보난립을 방지하고 후보사퇴·등록무효 등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재금예납의 의미가 혼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행정02100-436, 1991.2.28.)에 의하면 공영비용을 기탁금에서 충당하는 국가는 없으며 이는 우리나라 기탁금제도의 특색이라는 것이다.
(3) 위헌판단의 기준
헌법 제116조 제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선거에 관한 경비를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후보자 등에게 부담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 되며,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7조 제1항이 바로 그 법률규정
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위 제37조 제1항 소정의(후보자 등에게 부담시키는) 공영비용의 범위가 과연 적정하다고 할 수 있느냐의 점은 이론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헌법 제116조 제2항의 선거공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범위나 금액이 적을수록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순수한 의미의 기탁금이나 공영비용 충당금액으로서의 기탁금은 헌법 제25조 및 제37조 제2항의 요건이 구비되는 범위내에서만 그 합헌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고액기탁금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금액이 어느 정도까지가 허용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과다한 금액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법의 어느 규정에 저촉되는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로 남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지방의회의원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과다한 액수의 기탁금은 그것이 사후에 반환되는 경우이든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는 경우이든 헌법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적 장치인 선거제도의 공정한 운영을 저해하고 경제력이 약한 계층의 지방의회진출을 실질적으로 봉쇄하여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기본권인 일반 국민의 선거권과 후보자가 되려는 국민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평등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헌법의 기본권보장규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은 그 전문과 제1조에서 헌법의 최고이념 내지 기본원리가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조문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근거 내지 기준이 되는 부동의 최고원리이고 모든 국가작용이 이에 기속되므로 법률의 제정 및 정책의 시행도 위 기본원리를 일탈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현실적인 실현은 모든 국민이 선거에 참여하고 또 선거를 통하여 공무를 담임하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이고,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이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행정과 사법이 기속되는 형태로 행하여 지는 것이다.
국민은 선거제도를 통하여 자연인 개개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충족하고 아울러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증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헌법 제10조), 오늘날 이런 민주국가에서는 대의제에 의한 통치가 불가피한 것으로서 선거야말로 국민의 의사를 체계적으로 결집하고 수렴하고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가장 합리적인 절차이며,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굴절없이 정당하게 반영되었느냐의 여부가 통치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담보하는 핵심이고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제도를 지배하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4가지 원칙(헌법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잘 보장되느냐가 선거제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갈림길이 되는 것이며, 고액기탁금의 기탁제도는 바로 이와 같은 보통선거원칙 및 평등선거원칙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상의 제원리 및 원칙은 지방자치와 지방의회선출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지방의회의원에 입후보할 수 있는 자격과 조건을 법률로 제한함에 있어서도 위의 헌법규정과 그 정신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의 700만원의 기탁금액에 관하여 그 위헌여부를 판단하려면 위에서 본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최고이념으로 하고 있
는 우리 헌법에서 선거권·공무담임권(피선거권)·평등권 등을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는 점과 아울러 지방자치제도의 중요성과 선거제도가 갖는 의의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금액이 합당하게 책정되었는지의 여부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다.
(4) 지방의회의원후보자에 대한 기탁금제도
(가) 연원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9.7.4. 법률 제32호로 지방자치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고, 그 법률에 의하여 1952.4.25. 시·읍·면 의회의원선거가 최초로 실시되고, 이어서 같은 해 5.10. 서울시·강원도·경기도를 제외한 7개도의 의회의원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의회가 구성되었고, 1956.8.에 제2대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실시되었으며, 1960.12.에 제3대 지방의회의원선거가 실시되었으나 1961.5.16. 이후 군사포고 제4호에 의해 지방의회가 해산된 이후 구헌법 부칙 제10조의 "이 헌법에 의한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되 그 구성시기는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1988.4.6.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새로 제정 공포될 때까지 지방자치제도가 법률상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위의 3회에 걸친 지방의회 의원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자의 기탁금제도가 없었으며 후보자에 대한 기탁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8.4.6. 법률 제4005호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을 제정하면서 이미 기탁금제도를 도입 시행하던 국회의원선거법의 예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29조에 현행과 같은 기탁금 규정을 삽입하였으며, 1990.12.31. 법률 제4311호로 위 선거법 전문을 개정하면서 동법 제36조에서 위의 기탁금 규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나) 외국의 입법례 개관
순수한 의미의 기탁금제도는 선진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그 예를 흔히 볼 수 있고, 따라서 기탁금제도 자체는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라고 할 수 없으나 그 금액은 후에 살펴보는 바와 같이 외국에서는 매우 근소한 명목상의 금액을 규정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기탁금의 다과(多寡)여부를 따지는데 있어서는 그 기탁금액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받고 있는 선거권이나 공무담임권(피선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의 여부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하여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 등 제반사정과 함께 외국의 기탁금제도 및 그 금액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탁금제도에 관하여 제 외국의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공영비용에 충당되는 금액까지 기탁시키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일찍이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는 물론 중진국이나 심지어 후진국에 있어서도 지방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말할것도 없고,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도(보증금의 의미의 기탁금은 물론) 순수한 의미의 기탁금까지도 그 제도자체가 전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근소한 금액을 규정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즉, 독일(동독 및 서독),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아크, 스웨덴, 핀란드, 모나코,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리카, 쎄네갈, 튀니지, 말라위, 소련 및 동구권국가(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등은 후보기탁금제도가 없으며, 기탁금제도 있는 나라에 있어서도 대부분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미국은 주에 따라 기탁금제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1,000달
러(약 70만원)를 초과하지 않고(이하 전부 미화 표시임), 남아프리카 공화국 810, 영국 375, 오스트리아·네덜란드 각 325, 오스트레일리아 300(상원) 내지 150(하원), 프랑스 40(상원) 내지 200(국민의회), 캐나다·자이레·카메룬 각 200, 쿠웨이트 152, 뱅글라데시 137, 아이보리코스트·피지 각 125, 인도 34(상원) 내지 67(하원), 말타 58, 잠비아 50, 뉴질랜드 28 등이다(이상은 국회도서관(국도조 80-1-112) 발행, "각국의 대통령·국회의원선거제도", 214정 내지 219정에서 인용).
그리고 우리 보다 경제력이 훨씬 우세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공영자치단체인) 시·도의회의원에 해당하는 도(都)·도(道)·부(府)의회의원선거에는 40만엔(약 210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토록 하고 있고(기초자치단체인), 구·시.군의회에 해당하는 지정도시 및 지정도시 이외의 시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30만엔(약 160만원) 내지 20만엔(약 105만원)의 기탁금을 납부토록 하고 있으며 정(町)·촌(村)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는 기탁금이 없는 것이다.
(다) 지방의회의원선거법상 기탁금제도 이외의 각종 제한규정 개관
헌법 제25조와 제37조 제2항의 규정을 근거로 해서 입법권자는 국민의 공무담임권(피선거권)에 대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제한을 가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지방의회의원선거법에서 후보 및 선거운동 제한에 관련된 관계규정을 추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제36조 제1항이 기탁금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이 기탁금에는 공영비용이 포함되어 있음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고
액의 기탁금제도 외에도 후보제한규정으로, 25세 이상의 주민으로서 선거일 현재로 계속하여 90일 이상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던가(제10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 등 피선거권이 없는 자가 아니어야 한다던가(제12조, 제11조), 선거일 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관할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던가(제28조 제1항), 정당의 당원인 때에는 그 소속정당의 추천서를, 정당의 당원이 아닌 때에는 그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된 선거권자 200인 이상 300인 이하가 기명날인한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도록 하여야 한다던가(제28조 제2항) 하는 규정을 들 수 있고, 또 선거권자는 후보자 1인만을 추천할 수 있게 하고(제30조), 등록무효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제32조)도 이와 관련이 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상이 후보 제한에 관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대하여서도 여려가지 제한규정을 두어(제6장) 극히 제한적인 허용방법 외에는 함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즉, 동 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의 정의(제38조), 선거운동의 기간 및 사전선거운동 금지(제39조), 선거운동의 한계(제40조) 등에 비추어 보건대 동 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는 합법선거운동방법은 선전벽보(제47조), 선거공보(제49조), 합동연설회(제51조), 소형인쇄물의 배부(제54조), 현수막(제55조) 등에 거의 한정되어 있고, 호별방문금지(제70조)를 비롯해서 가두방송금지(제76조), 음식문제공금지(제78조), 기부행위제한(제79조) 등 외에 수많은 제한규정(제57조 내지 제69조, 제71조 내지 제75조, 제82조, 제83조)을 두고 그에 따른 엄한 벌칙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동 선거법에 규정된 위와 같은 전반적인 규
제사항을 종합 검토하면 후보자의 선거운동방법은 소형인쇄물의 작성, 현수막(제84조 제2항 제3호 전단 참조), 선전벽보, 선거공보, 합동연설회 개최, 선거인명부 사본작성(제37조 제1항 참조) 등이 거의 그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비용을 전부 후보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셈인 것이다(제84조 제2항, 제37조 제1항).
(라) 기탁금액의 현실적 타당성 검토
세계에서 기탁금액이 매우 높은 나라로 알려진 일본 보다도 훨씬 많은 기탁금액이 과연 우리의 현 경제실정에 비추어 볼 때 합당한 금액인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참정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는 소지는 없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 위하여 우리나라 국민의 일반적인 임금수준, 교육수준, 인구분포 등을 일별해 본다. 통계청 발행의 1991. 1.호 "한국통계월보"의 통계자료에 나타난 전산업(全産業, 단 농업·임업·수산업·수렵업 부문 제외) 상용(常傭) 종업원의 월평균 임금을 보면, 1986년에 350,965원, 1987년에 386,536원, 1988년에 446,370원, 1989년에 540,611원이고, 1990년의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위의 추세로 보아 60만원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졸업자 중 공무원인 경우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사무관(5급 1호봉)으로 채용되는 경우 월 790,500원, 연 9,486,000원이고, 대기업의 경우 대학졸업 사무직 초임이 기본급·수당·상여금 합하여 삼성항공이 월 748,900원(연 8,987,000원), 현대정공이 월 712,500원(연 8,550,000원), 럭키금성상사가 월 697,500원(연 8,370,000원) 대우중공업이 월 673,500원(연 8,082,000원)으로서 봉급에서 생계비 등을 제하고 매월 30% 정도를 저축한다 하더라도 700만원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데는 수년이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1985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 확정결과보고(90년 동아연감 참조)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문맹률은 1.8%에 불과하며, 연간 대학 졸업자는 294,482명, 고등학교 졸업자는 685,909명, 중학교 졸업자는 899,492명, 국민학교 졸업자는 799,343명이 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동 연감에 나타난 연령별 인구통계에 의한 총 인구수와 유권자수를 대비하여 보면 우리나라 총 인구수 40,419,420(1990 추계는 42,793,000)명에 대한 세대(世代)별 유권자비율과 그 수효는 20대가 20.57%인 8,315,000명, 30대가 14.09%인 5,696,000명, 40대는 10,58%인 4,277,000명, 50대는 7.33%인 2,963,000명, 60대 이상은 6.82%인 2,757,000명으로 되어 있고, 유권자 총수 24,008,000명에 대한 세대별 비율은 20대가 34.63%, 30대가 23.73%, 40대가 17.82%, 50대가 12.34%, 60대 이상이 11.48%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은 20세에 선거권(제9조), 25세에 피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제10조, 지방자치법 제22조, 제23조의 규정도 같은 취지)위 규정의 취지를 활성화시키고 유권자의 58%가 남는 2·30대 연령층의 정치적 비중을 제고하기 위하여서도 과도한 고액의 기탁금은 온당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제116조 제2항이 공영비용을 지방의회의원 후보자에게 부담시키는 근거규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참뜻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거공영제도의 천명에 있는만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사정 등을 감안하여 만부득이 그 일부를 후보자에게 부담시키는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선거제도상 후보자와 직접 관련되는 필수불가분의 선거운동비용에 한
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7조가 규정하고 있는 공영비용의 범위와 금액이 논란의 여지가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 기탁금에서 공영비용으로 공제될 추정액을 서울특별시 도봉구 제1선거구의 경우 3,163,525원으로 산정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구별 공제추정액의 최고액·최하액·평균액에 대하여서는 산출의 어려움을 들어 공식적인 회보를 피하고 있으나 지방의 직할시·도의 경우는 위 금액에 훨씬 미급하는 선거구가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선진국에 진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는 하나, 700만원이며 미화 약 10,000달러에 해당하는 큰 금액으로서 미국의 연방대법원에서 1,000달러의 기탁금을 규정한 선거법이 유능한 후보자의 출마기회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위헌선고를 한 사실과 비교해 보더라도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 700만원의 기탁금은 과다하다는 판단을 피하기 어려우며, 이는 결국 경제력에 따른 실질적 차등선거의 결과가 된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마)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침해
헌법 제10조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면서, 한편으로 헌법의 직접적 제한규정과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을 두어 이를 제한할 수 있게 하되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기탁금의 경우도 헌법의 개별적 법률유보조항(제25조)과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제3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국회가 그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다만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금지와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이 존중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액기탁금의 기탁규정이 실질적으로 일부 국민(주민)의 참정권을 유명무실하게 할 소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후보난립의 방지, 후보자의 성실성 담보 등 합리적인 선거사무의 집행이라는 공적 요구를 위하여 불합리하게 개인의 참정권의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 되어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국회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대한 규제 내지 제한을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특정한 법익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때문에 희생되는 법익을 고려하여 비례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탁금의 금액은 필요한 최소한도의 공영비용부담금에 성실성 담보아 과열방지를 위한 약간의 금액이 가산된 범위에 있어서만 헌법상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극도액(極度額)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도의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700만원의 기탁금 규정은
무자력계층의 지방의회진출을 사실상 봉쇄하고 그 때문에 유권자도 자신이 선출하고 싶은 자를 선출할 수 없게 될 소지가 있어 이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선거권·공무담임권·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며, 아울러 국민주권주의 및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의 최고 이념에도 합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위의 법리는 자연인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정당(민중당)
에 대하여서도 원용될 수 있는 것이지만 선거와 관련해서 정당이 어떠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으며 그 헌법상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헌법 제8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정당제도에 있어서 정당이라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당은 자발적 조직이기는 하지만 다른 집단과는 달리 그 자유로운 지도력을 통하여 무정형적(無定型的)이고 무질서적인 개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여 정리하고 구체적인 진로와 방향을 제시하며 국정을 책임지는 공권력으로까지 매개하는 중요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헌법도 정당의 기능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보장함과 동시에 그 헌법 질서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 헌법상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는 보장되며(제8조 제1항),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인 한,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도 보조받을 수 있는 것이다(같은 조 제2항 내지 제4항). 이렇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당(제도)의 본래적 존재의의가 국민의 정치적의사의 형성에 참여하는데 있으며(제8조 제2항 후문),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이러한 참여의 가장 중요한 형태가 선거를 통한 참여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정당은 후보자의 추천과 후보자를 지원하는 선거운동을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추구하는데, 이 경우 평등권 및 평등선거의 원칙으로부터 나오는(선거에 있어서의) 기회균등의 원칙은 후보자에 대하여서는 물론 정당에 대하여서도 보장
되는 것이며, 따라서 정당추천의 후보자가 선거에서 차등대우를 받는 것은 바로 정당이 선거에서 차등대우를 받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당이 선거에 있어서 기회균등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헌법적 권리는 정당활동의 기회균등의 보장과 헌법상 참정권보장에 내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8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11조 제1항, 제24조, 제25조는 그 직접적인 근거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이며, 헌법 전문과 제1조,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제116조 제2항은 간접적인 근거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5)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유
여기서 이 사건 기탁금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낳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선거법상의 기탁금제도에 대하여 이유는 다르나 그러한 형식의 주문을 선고한 바가 있고(헌법재판소 1989.9.8. 선고, 88헌가6 결정 참조), 또한 위 기탁금제도 자체는 헌법상 일응 합헌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고, 다만 그 금액이 너무 다액이어서 헌법의 최고이념 및 기본권(참정권) 보장규정에 저촉되므로 입법형성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스스로 적절히 하향조정을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사료되기 때문이다. 700만원의 기탁금이 과다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탁금액 전체에 대하여 위헌선고를 하게 되면 헌법 제25조, 제37조 제2항, 제116조 제2항 등에 의하여 일부 합헌적으로 봐야하는 금액도 한데 싸여 실효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의 모든 조문을 체계적·조화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에 있어서는 기탁금액 전부에 대하여 위헌무효를 선언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한도
까지의 금액이 합헌적인가 하는 기준액을 헌법재판소가 확정하여 제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스스로 위헌적인 상태를 바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헌법불합치 상태는 장기간 방치될 수 없으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시행 후 최초로 실시되는 시·도의회의원선거일 공고일까지는 입법자에 의하여 개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불합치선언은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규정이 전체적으로는 헌법규정에 저촉되지만 부분적으로는 합헌적인 부분도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일응 존속시키면서 헌법합치적인 상태로 개정할 것을 촉구하는 변형결정의 일종으로서 전부부정(위헌)결정권은 일부부정(헌법불합치)결정권을 포함한다는 논리에 터잡은 것이다. 위헌이냐 합헌이냐의 결정 외에 한정합헌 또는 헌법불합치 등 중간영역의 주문(主文)형식은 헌법은 최고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서 필요할 뿐 아니라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하여 전면폐기하기 보다는 그 효력을 가급적 유지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정신에 합치하고 민주주의적 입법기능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라 할 것이며(헌법재판소 1990.6.25. 선고, 90헌가11 결정 참조), 그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형성권을 가지는 국회의 정직성·성실성·전문성에 대한 예우이고 배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주문에 침해된 기본권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청구인의 침해된 기본권 구제의 면도 있으나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확립이라는 성질이 더 부각되어야 할 것이고, 동 규정의 취지가 같은 조 제3항 내지 제5항과의 관계에서 볼 때 입
법권, 즉 법률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경우에 부합하는 규정이라고 보여지지 않고, 오히려 같은 조 제6항이 헌법소원을 인용하여 법률의 위헌을 선고할 경우에는 같은 법 제45조, 제47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서 구태여 주문에 침해된 기본권을 표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며, 이는 당재판소의 판례(1990.10.8. 선고, 89헌마89 결정 참조)이기도 하다.
4. 결론
가. 청구인들의 이 사건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중, 구·시·군의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기탁금(200만원)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과의 관계에서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어 그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기로 하고,
나. 청구인들의 위 법조항 중 시·도의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기탁금(700만원)에 관한 부분은 헌법상 청구인 유○석에게 보장되고 있는 공무담임권·평등권과 민중당에게 보장되고 있는 선거에 있어서 기회균등권·일반 국민에게 보장되고 있는 선거권을 각 침해함으로써 헌법의 최고이념인 국민주권주의·자유민주주의 원리에도 합치되지 않는 것이다. 즉,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소정의 시·도의회의원후보자에 대한 700만원의 기탁금 규정은 헌법 제24조, 제25조, 제11조 제1항, 제8조 제1항의 규정에 저촉되고, 헌법 전문과 제1조의 정신 및 제116조, 동 제37조 제2항,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의 규정취지에도 반하므로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시행 후 최초로 실시되는 시·도의회의원선거일 공고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에 의하여 개정되어야 하며, 그때까지만 효력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 결정은 관여재판관중 재판관 변정수의 다음과 같은 반대
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재판관 변정수의 반대의견
가. 심판청구각하 부분에 대하여
(1)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이 지방의회의원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의 기탁금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에 관하여 헌법소원의 심판을 청구하고 있는데 대하여, 청구인 유○석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 의회의원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이지 기초자치단체인 구·시·군의회의원의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가 아니며, 정당은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만 소속당원 중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등 선거에 관여할 수 있고,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후보자 추천권도 없을뿐더러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등 선거에 전혀 관여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 유○석이나 민중당은 모두 위 기탁금 규정 중 시·도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700만원에 관한 부분에 한하여 자기관련성이 있고, 구·시·군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200만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서는 자기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구·시·군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200만원에 대한 부분을 각하하였다.
(2) 그러나 헌법재판의 일종으로서의 헌법소원의 목적은 민사소송이 사인(私人)간의 분쟁해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청구인의 기본권구제(주관적 기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통제를 통한 헌법규범의 수호·유지(객관적 기능)에도 있는 것이므로 심판청구의 이익이나 자기관련성을 판정함에 있어서는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소의 이익처럼 당사자 개인의 입장에서의 이익유무만을 볼 것이 아니라 헌법적 측면에서의 이익유
무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청구의 대상물 가운데 청구인들의 입장에서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 헌법소원의 이익이 없어 보이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해관계 있는 부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이어서 이해관계 있는 부분과 동시에 심판청구가 되어 있고 그 부분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헌법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 자기관련성을 인정하여 헌법판단을 할 수 있고, 또한 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들 자신의 입장에서는 시·도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700만원에 관하여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기탁금 700만원에 관한 위헌여부는 시·구·군의회의원후보자에게 요구된 200만원의 기탁금 부분의 위헌여부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따라서 위 두가지 기탁금의 위헌여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형평과 상호모순 없는 해결을 할 수 있어 헌법질서의 유지에 합당한 일일 뿐더러 바야흐로 구·시·군이회의원의 선거일이 공고되고 의원후보의 등록기간 중에 있는 시점이어서 시·도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700만원에 대한 위헌여부 보다는 구·시·군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200만원에 대한 위헌여부의 판단이 보다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의 요건으로서의 자기 관련성을 민사소송의 소의 이익과 동일하게 보아 이것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여 자기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그 부분의 심판청구를 각하하는 것이 과연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나 헌법소원의 기능에 비추어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다. 다수의견을 헌법재판의 민중소송화를 염려하는 듯하나 자기 관련성을 앞에서 설명한 범위로 한정하여 다소 넓게 해석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질서의
유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헌법질서나 헌법재판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는 없다고 본다.
나. 변형결정에 대하여
(1)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 중 시·도의회의원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신청를 할 때에 700만원의 기탁금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도록 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다수의견의 논지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 중 시·도의회의원후보자의 700만원 기탁금 부분이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 제24조의 참정권, 제25조의 공무담당권 등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이유설시를 하면서도 부문에서는 이제까지 써오던 위헌결정의 주문형식인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표현을 아니하고 주문 제2항에 "같은 법률 제36조 제1항 중 '시·도의회의원후보자는 700만원의 기탁금‘ 부분은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라고 하고, 제3항에서 "위 제2항의 법률조항부분을 위 법률시행 후 최초로 실시하는 시·도의회의원선거일 공고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그 효력을 지속한다."라고하여 이른바 헌법불합치 및 입법촉구의 변형결정을 하였는데 나는 이러한 변형결정에 대하여는 이를 반대한다.
(2) 다수의견을 헌법불합치 선언은 당해 법률규정이 전체적으로는 헌법정신에 저촉되어 위헌이지만 합헌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위헌결정의 즉시효, 또는 소급효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법률의 효력을 일정시한 존속시킨다는 개념으로 쓰는 변형된 위헌결정의 일종이며 이러한 변형결정은 독일 등 헌법재판이 있는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채용되고 있는 것이며,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
로서도 확립된 주문형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내가 이미 1989.9.8. 선고한 88헌가6 국회위원선거법 제33조, 제34조의 위헌심판사건의 반대의견에서 자세히 밝힌 것처럼 현행 법제상 헌법재판소는 문제된 법률이 위헌인지 합헌인지를 분명히 결정해야 할 의무가 있고,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그에 대한 효력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정해진 대로 발생하는 것이지(형벌에 관한 법률을 소급효, 기타의 법률은 즉시효) 헌법재판소가 그 효력을 견경하거나 그 효력발생을 유보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위헌결정의 표현방법에는 법률에 정해진 형식이 따로 없으므로 반드시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결정문언의 내용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으면 되고 표현방법이 어떠하든간에 위헌결정이라는 취지로 해석되면 그 효력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비록 주문 제3항과 관련하여 위헌결정의 즉시효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제2항의 적용을 배제하고 위헌결정의 효력을 일시 유보시키는 개념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지라도 여기서의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말이나 "헌법에 위반된다."는 말이나 위헌이라는 뜻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주문 제2항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 중 시·도의회의원후보자의 기탁금 700만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의 주문에 다름이 없고, 그렇다면 아무리 주문 제3항에서 위헌결정의 효력을 유보시켰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계 없이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 중 시·도의원후보자의 기탁금 700만원에 관한 부분은 주문 제2항의 위헌결정을 한 날에 그 효
력을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만일 주문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결정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에 의하여 위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효력이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주문 제3항에서 효력상실을 일정시한까지 유보시킬 여지도 없을뿐더러 더 나아가 독일과는 달리 법률의 위헌결정만이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도록 되어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입법권자로 하여금 일정한 시한까지 법률개정을 촉구하는 취지의 주문 제3항은 아무런 법적 기속력도 없는 것이다. 원래 주문과 같은 헌법불합치결정은 위헌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원칙적 소급효를 인정하고 있는 독일 등의 국가에서 단순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초래될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생성·발전되어 온 유래를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헌법불합치 및 입법촉구의 변형결정을 하려면 당해 법률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그 효력을 일정기간 지속시키지 않으면 아니될 공익상의 부득이한 필요성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겨우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36조 제1항의 위 부분을 당장 실효시키더라도 그로 인하여 법률공백상태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는 것도 아닐 뿐더러, 국회가 다가올 시·도의회의원 선거일 공고일까지 기탁금액을 적절히 하향조정하여 새로운 입법을 하면 되는 것이어서 주문 2.3항과 같은 헌법불합치 및 입법촉구결정을 하여야 할 아무런 공익상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완강한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굳이 우리와는 법제가 다른 외국의 재판을 본떠서 그 효력에도 문제가 많은 주문과
같은 변형결정의 강행을 되풀이 하는 까닭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3) 헌법불합치결정 등 이른바 변형결정은 독일에서 생성·발전된 제도이지만 독일연방 헌법재판소의 지위와 권능은 우리 헌법재판소의 그것과는 크게 달라서 연방 헌법재판소가 변형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 있을 뿐더러 연방헌법재판소도 변형결정을 하지 않으면 아니될 공익상의 부득이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변형결정을 함으로써 그 운용의 묘를 기하고 있는 점 등에서 우리 헌법재판소가 변형결정을 활용하고 있는 현실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헌법불합치결정과 입법촉구 등 변형결정의 부당성에 대하여는 앞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1989.9.8. 선고, 88헌가6 국회의원선거법 제33조, 제34조의 위헌심판사건과 1990.6.25. 선고, 90헌가11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의 위헌심판사건의 반대의견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한다.
1991. 3. 11.
재판장 재판관 조규광
재판관 이성렬
재판관 변정수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한병채
재판관 이시윤
재판관 최광률
재판관 김양균
재판관 김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