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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09. 8. 12. 선고 2008고정1920 판결

[상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유정호

변 호 인

변호사 배주한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9. 23. 11:15경 대구 달서구 도원동에 있는 (상세주소 생략)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여, 52세)의 남편인 공소외 2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공소외 1은 피고인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당기고, 주먹으로 피고인의 얼굴 부위를 수회 때리고, 발로 피고인의 배 부위를 걷어차고, 공소외 1과 함께 피고인의 집에 찾아간 공소외 1의 아들인 피해자 공소외 3(29세)이 공소외 1과 합세하여 주먹으로 피고인의 왼쪽 눈 부위를 수회 때리고, 발로 피고인의 옆구리 부위를 걷어차 21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눈꺼풀 및 눈 주위 영역의 타박상 등을 가하자, 이에 대항하여 피해자 공소외 1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당기고, 손톱으로 공소외 1의 팔 부위를 할퀴고, 피해자 공소외 3의 목과 손목 부위를 손톱으로 할퀴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약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을, 공소외 3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손목 및 손부분의 열린 상처 등을 각각 가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여 상해를 입었을 뿐,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소외 3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없고, 가사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해자들의 상해가 피고인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갑자기 집으로 무단침입한 피해자들과 그 일행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게 되자 이를 벗어나기 이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일 뿐이므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서로 격투를 하는 자 상호간에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속적으로 교차되고 방어행위는 동시에 공격행위가 되는 양면적 성격을 띠는 것이므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나,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지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도1440 판결 ,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 , 2007. 1. 11. 2006도7973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공동상해 행위에 대항하여 한 행위로 되어 있으므로 그 행위가 격투 중의 행위로서 방어행위를 겸한 공격행위에 해당하는지, 혹은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다. 인정사실

공소외 1, 3, 4, 5의 일부 법정진술과 수사기관에서의 일부 진술, 공소외 2의 일부 법정진술, 피고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 수사기록에 첨부되어 있는 사진 영상(수사기록 제89 내지 130쪽)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공소외 1과 공소외 3, 4, 5는 피고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공소외 1에게 먼저 욕설을 하면서 공소외 1의 머리채를 잡아 출입문 벽 쪽으로 밀어 붙였고, 공소외 3은 피고인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아래의 사실관계에서 인정되는 이 사건 싸움의 발단과 전후의 경위, 공소외 3도 이 사건으로 인해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위 벌금을 납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1) 대구 달서구 ○○동에 있는 ‘ ○○새마을금고’는 위 금고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 지하에 스포츠댄스장을 만들어 조합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피고인은 약 5년 전부터 위 금고에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면서 위 스포츠댄스장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운동을 해왔다.

(2) 이 사건 발생 이전에 위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으로 새로 부임한 공소외 2가 내려와 스포츠댄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함께 운동을 한 회원들과 음식을 먹고 있던 피고인과 회원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스포츠댄스회의 총무인 공소외 6이 공소외 2에게 스포츠댄스장의 스피커가 고장났으니 교체해 달라는 건의를 하였고, 이에 공소외 2는 스포츠댄스회 회원들이 위 금고를 많이 이용해 준다면 스피커 교체비의 절반을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공소외 2에게 1억 원을 새마을금고에 예치하기로 약속하였고, 그 후 위 금고에 1차로 피고인과 피고인의 아들 공소외 7 명의로 합계 4,000만 원을 예금하였다.

(3) 그 후로도 공소외 2는 가끔씩 스포츠댄스장으로 내려와서 총무를 통해 다른 회원들도 금고를 많이 이용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었는데, 2008. 9. 19.에도 스포츠댄스장에 내려와서 운동을 마치고 총무 공소외 6과 함께 있던 피고인에게 그 동안 금고에 예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 등 거래를 많이 해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앞으로부터 예금을 많이 해달라고 하였다.

(4) 같은 날 피고인과 스포츠댄스회의 총무 공소외 6, 2 3명은 스포츠댄스장에서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고, 피고인과 공소외 2는 2차로 대구 달서구 ○○동에 있는 계명대학교 후문 부근의 막창집에 가서 술을 더 마시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노래방에 가자고 제의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2 2명이 막창집 인근에 있는 노래방에 함께 가게 되었다.

(5) 한편 공소외 2의 처인 피해자 공소외 1은 2008. 9. 20. 01:30경 피고인과 노래방에 있던 공소외 2에게 전화를 하여 현재 있는 위치를 물었고, 공소외 2는 공소외 1에게 ‘계대후문 삼성명가아파트 부근에 있는 ○○막창에 있으니 오라’고 하였다. 이에 공소외 1이 자신의 집에 와 있던 아들 공소외 4 부부와 함께 공소외 2가 있다는 ○○막창에 가게 되었는데, 그 때 우연희 막창집 부근 노래방에서 함께 팔짱을 끼고 나오는 피고인과 공소외 2를 발견하게 되었다.

(6) 그 후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공소외 1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2008. 9. 22.부터 이 사건 발생일 이전까지 자신과 아들 공소외 3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고인에게 죽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와 협박 전화를 수십 회에 걸쳐 하였다(수사기록 제89, 90쪽).

(7) 이에 피고인이 수신거부를 해놓고 전화를 받지 않자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주소를 알아낸 다음 이 사건 당일인 2008. 9. 23. 11:00경 피고인이 살고 있는 위 아파트에 자신의 아들인 공소외 3, 4, 올케인 공소외 5와 함께 찾아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아파트 현관문을 발로 차면서(수사기록 제91쪽) 문을 열어 달라고 소란을 피웠고, 혼자 집에 있던 피고인이 겁을 먹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공소외 1은 아들을 시켜 아파트 입구에 있던 공소외 2를 올라오게 하였고, 공소외 2가 와서 초인종을 눌러 피고인에게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니 문을 열어 달라고 하였다.

(8) 공소외 2의 말을 듣고 피고인이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 주자마자 공소외 1과 그 일행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피고인의 집 거실로 피고인을 밀고 들어와 공소외 1이 먼저 피고인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발로 피고인의 배를 찼고, 공소외 3은 손으로 피고인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주먹으로 피고인의 왼쪽 눈 부위를 때리고 피고인의 가슴을 걷어찼다. 위와 같은 폭행을 당하게 되자 피고인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공소외 1과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공사사실과 같은 상해를 가하게 되었다. 공소외 1, 3이 피고인과 싸움을 하게 되자 옆에 있던 공소외 2와 아들 공소외 4, 함께 간 공소외 5가 이들의 싸움을 만류하였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3은 소지하고 있던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담배를 피고인의 집 거실 바닥에 버려 바닥이 그을리기까지 하였다(수사기록 제99쪽).

(9) 그 후에도 공소외 1이 몇 차례 더 피고인의 얼굴을 때렸고, 피고인은 도망치면서 거실에 있던 무선전화기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하여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집으로 출동하게 되면서 피고인과 피해자들 사이의 싸움이 중단되었으며, 피고인과 피해자 일행들이 상인지구대로 가게 되었다.

(10) 이 사건이 있은 이후 공소외 2는 2008. 9. 24. 피고인을 찾아와 처와 아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면서 치료비 명목으로 피고인의 계좌로 100만 원을 송금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공소외 1은 공소외 5와 함께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8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갔고, 또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고인과 공소외 8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곤 하였다.

라. 앞서의 사실관계에서 인정되는 이 사건 싸움의 발단과 전후 경위, 피고인이 취한 방어의 목적·수단과 피고인의 의사, 피해자들의 상해 부위 및 정도(수사기록 제52, 54쪽), 이 사건 싸움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취한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는 피해자들의 불법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죄가 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이 사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