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서울고등법원 2006.12.8. 선고 2006노1340 판결

살인

사건

2006노1340 살인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문대홍

변호인

변호사 이백수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05. 10. 27. 선고 2005고합18 판결

환송전당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6. 3. 9. 선고 2005노2438 판결

판결선고

2006. 12. 8.

주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신빙성이 없는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과 정황증거들을 근거로 피고인이 원심 판시 기재 살인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나. 검사(양형부당)

이 사건 여러 양형조건에 비추어 원심 판결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징역 10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먼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본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3년경 피해자 B(여, 71세)의 아들 C와 결혼한 피고인의 딸 D가 C의 월급을 모두 갖고 내놓지 않는 피해자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약 10여년 전 발병한 피해자의 중풍, 노인성치매증으로 인하여 고생하는 것을 보고 피해자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던 중, 2005. 4. 20. 피고인의 남편이 피고인과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가 귀가하지 않자 다음날인 2005. 4. 21. 오후 경 강원도 E에 거주하는 피고인의 큰아들 F과 남편 문제를 상의하기 위하여 강원도 영월군 G을 경유하여 평창으로 가던 중 강원도 영월군 G에 도착하였으나 평창으로 가는 차편이 끊기자 같은 군 H에 살고 있는 피해자를 찾아가 만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20:00경 강원도 영월군 H 소재 피해자의 집에서 현관문을 두드리며 피해자에게 "I(D의 딸 이름) 외할머니입니다"라고 말하였으나 피해자가 "I 외할머니는 무슨 외할머니야, 돈을 훔치러 온 도둑년이지"라고 소리치자 자신을 몰라보고 도둑으로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나 피해자에게 "아니 사돈은 젊어서도 우리 딸을 생고생시키더니 늙어서까지 왜 이렇게 사느냐"고 따지며 방안으로 들어가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다시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며 양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쳐 출입문 입구에 넘어뜨리고 방안에서 전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하려고 하자 순간적으로 도둑으로 몰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전화기를 빼앗아 가위로 전화선을 절단하고, 피해자가 재차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면서 악을 쓰자 순간적으로 화가 나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늙은 년, 도둑 맛 좀 봐라"며 피해자의 양손을 잡고 방바닥에 쓰러뜨려놓고 그곳 쌀통 위 종이박스 속에 들어 있는 청테이프로 피해자의 양손을 수회 감아 피해자가 반항을 하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가 계속하여 "사람 살려"라고 악을 쓰며 소리치자 재차 피해자를 방바닥에 눕혀 청테이프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고 다리를 결박한 채 옆방으로 가 장롱 속에서 이불을 수채 꺼내 들고 와 오른쪽 수족을 쓰지 못하는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덮어 그 무렵 같은 장소에서 비구폐색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다.

나. 피고인의 변소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부터 일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경 우연히 범행현장인 피해자의 집에 찾아갔다가 청테이프에 결박된 채 이미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당황한 나머지 신고하지 않고 즉시 피해자의 집을 나왔을 뿐이고, 용의자로 의심받을까봐 피해자를 찾아간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그 때 신고 갔던 신발을 태워버리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 것이며, 수사과정에서 딸인 D가 혐의를 받게 되고, 피해자의 집 근처 기지국에서 피고인 휴대전화의 발신 흔적이 포착되었음이 드러나자 혹시 D가 범행을 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머지 D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사 당시 자백을 하였을 뿐이라고 변소하며,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어느 한 사람의 단독범행이라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공범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반항이 거세었을 것임에도 피고인에게 전혀 피해자로부터 반항을 받은 흔적이 없으며, 현장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모발 등 유류물이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범행 동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경찰이래 검찰에서의 진술경과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고,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고 범행 당일의 행적을 감추었던 점 등의 정황사실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의 지문과 모발이나 피고인이 입고 있던 옷의 섬유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는데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라. 당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가기는 한다.

(가) 즉, 피고인은 당초 이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가지 않고 경기도 분당에 있는 병원에 갔었고 그곳에서 마을 사람인 J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거짓진술을 하였고, 자신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을 삭제하기까지 하였다가 피고인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을 조사한 결과 사건 당일 19:02경 강원도 영월군 K기지국에서 위 J에게 발신한 내역과 같은 날 20:32경부터 20:50 사이에 피해자의 집이 있는 강원도 영월군 L기지국에서 M에 발신한 내역이 확인되자 비로소 자신이 사건 당일 범행 현장에 갔었다고 시인을 하고 나아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기에 이르렀으며, 경찰에서 자백한 다음날 피고인의 큰 아들을 면회한 자리에서 '살인범의 아들을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대화를 나누었던 점(수사기록 1295쪽), 범행 현장에서 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이 발견되었는데 피고인은 2005. 4. 21. 범행 현장을 목격한 뒤인 같은 달 26. 내지 27.경 자신이 범행 현장에 신고 갔던 신발을 소각한 점(수사기록 제1364쪽), 피고인이 단순히 범행 현장에서 사돈관계인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목격하였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릴까봐 수사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왔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 또한 피고인은 원심 법정 이래 일관하여 자신이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피해자의 가슴에서 발목 부분까지 홑이불만 덮여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피해자의 사체를 최초로 발견한 이웃 주민 N은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피해자의 사체가 이불로 덮여 있어 이불 3채 내지 4채 정도를 걷어보니 피해자가 안경을 쓴 채로 옆으로 누운 채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48쪽, 1376쪽), 피고인이 피해자를 이불로 덮고 범행 현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범행 현장을 떠난 후 누군가 범행 현장으로 와 피해자를 이불로 덮어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바, 기록상 범행 현장에 피고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 왔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보이지 않고 또 누군가 범행 현장에 돌아와 사망한 피해자를 이불로 덮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2)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가) 피고인의 지문, 모발 및 섬유 성분의 미발견과 전화선의 절단면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결박하였다는 청테이프에서는 아무런 지문이 현출되지 않았고(수사기록 1297쪽), 범행 현장 쓰레기통에 있던 청테이프롤에서 현출된 지문이나 범인이 피해자를 덮기 위하여 이불을 꺼낸 것으로 보이는 장롱의 손잡이에서 채취된 지문 또한 지문상태가 불량하고 특징점을 찾을 수 없어 감정이 불가능하였다(수사기록 1297쪽, 공판기록 139쪽 이하). 그밖에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전혀 발견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수사기록 245쪽), 피해자가 묶여 있던 청테이프의 부착면에서 채취한 모발 3점에 대한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의하더라도 그 중 1점은 피해자의 것이고, 나머지 1점은 피해자 및 피고인의 것이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밝혀졌고(공판기록 30쪽, 나머지 1점에서는 염기서열이 검출되지 않았다), 위 청테이프에 부착된 섬유 중 피해자의 의복 섬유와 같은 것을 제외한 섬유는 피고인의 주거에서 압수한 비슷한 색상의 의류의 섬유와 그 색상 및 성분이 모두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수사기록 1507쪽). 무엇보다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함에 있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방안에 있던 가위로 전화선을 절단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나(수사기록 1283쪽, 1450쪽) 그 전화선의 절단면을 감정한 결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과는 달리 그 절단면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가위에 의한 절단면과는 상이하고 오히려 날면이 거친 두 날 공구에 의하여 절단된 것으로서 현미경 관찰 결과 공구흔이 남아 있음이 확인되었는바(공판기록 307쪽), 경찰이 피해자의 집 부근 폐축사에서 피고인이 소변을 본 흔적까지 찾아낼 정도로 정밀한 수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수사기록 제136쪽) 위 가위선의 절단면에 부합하는 도구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의 자백에 기초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지문감식이나 모발분석, 섬유 성분의 분석과 같은 과학적 검사에 의하거나 현장 조사에 의해 습득한 증거에 의하여 전혀 뒷받침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전화선을 가위로 절단하였다는 공소사실은 오히려 현미경 관찰 결과와 배치된다.

(나) 피해자의 신체적 능력에 관하여

우선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가 사건 발생 당시 70세가 넘는 키 148cm, 몸무게 42kg 가량의 노인으로서 1990.경 뇌출혈로 쓰러진 이래 오른 쪽 손발이 불편한 상태에 있었고, 1995.경에는 결핵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사건 발생일 무렵에는 불안증세(emotional instability)로 O신경외과에 5일간 입원하였다가 2005. 4. 13. 퇴원한 외 2005, 1. 10,경부터 사망하기 이틀 전인 2005, 4. 19.까지는 P신경외과의원에서 치매증상과 관련된 치료까지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건 발생 약 1시간 전에 피해자의 딸과 약 10분(정확하게는 566초이다) 정도 통화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병아리를 사러 장에 다녀온 이웃 주민Q은 경찰에서 사건 당일 09:30경에 피해자 집 앞에 갔는데 피해자가 리어카를 끌고 나오길래 리어카는 왜 끌고 나오냐고 말을 하여 피해자가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것을 그만 두고 Q의 조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터에 가서 피해자가 병아리 3마리를 키우려고 사왔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219쪽) 피해자의 장남인 C 또한 환송 전 당심 법정에서 피해자가 주거지에 혼자 거주하면서 식사나 빨래, 청소 등의 일상적인 활동은 혼자서 할 수 있었고 사건 발생 무렵 피해자가 1주일에 2, 3회 정도는 2km 정도 떨어진 노인정에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은 채로 걸어서 다녔으며, 2005. 4. 초순경 피해자와 함께 텃밭에 감자를 파종하였는데 당시 피해자는 오른손이 불편하니까 왼손으로 칼을 잡아서 감자씨를 자르고 파종하는 일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공판기록 701,702면), 피고인의 자백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을 도둑으로 오인하여 집으로 들어오려는 피고인을 밀쳐 넘어뜨리고 이어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려고 하였다는 것인바, 위와 같이 피해자가 사건 발생 1시간 전에 10분간 전화통화를 하고 사건 발생 당일 리어카를 끌고 나오고 범행 당시 몸무게 70kg에 육박하는 피고인을 밀쳐 넘어뜨릴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고, 범인이 피해자의 손과 발은 물론 입에까지 청테이프를 묶거나 붙여야 할 상황이 될 정도로 피해자가 저항하였던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단독으로 피고인이나 피해자 모두에게 별다른 상처 없이(피해자에게 보이는 유일한 상처는 왼쪽 팔꿈치에 보이는 표피박탈 정도이다, 공판기록 37쪽),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은 지문이나 모발 및 섬유 성분의 유류 없이 피해자의 반항을 완벽하게 억압하고 청테이프를 잘라가며 피해자를 결박하여 살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특히 수사기록 14쪽의 사진을 보면 피해자는 시계를 차고 있었던바, 공판기록 38쪽 사진의 영상과 대조해 보면, 시계를 찬 손목에도 결박과정에서 아무런 상처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다) 범행 동기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다가 당심 증인 R의 진술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딸인 D의 시어머니로서 D가 C와 혼인한 이후 C의 월급통장과 돈 관리를 하는 등의 경제적 문제나 특히 피해자가 폐결핵을 앓았음에도 손녀들에게 자신이 먹던 숟가락으로 음식을 먹이는 등의 일로 D와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 왔고, 최근에는 피해자가 치매증상까지 보여 D의 딸이 부양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으며, 피고인이 D의 시집살이와 피해자인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평소 전화통화를 통하여 D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고 사건 발생 며칠 전에는 D로부터 피해자가 병원비가 비싼 특실에만 입원하려 하여 돈도 없는데 속상하다는 불평을 듣고는 "시어머니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너가 편해지는데"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고, 사건 발생 전날에는 피고인이 밭에 거름을 주는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한 끝에 피고인의 남편이 집을 나와 아들 집으로 가는 바람에 사건 당일 피고인 스스로 밭에 거름을 주다가 몸이 아파 병원을 가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가 남편과의 문제를 상의하러 아들을 찾아 강원도에 오게 되는 등 남편에 대해 화가 나고 평소 우울증을 앓아오기도 하여 다소 불안한 정신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딸인 D로부터 평소 피해자와의 갈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어 왔다거나 범행 무렵 피해자가 죽어야 D가 편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는 정도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범의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더구나 사건 발생일 무렵에는 피해자가 치매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정까지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돈인 고령의 피해자가 자신을 도둑으로 오인하여 소리를 지른다 하여 갑자기 격분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는 범행에 나아가게 되었다거나 실제 도둑으로 몰릴 것이 두려운 나머지 전화선을 자르고 피해자를 결박하기까지 하였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우므로(피해자의 이웃 주민들은 모두 피해자의 증세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웃 주민들이 나서거나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쉽게 의혹을 벗을 수 있는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의 동기에 관하여도 과연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맞는 것인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라)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경위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5. 5. 10. 경찰에 의하여 긴급체포되어 범행을 자백한 후 그 다음날인 5. 11.에는 큰아들인 F과, 5. 15.에는 아들 S과, 5. 17.에는 D 및 C와 각각 면회를 하였고, 이후 5. 18.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시 범행을 부인한 이후로는 5. 31.까지 아무와도 면회를 하지 못하다가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자백한 5, 23. 제2회 검찰 피의자신문과 5. 24.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 이후인 5. 31.에 이르러서야 다시 남편 T과 면회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수사기록 500쪽 이하), 이는 피고인이 자신의 딸 D를 만나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수사기록 1434쪽)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시 범행을 부인하자 수사기관에서 면회를 중지시키고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 다시 딸 D를 조사하겠다고 하므로 딸이 고생할 것이 걱정이 되고 어차피 과학적인 수사에 의하면 진범이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다시 제2회 검찰 피의자신문에 이르러 범행을 자백하게 되었다는 검찰에서의 자백동기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마) 청테이프로 묶거나 붙인 순서에 관하여

피고인은 최초 경찰 자백시에는 피해자의 양손을 묶고 뒤로 밀어 방바닥에 눕힌 다음 피해자의 입에다 청테이프를 붙였는데 피해자가 계속 몸을 비틀고 난리를 치길래 양발을 묶었다고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1261쪽), 현장검증시와 제2회 경찰 피의자신문시에는 양손을 먼저 묶고 이어서 양발을 묶은 다음 입에다 청테이프를 붙였다고 그 순서를 바꾸어 진술하였으며(수사기록 1304쪽, 1358쪽) 다시 제2회 검찰 피의자신문시에는 양발을 묶고 나서 입에다 테이프를 붙였는데 피해자가 손으로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내므로 피해자의 양손을 묶은 후 다시 입에다 테이프를 붙였다고 달리 진술하고 있는바(수사기록 제1451쪽, 1454쪽), 과연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양손 → 입과 코 → 양발의 순서로 청테이프를 묶거나 붙인 것인지 또는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과 같이 피해자의 양발 → 입 → 양손 → 입과 코의 순서로 청테이프를 묶거나 붙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것인지 불분명하여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자백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3)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에서 범죄사실이 있다는 증거는 검사가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고,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하여 거짓말 같다고 하여도 그것 때문에 피고인을 불리하게 할 수 없고 범죄사실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심증을 갖게 하여야 할 것인데(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도13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들에 비추어 앞에서 본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거시하는 여러 가지 간접증거들이나 수사기관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에다가 당심 법정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보태어 보더라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소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항소논지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에 대하여는 위 제2의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고영한

판사 한상규

판사 이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