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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12838 판결

[수뢰후부정처사·뇌물수수·뇌물요구·사기·공갈(인정된죄명:사기)·알선뇌물수수][미간행]

판시사항

[1] 필요적 몰수·추징의 대상인 ‘뇌물에 공할 금품’의 범위

[2] 뇌물을 수수할 때 공여자를 기망한 경우, 뇌물수수죄,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의 죄책(=뇌물죄와 사기죄의 상상적 경합범)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서림 담당변호사 최진영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으로부터 54,035,541원을 추징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6,035,541원을 추징한다.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뇌물요구죄의 뇌물액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뇌물수수죄에 대하여 피고인이 교부받은 돈 전부가 뇌물이라고 인정한 것이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을 뿐이고, 뇌물요구죄에 있어서 피고인이 차용을 요구한 돈 전부가 아니라 차용금에 대한 금융이익 상당액이 뇌물액이라고 하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한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2014. 6. 23. 공소외 1에게 요구한 500만 원과 2014. 2. 8. 공소외 2에게 요구한 2,300만 원이 모두 뇌물요구죄에 있어서의 뇌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아 이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관련 법리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뇌물요구죄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추징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

가. 형법 제134조 는 뇌물에 공할 금품을 필요적으로 몰수하고 이를 몰수하기 불가능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몰수는 특정된 물건에 대한 것이고 추징은 본래 몰수할 수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 비추어 뇌물에 공할 금품이 특정되지 않았던 것은 몰수할 수 없고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없다 ( 대법원 1996. 5. 8. 선고 96도221 판결 참조).

나.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소외 1에게 요구한 500만 원과 공소외 2에게 요구한 2,300만 원 부분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하여 유죄가 인정되는 다른 수뢰후부정처사, 뇌물수수, 알선뇌물수수 범행과 관련한 추징액 26,035,541원에 위 뇌물요구액인 500만 원과 2,300만 원을 합한 54,035,541원을 피고인으로부터 추징하였다.

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공소외 1, 공소외 2가 이를 즉각 거부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뇌물로 제공한 금품이 특정되지 않아 이를 몰수할 수 없으므로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없는 것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그 가액을 피고인으로부터 추징한 원심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은 형법 제134조 가 규정한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뇌물수수죄와 사기죄의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뇌물을 수수함에 있어서 공여자를 기망한 점이 있다 하여도 뇌물수수죄, 뇌물공여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고 ( 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2625 판결 참조), 이 경우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에 대하여는 한 개의 행위가 뇌물죄와 사기죄의 각 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40조 에 의하여 상상적 경합으로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77. 6. 7. 선고 77도1069 판결 ).

나.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과 관련한 각 뇌물수수죄와 사기죄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아 경합범 가중을 하였다.

다. 하지만 피고인이 그 판시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을 각 기망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동시에 뇌물을 수수한 것은 사회관념상 하나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를 간과하여 위 각 뇌물수수죄와 사기죄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경합범 가중을 한 것은 뇌물죄와 사기죄 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다만 원심도 피고인에 대하여 경합범 가중을 함에 있어서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3호 , 제50조 를 적용하여 각 그 형이 가장 무거운, 징역형에 대하여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정한 형에, 벌금형에 대하여는 공소외 2와 관련된 뇌물요구죄에 정한 형에 각 경합범 가중을 한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였고, 이는 위 각 뇌물수수죄와 사기죄를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보고 나머지 죄와 경합범 가중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처단형의 범위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원심의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3. 10. 31. 선고 2011도8649 판결 등 참조).

4. 결론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91조 , 제396조 제1항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 중 추징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여 피고인으로부터 26,035,541원을 추징하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김용덕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