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업무상촉탁낙태·의료법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박장수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이종욱외 4인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2년에 각 처한다.
원심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21일을 위 징역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4년간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원심 및 환송전·후의 당심 소송비용 중 6분의 5를 피고인의 부담으로 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 판결에는 다음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원심 판시 살인의 점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유도분만 방식의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미처 사망하지 않고 배출되었고, 위 태아는 임신 26-28주의 조산아로서 생존할 확률이 극히 낮아 낙태를 완성한다는 생각으로 위 태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였을 뿐 살인의 범의는 없었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위 태아를 살해할 의사로 염화칼륨을 주입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나) 원심 판시 의료법위반의 점
피고인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의료상담을 한 사실은 있으나 환자들을 도와주기 위하여 무료로 상담하였을 뿐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더구나 상담을 통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명칭 생략)산부인과가 알려지게 된 것은 상담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나타난 결과로서 낙태를 권유하거나 병원으로 오도록 유인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영리의 목적으로 환자들을 유인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다) 원심 판시 업무상촉탁낙태의 점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제2번 기재 공소외 2의 태아는 기형의 가능성이 있었고, 같은 표 제22번 기재 공소외 3의 태아는 내장기형이 있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으며, 같은 표 제49번 기재 공소외 4의 태아는 선천성 심장기형이 있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으므로, 위 각 낙태행위는 모자보건법상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여 업무상촉탁낙태죄가 성립하지 아니함에도, 원심은 위 각 낙태행위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양형부당
이 사건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선고된 원심 판결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이 사건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선고된 원심 판결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 판시 살인의 점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산부인과 의사인 피고인은 임신 28주 상태인 공소외 1에 대하여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낙태죄는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결과 태아가 사망하였는지 여부는 낙태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한 것을 낙태를 완성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살아서 출생한 미숙아가 정상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에 대한 확인이나 최소한의 의료행위도 없이 적극적으로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미숙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에게는 미숙아를 살해하려는 범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살인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위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 판시 업무상촉탁낙태의 점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의 하나인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함은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어 모체의 생명과 건강만이라도 구하기 위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대법원 1985. 6. 11. 선고 84도1958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 범죄사실 별지 범죄일람표 제2번 기재 공소외 2에 대한 낙태시술의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대하여 “Anomaly"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수사기록 429면), 같은 표 제22번 기재 공소외 3에 대한 낙태시술의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대하여 ”bowel"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수사기록 604면), 같은 표 제49번 기재 공소외 4에 대한 낙태시술의 진료기록부에 태아에 대하여 “C.H.D"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수사기록 581면) 등은 인정되나, 위 각 기재가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각 태아에게 내장, 심장 등에 기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원심 판시 의료법위반의 점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영리의 목적으로, 2001. 6. 6. 19:32경 피고인이 개설한 (명칭 생략)산부인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 게시판을 통해 임신 5개월이 된 공소외 5(17세)가 낙태 상담을 하자 그녀에게 지금도 수술이 가능하니 내일이라도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답변하면서 피고인의 출신 대학, 해외연수 대학 명칭 등 경력과 (명칭 생략)산부인과의 병원 명칭, 위치, 전화번호를 기재하여 그녀를 피고인이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으로 오도록 유인한 것을 비롯하여 1999. 4. 2.경부터 2001. 6. 18.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약 28회(당초 33회로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환송후 당심에서 5회의 범죄사실이 철회되었다)에 걸쳐 낙태를 원하는 공소외 5 등을 상대로 낙태 상담을 하면서 (명칭 생략)산부인과로 낙태하러 오라고 유인한 것이다.
(나) 원심판단의 요지 및 피고인의 변소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무료로 의료상담을 하였을 뿐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낙태를 권유하거나 병원으로 오도록 유인한 사실은 없다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다) 당심의 판단
1)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 제3항 소정의 '유인'이라 함은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환자 유인행위도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25조 제3항 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 판결 참조), ‘의료의 적정을 기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한다’는 의료법의 제정 목적( 같은 법 제1조 )에 비추어 보면, 합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면서 환자를 유인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는 물론, 법(법)이 금지하고 있어 의료인으로서는 마땅히 거부하여야 할 의료행위를 해 주겠다고 제의하거나 약속함으로써 환자를 유혹하여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같은 법 제25조 제3항 의 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의 경우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한 (명칭 생략)산부인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게시판을 이용하여 낙태상담을 하면서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낙태시술을 해 줄 수 있으니 빨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그 화면으로 피고인의 경력과 병원의 위치, 명칭,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법률상 낙태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수술의 위험성과 후유증 등에 관하여는 설명하거나 알리지 아니한 채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경우가 아님에도 낙태시술을 해 줄 수 있다고 약속하면서 빨리 피고인의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하고 안내한 행위는 의료정보의 제공과 그 상담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위와 같은 약속과 권유 및 안내를 통하여 낙태수술 등을 위한 의료계약 체결을 유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영리의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였다고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2)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2, 6, 8, 9, 11, 14, 15, 23, 25 내지 28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위 각 경우의 경우 피고인이 자신이 개설한 (명칭 생략)산부인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게시판을 이용하여 의료상담을 하면서 그 화면으로 피고인의 경력과 병원의 위치, 명칭, 전화번호 등을 알려준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상담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별지 범죄일람표(1) 각 해당란 기재와 같이 낙태수술후 처녀막재생수술 상담(순번 제2번), 낙태수술의 후유증 상담(순번 제6, 11, 23, 25번), 낙태수술 후 임신 또는 임신가능 여부 상담(순번 제8, 9, 14, 26, 27, 28번), 낙태수술후 생리에 대한 상담(순번 제15번)을 하였을 뿐임이 인정되므로, 이는 의료정보의 제공 및 적법한 의료행위에 대한 상담으로 보일 뿐 영리목적으로 환자를 피고인이 경영하는 병원으로 유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 달리 피고인이 금품을 제공하거나 위법한 의료행위의 시술을 확언하는 등으로 환자를 유인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서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2, 6, 8, 9, 11, 14, 15, 23, 25 내지 28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은 각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논지는 이유 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은 판단할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항 중 ‘1999. 4. 2.부터 2001. 7. 초순경까지 약 33회에 걸쳐’를 ‘1999. 4. 2.부터 2001. 6. 18.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와 같이 16회에 걸쳐’로, 원심 판시 제3항 기재 범죄사실 중 말미의 ‘별지 범죄일람표’를 ‘별지 범죄일람표(2)’로, 범죄사실 별지의 제목 ‘범죄일람표’를 ‘범죄일람표(2)’로 각 고치고, 증거의 요지란 중 ‘ 공소외 6, 7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를 삭제하는 이외에는 원심 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판시 살인의 점 : 형법 제250조 제1항 (유기징역형 선택)
나.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영리목적 환자유인의 점 : 포괄하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7조 , 제25조 제3항 (징역형 선택)
다. 판시 각 업무상촉탁낙태의 점 : 형법 제270조 제1항
1. 자격정지의 병과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3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하고 자격정지형을 병과)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 제5호 (양형이유에서 보는 유리한 정상 참작)
1. 원심판결 선고전의 미결구금일수 산입
1. 집행유예
1. 소송비용의 부담
형사소송법 제191조 제1항 , 제186조 제1항 본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2, 6, 8, 9, 11, 14, 15, 23, 25 내지 28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영리의 목적으로, 1999. 12. 20.경 피고인이 개설한 (명칭 생략)산부인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상담 게시판을 통해 공소외 8과 낙태수술 후 처녀막수술에 대해 상담하면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방문할 것을 권유하고 피고인의 경력, 병원위치 등을 기재하여 그녀를 유인한 것을 비롯하여 1999. 12. 20.경부터 2001. 6. 18.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2, 6, 8, 9, 11, 14, 15, 23, 25 내지 28번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환자를 유인한 것이다.”라고 함에 있는바,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1) 순번 제1, 3, 4, 5, 7, 10, 12, 13, 16 내지 22, 24번 기재 각 의료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임신 28주의 태아에 대하여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위 태아가 살아서 출생하자 그 태아에게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살해한 점, 비록 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아라도 그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으로서 경시될 수 없는 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상담게시판을 개설한 후 상담을 빙자하여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하여 주겠다고 임산부 등을 자신의 병원으로 오도록 유인하였고, 장기간에 걸쳐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하는 등 범행의 내용이 중대하고 그 죄질이 불량한 점 등에서 피고인에게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1999. 이 사건 산부인과 의원을 개업하기 전까지 20여년간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기형아 문제 연구 등으로 의학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상당기간 의사면허의 취소 또는 자격정지 등 의료법상의 행정제재를 받게 되는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그밖에 기록에 나타난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별지 범죄일람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