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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중앙지방법원 2011.10.13. 선고 2010가합11985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0가합119857 손해배상(기)

원고

1. A

2. B

3. C.

4. D

5. E

6. F

7. G

8. H

9. I

10. J

11, K

12. L

13. M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1. 9. 29.

판결선고

2011. 10. 13.

주문

1. 피고는 원고 A에게 11,000,000원, 원고 D, E, F에게 각 9,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7,500,000원, 원고 G, H, I, J, K, L에게 각 4,500,000원, 원고 M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1. 9. 29.부터 2011. 10.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들이, 1/5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82.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 A, B, C, D, E, F

1) 위 원고들은 주식회사 N 노동조합(이하 "N 노조"라 한다)의 임원 또는 조합원이었던 자들이다.

2) 노동조합 정화지침 관련

가) 피고는 전국적으로 확대된 비상계엄하에서 1980. 5. 31.경 그 산하에 국가보위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부문별 사회정화사업을 추진하였는데, 그 일환으로 피고 산하의 노동청은 1980. 8.경 0단체 및 산업별노동조합에 "비리 · 부조리가 현저한 자를 자체 정화하고, 정화 대상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자진사퇴하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정화지침'을 시달하였다. '노동조합 정화지침'에 따른 정화대상자 명단은 피고 산하 보안사령부의 주도로 중앙정보부, 치안본부, 노동부, 관할구청에서 함께 작성하였는데, 여기에는 P선교회 계열 노동조합 또는 정부·0단체에 비협조적인 노동조합 등 소위 강성 노동조합의 임원이 포함되었다.

나) 이에 따라 Q노동조합은 1980. 9.경 N 노조의 지부장이었던 원고 A에게 "N 노조의 지부장직을 사퇴하라. 사퇴하지 않으면 사표를 내라"고 요구하였고, 원고 A은 1980. 10.경 N 노조의 지부장직을 사퇴하였다.

다) 한편, 원고 A, 당시 부지부장 D, 회계감사 E은 수사기관에 의하여 1980, 12. 8. 또는 1980. 12. 9. 영장도 발부받지 아니한 채 보안사령부 서빙고 분실로 연행되어 약 2주간 조사를 받고 R으로 이송되어 약 일주일간 순화교육을 받은 다음 1980. 12. 27. 석방되었다.

3) 불법구금 및 해고 관련

가) 경찰은 1981. 6. 1. N 노조의 전 지부장인 원고 A, 부지부장인 원고 D, E, 사무장인 원고 F를 영장 없이 남부경찰서로 연행하여 1981. 6. 16.까지, 기관지 'S' 발간 · 배포 사실 등에 관하여 조사한 다음 원고 D, E, F를 석방하였고, 원고 A에 대하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원고 A은 1981. 6. 24. 영등포구치소로 이송되어 미결구금 상태에서 순화교육대에 입대되었고 1981, 6. 29.부터 1981. 7. 20.까지 체벌의 성격이 강한 순화교육을 받았다.

원고 A, D, E, F가 구금되어 있는 동안, 경찰은 위 원고들에게 변호인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위 원고들에 대한 면회를 하지 못하도록 N 노조 조합원들에게 경고하였다.

나) N 노조는 1981. 12. 12. 대의원선거를 실시하였는데, 경찰은 원고 D, E, F가 대의원선거에 개입할 것을 우려하여 사측으로 하여금 위 원고들을 사전에 강제로 귀향시키게 하였고, 위 선거 결과 당선된 대의원 중 원고 B, C를 포함한 16명을 원고 A의 추종세력이라고 판단하여 해고하도록 하였다.

다) 경찰은 위 원고들이 모두 해고된 후에도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면서 N 노조의 조합원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4)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개별 사업장, 공단, 경찰, 노동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은 상호 협조 하에 해고자, P선교회 계열 근로자 및 노동조합의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공유하면서 대상자들의 취업 제한, 동향 감시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였는데, 1986, 8.경 인천의 T 사업장에서 파업 농성 도중 발견된 블랙리스트에는 위 원고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 원고 G, H, I, J, K, L

1) 위 원고들은 주식회사 U 노동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원이었던 자들이다.

2) 사측의 지시를 받은 일부 근로자들은 1980. 5. 22. 위 노동조합 사무실의 기물을 파손하고, 1980, 5. 31. 실력을 행사하여 원고 J 등 조합원들을 사업장 밖으로 내쫓기도 하였는데, 당시 현장에 있던 근로감독관과 경찰관은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였다.

3) 1986. 8.경 인천의 T 사업장에서 파업 농성 도중 발견된 블랙리스트에는 원고 H, J, L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고, 원고 G, H, I, J, K, L 등 주식회사 V의 해고자 명단도 또 다른 블랙리스트로 작성 - 배포된 바 있다.

다. 원고 M원고 M은 주식회사 W 노동조합의 임원이었는데, 1986. 8.경 인천의 T 사업장에서 파업 농성 도중 발견된 블랙리스트에 원고 M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라.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

원고 A, L 등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에 위 각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해고, 블랙리스트 작성 등에 관하여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신청하였고, 위원회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조사한 다음 2010, 6. 30. 앞서 본 사실들을 '진실규명'으로 결정하였다.

[인정근거] 갑 1 내지 19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원고 A 본인신문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산하 각종 국가기관은 노동조합 정화지침을 시달하여 1980. 9.경 원고 A을 N 노조 지부장직에서 강제로 사퇴하게 하고 1980. 12.경 원고 A, D, E을 약 20일간 불법으로 구금하였으며, 1981. 6.경에는 원고 A, D, E, F를 다시 16일간 불법으로 구금하여 원고 A에 대하여는 체벌적 성격의 순화교육을 실시하고 1981. 12.경 사측으로 하여금 원고 B, C를 해고하게 하는 한편 이미 해고된 원고 D, E, F를 강제 귀향시키게 하여 해고된 위 원고들의 동향을 감시하였다. 또한, 1980. 5.경 주식회사 V 사측의 지시를 받은 비조합원들이 원고 G, H, I, J, K, L 등 노동조합원들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할 당시에도 이를 묵인·방조하였고, 나아가 원고들의 이름이 포함된 블랙리스트를 작성·배포하여 취업을 어렵게 하거나 동향을 감시하는데 활용하였다.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위와 같은 조직적인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그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 항변의 요지

피고는, 원고들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2) 판단

가) 원고들은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위 일련의 행위가 1982. 1. 1.경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원고들의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구예산회계법(2006. 10. 14. 법률 제8050호로 폐지) 제96조에 따라 그 소멸시효가 5년인데,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위 1982. 1. 1.부터 5년이 경과된 후인 2010. 11. 23.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다.

나)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국가기관의 개입으로 노동조합 지부장직에서 사퇴당하거나 회사에서 해고·강제 귀향되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국가기관이 어떠한 방식으로 개입한 것인지는 알기 어렵고, 특히 피고는 블랙리스트 작성·배포사실을 은폐해왔는바, 피고에 의하여 블랙리스트가 작성 · 배포되어 재취업 제한, 동향 감시 등 목적으로 활용되어 왔음을 알기도 어려우므로 원고들로서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 결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존부를 확정하기 곤란하였고,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인 점,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 결정이 있었던 2010. 6. 30.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여태까지 원고들에게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뒤늦게 국가기관 개입의 전모를 어림잡아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다) 결국 피고의 위 소멸시효항변은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행위로 원고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경제적 궁핍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사정들을 참작하면, 원고 A의 위자료는 11,000,000원, 원고 D, E, F의 위자료는 각 9,000,000원, 원고 B, C의 위자료는 각 7,500,000원, 원고 G, H, I, J, K, L의 위자료는 각 4,500,000원, 원고 M의 위자료는 3,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11,000,000원, 원고 D, E, F에게 각 9,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7,500,000원, 원고 G, H, I, J, K, L에게 각 4,500,000원, 원고 M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1. 9. 29.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1. 10.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위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원고들은 나아가, 피고 산하 국가기관의 위 불법행위가 1982. 1. 1.경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며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사실심 변론종결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 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하는바,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위와 같이 변동된 통화가치 등을 추가로 참작하여 위자료의 수액을 재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불법행위가 행하여진 무렵의 위자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존의 제반 사정과는 명백히 구별되는 것이고, 변론종결시의 시점에서야 전적으로 새롭게 고려되는 사정으로 어찌보면 변론종결시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통화가치 등의 요인이 변론종결시에 변동된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가 증액된 부분에 대하여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처럼 불법행위시와 변론종결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경과함으로써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

서 원고들의 이 부분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 없다.]

판사

재판장판사손지호

판사윤지숙

판사김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