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심으로인한소유권이전등기][공1996.7.1.(13),1798]
[1]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2]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구 공업단지관리법(1990. 1. 13. 법률 제4212호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공업용지를 분양받은 회사가 분양 약정에 따라 계약 후 바로 시설물 건축공사에 착공하여 매수한 용지를 그 용도로 사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바로 분양계약의 당사자로서 스스로 신의를 저버린 수분양 회사에 대하여 분양자인 공업단지관리공단이 장기간 동안 착공을 독촉하지 아니하고 계약해지나 환수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써는, 수분양 회사 또는 그 채권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 대하여 건축의 준공이 선이행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항변권의 행사가 정의관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권리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분양자의 항변권 행사를 부인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한수)
중부지역공업단지관리공단(종전 명칭 : 구미수출산업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윤홍)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부광물산 주식회사가 1978. 6. 8. 피고로부터 근로자용 아파트 건립을 위한 부지로 구미시 낙계동 287 대 668평을 금 23,38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1978. 12. 1. 매매대금을 완불하였는데, 행정구역 변경과 토지의 합병 및 분할 과정을 거쳐 이 사건 토지인 구미시 공단동 265의 7 대 1,630㎡도 위 분양계약의 목적물이 된 사실, 한편 위 소외 회사에 관하여 1985. 1. 30.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이후 원고는 위 정리회사의 관리인(이하 회사정리절차 개시의 전후를 통하여 정리회사라 한다)에 대한 금 347,637,150원의 집행력 있는 지급명령정본에 의한 채권에 기하여, 1993. 9. 22. 정리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위 분양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추심명령에 의하여 정리회사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위 분양계약 당시 정리회사가 이 사건 토지 위에 시설물을 건축하여 피고에게 준공검사필증을 교부한 후에야 비로소 피고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기로 하였는데 정리회사는 아직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항변하자, 이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위 분양계약 당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피고의 주장과 같은 약정이 이루어졌으나, 한편 구 공업단지관리법(1990. 1. 13. 법률 제4212호 공업배치및공장설립에관한법률의 시행으로 폐지되었다)은 공업단지 관리기관은 입주기업체가 입주계약을 체결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일정한 기간 내에 공장 기타 시설의 건설에 착수하지 아니하거나 그 준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입주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입주기업체가 매수한 용지의 일부가 입주계약에 의한 용도에 사용되지 아니하고 있을 때에는 소정의 가액을 지급하고 그 용지를 매수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법 제14조 , 제15조 ) 피고에게 공업단지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입법취지를 관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또한 위 분양계약에서도 위 법에 의한 계약해지권과 아울러, 정리회사는 계약 후 3개월 이내에 착공하여야 하며 착공치 않을 때에는 피고가 환수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약정되어 있음에도, 피고는 분양계약 이후 공사착공기간이 도과하여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될 때까지 무려 5년 이상이 경과하고, 또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때로부터 6년이 경과하기까지 정리회사가 착공을 하지 않았음에도 착공을 독촉하거나 계약해지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1991. 7.경 비로소 정리회사에게 아파트 건축을 촉구하면서 불이행시 법률에 정한 환수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를 하였으나 1991. 9.경 정리회사로부터 1991. 12.경 공사에 착수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후 역시 착공이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계약해지나 환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피고는 위와 같이 장구한 기간에 걸쳐 위 분양계약상의 권리나 법령에 정하여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관계법규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상태대로 이 사건 토지를 방치함으로써, 정리회사나 원고를 비롯한 채권자들로 하여금 피고가 그러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아니하리라는 것과 아울러 분양계약상의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에 있어서도 소극적으로 위와 같은 선이행의 항변을 아니할 것임을 정당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를 스스로 조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여기에다 회사정리절차 개시 이후 위 공사의 완공이 가능하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는 점 및 위 분양대금이 모두 지급됨으로써 피고가 그 이익을 장기간 향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위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를 비롯한 정리회사의 채권자들의 권리 실현을 방해함을 용인하는 것은, 공익적인 측면에서는 의무이기도 한 위 법령에 의한 권리의 행사를 스스로 해태하고서 위 계약의 기초를 이루는 관계법규의 입법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피고를 부당하게 보호하는 결과가 되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위 항변권의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함이 상당하다고 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 1993. 6. 11. 선고 92다42330 판결 각 참조).
이 사건 토지는 위 분양계약 당시부터 '물품을 제조 또는 가공하는 기업체를 집단적으로 설치·육성하기 위하여 포괄적 계획에 따라 구획되고 개발된 일단의 공업용지'인 공업단지( 법 제2조 제1호 )에 속한 토지라는 것이고, 위 법의 규정에 따르면 공업단지 내의 용지는 그 관리를 위한 기본관리계획 등이 작성되어 용도별로 구획하여 관리되며, 그 취득과 사용 및 처분에는 일정한 제한을 받는 한편( 법 제8조 내지 제13조 ), 원심 판시와 같이 입주기업체가 매수한 용지가 정해진 용도에 제대로 사용되지 아니할 때에는 관리기관이 이를 매수하거나 입주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한편 갑 제5호증(분양계약서), 을 제3, 4호증(각 기안서), 을 제7호증(대지분양)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중심지구 내의 준공업지역에 속한 토지로서, 각 18평 규모의 살림용 100세대, 기숙사용 200세대의 근로자용 아파트 건설을 목적으로 한 정리회사의 분양신청을 피고가 받아들여 위 분양계약이 체결되었는데, 그 분양계약서에는 정리회사가 아파트를 건축하고자 할 때에는 피고가 지정하는 아파트 배치계획에 의하여 주거시설계획서를 제출하여 검토를 받은 후 대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건축허가를 얻어 착공하여야 하고( 제9조 ), 대지사용계획에 따라 시설물을 건축하였을 때에는 준공검사필증을 첨부한 정리회사의 요청에 의하여 피고는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며( 제15조 ), 정리회사가 착공을 지연할 경우 피고는 원심 판시와 같은 계약해지권과 환수권을 가진다( 제14조 , 제21조 )고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그와 같다면 정리회사는 위 법의 규정과 분양계약상의 약정에 따라 계약 후 바로 근로자용 아파트의 건축공사에 착공하여 매수한 용지를 그 용도로 사용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 자임에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므로, 바로 분양계약의 당사자로서 스스로 신의를 저버린 정리회사에 대하여 피고가 위의 기간 동안 착공을 독촉하지 아니하고 계약해지나 환수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등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만으로써는 피고가 정리회사 또는 그 채권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건축의 준공이 선이행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며, 피고의 위 항변권의 행사가 정의관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권리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항변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하겠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