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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1. 19. 선고 99다72422 판결

[손해배상(기)][공2001.3.15.(126),495]

판시사항

[1] 단체협약 체결의 당사자 및 단체협약의 형식적 요건

[2] 문서에 노사 일방의 기명날인이 빠져 있는 경우, 그 내용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한 사례

[3] 회사정리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단체협약의 사용자측 체결권자(=관리인)

판결요지

[1]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사용자가 그 상대방 당사자로서 체결하여야 하고 나아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 제1항 소정의 방식을 갖추어야 하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협약은 조합원 등에 대하여 그 규범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2] 문서에 노조 위원장의 기명날인만 있고 회사 대표이사의 기명날인이 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그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한 사례.

[3] 회사정리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회사정리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되므로 정리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 근로관계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게 되고 따라서 단체협약의 사용자측 체결권자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므로, 정리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 노조와 정리회사의 대표이사 사이에 이루어진 약정은 단체협약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 효력이 근로자 개인에게 미칠 수 없다.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호 외 3인)

피고,피상고인겸상고인

정리회사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원·피고의 상고이유(기간 경과 후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75. 9. 12.부터 피고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에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1998. 6. 22. 퇴직한 사실, 피고 회사는 1998. 4. 15. 서울지방법원의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으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어 정리회사의 관리인이 선임되었고 피고 회사와 관리인은 1997년도 하계휴가비 금 300,000원과 1997년 7월부터 1998. 6. 22.까지의 상여금 11,592,418원을 원고에게 각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 소외 기아자동차 주식회사 노동조합(이하 '소외 노조'라 한다)가 1997. 7. 31. 피고 회사와 휴가비 및 상여금을 반납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면서 피고 회사를 제3자가 인수하거나 당시의 피고 회사 최고경영진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위 반납을 무효로 하기로 한 사실, 소외 노조와 피고 회사는 1998. 6. 17., 1997년 7월부터 1998. 3. 31.까지의 상여금 중 50%는 근로자 개개인의 서명을 받아 회사재건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0%는 회사측이 정리계획안에 반영하여 지급하도록 노력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회사정리절차개시로 인하여 위 상여금 등 약정 당시의 피고 회사 최고경영진이 변경되었으므로 위 휴가비 및 상여금채권의 포기 약정은 효력을 상실하였고 원고가 위 기간 동안의 상여금 중 50%를 회사재건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위 기간 동안의 상여금 중 50%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나, 나머지 50%는 회사정리절차에 따라서만 지급받을 수 있을 뿐 이 사건 소로써 그 지급을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사용자가 그 상대방 당사자로서 체결하여야 하고 나아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 제1항 소정의 방식을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협약은 조합원 등에 대하여 그 규범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가 1997. 7. 15.경 주거래은행에 의해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업체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되자, 피고 회사와 소외 노조는 피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구계획 방안을 모색하던 중, 소외 노조가 대의원 대회를 열어 상여금, 휴가비, 월차수당 등을 반납하기로 결의한 다음 같은 달 23일 그 사실을 피고 회사에게 서면으로 통지(을 제7호증, 기록 94면)한 사실, 이에 피고 회사 대표이사와 소외 노조 위원장은 같은 달 29일 '부도유예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상여금 반납, 임금동결과 단협을 유보하면서까지 회사살리기 운동을 벌인 결과 1,200억이라는 회사의 자금부담을 해소시켰다.'며 노사는 기아를 반드시 정상화시킬 각오로 분규가 없는 사업장을 유지하고, 구성원이 고통과 역할을 함께 하는 인력의 합리적 운영이나 재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등 5개항을 결의한다는 내용의 노사공동결의문(을 제6호증, 기록 93면)을 채택하여 대표이사와 위원장이 서명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는 피고 회사와 소외 조합 사이에 상여금 등을 반납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피고 회사 대표이사와 소외 조합 위원장이 1997. 7. 23.자 소외 노조의 위 통보내용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같은 달 29일자 결의문에 서명함으로써 당사자 간의 위 합의를 문서화하였다 할 것이므로 상여금 등 반납에 관한 단체협약은 같은 달 29일에 최종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같은 달 31일 작성된 자구계획에 대한 동의서(을 제1호증, 기록 60면)에 피고 회사를 제3자가 인수하거나 당시의 피고 회사 최고경영진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상여금반납 등 자구계획에 대한 동의를 무효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문서에는 소외 노조 위원장의 기명날인만 있고 피고 회사 대표이사의 기명날인 등이 되어 있지 아니한 데다가, 기록상 피고 회사가 다른 문서로라도 위 무효화 조항을 확인하였다는 점에 관한 자료도 없고, 오히려 위 문서는 소외 노조가 피고 회사의 채권단에게 피고 회사의 자구계획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를 통하여 제출한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위 무효화 조항이 단체협약의 내용으로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나아가 회사정리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회사정리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회사사업의 경영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이 관리인에게 전속되므로 정리회사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 근로관계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게 되고 따라서 단체협약의 사용자측 체결권자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관리인이므로, 피고 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절차가 진행 중 소외 노조와 피고 회사 대표이사 사이에 이루어진 위 1998. 6. 17.자 약정(을 제2호증, 기록 61면)은 단체협약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달리 관리인의 추인이나 정리법원의 허가가 있었다고 볼 자료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위 약정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칠 수 없다 할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무효화 조항이 단체협약의 내용에 포함되고 위 1998. 6. 17.자 약정의 효력이 원고에게 직접 미친다고 판단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단체협약의 성립요건 및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위 무효화 조항이 단체협약의 일부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9.11.24.선고 99나32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