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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0.16. 선고 2018가합5527 판결

손해배상청구의소손해배상청구의소

사건

2018가합5527 손해배상 청구의 소

2018가합5534(병합) 손해배상 청구의 소

원고

D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배수진

피고

1. 주식회사 E

2. 주식회사 F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문희, 정선열

변론종결

2019. 8. 21.

판결선고

2019. 10. 16.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4.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G그룹 소속의 H 주식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18. 2.경 퇴사한 사람이다.

나. 피고 주식회사 E(이하 '피고 E'라고 한다)는 2018. 4. 1. 'I' 프로그램에서 『J』 이라는 제목으로 아래 ① 내지 ⑦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별지1 기재 뉴스, 『K』 라는 제목으로 아래 ⑧, ⑨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별지2 기재 뉴스를 각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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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피고 E는 2018. 4. 1. 위 프로그램의 "L"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별지3 기재와 같이 가항 기재 뉴스의 요지를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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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피고 E는 2018. 4. 2. 'M' 프로그램에서 『N』 라는 제목으로 아래의 내용 및 위 ① 내지 ⑦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별지4 기재 뉴스를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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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피고 E는 2018. 4. 3. 'I' 프로그램에서 『O』 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별지5 기재 뉴스를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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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피고 E는 2018. 4. 4. 'P '프로그램에서 『Q』 이라는 제목으로 위 ⑮, ⑯과같은 내용(이하 해당 부분을 '① 부분' 등이라 한다)이 포함된 별지6 기재 뉴스(이하 각 뉴스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뉴스'라 한다)를 보도하였다.

사. 한편 피고 주식회사 F은 나항 내지 바항 기재 뉴스를 E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9 내지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명예훼손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뉴스에서 아래와 같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1) 원고는 H 주식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당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이하 '이 사건 피해사실'이라 한다)을 피고들에게 제보한 바 없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① 부분을 통하여 이 사건 피해사실의 피해자가 원고임을 특정하면서 ② 부분에서 원고가 피해사실을 털어놓은 대상을 생략하고, ⑫ 부분에서 '단독'이라고 언급하며, ⑬ 부분에서 '증언이 나왔다'고 함으로써 마치 원고가 피고들 소속 기자에게 직접 이 사건 피해사실을 제보하거나 인터뷰한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였다.

(2) 원고 외에 G그룹을 퇴사한 여성직원 2명은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하였음에도 ④ 부분을 통하여 마치 퇴사한 여성직원 2명도 원고와 비슷한 사유로 퇴사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원고가 G그룹 내부에 만연한 성희롱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오인하도록 하였다.

(3) G는 2014년 말 또는 2015년 초순경 술자리 접대에 대한 자체적인 감사가 있었고 그 이후로 이러한 피해가 없었으며, 원고는 2016. 3.경 마지막으로 술자리 접대를 거부함으로써 성희롱 피해는 더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⑤ 부분을 통하여 마치 현재까지 성희롱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였다.

(4) 원고는 이 사건 피해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바 없음에도 ⑦ 부분에서 원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사건 피해사실을 제보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

(5) ⑧ 부분을 통하여 원고가 술자리 접대 참석을 이용해 승진한 것으로 오인하도 도록 하였다.

(6) 원고는 이 사건 피해사실로 인하여 퇴사한 것이 아님에도 ⑪ 부분을 통하여 마치 원고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참지 못하여 퇴사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

나. 사생활의 비밀 침해

이 사건 뉴스는 ②, ③, ⑥, ⑧, ⑨, ⑩, ⑭, ⑮, ⑯ 부분을 통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의 이 사건 피해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였다.

다. 손해배상청구

피고들은 위와 같은 명예훼손 및 사생활 비밀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각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피해자의 특정 여부

(1) 관련 법리

방송보도로 인하여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에 의한 피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할 것인데, 그 특정을 할 때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적어도 그 사람을 알고 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 있어서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특정의 정도는 피해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와 같은 업계에 있거나, 피해자의 지인 · 주변인이 해당 보도가 피해자에 관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것이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 이 사건 각 뉴스는 원고를 'G그룹' 소속으로 '2018년 초 퇴사한 대리급 여성 직원'이라고 표현하여 원고의 직장과 성별, 퇴사시기 및 퇴사 당시 직급을 특정한 점, ○ 한편 가해자인 같은 부서 상관 여성임원 B씨는 'G그룹 공채 출신 여성 임원으로 2017년 말 이사 대우에서 이사로 승진하여 본사에서 재직 중'이라고 표현하였는바, G그룹 내에 여성 임원은 32명 내외에 불과하고 2017년 말 이사로 승진한 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여 가해자가 특정되고, 가해자가 특정됨에 따라 피해자인 같은 부서의 2018년 초에 퇴사한 대리급 여성 직원도 특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사건 각 뉴스의 자료화면에는 원고의 당시 소속인 H 주식회사의 건물과 원고의 당시 소속팀이 실제로 근무하던 G 주식회사의 건물을 보여주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뉴스에서 원고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각 뉴스를 본 사람 중 적어도 원고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 각 뉴스가 원고를 지목하는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뉴스에 의하여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 명예훼손 여부

(1) 관련 법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하는 것이며,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4도4573 판결 참조).

한편,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어떤 사람이 범죄를 고발하였다는 사실이 주위에 알려졌다고 하여 그 고발사실 자체만으로 고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그 고발의 동기나 경위가 불순하다거나 온당하지 못하다는 등의 사정이 함께 알려진 경우에 고발인의 명예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3도696 판결 참조).

(2) 판단

먼저 원고의 (1), (4) 주장과 관련하여 보건대, 이 사건 뉴스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말한 대상을 생략함으로써 마치 원고가 피고들에게 직접 이 사건 피해 사실을 제보하거나 인터뷰를 한 것처럼 오인하도록 사실을 적시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적이 없음에도 원고의 사례를 다루는 뉴스에서 동일한 영문자(A)를 사용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 피해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였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뉴스에서 원고에 의한 위와 같은 제보나 인터뷰의 동기나 경위가 불순하다거나 온당하지 못하다는 사정을 함께 적시한 것이 아닌 이상, 단순히 국가기관에 제보하였다거나 공중파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는, 진실과 다른 사실의 적시만으로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기에 충분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언론기관이 시청자를 상대로 허위의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그 보도내용의 신빙성을 높이려한 행위에 대한 취재 · 보도 윤리 위반 등 다른 차원에서의 평가나 제재는 별론으로 한다).

다음으로 원고의 (2), (3) 주장과 관련하여 보건대,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뉴스에서 G그룹에서 퇴사한 다른 여성 직원 2명은 다른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하였음에도 성희롱 피해사실로 인하여 퇴사하였다고 하거나, 원고에게 2016. 3.경 이후로 성희롱 피해사실이 없음은 물론 G그룹 차원에서도 2015년 초순경의 자체감사 이후 성희롱 피해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음에도 현재까지 성희롱 피해사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다른 퇴사한 여성 직원들이나 G그룹에 대한 명예훼손적 내용임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내용이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의 (5) 주장과 관련하여 보건대, 이 사건 뉴스에서는 ⑧ 부분을 통하여 G그룹 소속의 여성임원 B 이사가 자신의 승진을 위하여 소속 여성 직원들을 동원하여 접대성 술자리에 참석시켰고, 위와 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 직원들 중 한명이 원고라는 사실을 적시하였을 뿐, 원고가 접대성 술자리를 통하여 승진하였다는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원고의 (6) 주장과 관련하여 보건대,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피해사실의 발생 후 타인들이 근거 없이 비방하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이 사건 피해사실로 인하여 원고가 퇴사하였다는 사실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각 뉴스의 전체적인 취지는 G그룹 소속의 여성 임원이 여성 직원들을 술자리 접대에 참석하도록 강요하는 소위 직장 내 성희롱을 가하였고, G그룹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실상을 고발하는 것인데, 이러한 내용의 보도가 피해 여성 직원인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사실의 보도로 보기 어려운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사생활 비밀 침해 여부

(1) 관련 법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21조 제4항은 "언론 ·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 ·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16조, 제317조에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여러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그것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공표된 사항이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해당 개인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일반인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 등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뉴스에는 원고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하였다는 점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원고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에 대하여 잘못 가해질 수 있는 사회의 선입견이나 선정적 호기심 등을 고려하면 원고로서는 위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위 정보는 개인의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를 공개한 것은 일응 원고의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위법성 조각 여부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뉴스는 원고를 포함한 G그룹 소속 여성 직원들이 당한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사실을 알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향후 위와 같은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각 뉴스에서 원고의 이 사건 피해사실을 게재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 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 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그리고 일단 권리의 보호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된 행위가 위법하지 아니하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뉴스 중 원고의 이 사건 피해사실은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그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그 표현내용 ·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여 그 공개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각 뉴스가 다루는 내용은 상급자인 임원이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여 직원에게 술자리 접대참석을 강요한 것에 관한 것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라는 공공적 ·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각 뉴스의 주된 보도 취지는, 원고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아닌 G그룹의 임원으로서 여직원들을 술자리 접대에 동원한 가해자인 여성임원과 이러한 성희롱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G그룹의 행태를 비판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각 뉴스 보도 당시는 미투 열풍으로 직장이나 학교 등 조직 내의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시기였다. 이 사건 각 뉴스에서 적시된 사실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보도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③ 이 사건 각 뉴스에서는 원고를 익명으로 처리하였고, 원고와 관련하여 언급된 정보들인 '대리급 여성 직원'은 가해자인 여성 임원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것이고, '올해 초 퇴사'는 성희롱 피해의 정도가 심각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위와 같은 정보들은 G 그룹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필요최소한 것으로 보이고, 이외에 원고의 관련 정보들을 노출한 바 없다.

④ 한편 이 사건 각 뉴스에서는 성희롱 문제를 다루면서 원고나 다른 피해 당사자들에 대하여 원인제공자로 묘사하거나 비난하는 논조를 보이고 있지 아니하고, 성희롱 행위만을 상세하게 묘사하여 선정적이고 흥미위주의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다. 또한 원고가 당한 성희롱 피해사실을 원고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다룬 것이 아니라 G그룹이라는 대기업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문제 및 회사의 대처방안에 관하여 다룸으로써 심층적인 보도를 하였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각 뉴스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과 성질, 그 표현의 방법 등에 있어서도 상당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⑤ 실제로 이 사건 각 뉴스의 보도 이후 G그룹은 진상조사에 착수하였고, 가해자인 여성 임원과 그 상급자였던 계열사 대표가 사임하였다. 원고 역시 이 사건 각 뉴스의 보도 이후 H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피해사실과 관련하여 금전적 보상을 받는 등 원만한 합의를 하였다.

⑥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피해사실의 공론화를 원하지 않았고 피고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원고에게 이 사건 피해사실의 진실 여부나 공개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 사건 각 뉴스를 보도한 것은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 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는 바[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3헌마282, 425(병합)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피해 사실은 원고의 동의를 얻어 공개해야 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취재 · 보도 등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 · 이용하는 개인정보로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 제1항 제4호).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이 허위사실적시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원고의 사생활 비밀을 위법하게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병철

판사 인진섭

판사 김미호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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