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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0. 8. 19. 선고 2009구단12412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만)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0. 7. 8.

주문

1. 피고가 2009. 5. 26. 원고에 대하여 한 ‘골수이형성증후군’에 대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3. 1. 18. 린나이코리아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1998. 1. 인천길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의 진단을 받고, 2002. 12. 4. 피고에게 요양을 신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한국산업안전공단에 심의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원고의 작업환경측정이나 물질분석자료를 근거로 볼 때 벤젠의 노출정도가 백혈병을 일으키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벤젠 등의 유해인자에 의하여 골수이형성증후군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낮다는 회신에 따라 2003. 5. 30. 원고에 대하여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08. 11. 27. 다시 ‘골수이형성증후군, 불응성 빈혈, 기능성대장장애’에 대하여 피고에게 요양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08. 12. 11.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2009. 2. 16.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위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하였다.

다. 피고는 위와 같이 불승인처분이 취소되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다시 원고의 업무상 노출된 벤젠의 정도가 위 상병들을 유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회신에 따라 2009. 5. 26. 요양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 2,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2호증,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9호증의 1, 2, 을 제10,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골수이형성증후군(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은 원고가 소외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벤젠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중 이 사건 상병에 대한 부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제5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제34조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

제1항 제2항 에 따른 업무상 질병(진폐증은 제외한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별표 3과 같다.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 제34조 제3항 관련)

15. 벤젠으로 인한 중독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증상

가. 벤젠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한 경력이 있는 근로자에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증상 또는 소견이 나타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다만, 혈액질환과 피부질환의 경우에는 소화기질환, 철분결핍성 빈혈 등 영양부족 및 만성소모성 질환 등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1) 빈혈,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범혈구 감소증

2) 급성 또는 만성 피부염

나. 벤젠 1피피엠(ppm) 이상의 농도에 10년 이상 노출된 근로자에게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나타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다만, 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누적 노출량이 10피피엠 이상이거나 과거에 노출되었던 기록이 불분명하여 현재의 노출농도를 기준으로 10년 이상 누적 노출량이 1피피엠 이상이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1) 백혈병

2)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3) 다발성 골수종

4) 재생불량성 빈혈

다. 일시적으로 다량의 벤젠증기를 흡입하여 두통·현기증·구역·구토·흉부압박감·흥분상태·경련·섬망( 망)·혼수상태, 그 밖의 급성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다. 인정사실

(1) 원고의 근무내용 및 환경 등

(가) 원고는 주방기구 제조업체로서 보일러와 가스레인지를 제조하고 있는 소외 회사에 1983. 1. 18. 입사하여, 입사일로부터 1985. 12.까지는 생산부 완성조립반에서 가스레인지 조립업무를, 1986. 1.부터 1988. 12.까지는 생산부 정전도장반에서 페인트 스프레이 업무를, 1989. 1.부터 2002. 11.까지는 생산부 생산2과 도장반에서 도장완성품 검사 및 행거작업을 담당하였다.

(나) 원고가 1986. 1.부터 1988. 12.까지 도장반 업무를 수행할 때, 도장은 자동도장으로 이루어졌고 Water booth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자동도장이 이루어진 제품에 대하여 스프레이 페인트로 보강도장을 하였다. 호흡보호구는 지급되기는 하였으나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때가 많았다. 도장작업은 하루에 2-4시간 정도 수행하였다.

(다) 원고가 1989년부터 생산2과 도장반에서 도장 완성품검사 및 행거작업을 수행하였는데, 도장완성품검사는 자동도장부스에서 도장 후 건조되어 이송된 제품을 같은 건물 내에 철골로 설치된 반 2층에서 도장 완성도를 검사하는 업무였다.

(라) 1995년부터 확인 가능한 작업환경 측정결과에서 생산2과 도장부의 유기용제 노출수준은 매우 낮았다. 1998년 이후 셀로솔브 아세테이트나 크실렌이 1ppm 이하로 검출되었고, 혼합유기용제도 0.01이하의 수준이었다. 1998년을 제외하고는 벤젠에 대한 기록이 없다.

(마) 원고가 199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받을 당시에는 48세였고, 1995년 건강진단결과 빈혈이 있었으며, 담배는 피우지 않았고, 술은 주 1-2회 소주 1병 정도를 마셨다.

(2) 의학적 소견

(가) 주치의(연세대학교세브란스병원)

1986년부터 3년간 도장작업에서 스프레이 작업을 하였음. 1995년부터 정기검진에서 빈혈이 나오기 시작했고, 1998년 1월 인천길병원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의 진단을 받음. 과거 도장작업시 벤젠노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와 질병이 관련이 있다고 판단됨

(나)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업무상 질병 심의결과(2003. 4. 23.)

- 원고는 백혈병을 일으킬 만한 유전적 요인이 없었고 염색체 검사도 정상임. 도장작업 중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어느 정도 수준의 벤젠에 노출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물질에서 벤젠이 검출되기는 하나 그 농도는 매우 낮고 원시료에서만 검출되고 가중에서는 검출되지 않고 있음

- 원고가 노출되었된 도장재료에서 미량이나마 불순물로 함유된 벤젠이 검출되어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 농도가 낮아 작업환경측정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됨. 벤젠의 노출수준을 다른 물질의 측정결과를 이용하여 노출수준을 추정하여 보면, 2003년도 벤젠 노출수준은 약 0.0016ppm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고, 따라서 원고가 직접 도장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벤젠 노출수준은 0.002ppm 수준이며, 과거에는 벤젠함유량이 많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벤젠에 의한 골수기능장애를 일으키기에는 너무 낮은 농도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판단됨

- 원고는 작업 중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확인되었으나, 1986-1989년 직접 도장작업을 하였으나 이후에는 도장작업을 직접 수행하지 않았으며, 과거(10여년 전)에는 불순물로 함유된 벤젠의 농도가 더 높았을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작업환경측정이나 물질분석자료를 근거로 할 때 도장작업자의 벤젠 노출정도는 백혈병을 일으키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판단되므로 원고에게 발생한 골수이형성증후군이 벤젠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됨

(다) 피고측 자문의

-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업무상 질병 심의결과에 의하면, 골수이형성증후군은 업무내용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사료됨. 벤젠함유량이 극미량으로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유발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판단됨

(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2009. 5. 26.)

- 노출된 벤젠의 농도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업무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려움

(마) 사실조회결과(가천의대길병원)

- 벤젠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심하고 미량에 노출된 후에도 재생불량성빈혈 등 질병이 발생함. 0.006-0.034ppm의 낮은 농도에서도 벤젠의 독성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한다고 하며, 국내에서도 0.04-0.4ppm의 벤젠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벤젠질환이 발생하기도 하였음. 도장재료에 불순물로 벤젠이 각 0.01, 0.57, 0.91% 등 미량 포함된 경우도 1시간 스프레이 도장작업 후 측정한 공기 중 벤젠농도가 0.56ppm에 달한다고 함

- 원고의 질병이 업무 중 노출된 벤젠에 의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음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2, 을 제1호증의 2, 을 제2, 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 6호증, 을 제7호증의 1 내지 8, 을 제11, 14호증의 각 기재, 사실조회결과(가천의대길병원장),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 부상 등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등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누14883 판결 참조).

(2) 먼저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인 골수이형성증후군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는 정도의 벤젠에 노출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갑 제5호증의 1 내지 5, 갑 제8, 9, 1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소외 회사에 입사한 후 1986. 1.부터 1998. 1. 골수이형성증후군의 진단을 받을 때까지 10년 이상 주로 벤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도장작업 및 도장된 완성품을 검사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왔던 점, ② 벤젠은 백혈병을 유발시키는 독성물질로 인정되어 미국산업안전보건청에서는 1987년에 공기 중 벤젠 허용농도를 10ppm에서 1ppm으로 낮추었으며, 미국산업위생사협의회에서는 1990. 7. 벤젠의 공기 중 허용농도를 0.1ppm으로 낮추도록 권장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에 이르러 작업장 안의 벤젠 농도를 10ppm이하로 규제하였고 2003년 7월부터 1ppm 이하로 규제하였으므로 2003년 7월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1ppm 수준의 노출에 대하여는 특별히 관리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사업장에서도 작업환경측정시에 위와 같은 벤젠의 농도기준을 준수하는 것 정도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벤젠의 위험성을 깨닫고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에게 벤젠의 위험성에 대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거나, 원고 등이 벤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③ 원고가 근무한 사업장에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기간 동안의 작업환경측정결과 1998년을 제외하고 벤젠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는 하나 이는 1년에 1회 정도 측정된 결과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2003년 7월 이전에는 벤젠 검출량이 10ppm이하이기만 하면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이므로, 위 검사결과만 가지고 이 사건 사업장이 항시 벤젠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점, ④ 벤젠에 대한 노출기준을 제정한 1986년 이전에는 노출기준이나 기준을 초과할 경우 취해야 할 보호조치 등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므로 원고를 비롯한 도장작업 근로자들은 벤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 없이 1ppm 이상의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여지는 점, ⑤ 원고의 주치의를 비롯한 의학적 견해를 표명한 의사들은 원고가 벤젠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주치의는 벤젠에 미량에 노출된 경우에도 재생불량성빈혈 등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 점, ⑥ 현재 0.006-0.034ppm의 낮은 농도에서도 벤젠의 독성으로 인해 재생불량성 빈혈이 발생하고, 국내에서도 0.04-0.4ppm의 벤젠에 노출된 근로자에게도 벤젠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는 점, ⑦ 이 사건과 관련하여 역학조사를 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3년도에 이 사건 작업현장에서 수거한 도료와 시너의 성분을 근거로 원고의 벤젠 노출수준을 0.002ppm이라고 하고 있고,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도료와 시너에도 0.01-0.03%의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고 있는 점, ⑧ 골수이형성증후군의 경우 빈혈이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인데, 원고의 경우 1995년에 이미 건강검진에서 빈혈을 판정받은 점, ⑨ 원고가 소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사건의 감정의(가톨릭대학교성모병원)는 원고의 경우 골수이형성증후군의 진행단계를 고려해 볼 때 1995년경에 이미 그 징후가 발현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며, 나아가 골수이형성증후군은 대개 68세 정도의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경우 과거 노출에 대한 합리적 추정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골수이형성증후군도 벤젠의 노출에 의하여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 있는 점, ⑩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이형성증후군, 백혈병은 모두 조혈기계(혈액을 만드는 조직)와 관련된 질병으로 모두 벤젠의 노출과 관련된 질병으로 알려져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도장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골수이형성증후군의 발병과 관련성이 있을 정도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가 업무수행 중 불가피하게 노출된 벤젠이 원고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3)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중 ‘골수이형성증후군’에 대한 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