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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7조 제4항 등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15집, , 2017, p.32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5집)]

-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지 여부 -

(헌재 2016. 6. 30. 2014헌바456 ·457(병합), 판례집 28-1하, 535)

박 세 영*1)

【판시사항】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2006. 3. 23. 대법원규칙 제2002호로 제정된 것) 제71조 제6항 중 제1항 내지 제4항에 관한 부분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소극)

2.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공탁하여야 할 금전이나 유가증권의 범위 등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제247조 제7항 후문 중 제4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4.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보증으로 금전 등을 공탁하게 하고,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한 때에는 각하하도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5.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와 달리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만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것, 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247조 제7항 후문 중 제4항 및 제5항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2006. 3. 23. 대법원규칙 제2002호로 제정된 것, 이하 ‘채무자회생규칙’이라 한다) 제71조 제6항 중 제1항 내지 제4항(이하 ‘이 사건 규칙조항’이라 한다)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47조(항고) ⑦ 제1항의 즉시항고에 관한 재판의 불복은「민사소송법」 제442조(재항고)의 규정에 의한다. 이 경우 제1항 내지 제6항의 규정은 이에 준용한다.

제71조(항고와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금액) ⑥ 제1항 내지 제5항의 규정은 제1항의 항고에 관한 재판의 불복에 관하여 준용한다.

【사건의 개요】

주식회사 ○○시티 및 주식회사 ○○랜드(이하 ‘이 사건 채무자들’이라 한다)는 법원에 각각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하여, 2011. 1. 18.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2011. 12. 2. 이 사건 채무자들의 각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에 대하여 인가결정을 받았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0회합113 및 2010회합114), 이 사건 채무자들의 주주 또는 회생채권자들은 각각 즉시항고를 하여 2014. 9. 15. 위 결정을 취소하고, 위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2라16 및 2012라17).

청구인들은 이 사건 채무자들의 채권자 등으로 2014. 9. 22. 위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하자,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2014. 9. 26.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47조 제4항, 제7항,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규칙’ 제71조에 근거하여 보증으로 70억 원을 공탁할 것을 각

결정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4카기626 및 2014카기627), 2014. 10. 16. 위 규칙조항에 대한 부분은 모두 각하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기각되자, 2014. 11.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결정요지】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지 대통령령이나 대법원규칙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법원규칙을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2. 대법원 역시 입법권의 위임을 받아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3.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권이 남용되는 경우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데, 항고보증금의 액수와 산정기준은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회생절차 전반을 주도적으로 관장하는 법원에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항고보증금에 관하여는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절차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인 액수는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기초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어서, 항고보증금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리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고, 재항고권의 행사와의 합리적인 조정을 위해 채무자의 자산이나 부채의 규모, 소송경과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할 필요도 인정되므로, 이 사

건 법률조항에서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한다.

4.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를 하는 경우 회생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여,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회생절차의 종료 지연에 따른 위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재항고장 제출시 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단기로 하는 방법이나, 회생절차 종료 지연의 목적이 명백한 경우 바로 각하하거나 이 경우에만 보증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법 역시 효과적인 대체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항고법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전문성을 갖춘 법원이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항고보증금 공탁명령 여부 및 보증금 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고,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공탁물회수청구가 가능하며, 하고보증금 공탁명령 불이행으로 재항고장이 각하되는 경우 특별항고로 다툴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5.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 한정하여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규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

헌법 제75조와 달리 헌법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절차 등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없다.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수권법률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해 설】

1. 이 사건의 쟁점

가. 우선, 본안 판단에 앞서, 대법원규칙인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로서 적법한 것인지 문제된다.

나. 다음으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인으로 하여금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할 수 있고, 법원이 정하는 기간 안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결정으로 재항고를 각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을 다투려는 재항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제한의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 과잉금지원칙 및 평등원칙을 준수한 것인지 문제된다.

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재항고인의 재항고를 제한하면서 재항고인이 공탁하여야 할 금전이나 유가증권의 범위 등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데,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제95조는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의 행정입법만을 위임입법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특별히 요구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이 사건 법률조항처럼 대법원규칙에 입법위임을 한 경우에도 수권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2.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대상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고, 대통령령이나 대법원규칙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종전 결정(헌재 2001. 2. 22. 99헌바87 등, 공보 제54호, 196, 197; 헌재 2003. 6. 26. 2001헌바54 , 판례집 15-1, 703, 708-709; 헌재 2004. 2. 26. 2003헌바31 , 판례집 16-1, 303, 310 등 참조)에 이어 이 사건 규칙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심판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법원규칙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법률에 한정되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였다.

3. 회생계획 불인가결정과 보증금 공탁명령에 대한 개관

가. 회생절차의 흐름

회생절차는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이다(채무자회생법 제1조). 채무자가 회생절차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보통 ① 채권자의 개별적 채권회수시도 금지, ② 관리인의 선임을 통한 재산처분권과 업무수행권의 이전, ③ 면제 또는 출자전환 등 채무의 조정, ④ 인력 감축과 적자사업 중단 등 사업구조의 재편, ⑤ 회생계획안의 작성과 이해관계인의 동의, ⑥ 법원의 회생계획인가와 관리인의 회생계획 수행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2)이 사건과 관련하여 회생절차개시의 신청부터 회생절차폐지 또는 종결 등의 사유로 회생절차가 종료되기까지의 흐름을 간략히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3)

나. 회생계획의 인부결정 및 불복

(1) 회생계획 인부결정의 확정과 그 효과

법원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한 회생계획안이 인가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여 내린 인부결정은 일반원칙에 따라 즉시항고기간의 도과, 즉시항고에 대한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의 확정 또는 재항고기간의 도과나 재항고에 대한 각하 또는 기각 결정에 의하여 확정된다.

인가결정이 확정되면 누구도 인가요건의 흠결을 다툴 수 없고 회생계획의 효력도 다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회생계획의 내용에 하자가 있다거나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를 주장하여 인가결정의 효력, 회생계획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고,15)회생계획이 효력을 발생함으로써 그에 정해진 내용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권리관계가 변동됨과 동시에 관리인이 채무자의 회생을 위하여 회생계획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회생계획 인가결정이 있은 때에는 그 확정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결정이 있은 때부터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채무자회생법 제246조).

한편, 불인가결정이 확정된 때 회생계획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고 회생절차는 종료된다. 불인가결정의 확정에 따라 회생절차가 종료하게 되면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파산을 선고할 경우를 제외하고, 관리인은 공익채권을 변제하여야 하고 또한 이의 있는 공익채권에 대해서는 공탁을 하여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248조, 제291조).16)또한 회생절차 중에 확정된 회생채권·회생담보권 중 조사기간 또는 특별조사기일에 채무자가 그 권리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서 회생채권자표, 회생담보권자표에 기재된 것은 채무자에 대하여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는 이에 기하여 채무자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8조, 제292조). 나아가 불인가결정의 확정에 따라 관리인은 그 지위를 상실하고, 회생절차로 인하여 관리인에게 전속되었던 채무자의 업무수행권과 재산의 관리처분권은 채무자에게 회복된다. 다만 관리인은 공익채권의 변제범위 내에서 권한과 의무를 유지하게 된다.17)

(2)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한 불복

이처럼 회생계획 인부결정은 회생절차의 핵심인 회생계획에 대하여 법적인 효력을 부여함으로써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위한 회생계획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법적인 효력을 부여하지 않고 거절함으로써 회생절차를 종료시킬 것인지를 결정함으로써 채무자 및 그 이해관계인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재판이다.18)따라서 법은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의 방법으로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1항), 위 즉시항고에 관한 불복은 민사소송법 제442조의 재항고에 의하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조 제7항).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자는 그 재판에 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라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13조 제1항). 즉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주주·지분권자, 채무자 등 회생계획의 효력을 받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회생계획의 효력발생 여부에 따라 자기의 이익이 침해되는 자이다.19)20)

(3) 회생계획 인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효력

채무자회생법은 즉시항고에 원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을 부여하고 있고(제13조 제3항 본문), 다만 회생절차 등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 즉시항고가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개별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만 원재판의 집행이 정지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제13조 제3항 단서). 채

무자회생법 제247조 제3항 본문은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 경우 예외적으로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로써 인가결정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회생계획의 효력을 발생하도록 한 채무자회생법 제246조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보증금 공탁명령

(1) 보증금 공탁명령제도의 입법연혁

구 회사정리법은 1999. 12. 31. 법률 제6085호로 개정시 정리계획이 불인가된 경우 항고권 남용으로 인하여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237조 제4항 내지 제6항에 항고보증금공탁제도를 신설하였고,21)22)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을 하나의 법률로 통합하여 마련된 채무자회생법은 그 제도를 이어받아 제247조 제4항 내지 제6항에서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시 항고보증금공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 회사정리법 하에서는 재항고는 불가능하고 특별항고만 가능한 것으로 보았으나(제237조 제7항), 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7항에 의하여 재항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보증금 공탁명령제도의 입법취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은 확정되어야 그 효력을 발생하므로,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한 경우에는 회생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한다(채무자회생법 제13조 제3항 본문). 그 결과 회생계획이 수행되지도 아니한 채 관리인은 파탄상태에 있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관리에 관한 현상유지에 필요한 행위만을 할 수밖에 없고, 채무자 및 채권자의 권한회복이 늦어져서 책임재산의 감소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야기될

수 있다.23)채무자회생법이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 및 재항고와 관련하여 항고보증금공탁제도를 둔 것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재항고의 남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함에 있다 할 것이다.

(3) 보증금 공탁명령의 내용

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4항, 제5항에 의하면,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가 있는 때에는 회생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하게 할 수 있고, 만약 항고인이 회생법원이 정하는 기간 내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회생법원은 결정으로 항고를 각하해야 한다. 동조 제7항에 의하면 재항고의 경우에 위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조 제5항의 법문상 ‘항고를 각하’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항고’는 ‘항고장’을 의미한다고 해석되어, 항고인이 정해진 기간 내에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원심법원이 결정으로 ‘항고장’을 각하하고 있다(채무자회생규칙 제71조 제4항).

채무자회생규칙 제71조 제2항 및 제3항은 보증으로 공탁하게 할 금액을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확정된 의결권액(그 액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목록에 기재되거나 신고된 의결권액)의 총액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① 채무자의 자산·부채의 규모 및 재산상태, ② 항고인의 지위 및 항고에 이르게 된 경위, ③ 향후 사정변경의 가능성, ④ 그 동안의 절차 진행경과 및 그 밖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6항은 재항고의 경우에 위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 공탁물의 출급 및 회수

한편, 항고인이 보증으로 공탁한 현금 또는 유가증권의 출급 또는 회수와 관련하여, ① 항고가 기각되고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거나 파

산절차가 속행됨으로써 현금 또는 유가증권이 파산재단에 속하게 된 경우에는 파산관재인이 위 사항을 증명하는 서면을 첨부하여 공탁물 출급청구를 할 수 있고, ② 항고가 인용된 경우 또는 항고가 기각되고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없으며 파산절차가 속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탁자가 공탁서와 항고 인용의 재판이 확정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면 또는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없으며 파산절차가 속행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서면을 첨부하여 공탁물 회수청구를 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247조 제6항, 회생사건의 처리에 관한 예규(재민2006-5) 제11조].

라. 외국의 항고보증금 공탁제도

(1) 일본

일본의 경우 도산에 관한 법리는 파산에 관하여 규율하는 ‘파산법’과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재생법’ 및 ‘회사갱생법’으로 구분된다. 회사갱생법 제202조 제1항은 갱생계획인가 또는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24)이 때 즉시항고를 하더라도 인가결정이든 불인가결정이든 관계없이 집행정지효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갱생계획 인가결정으로 인하여 당해 결정의 취소원인이 있음이 명백한 사정 및 갱생계획의 수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피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에 관하여 소명한 때에는 신청에 의하여 당해 갱생계획의 전부나 일부의 수행을 정지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25)

(2) 미국

미국의 경우 법원의 최종결정(final decision)은 연방민사소송규칙에 의하여 상급법원에 항고가 가능하고, 파산절차에서 법원의 최종결정은 특정 쟁점이 해결되거나 특정 절차가 마무리된 경우를 의미하므로,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하여 항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파산법원이 당해 절차 전체를 기각하지 않으면서 회생계획을 불인가하거나 인가를 철회하는 경우 그 명령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므로, 회생계획에 대한 불인가결정이 파산절차를 종료시키거나 채무자의 회생능력에 대하여 종국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면 항고가 불가능하다.

연방파산절차규칙에 의하면, 파산절차에서의 항고 또는 항소시 파산법원 또는 지방법원, 파산항소부에 파산법원의 판결, 명령, 결정 등의 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지방법원, 파산항소부, 항소법원은 보증금이나 기타 적절한 담보를 파산법원에 공탁하도록 할 수 있고, 법원은 파산관재인이 항고한 경우 보증금이나 기타 적절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으나 항고인이 연방정부나 그 관계인인 경우에는 보증금이나 담보는 요구되지 않는다.

연방파산절차규칙은 보증금의 공탁이 항고의 전제가 된다고 규정하지는 않고, 파산법관에게 집행을 정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보증금을 공탁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바, 법규정상 적절한 보증금을 공탁하지 않은 항고인이 항고할 권리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항고시 보증금을 공탁하여야 하나, 법원은 정상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보증금의 공탁을 면하게 할 수 있다.

(3) 독일

독일의 경우 기업의 청산과 회생은 모두 도산법(InsO)에서 규정하고 있다. 도산법은 도산계획(Insolvenzplan, 우리의 경우 ‘회생계획’)에 대한 법원의 인부결정에 대하여 모두 즉시항고를 인정하고 있고, 즉시항고가 있는 경우 모두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aufschiebende Wirkung)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즉시항고에 별다른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도산계획절차가 종결되고 도산계획이 확정되는 것을 악의적으로 늦출 목적으로 불복수단을 악용할 가능성, 즉 권리남용적으로(rechtsmißbrauchlich) 즉시항고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 후 2012. 3. 1. 시행된 개정 도산법에서는 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 대하여 일련의 적법요건을 규정하였다(1. 그 도산계획에 대해 늦어도 의결기일에 서면으로 이의하였거나 의사록에 이의사실을 남겼고, 2. 그 도산계획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를 하였으며, 3. 그 도산계획으로 인하여 도산계획이 없었더라면 처하였을 상태에 비하여 현저히 더 열악한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불이익을 제251조 제4항에 열거된 수단으로 상쇄할 수 없다는 점을 소명할 것). 또한, 인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경우 관리인의 신청 하에 도산계획의 확정이 늦어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이익이 즉시항고인이 입을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할 경우 항고법원은 비록 즉시항고가 적법하고 이유 있다 할지라도 즉시항고를 지체 없이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4.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지 여부

가. 대법원 규칙제정권의 의의, 인정취지 및 입법연혁

(1) 의의 및 인정취지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대법원에 일정한 사항에 관한 규칙제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에서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고 있는 취지에 관하여는, 합의체로서 기능하는 헌법기관의 고유한 권한으로 보는 견해, 즉, 헌법이 합의제 기관을 창설한 이상 내부적 사안을 독자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인 규칙제정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26)이에 따르면 규칙제정권은 합의제 헌법기관의 자기조직권을 근거로 한 의사자율권이라 할 것이고, 설령 헌법에 명시적 수권규정이 없더라도 헌법기관의 헌법적 지위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한다.27)

그러나 통설은 ①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독립기관의 내부사항에 대하여는 다른 국가기관의 개입이나 간섭이 허용될 수 없다는 요청(사법권의 자주성과 독립성 보장)28)과 ② 그 고유업무를 독립기관이 자주적으로 정한 규범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기술적ㆍ합목적적 견지)이라는 점에서 대법원 규칙제정권의 인정이유를 찾는다.29)다만 기술적ㆍ합목적적 이유를 규칙제정권의 근거로 찾는 견해에 대하여는, 다른 행정입법의 위임에서도 기술적이고 합목적적인 이유가 마찬가지로 발견될 수 있으므로(예컨대 법률이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은 규범 형식인 고시에 특정 내용을 위임하고 있는 경우 헌법재판소가 이와 같은 전문성, 기술성 등의 합목적성을 이유로 위임의 구체성을 완화하여 심사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헌법이 대법원에 독자적 규율권한을 부여한 것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헌법 제108조는 ‘사법권의 자주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내부규율’에 관한 권한을 부여한 것에 불과하고, 헌법 제108조가 전문적이고 기술적이라는 이유로 ‘기본권 제한 사항’에 대하여도 규칙제정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보므로, 기본권 관련 사항의 경우에는 다른 행정입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 제2항, 제75조, 제95조에 준하여 규율 방식 등을 정해야 한다고 본다. 최고 사법기관의 규칙사항으로 실체적 권리에 관한 것이거나 외부효를 갖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가 이러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2) 입법연혁

헌법조문
제헌헌법
(1948. 7. 17.)
제82조 대법원은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제5차 개정헌법(1962. 12. 26.)
제104조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제9차 개정헌법(1987. 10. 29.)
제108조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우리 제헌헌법제82조에서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에 대해 규정하였으나, 대법원규칙과 법률과의 관계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효력의 충돌을 야기할 소지가 있었다. 또한, 대법원규칙의 대부분은 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임에도 이를 규율대상에서 누락하여 제도 도입의 취지를 반감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1962년 헌법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규율대상으로 ‘소송에 관한 절차’를 추가하였으며, 이는 조문의 위치만 바꾸어 현행헌법에서도 마찬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3) 각국의 입법례

(가) 일본

일본은 헌법에 의하여 최고재판소의 규칙제정권이 인정되는데, 우리와 달리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는 문구가 존재하지 않는다.30)일본 학계에서는 법률의 규정과 최고재판소규칙의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 무엇이 우선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하고 있으나(법률우위설, 규칙우위설), 최고재판소사무처리규칙이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청구의 범위를 축소하여 규정한 이후, 법률이 최고재판소사무처리규칙의 취지에 부합하게 개정되었기 때문에 법률우위 여부에 관한 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본헌법이 명문으로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최고재판소사무처리규칙과 내용상 충돌하는 법률이 차후에 위 규칙내용대로 개정된 경위 등에 비추어 최고재판소규칙이 법률을 개폐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최고재판소규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었다는 점은 최고재판소를 통제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이 부재한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사실상의 현상일 뿐, 일본헌법의 규범체계가 규칙의 법률개폐효를 당연히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나) 미국

사법부의 규칙제정권에 대하여 미국연방헌법은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으나, 규칙제정법(Rules Enabling Act: REA)으로 불리는 연방법에 의하여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연방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의회의 위임에 의한 것으로, REA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연방법원의 업무 및 절차에 관한 일반 규칙을 제정하고 증거관련 규칙을 제정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은 절차를 규율한다는 명목으로 실체적 권리(substantive right)를 축소하거나 확장ㆍ변경할 수 없으므로, 의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제정된 규칙은 법원의 사무 또는 변론, 소송절차에 한정된다. 한편, 의회가 인정한 권한 내에서 적절하게 제정된 규칙의 경우, 그러한 규칙과 충돌하는 법률은 그 효력을 잃게 된다.31)이는 제정절차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연방대법원이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규칙안을 의회에 제출하여야 하며, 의회가 반대하지 아니하고 승인하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 독일

독일에서는 모든 헌법기관이 고유한 규칙제정권을 가지므로 연방헌법재판소 등에 규칙제정권이 인정되나, 연방통상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 연방노동법원, 연방사회법원 등 기본법 제95조에 열거된 연방최고법원들은 헌법기관이 아니므로 규칙제정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규칙은 법률

보다 하위의 규범이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며, 헌법재판소의 조직과 절차 등은 연방 법률이 정해야 하므로 개별사건의 적용에 있어서 외부효를 갖는 규칙들은 실체법 및 절차법에 그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헌법기관의 규칙은 연방헌법재판소의 추상적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나, 원칙적으로 이러한 규칙들은 외부효를 갖지 않고 대부분 절차적 사항은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직접적으로 규칙의 위헌성이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

나. 헌법 제108조와 대법원규칙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규칙 제정의 대상범위를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규칙의 규율대상에 기본권 제한 내용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하여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헌법 제108조의 규율범위 여부를 떠나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 법원의 내부규율 사항 및 법원의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의 일반적인 의미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란 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민사소송, 형사소송, 행정소송 및 선거소송에 있어서의 절차뿐만 아니라 조정이나 심판, 비송사건, 그리고 강제집행,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32)현재 이와 관련된 규칙들을 살펴보면, 소송의 내부절차에 관한 기술적ㆍ세부적 사항뿐만 아니라, 소송에 관여하고 있는 소송당사자를 구속하는 내용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은 기본권 제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이 필요한지 여부 등에 관한 논의도 주로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에서 발생한다.

(2) 법원의 내부규율에 관한 사항

법원의 내부규율에 관한 사항은 법원 내부에서의 사무처리, 인원배치, 사무감독 등에 관한 사항을 일컫는다. 법관이나 법원직원의 임면이나 징계

등에 관한 세부적 사항, 법관 및 직원의 배치, 대법관회의나 법원행정처 등에 관한 사항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헌법 제101조 제3항, 제102조 제3항, 제105조 제2항, 제3항, 제4항, 제106조 제2항 등에 의하여 법원의 조직이나 관할, 법관의 신분에 관한 사항은 법률사항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은 법률을 집행하는 구체적ㆍ세부적 사항을 규율하는 데 그치고 있다.33)실제로 법원조직법 등에서 많은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3) 법원의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

법원의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은 법원의 재판사무 그 자체가 아니라 재판사무에 부수하거나 이를 전제로 정하여진 사무의 처리방법에 관한 사항을 말한다.34)재판사무의 분배, 사법행정사무의 처리, 등기ㆍ호적 등에 관한 사무의 처리 등이 이에 속한다. 실제로는 내부규율에 관한 사항과 마찬가지로, 사무처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대부분 법원조직법에서 규정하고,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을 대법원규칙에 위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4) 소결

헌법 제108조의 대법원규칙 규율사항에 기본권 제한 사항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와 관련하여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기본권 제한 사항에 관하여는 일반적인 법률유보원칙에 따라 규율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법률들이 대법원규칙에 많은 내용들을 위임하고 있어 대법원규칙이 헌법상 명시되어 있는 다른 행정입법들처럼 위임대상 규범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고시에 대해서도 적법한 위임대상 규범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의 논의는 헌법 제108조의 대법원규칙 규율대상에 기본권 제한 사항까지도 포함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법원의 규칙 중 내부적 효력만 갖는 사항의 경우에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위헌성이

문제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대법원규칙의 성질이나 법률의 위임 요부 등에 대한 논의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 대법원규칙의 성격과 규범통제방안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에 규칙제정권한을 부여한 것은 사법권의 독립성, 자주성 등에 의한 것이고, 이에 따라 독자적 규율권한을 가지게 된 것이라면 경우에 따라 대법원규칙과 법률의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어느 규범이 효력을 가지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법률과 대법원규칙의 법체계상 지위 및 관계가 우선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며, 이는 결국 대법원규칙의 법적성격에 대한 논의이다.35)

대법원규칙의 성격은 그 실질적인 효력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인바, ① 법률의 하위규범으로 보는 견해와 ② 법률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는 특수한 규범으로 보는 견해가 대립할 수 있다.

(1) 법률의 하위규범으로 보는 입장(법률우위설)

(가) 내용

대법원규칙을 법률보다 하위규범으로 보는 입장은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이며,36)다음 사항을 그 논거로 한다.

헌법 제108조에서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는 있는바, 이는 규범 상호간의 우열을 전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대법원규칙에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견해는 일본 학계에서 대두된 견해인데 이는 최고재판소의 규칙제정권을 규정하면서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는 문언을 두고 있지 않은 일본 헌법을 기초로 할 때 가능한 논의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대법원규칙이 법률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만한 명문의 규정이나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사법부 우월의 헌법적 관습이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에서 명문으로 대법원규칙의 법률개폐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규칙으로 실체적 권리를 축소하거나 확장,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규칙의 내용이 법원사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연방대법원이 이러한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규칙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의회가 반대하지 않고 승인하여야 하는바, 연방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의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률은 대법원규칙보다 민주적인 절차로 규정되므로 대법원규칙에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것은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는 국민주권주의원리가 법률우위를 인정하는 또 하나의 논거가 될 수 있다.

한편, 대법원규칙에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경우 기존 법률에 상충되는 내용으로 대법원규칙이 제정된 경우 신법우선의 원칙상 기존 법률을 개폐하는 효력을 갖게 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러한 해석은 헌법 제108조의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규율에도 배치된다.37)38)

(나) 규범통제방안

현재까지 대법원규칙에 대한 규범통제는 대법원규칙이 법률보다 하위규범이라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① 대법원은 명령ㆍ규칙심사권(헌법 제107조 제2항)에 근거하여 대법원규칙을 적용한 처분의 취소소송 등에서 그 대법원규칙의 위헌ㆍ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심사권을 가진다.39)

② 헌법재판소는 명령ㆍ규칙에 대하여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서의 ‘직접성’을 갖춘 경우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법령소원에서 대법원규칙의 위헌 여부를 심사해 오고 있다.40)41)

③ 대법원규칙은 형식적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지 아니하므로, 형식적 법률을 대상으로 하는 헌재법 제41조 제1항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42)

(다) 법률의 위임 요부

오늘날 법률유보원칙은 단순히 행정작용이 법률에 근거를 두기만 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역, 특히 국민의 기본권실현에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행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 스스로 그 본질적 사항에 대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하며(이른바 의회유보원칙), 적어도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입법자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43)

또한 국회 입법절차는 행정입법절차나 대법원규칙의 제ㆍ개정 절차와는 달리 공익의 발견과 상충하는 이익간의 정당한 조정에 보다 적합한 민주적 과정이라 할 것이므로, 규율대상이 기본권적 중요성을 가지고, 공개적 토론의 필요성 내지 상충하는 이익 간 조정의 필요성이 클수록 법률에 의해 직접 규율될 필요성 및 그 규율밀도의 요구 정도는 그만큼 더 증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44)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까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한 취지는 사법권의 독자성, 자주성 확보라기보다는 기술적ㆍ합목적적 고려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45)사법권의 자주성을 강조하여 국회입법의 원칙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사법권의 자주성 역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이다.

특히, 대법원규칙의 규율대상 중 형사소송절차는 체포ㆍ구속 등 강제처분과 처벌ㆍ보안처분 등을 포함할 수 있는데, 헌법 제12조 제1항은 이러한 처분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대법원규칙의 독자성, 자주성을 인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의미가 된다. 마찬가지로 헌법 제27조 제1항도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 재판청구권의 제한 및 형성은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한계가 지워진 것이고, 이 역시 재판청구권 관련 사항은 대법원규칙의 자주성을 인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비록 헌법 제108조에서 대법원규칙에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법률유보원칙과 헌법 제40조의 국회입법원칙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 사항은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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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규칙을 법률의 하위규범으로 보면서도 법률의 위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가능하나, 대상결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입론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보지 아니한다.

(2) 법률과 유사한 특수규범으로 보는 입장(동위설)

(가) 내용

대법원규칙을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에 준하는 특수한 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견해를 견지하는 학자는 없으나, 일본에서는 이러한 견해가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다음 사항을 그 논거로 할 수 있다.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은 어디까지나 행정입법임을 전제로 한 개념이고,48)대법원규칙은 헌법에 의해 인정된 사법부 고유의 규범형식으로 행정입법과는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비록 대법원 ‘규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헌법 제75조에서 행정입법의 경우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만을 규정하도록 하여 행정입법을 법률보다 하위의 규범으로 전제하고 있음에 반해, 헌법 제108조는 별도의 법률위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특별한 법규범 형식으로 국회와 규율대상을 달리하여 입법권을 나눠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소송절차나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는 기본권 제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합목적적 견지에서 법원의 자주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실체적 권리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내용이기는 하나

법원사무 등에 관한 규칙에 대해서는 법률보다 대법원규칙을 우위로 보고 있는바, 이러한 해석을 두고 유례없는 해석이라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이후에 제정된 대법원규칙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률의 내용과 충돌하는 경우 법률의 효력을 개폐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나) 규범통제 방안

①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에는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물론이고, 그 밖에 조약 등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들도 모두 포함되고(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등 참조), 이때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느냐 여부는 그 규범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법률적 효력의 유무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 등, 판례집 25-1, 180, 192).49)

국회 입법주의에 대한 예외로서 대법원 규칙제정권을 인정한 취지, 헌법 제108조에서 법률의 위임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재판청구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효력을 가지므로 대법원규칙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본다면’ 그 위헌 여부의 심사권도 헌법재판소에 전속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을 통한 규범통제가 이루어질 것이다.

② 대법원규칙이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령소원에 준하여 대법원규칙에 대한 헌법소원도 가능하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대법원의 위헌심사 대상을 명령과 규칙으로 한정하고 있고, 이는 헌법과 법률이 심사기준이라는 점에서 명령, 규칙은 법률보다는 하위법규범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률과 동일한 효력

을 갖는 대법원규칙에 대하여는 법원이 명령ㆍ규칙 심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이 경우 대법원 규칙제정권과 동일한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헌법재판소 규칙제정권(헌법 제113조 제2항)의 경우 대법원의 명령ㆍ규칙심사권이 배제된다면 결국 제정권자인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심사하는 방법만이 남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으며, 대법원규칙이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명령ㆍ규칙심사권을 행사할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문제될 수 있다(이는 재판소원에 관한 논란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다) 법률의 위임 요부

대법원규칙에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입장에 따르면, 동일한 효력을 갖는 규범체계에서 상호간의 위임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의 위임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라. 수권법률과 대법원규칙에 대한 심사방법

대법원규칙이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성을 갖고 있는 이상 사법적 통제를 벗어날 수 없는바, 이 경우 규범통제는 크게 ① 대법원규칙 자체에 대한 통제(사법부에 대한 통제)와 ② 수권법률에 대한 통제(입법부에 대한 통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대법원규칙에 대한 심사방법

대법원규칙의 위헌성 판단은 ① 형식심사로 ‘법률의 근거’가 있고 ‘법률의 위임 범위 내인지 여부’와 ‘법률에의 저촉 여부’가 문제될 것이고, ② 실질심사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것이다.50)이 중 형식심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 법률상 근거 유무 또는 법률의 위임 범위 내인지 여부

대법원규칙에 법률의 근거, 즉 위임이 필요하다고 전제할 때, ① 법률의 수권 없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거나, ② 법률의 위임범위를 범위를 벗어나 국민의 권리ㆍ의무를 규율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대법원규칙은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률 저촉 여부

법률의 위임이 필요 없다는 입장(위임불요설)에 의하더라도, 헌법 제108조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대법원은 규칙제정권의 행사를 통하여 소송절차에 관한 입법자의 결정을 무력화시켜서는 안 되며, 헌법에 의하여 열거적으로 확정된 자신의 권한을 규칙제정을 통하여 확대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헌법 제108조의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통하여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준수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대법원규칙의 법률에의 ‘저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이 될 것인지 문제된다. 특히 법률이 이미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이 법률과 동일한 목적으로 새로운 사항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것이 당해 법률에 ‘저촉’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저촉되지 않는’의 의미는 ‘법률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 또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이면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사항’을 대법원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위와 같은 내용을 심사하면 될 것이다.

(2) 수권법률에 대한 심사방법

(가) 수권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방안은 법률에 대한 일반적인 규범통제방안(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과 동일하다. 따라서 대법원규칙과 관련하여 수권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따라 수권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대법원규칙을 비롯하여 헌법기관이 제정한 규칙

의 수권법률에 대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적용해 왔고,51)‘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을 주요 판단요소로 삼아 왔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108조의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라는 문언과 대법원규칙의 특수성 등에 비추어 포괄위임금지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이 있을 수 있고 그 경우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당사자가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소송절차에 관한 수권법률의 포괄위임문제를 다투는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하고 이것이 기각되어 헌재법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사건을 청구한 경우 헌재가 포괄위임금지원칙 심사를 할 수 없다면 헌법재판소는 아무런 규범통제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보통의 경우 대법원규칙에서 정하고 있을 것인데, 헌재법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법률만을 심사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을 법률로 보지 않는 한 심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권법률에 대하여 명확성 통제나 과잉금지 심사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사실상 무의미한 판단에 그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 포괄위임금지원칙 적용필요설

1) 이에 대하여 법정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대법원규칙에 대한 수권법률에 대해서도 종전과 같은 포괄위임금지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입법권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에게 속하나, 입법자가 사회변화에 따라 급속도로 증가하는 법규사항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므로 헌법제75조, 제95조를 통해 입법권을 부분적으로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임의 필요성은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송절차 등 법원의 사무에 관한 사항은 지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로서 입법자가 이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직접 규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항들은 사법실무에 정통한 대법원에서 정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며, 이는 상황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헌법이 위임입법의 형태로 제75조와 제95조에서 대통령령, 총리령 또는 부령의 행정입법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와 같은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헌재 2004. 10. 28. 99헌바91 참조), 대법원 역시 입법권의 위임을 받아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와 아울러 그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에 근거한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이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참조).」

이러한 의견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 관련 사항은 법률의 형식으로 이루어짐이 원칙이고, 다만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하위 법규의 내용을 대강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이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는 일반원칙으로 인정되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비록 헌법 제108조헌법 제75조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권리·의무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책형성 기능은 원칙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수행하여야 하고, 대법원이 국회와 구별되는 별도의 입법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규칙에 대한 위임이라고 하여 특별히 포괄위임금지원칙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규칙에 대한

수권법률에 대해서도 포괄위임금지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는 종전의 헌법재판소 입장과 동일하다(헌재 2014. 10. 30. 2013헌바368 , 판례집 26-2상, 658, 663 참조).

2) 다만, 법정의견은 대법원규칙에 대한 수권법률에 포괄위임금지원칙을 그대로 적용하여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 모두를 심사하더라도,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 규칙제정권을 인정한 취지를 감안하여 ‘예측가능성’ 심사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다만, 대법원규칙으로 규율될 내용들은 소송에 관한 절차와 같이 법원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법원의 축적된 지식과 실제적 경험의 활용, 규칙의 현실적 적응성과 적시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수권법률에서의 위임의 구체성·명확성의 정도는 다른 규율 영역에 비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위임의 구체성·명확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위임된 사항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헌재 2002. 3. 28. 2001헌바24 등, 판례집 14-1, 174, 183 참조).」

즉, 종전 관련부처의 전문성과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고시에 위임하는 수권법률에 대해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해 심사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권 제한 사항과 관련하여 전문성과 기술적 어려움을 이유로 대법원규칙에 대해서도 완화된 심사를 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견해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까지 ‘예측가능성’을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적용불요설

한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은 별개의견을 통해 대법원규칙에 대한 수권법률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가. 헌법 제75조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

고 있는 반면, 제108조는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및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규칙에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률에 명시적 위임규정이 없더라도 소송절차에 관한 행위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헌재 1995. 12. 28. 91헌마114 참조).

나. 헌법 제108조가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면서 법률의 위임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은 권력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입법권에 의한 사법권에의 간섭을 최소화하여 사법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입법부에서 상세히 법률로 규정하는 것보다 재판실무에 정통한 사법부에서 직접 정하는 것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더 살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다.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되므로 입법부는 언제든지 법률을 제정하여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헌법에서 사법부의 규칙제정권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삼권분립의 원칙상 소송절차에 관한 규칙제정권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으로 인정되고 있다. 연방의회는 소송절차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 사항만 법률로 규정하고 있고, 연방대법원이 제정한 소송규칙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각종 절차에 관한 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 아래 제정된 일본 헌법도 “최고재판소는 소송에 관한 절차, 변호사, 재판소의 내부규율 및 사법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규칙을 정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헌법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라는 제한조차 두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 제108조도 그 뿌리는 미국과 같이 삼권분립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은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헌법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규범에 의해서도 제한될 수 있다. 예컨대, 국가긴급권 또는 조약 등 국제법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헌법 제108조에 따라 제정된

대법원규칙에 의해 소송절차 등에 관한 국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라. 대법원규칙이 법률의 위임 없이 ‘소송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음은 헌법 제108조의 규정상 명백하다.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하여 법률을 제정하면 대법원은 여기에 저촉되는 규칙을 제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회가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서 구체적 내용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한다면, 이는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법원규칙에 입법권한을 위임한 법률조항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없다. 헌법 제75조는 입법권을 행정부에 위임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위임의 명확성을 요청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은 대법원규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수의견과 같이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이라 할지라도 법률에서 위임 규정을 둔 이상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경우 법률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면 위헌 선언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의 규정이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으로 위헌 선언이 되더라도 그 사항을 규정한 대법원규칙은 법률의 위임 없이도 제정될 수 있는 것이어서 위헌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사항이라도 법률에 위임 규정을 두면 헌법 제75조에 따라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형식적 논리로 귀결되고 만다.

다수의견은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 전문적이고 기술적 사무에 관한 것이어서 법률에서의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정도는 다른 규율 영역에 비해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성과 기술성을 따지면 행정부의 관장사항이 사법부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포괄위임금지원칙 심사를 하더라도 헌법 제108조를 감안하여 완화된 심사를 하여야 한다면,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사항에 대하여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헌법의 규정에 맞는 해석이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이 대법원규칙에 위임한 사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항고보증금의 액수에 관한 것으로 소송절차에 관한 사항이다. 따라서 헌법 제108조에서 허용한 대법원규칙의 제정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또 이 부분에 관하여 대법원규칙과 저촉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오히려 법률은 이 부분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심사하면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심사할 필요가 없고,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 위반 여부만 심사하면 된다.

바. 위에서 검토한 것처럼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는 수권법률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는 검토할 필요가 없는데, 종전에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위임입법이 대법원규칙인 경우에도 수권법률에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2014. 10. 30. 선고 2013헌바368 결정에 관한 우리 의견은 이상의 견해와 저촉되는 범위에서 변경한다.」

결국 별개의견은 대법원규칙이 헌법 제108조의 수권에 근거하여 법률의 위임 없이도 소송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제정할 권한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논리적 흐름에 따라 수권법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수권법률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가.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대상결정은 앞서 살펴본 법정의견의 태도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였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가) 위임의 필요성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권이 남용되는 경우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이해관계인들의 손해가 야기될 수 있으므로, 재항고권 행사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공탁하게 할 항고보증금이 재항고권의 남용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

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적절한 범위의 금액이 책정되어야 한다. 항고보증금이 당시의 경제현실이나 개별 대상사건의 구체적 사정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으면 재항고권이 침해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낮으면 무익한 재항고의 남용을 방지하는 데 실효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항고보증금의 액수는 사회경제적 상황의 변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의 확정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하는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 제반여건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회생절차 전반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생계획 인가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에서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으므로, 항고보증금에 관하여는 이를 법원에서 관여할 수 있도록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항고인에게 보증으로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공탁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보증금액의 산정기준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지만, 항고보증금의 산정기준 역시 재항고권의 남용으로 인하여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체됨으로써 발생하는 이해관계인의 손해 등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관련 정책의 변화, 경제현실의 변동 등에 관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그러므로 항고보증금의 산정기준도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법원규칙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예측가능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는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이해관계인들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항고의 남용을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인 액수는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기초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즉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는 회생절차 중에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없고, 확정된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을 가진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는 그 확정된 액 또는 수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며, 의결권액은 재항고 당시에는 이미 확정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조사 없이도 기준이 될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

므로 항고보증금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리라는 점을 대강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항고보증금을 정함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항고보증금이 과다하게 설정될 경우 재항고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다른 구체적 사정들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법원으로 하여금 채무자의 자산이나 부채의 규모, 소송경과 등 제반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대법원규칙에서는 항고보증금과 관련하여 의결권액을 기준으로 그 총액의 20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 내에서 채무자의 자산·부채의 규모 및 재산상태, 재항고인의 지위 및 재항고에 이르게 된 경위, 향후 사정변경의 가능성, 그 동안의 절차 진행경과 및 그 밖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항고보증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대법원규칙에 위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 회생계획에 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로서 대체적인 회생절차의 진행경과와 이해관계인의 의결권 행사기준 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항고보증금의 기능에 비추어 그 상한 내지 산정기준을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을 다투려는 재항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한’ 구체적인 형성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이러한 입법활동의 한계로서 입법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보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한 경우에는 회생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하고, 확정에 따른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그 결과 관리인

은 파탄상태에 있는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관리에 관한 현상유지에 필요한 행위만을 할 수밖에 없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의 권리회복이 늦어진 채 책임재산의 감소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 이해관계인들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되, 회생절차의 종료 지연에 따른 위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면 재항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재항고로 인하여 회생절차의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으로써 발생하는 이해관계인들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으므로,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부득이하다.

물론 재항고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항고장 제출시 항고이유서 제출기간을 단기로 하는 방법이 제시될 수도 있으나, 이것이 재항고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체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회생절차 종료 지연의 목적이 명백한 경우 바로 각하하거나 이 경우에만 보증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법 역시 그 입증문제로 인하여 또 다른 절차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등 항고보증금 공탁명령보다 재항고인의 재판청구권을 덜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재항고의 필수요건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항고법원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전문성을 갖춘 항고법원이 재항고의 남용가능성 및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항고보증금 공탁명령 여부와 보증금의 액수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재항고가 인용되는 경우 또는 재항고가 기각되더라도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없거나 파산절차가 속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탁물회수청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항고보증금 공탁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항고장이 각하되는 경우라도 당사자는 특별항고를 통하여 이를 다시 다투어 볼 수 있다(대법원 2011. 2. 21. 선고 2010마1689 결정 참조).」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 한정하여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규정함으로써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는 항고보증금을 공탁하게 하지 아니하는바, 회생계획 인가결정 및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인 사이에 차별취급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차별취급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였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차별취급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항고보증금 공탁제도는 회생절차 종료 및 파산절차로의 이행이 지연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인데,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는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회생계획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247조 제7항, 제3항 본문).

한편,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에도 재항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고 회생계획의 수행으로 생길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음을 소명한 때에는 신청에 의하여 회생계획의 전부나 일부의 수행을 정지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할 수 있다(제247조 제7항, 제3항 단서). 담보를 제공하게 한 경우 그 담보는 회생계획의 수행을 정지함으로써 생긴 손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과 마찬가지로 회생계획 인가결정의 경우에도 회생계획의 수행이 정지되는 경우를 대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결국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와 달리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의 경우 항고보증금을 공탁하도록 하는 것은 회생계획 불인가결정에 대한 재항고시 불인가결정에 대하여 집행정지효가 부여된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므로, 이러한 차별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5. 결정의 의의

가. 우리 헌법헌법상 독립기관인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규칙제정권을 인정하고 있다(제64조 제1항, 제108조, 제113조 제2항, 제114조 제6항). 그 중 대법원규칙은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대법원규칙과 그 수권법률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된 사례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법원 규칙제정권의 근거조항인 헌법 제108조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특히, 이는 법률에 의해서만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도록 한 헌법 제37조 제2항, 법률이 아닌 하위 법령에서 기본권 제한을 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 헌법 제75조제95조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헌성 여부에 논란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법률과 대법원규칙의 관계를 규명하는 일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논제라 할 수 있다. 대상결정에서는 헌법 제108조의 대법원 규칙제정권과 포괄위임금지원칙의 관계에 관하여 논의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나. 대상결정에서 명확히 설시되지는 아니하였으나, 대법원규칙에 대한 수권법률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은 헌법 제108조에 근거한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이 갖는 의의와 함께, 포괄위임금지원칙이 헌법 제75조, 제95조라는 명문의 근거뿐 아니라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 하에서 일반원칙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인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법정의견은 비록 헌법 제108조헌법 제75조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및 권리·의무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정책형성기능은 원칙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하여 법률의 형식으로 수행하여야 하고, 대법원이 국회와 구별되는 별도의 입법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대법원규칙에 대한 위임이라고 하여 특별히 포괄위임금지원칙의 적용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보았다. 반면, 별개의견은 소송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하여 제정된 대법원규칙은 헌법 제108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 제37조 제2항과 별개의 헌법적 근거를 갖

고 있으므로, 대법원규칙의 수권법률에 대해서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고, 만약 그와 같이 본다면 헌법 제108조가 헌법기관에 대하여 특별히 규칙제정권을 부여한 의의가 몰각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의 한계와 사법권의 독립, 재판의 전문적, 기술적 필요성이 갖는 긴장관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대상결정을 통해 이러한 논의의 장을 열고, 대법원규칙의 경우에도 수권법률에 대하여 포괄위임금지원칙이 적용되어야 함을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에 관한 기존의 헌법재판소 태도를 확고히 하였다. 대법원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주성 및 재판운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살기기 위해 대법원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주의 및 법치주의라는 헌법의 일반원칙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명확히 하였는바,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공고히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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